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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50화 (350/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50화

[우주급 시나리오, ‘버려진 여왕의 유산’의 조각 일부를 완성하였습니다.]

‘와, 설마설마 했는데.’

카르빙턴 가문, 골디믐 가문에 이어 이제는 피사트 가문까지.

이로써 ‘우주급 시나리오’가 ‘가르비누 및 7대 가문’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이렇게 이어질 줄이야.’

“그 지도를 들고 피사트 가문으로 찾아오게. 보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터이니.”

얘기를 들어보니 지도는 그저 형식적인 아이템이라고 했다.

길을 찾는 용도가 아니라 입장권 같은 개념.

“지도를 획득했습니다. 조만간 피사트 가문으로 이동하겠습니다.”

“환대하도록 하지. 나는 이 아이를 데리고 떠나도 되겠나?”

“물론이죠.”

그리들은 고맙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서는 아카시아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삶의 의욕을 모두 잃어버린 듯한 아카시아는 힘없이 끌려갔다.

“저런 멘탈로 아르비스 최상위 랭커가 될 수 있다니. 피사트 가문의 지원체계가 정말 훌륭한가 봅니다.”

-ㅋㅋㅋㅋ 김철수는 지금 자기가 뭘 했는지 모름 ㅋㅋㅋ

-나 같아도 멘탈 부서지겠다 ㅋㅋㅋ

-저기서 멘탈 안 터지는 게 이상한 거 아님?ㅋㅋㅋㅋ

-평생 갈고닦은 필살기를 빼앗겼는데 심지어 더 강한 건에 대하여.

“피사트 가문을 찾아간다니. 정말 설레는군요. 일단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차진솔이 가까이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근데 좀 위험하지 않아? 피사트 가문에서 보구 내주기 싫다고 오빠 습격하면 어떡해?”

“명색이 아르비스 명예 시민인데 설마 그러겠냐?”

“지금 잠깐 설레했지?”

“아니?”

차진혁은 뜨끔했다.

피사트 가문에서 습격하면 그야말로 엘튜브각 아니겠는가.

명예를 중시하는 피사트가 신의를 버리고, 초청장(지도)을 지닌 아르비스의 시민을 본인들의 저택에서 습격했다는 사실은 아주아주 충격적일 테니까.

“아르비스에는 오빠가 심은 수호수도 없어서 수호수 버프도 못 받잖아. 아무튼 피사트 가문 찾아가는 건 조금 신중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생각해 보니 아르비스에도 수호수를 심어야 할 것 같기는 했다.

아르비스에서 허락할지는 미지수였지만.

* * *

“스승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 제자야. 무엇이든 말해보아라.”

전성기를 맞이한 트리투리는 차진혁에게 아주 관대했다.

차진혁의 말이라면 쓸개도 빼줄 기세였다.

“정식 시민권을 가진 자만이 아르비스에 수호수를 심을 수 있다는 법이 바로 어제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3대 제국이 동시에 공표했습니다.”

“나도 안다.”

심지어 그에게는 개인적인 권고사항도 전해졌다.

김철수의 수호수를 아르비스의 땅에 심지 말라는 권고사항이었다.

“고위급 관리들이 나타나 네 수호수를 이 땅에 심지 말라고 협박하고 돌아가더군.”

“…….”

차진혁은 조금 감탄했다.

‘진짜 적극적으로 움직이네. 어쨌든 나도 시민권이 있는데도.’

시민권을 굉장히 존중하는 아르비스에서 이런 식으로 움직였다는 건, 아르비스가 김철수 자신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스승님의 뜻도 그와 같습니까?”

“글쎄다.”

“스승님이라면 저보다 훨씬 위대한 수호수를 키워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보다 훨씬 전문가이시니까요.”

“그야 물론 그렇겠지.”

트리투리는 크흠, 헛기침을 했다.

요즘 급격한 성공을 맞이한 그는 자신에게 꽤 취해 있었다.

“서울의 수호수보다 더 위대한 수호수를 보고 싶습니다. 보여주십시오.”

“흐음.”

트리투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실 그도 아르비스에 수호수를 심어보고 싶기는 했다.

다만 스승의 체면상, 제자의 것을 받아 수호수를 심기가 애매해서 가만히 있었을 뿐.

차진혁은 트리투리의 욕망을 살살 건드렸다.

“부디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이것은 저에게만 내려주시는 가르침이 아닙니다. 서울의 수호수보다 더욱 위대한 수호수를 키워낸다면, 그것은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수많은 자들에게 스승님의 업적과 가르침이 당도할 것입니다.”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말씀만 하십시오.”

“이 땅에 심는 수호수는 나의 소유로 하겠다.”

“물론이지요. 당연합니다. 스승님의 것이 아니면 누구의 것이겠습니까?”

명의 같은 건 전혀 상관없었다.

그냥 이 서버에 서울 수호수의 분신이 자라나면 그만이었다.

“서울 수호수에서 내가 원하는 가지를 내가 직접 잘라오겠다.”

“예, 알겠습니다.”

“수호수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네게 청구하겠다.”

“실제 들어가는 비용의 10배를 드리겠습니다.”

트리투리의 몸이 움찔했다.

솔직히 저기까지는 생각 못했다.

“스승님의 노고를 생각하면 당연히 그 정도는 챙겨드려야지요.”

“그, 그렇지?”

트리투리는 하하 웃었다.

전성기의 맛이 참으로 달콤했다.

“다만 저도 한 가지 부탁이 더 있습니다.”

“부탁이 더 있다?”

“수호수를 렌마에 심어주실 수 있습니까?”

“흐음. 거기는…….”

헬렌 제국의 대도시 렌마.

그곳은 땅값이 비싸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곳이었다.

“400평 규모의, 커다란 정원을 가진 저택을 구입해 놓았습니다.”

“…….”

트리투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삶의 최전성기를 맞이한 트리투리지만, 대도시 렌마의 400평 대저택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었다.

‘이놈이 나보다 부자라고 유세라도 부리는 건가?’

트리투리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그냥 때려치워?’

이건 자존심의 문제였다.

제국 관리들의 부탁도 있었겠다.

차진혁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다는 마음이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스승님 명의로요.”

“렌마의 땅이 아주 비옥하기로 유명하지. 훌륭히 키워보마.”

* * *

헬레 제국, 대도시 렌마의 시장은 밝게 웃었다.

“뮈엔느 경, 좋은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이요?”

“자네의 과오가 드디어 다 청산된 것 같군. 제국 성기사단으로 복귀해도 좋다는 공문이 내려왔네.”

뮈엔느는 과거 부정부패를 일삼고 부하들을 괴롭히던 상관을 폭행한 죄로 성기사단에서 쫓겨났다.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답게, 그녀는 정석적인 루트를 밟아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고 원칙에 따라 행동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의 상관은 대신관의 아들, 루이펜드로였다.

-“이봐, 뮈엔느 경. 답답한 짓 좀 그만하지?”

루이펜드로는 뮈엔느의 직속부하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뮈엔느 경. 저희가 너무 괴롭습니다.”

-“이번 인사고과에서 또…….”

-“별별 꼬투리를 잡아서 연차를 잘랐습니다.”

-“뮈엔느 경…….”

우직한 뮈엔느는 이 모든 것들이 부당하다며 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소용 없었다.

-“그래, 뮈엔느 경. 소용없다니까. 우리 아빠가 대신관이야, 대신관 몰라?”

루이펜드로의 악행은 점점 더 도를 지나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사건이 터졌다.

뮈엔느 밑으로 들어온 수습 성기사 하나를 위험천만한 현장에 보내어 죽게 만든 것이었다.

부하들을 무척 아끼는 뮈엔느는 루이펜드로에게 항의했다.

-“수습 기간 동안에는 현장 투입이 불가합니다. 그런데 2, 3급도 아니고 1급 현장에 투입이라니요. 이건 명백한 잘못입니다.

-“아, 죽었어? 잘 됐, 아니, 안타깝게 됐네.”

상관이 이죽거리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그러니까 까불지 말라고 했잖아. 미친X아.”

-“…….”

-“창 좀 잘 쓴다 하니까, 뭐, 세상이 다 네 거 같냐?”

-“…….”

-“수습은 네가 죽인 거야. 잘난 뮈엔느 경.”

-“이건 루이펜드로 경의 잘못입니다.”

-“아, 그놈의 잘못, 잘못. 그래. 내가 잘못했지.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옳지 않습니다.”

-“다음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어.”

루이펜드로는 킥킥대며 웃었다.

-“깔끔하게 딱 한 번 자자. 그럼 앞으로 수습은 안 죽일게.”

뮈엔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루이펜드로는 폭행했다.

다른 기사들이 황급히 달려와 말리지 않았다면 루이펜드로는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었다.

어쨌든 상관을 폭행한 죄로 뮈엔느는 좌천되었고, 렌마의 치안을 맡게되었다.

렌마의 시장은 뮈엔느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

뮈엔느가 다시금 성기사단에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자네는 이 도시에 꼭 필요한 사람이긴 한데…….”

뮈엔느 쯤 되는 인물이 치안을 맡아주는 경우는 잘 없었다.

뮈엔느라는 상징성 덕택에 렌마는 아르비스 내에서도 가장 안전한 도시로 손 꼽혔고, 시장 또한 탄탄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그래도 내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자네를 붙잡을 수는 없겠지. 자네는 여기보단 성기사단이 훨씬 어울리는 사람이니까.”

“저를 필요로 하십니까?”

“자네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저를 필요로 해주십시오. 계속 이곳의 치안을 맡겠습니다.”

“그래. 그것이 그대의 미래를 위해…… 응? 뭐라고?”

“렌마의 치안을 맡겠다고 했습니다.”

“복귀 안 하고?”

“예.”

“왜?”

“그러면 안 됩니까?”

“아, 아니, 안 될 이유는 없지만. 아니, 자네 성기사단으로 늘 복귀하고 싶어했잖아. 그것이 창술가가 가야 할 길이라고…….”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보람차더군요.”

“…….”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장은 뮈엔느의 말투가 약간 이상하다고 느꼈다.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경직된 말투였다.

‘대사를 외워온 것 같기도 하고?’

뮈엔느가 말을 이었다.

“시장님은 훗날 총리를 목표로 하시지요?”

신성 제국인 헬렌제국에서 가장 높은 자는 성왕이지만 그것은 명예직에 가까웠다.

실질적으로 제국을 운영하는 사람은 총리.

대도시 머렌의 시장 자리는 총리로 향하는 필수 코스 중 하나였다.

“제가 옆에서 돕겠습니다.”

“……자, 자네가? 왜?”

“권력을 갖고 싶어졌습니다.”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뮈엔느가 저런 말을 하다니.

물론 권력을 가지면 좋다고 조언해 준 사람이 자신이기는 했지만 사람이 바뀌어도 너무 빨리 바뀌고 있었다.

“당분간 머렌의 치안을 지키며 시장님의 지지율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 * *

대도시 렌마에 이렇게 커다란 저택이 생길 줄은 몰랐다.

인생은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내 집, 내 집, 내 집……!”

거기에 수호수까지 옮겨 심었다.

그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할아버지의 숙원을 내가 이룰 것이다……!”

제국의 관리들이 나타나 귀찮게 굴 것 같다는 예상과는 달리, 아무도 그의 정원에 침입하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 그를 찾아왔다.

“당신은…… 뮈엔느 경?”

“예. 이거 받으십시오.”

뮈엔느가 종 모양의 아이템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게 뭡니까?”

“도시 경비대장 직통 알람입니다.”

“도시 경비대장이라면…… 뮈엔느 경 당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곧장 이 종을 흔드시면 됩니다.”

트리투리는 떨떠름했다.

말이 좋아 도시 경비대장을 호출하는 거지, 헬렌 제국의 7대 성기사를 경비원으로 부린다는 것 아니겠는가.

‘내, 내가 이렇게까지 중요한 사람이었나?’

역시 사람은 성공하고 볼 일이었다.

뮈엔느가 직접 나서서 경호를 해주겠다니.

그러던 중, 뮈엔느가 조심스레 말했다.

“철수 님에게 제 얘기 좀 좋게 해주십시오.”

“……응?”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보았는데 뮈엔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방금 뮈엔느 경의 얼굴이 붉어진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트리투리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금 수호수를 돌보기 시작했다.

* * *

피사트 가문은 검의 가문답게 검의 제국 스웨딘에 위치하고 있었다.

“곧 피사트 가문의 저택에 도착합니다. 이곳에도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많네요.”

깨끗하게 잘 관리된 대로를 걷고 있는 중.

상당히 많은 스웨딘 시민들이 차진혁을 알아보았다.

사인을 해달라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차진혁을 따라다니며 촬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르비스에서 나를 이렇게 알아보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이곳에서도 점차 유명세를 얻고 있는 것 같아 무척 기뻤다.

“다리가 보입니다. 이 다리 건너편, 저기 성이 보이시죠? 저곳이 피사트 가문입니다. 마치 거대한 요새 같군요.”

차진혁은 다리를 건너 대문 앞에 도착했다.

대문은 이미 활짝 열려 있었고, 안쪽으로는 일자로 길이 쭉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길 양옆으로 은색 갑주를 차려입은 검술가들이 도열해 있었다.

“받들어 검.”

검술가들이 하늘을 향해 검을 뽑아 들었다.

마주편에 선 검술가들의 검과 검이 엇갈리며 빼곡한 검림을 만들어냈다.

“와. 상당히 멋진 장면입니다. 저게 말로만 듣던 검로인가보군요. 지나쳐보겠습니다.”

차진혁은 길을 따라 걸으며 생각했다.

이 중에 한 명만 미쳐서 검을 내리치면 방송각이 살겠다고.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쉽네.’

차진혁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가주의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거…… 일이 너무 쉬운데?’

이상하리만치 모든 일이 쉽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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