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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47화 (347/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47화

사향의 아카시아.

그녀의 등장에 시청자들도 술렁거렸다.

-솔직히 아카시아는 좀 오바 아니냐?

-아르비스 랭커라니?

-일반 랭커도 아님. 최정상급임.

-심지어 피사트 가문에서 작정하고 키운 검객임.

-이번에는 아무리 김철수여도 가망 없다.

이처럼 상식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이들이 있었고.

-응 시에르 때도 그랬음.

-맨날 이번에는 다르대 ㅋㅋㅋㅋㅋ

-프로 정주행러: 응 맨날 이번에는 진짜 위기.

차진혁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신뢰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마침 김철수가 말했다.

“치열 유니버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응 치열 유니버스 오픈이요 ♩♬♪

-와 ㅋㅋㅋㅋ 김철수 폼 미쳤다 ㅋㅋㅋ

-이제는 중2마저 낭만으로 소화하는 치열좌, 그는 대체……!

강렬한 충격파가 일고 황금빛 햇살이 내리쬐던 그 찰나.

아카시아는 날카로운 살기를 느끼고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이내 의아해졌다.

‘아무 공격이 없었다?’

분명 위험을 감지했었다.

그녀의 가까운 미래를 볼 수 있는 ‘미래시’를 가졌고, 그를 통해 상대의 움직임과 공격을 거의 정확하게 읽어내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피해냈는데 아무런 공격이 없었다.

‘내 미래시가 틀렸다?’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졌지만 그다지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잘 단련된 기도다. 숙련된 무투가 같군.”

“아카시아. 네 기감은 무척이나 특별하다고 들었다. 상대의 신체가 가진 힘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던데. 그 말이 맞나?”

아카시아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내 신체의 수준이 아르비스의 랭커들과 비교하면 어떻지?”

“아르비스의 랭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는 되는군.”

아카시아는 차진혁과의 대화를 피하지 않았다.

그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스트리머는 비전투계열이 아니었나?’

그녀가 아무리 세상 물정에 어둡다고는 해도, 스트리머가 전투계열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비전투계열치고 본연의 신체 자체가 지닌 강함이 지나쳤다.

“그러나 그뿐이다.”

“무슨 뜻이지?”

“일정 수준 이상의 강자들 사이에서 신체가 지니는 강함의 비교는 무의미하지.”

그것은 아카시아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다. 신체의 강함은 모두가 엇비슷해진다.’

물론 그 사이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 정도 반열에 오른 모두는 상대를 죽일 만한 충분한 힘이 있다는 뜻이니까.

“그 힘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재능이 중요했다.

이 이상은 노력으로 극복이 불가능한 천부적인 영역.

그 천부적인 재능 안에는 ‘직업’도 포함이었다.

“스트리머치고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맨몸으로 내 검을 막아낼 수 있는 자는 우주를 통틀어서도 그리 많지 않을 테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된다. 네 죽음이 초라하지는 않겠군.”

사자는 토끼를 사냥할 때에도 최선을 다하는 법.

그녀는 최선을 다해 김철수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차진혁은 싱글벙글 웃었다.

“아카시아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출사표는 성공적으로 던져진 것 같으니, 저도 전력을 내보겠습니다.”

* * *

편집자 강철은 몇 초 동안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게…… 극강의 반열에 오른 랭커들의 전투?’

차진혁과 아카시아의 전투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문제는,

‘0.5배속으로 돌려도 아예 안 보여.’

그 기본공방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었다.

‘너무 빨라서 나도 자꾸 놓치는데.’

실시간 방송을 최대한 맛깔나게 전달해야 하는데 그게 힘들 것 같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지연 방송을 선택해야만 했다.

‘나는 아직도 부족하다!’

두 사람의 전투는 강철을 또다시 각성하게 만들었다.

눈을 깜빡일 여유도 없었다.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고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편집작업에 몰두했다.

[※편집자 공지: 전투 진행이 너무 빨라서 적절한 연출이 어렵습니다. 속도만 늦춘 영상으로 지연 송출하겠습니다. 1인칭 시점으로는 전투를 제대로 잡을 수가 없어서 3인칭 송출을 부탁드렸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치열한 집중력을 보이며 화면을 느리게 송출 중인 강철은 점차 이상함을 발견했다.

‘어?’

차진혁의 몸에서 황금빛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변화를 발견했다.

‘머리카락이…… 금색으로 물들었다.’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눈동자도 황금색으로 변했다.

전투를 중계하는 이야기꾼 왕유미도 약간 놀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철수 님이 움직이는 곳마다 흔적이 남고 있는데요.”

왕유미는 영상을 확대해서 보여주었다.

“이곳에 흐릿한 발자국들이 보이죠?”

황금빛 기류가 일렁거리는 발자국들이 보였다.

3인칭으로 중계되는 공간.

그 공간에 온통 발자국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점점 진해지고 있어요!”

발자국만 남는 것이 아니었다.

미리의 궤적이 공간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마치 공간 자체에 황금빛 생채기를 내버린 것만 같았다.

왕유미가 점점 흥분했다.

“왕의 흔적! 저는 이 현상을 골든 트레이스라고 부를게여!”

화면이 온통 황금빛 흔적으로 가득했다.

차진혁이 미리를 휘두르며 말했다.

“이제 공개하겠습니다. 수호수의 진짜 권능을.”

콰앙-!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망치 형태의 미리가 대검의 옆면을 강타하는 소리였다.

그 충격음이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전해졌다.

‘큭.’

아카시아는 그 충격을 완전히 다 흘려내지 못하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짧은 시간 동안 수천 번의 공방이 이어졌고, 둘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아카시아는 꽤 큰 충격을 받은 상태.

‘스트리머치고 강한 것이 아니라 전투계열 플레이어 중에서도 강하다.’

분명 처음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변화가 있었다.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마치 천부적인 재능을 인위적으로 부여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금발, 금안으로의 변화. 영향이 있는 건가?’

그런데 아카시아 기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김철수가 본인의 비밀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수호수가 있는 서버라면, 저는 어디서든지 한국 수호수의 권능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헐?

-수호수 여러 군데 심고 있지 않음?

-요즘 수호수 관련 1티어 서버가 지구임.

“그리고 수호수의 권역 안이라면 저는 지치지 않습니다.”

체력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다.

전투 시 체력 안배를 늘 생각할 수밖에 없는 다른 플레이어들과는 달리 매순간 전력을 다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말씀드려야겠군요. 예전, 지구 서버 플레이어들은 레벨 +30 버프를 받은 적이 있었죠. 서울맵은 +40 버프였고요. 저는 그 버프를 거부했었습니다.”

물레벨이 될 수는 없었으니까.

괜히 레벨만 높아졌다가 ‘진짜 성장’을 하지 못할 것이 두려웠었다.

“하지만 이제는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차진혁 기준에서 레벨 40이 오르는 건 너무 애매했다.

좋기는 좋은데, 물레벨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수준.

그러나 40이 아니라 100쯤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호수의 권역 안에서 저는 레벨을 +100 판정을 받습니다. 수호수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100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차진혁은 아카시아의 표정에 집중했다.

그녀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었는데, 마치 관찰 예능의 패널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리액션이 살아 있네!’

일그러진 표정의 아카시아가 물었다.

“레벨을 조정할 수 있다고?”

“그래.”

“…….”

아카시아의 의문이 이제야 풀렸다.

“어쩐지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 계속해서 강해지더라니.”

아무리 천부적인 전투센스가 있다고 해도, 순식간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런데 수호수의 권능을 통해 레벨을 야금야금 올리고 있었다니.

“매사에 전력을 다할 수 있고, 레벨을 조정할 수 있다라. 충분히 사기적인 능력이군.”

아카시아가 피식 웃었다.

“일말의 죄책감도 버릴 수 있겠어.”

아카시아 향기가 더욱 진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향. 그야말로 죽음의 향기.

바닥의 모래들이 시꺼멓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죽음의 안개가 차진혁을 향해 밀려들었다.

낫을 든 죽음의 사신이 다가오는 환상이 보였다.

“이건 1인칭으로 해야 느껴지겠는데요. 아카시아의 기세가 달라졌습니다. 잠시 1인칭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심약자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5초 뒤 전환하겠습니다.”

차진혁은 안정적인 방송을 위해 ‘흘리는 바람’을 사용하여 아카시아의 대검을 피해냈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

차진혁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베어졌다.

‘오. 꽤 위험해 보였겠다.’

거기서 영감을 얻은 그는 옷의 일부도 내주었다.

옷의 앞섶에 기다란 검상이 새겨지는가 싶더니, 검상이 옷 전체로 퍼져나갔다.

마치 종이가 불에 타서 사라지는 것처럼 상의가 사라졌다.

“여기까지가 너의 한계인 것이냐?”

아카시아의 대검에 붉은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 기운에는 살의가 가득했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나도 체력을 안배할 필요가 없겠지.”

전력 대 전력으로 부딪쳐야 했다.

체력전으로 가면 불리해지는 것은 이쪽이었으니까.

상대의 능력을 모두 파악했으니 빠르게 끝내는 것이 유리했다.

차진혁이 말했다.

“한 가지만 묻자.”

“무엇이지?”

대검을 휘둘렀다.

붉은 반달 형태의 검기 수십 가닥이 차진혁을 향해 쏘아졌고, 환상검희가 모습을 드러내 춤을 추듯 검기를 튕겨냈다.

“아까, 네 친구를 죽였다고 말해놓고서는 곧바로 내게 개인적인 원한은 없다고 했었지?”

“…….”

“그것은 일종의 힌트 같은 건가?”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재차 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검 위로 거대한 붉은 도깨비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하늘에 닿을 만큼 거대한 검을 들고 있었다.

“극의. 붉은 도깨비.”

지금의 아카시아가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극의.

붉은 도깨비가 강림한 곳에는 죽음의 냄새만이 감돈다- 라는 유명한 격언을 만들어낸 그 붉은 도깨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간 전체를 짓누르는 압박감이 느껴졌으나 차진혁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힌트로 이해하겠다. 네 의지가 아니라, 피사트 가문의 명령으로 나를 공격한 것이라고.”

“……아쉽지만 이제 네 목숨을 거두어야겠다.”

붉은 도깨비가 대검을 휘둘렀다.

땅과 하늘을 이을 만큼 거대한 대검.

현신한 순간, 이 땅에 피할 공간은 없었다.

땅에 대검의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웠다.

마치 하늘이 추락하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네가 패배한다면, 내게 합당한 선물을 남기려고 작정했다고 볼 수 있겠지.”

“그래. 그랬다.”

아카시아는 나름의 정의를 가진 인물.

그녀로서는 스트리머인 김철수를 공격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가문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행했을 뿐.

그래서 그녀에게는 명분이 필요했다.

자신이 스트리머를 공격해도 될 명분.

“혹여, 이 공격에서 네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래서 나를 쓰러뜨릴 수 있다면, 너는 천하에서 제일가는 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카시아가 지도를 꺼내서 보여준 뒤, 다시금 품에 넣었다.

“이 지도에 무구가 잠든 곳이 기록되어 있다.”

도깨비의 대검이 강림했다.

피할 곳은 없었다.

신의 형벌처럼 내려온 거대함이 작은 차진혁을 짓눌렀다.

차진혁이 조그마한 망치를 들어 올렸으나 그것은 너무 미약한 발버둥처럼 보였다.

“태초로 돌아가라. 김철수.”

아카시아가 등을 돌렸다.

이제 화면은 3인칭으로 바뀐 상태.

-미, 미친.

-이건 좀 아니지 않음?

-스트리머 보호조약 어디 감?

차진혁에 대한 전폭적인 믿음과 신뢰를 보내던 철수랜드들도 발을 동동 굴렀다.

-이건 아니지!

-명백한 조약 위반이다!

-ㅅㅂ 진짜 이건 너무하네!

그런데 그때, 차진혁이 말했다.

“설마 이게 전력?”

“…….”

아카시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금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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