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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46화 (346/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46화

차진혁으로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이어졌다.

“수호수가 다시 작아지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상서롭고 위대해 보였던 거대한 황금 수호수는 이제 흔하디흔한 가로수처럼 변해 버렸다.

화려함의 끝은 평범함이라고 했던가.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더니.

-갑자기 저렇게 된다고?

-원래 진짜 부자들은 티 안 남.

언제나 그렇듯, 차진혁의 방송에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인급동 1위에 랭크되었다.

-설마 비밀로 하지는 않겠지?

-에이 설마.

-그거는 진짜 양심 없는 짓이다.

차진혁은 잠시 고민했다.

수호수의 외형이 변화함과 동시에 몇 가지 커다란 변화가 있었는데, 이걸 공개해도 되는지.

“원래는 모두 공개하려고 했었는데요.”

-아 설마.

-설마 아니지?

-여기서 절단이라고?

“생각보다 너무 큰 변화가 있어서 말입니다. 군주와 상의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안 돼애ㅐㅐㅐㅐㅐㅐㅐ

-ㅅㅂ 이건 너무하잖아!

-욕해도 된다. 나 철수랜드인데 이건 쉴드 불가다.

차진혁은 곧바로 한세린에게 연락했으나 한세린이 연락을 받질 않았다.

알아보니 K군단 플레이어들과 함께 던전을 공략 중이라나 뭐라나.

‘시청자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한세린이 공략 중이던 던전에 들어갔다.

지구를 기준으로 최정상급은 아니지만, ‘고수’반열에 들은 플레이어들이 철갑을 두른 코뿔소 형태의 보스몹과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

레벨은 200 초반.

플레이어들 뒤쪽에서 전투를 지휘하던 한세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긴 왜 왔어?”

“긴히 상의할 게 있어서. 근데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말하자면, 이렇게 약한 곳에서 왜 시간 낭비하고 있느냐는 얘기였다.

“보면 몰라? 쩔 해주고 있잖아.”

“쩔? 초보들 키워주는 그거?”

“응.”

시청자들은 ‘ㅋㅋㅋ’를 쏟아냈다.

-저거 강철갑 무쇠코뿔소 아님?

-저래 보여도 무게만 10톤이 넘어감 ㅋㅋ

-기본 레벨 200 초반인데 보스몹 보정 받아서 꽤 셀 텐데?

-치열 유니버스에서 저 정도는 잡몹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 ㅋㅋ

한편, 강철갑 무쇠코뿔소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던 쌍검술가 장도영은 이를 악물었다.

‘쩔? 초보?’

그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었다.

레벨 200 초반의 보스몹을 상대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초보란 말인가.

지구 기준으로도 그렇고, 어지간한 서버에서도 이 정도 플레이어들은 고수 소리를 듣는 전력이었다.

‘허세도 정도껏 부려야지!’

지금 나타난 사람이 김철수라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조작방송이나 맨날 처하는 주제에.’

그는 아주 상식적인 사람이었고, 차진혁의 방송이 가짜라고 믿었다.

장도영이 특별히 의심이 많다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스트리머가 지옥의 최강자 시에르보다 강할 수는 없는 거니까.

치열 유니버스는 그저 컨셉이며, 김철수의 전투도 연출된 장면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근데 나 시간 별로 없는데.”

“그래? 그럼 빨리 끝낼까?”

“그래 주면 좋고.”

장도영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저 코뿔소 놈의 장갑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지도 못하면서.’

상당수의 전투 플레이어가 그렇듯, 그 또한 비전투 플레이어를 미묘하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직접 공격을 해보면 얼마나 공략하기 어려운 놈인지 알게 되겠지. 어디 한번 직접 해봐라.’

눈으로 보고 싶었다.

저 대단하다는 최강의 ‘스트리머’가 정말로 진짜배기 공격계 플레이어들보다 강한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그런데 화살이 하나 날아왔다.

‘어?’

김철수가 화살도 쓸 줄 알았나?

고개를 힐끗 돌려보니,

‘한세린?’

김철수가 아닌 한세린이 전투에 직접 개입 중이었다.

그 화살 자체의 공격력이 강하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뭐지? 공격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어?’

한세린의 화살은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효율은 내고 있었다.

코뿔소의 움직임을 적절히 차단하고,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다른 플레이어들의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장도영도 마찬가지였다.

‘놈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는 이게 한세린의 화살 덕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드디어 놈이 지쳤다!’

공격계 플레이어들이 여태껏 열심히 싸워준 덕분에 코뿔소가 느려진 것이라 생각했다.

장도영이 씨익 웃었다.

‘우리는 놈을 빠르게 공략해 나가고 있다!’

공격계 플레이어들끼리 손발이 척척 맞는 느낌.

이제는 모두가 하나 되는 고양감이 느껴졌다.

과연 고수들의 전투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라고 생각했으나 차진혁 기준에서는 영 아니었다.

“음…… 빨리 한다고 안 했냐?”

“……아직 초보들이라 그래.”

“그냥 내가 빨리 끝내도 되지?”

“나는 초보들한테도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네가 정 급하다면 어쩔 수 없지.”

장도영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공격을 멈췄다.

‘느려? 초보?’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말들이었다.

아무리 방송이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가며 방송각을 잡는단 말인가.

‘응?’

그의 옆으로 환상검희가 스쳐 지나갔다.

‘지나갔어?’

그는 환상검희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환상검희는 이미 코뿔소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저게 그 환상검희?’

짤로만 몇 번 봤던 환상검희가 분명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봤을 때는 어딘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을 자아내는 미인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몸이…… 안 움직여.’

환상검희를 코앞에서 본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뱀 앞의 개구리처럼.

방어신비인 환상검희가 작게 읊조렸다.

“오의.”

오의(奧義).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지니고 있는 깊은 뜻…… 이라는 뜻이지만, 사실 별 뜻은 없었고, 스킬명도 아니었다.

그저 신비의 주인인 김철수의 영향을 받아서 있어 보이는 말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선제 방어.”

핏빛 망치를 휘둘렀다.

강철갑 무쇠코뿔소의 단단한 외피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보스몬스터, 강철갑 무쇠코뿔소를 사냥하였습니다.]

장도영은 털썩 주저앉았다.

‘저게…… 방어라고?’

그의 눈에 보인 건, 머리가 처참하게 망가진 강철갑 무쇠코뿔소의 시체였다.

그는 깨달았다. 김철수의 방송은 조작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초보가 맞다는 것을.

그는 홀린 듯 핸드폰을 꺼내 들어 엘튜브에 김철수를 검색했다.

[구독]

구독자가 한 명 늘었다.

* * *

차진혁의 집.

한참 고민하던 한세린이 말했다.

“먼저 이것부터 확인할게. 세계관 최강의 스트리머, 아니, 세계관 최강의 플레이어가 되는 걸 컨셉으로 잡을 생각이 있어?”

“당연하지.”

“예전에는 3등만 하려고 했었던 적도 있잖아.”

“그 김철수는 죽었어.”

“그래. 그러면 다 공개하자. 아예 압도적으로 성장하는 걸 보여줘도 좋을 것 같아. 이제 숨기는 건 의미 없을 것 같기도 해. 네가 여태껏 보여준 것만으로도 애황 마르코가 움직인 걸 보면 말이야.”

애황 마르코가 움직였을 정도로, 이미 ‘김철수’는 각성자 사냥꾼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사냥감이었다.

그들 때문에 무언가를 숨기는 건 의미 없었다.

“차라리 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공개해서 덤벼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지금의 김철수에게는 더 맞는 방식인 것 같아.”

“그래, 알겠다.”

차진혁이 히죽 웃고선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 수호수의 권능에 대해 다 오픈하기는 할 건데…….’

그냥 말로 다 풀어내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연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적절한 이벤트가 하나 벌어지면 좋겠다.’

그 기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 * *

차진혁은 지구와 지옥서버를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사실 ‘우주급 시나리오’를 더 진행하고 싶었지만 베셀리티의 보물을 얻은 이후로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상태.

그래서 지금은 지옥의 안정화에 더 힘쓰는 중이었다.

‘스마트폰 보급률도 올리고.’

지옥의 수십억 주민들이 다 잠재적 구독자들이었다.

이들을 모두 사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지옥의 주민들은 말하자면 청정구역의 주민들이었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고 콘텐츠를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 약간의 자극에도 크게 반응했다.

리액션이 무척 좋은 탓에 방송을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미공략 던전이나 하나 깨볼까.’

건조한 모래가 흩날리는 광야.

혼자 그곳을 거닐고 있는데 저만치 멀리 로브를 뒤집어쓴 한 사람이 보였다.

“사람이 보이네요?”

그는 헝겊으로 감싼 커다란 것을 등에 메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겠습니다.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은 아닌데…… 사람 형상의 마물이면 좋겠습…….”

순간, 차진혁은 ‘흘리는 바람’을 사용했다.

그의 상반신이 바람처럼 미끄러지며 공격을 피해냈다.

‘빠르다!’

후웅-!

바람이 일었다. 힐끗 눈동자를 돌려 옆을 보았다.

로브가 벗겨져 얼굴이 노출되어 있었다.

‘냄새?’

좋은 향기가 났다.

“헝겊으로 감싼 거대한 대검. 금발 머리에 하얀 피부. 뾰족한 귀. 결정적으로 무척 좋은 꽃향기. 아르비스의 랭커. 사향의 아카시아.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사향(死香:죽음의 냄새)의 아카시아.

아르비아 7대 가문 중 하나인 피사트 가문의 제1 검이라 불리는 인물로서, 아르비스 내에서도 최상위 랭커였다.

진짜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난다고 하여 사향의 아카시아라 불렸다.

“신기합니다. 숲의 일족들의 몸에서 고향의 냄새가 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이네요. 사향의 아카시아. 왜 나를 공격하는 거지? 너는 각성자 사냥꾼도 아닐 텐데. 아, 참고로 나 지금 방송 중이다.”

“네가 내 친구를 죽였다.”

“친구라면…….”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쟤 친구를 죽였어?’

흘리는 바람이 저절로 작동되었다.

‘안 움직인 거 같은데?’

아마도 검기 같은 것을 쏘아냈으리라 짐작했다.

확실히 아르비스 최상위 랭커.

그것도 전투계열 최상위 랭커와 일대일은 아직 무리인 것 같았다.

아카시아는 대검의 헝겊을 풀기 시작했다.

“저 헝겊을 풀면 비로소 지독한 죽음의 냄새가 드리운다……라는 표현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요.”

차진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카시아가 장난을 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저 헝겊을 푼다는 건 진지하게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

“네 실력에 과장이 많다 생각했었다.”

“몹시 우아한 자세로 검을 겨누고 있습니다.”

아카시아의 기세가 살벌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 기세도 차진혁의 멘트를 막을 수는 없었다.

“대검을 들고 있는 저 모습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검과 하나 된 것처럼 보입니다. 검이 아카시아이고, 아카시아 검으로 느껴지는군요.”

대검은 빛을 받아 그림자를 드리워 아카시아의 강렬한 모습을 더욱 강조하고 있었다.

“영광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습니다.”

“…….”

아카시아는 차진혁의 멘트들에 인상을 찡그렸다.

피사트 가문의 검으로 키워졌고, 평생 검만 다루며 살아왔던 그녀에게 있어서 이 상황을 무척이나 낯설고 생소했다.

그녀는 스트리머에 대한 이해도도 낮은 편이어서 차진혁이 한심하기만 했다.

죽음을 오가는 전장에서 한가로이 저런 감상이나 내뱉고 있다니 말이다.

‘한심하군.’

그녀는 검을 겨눈 채 말을 이었다.

“네게 개인적인 원한은 없다.”

편집자 강철이 곧장 자막을 채워 넣었다.

[???: 네가 내 친구를 죽였다.]

-뭐지? 아까는 친구를 죽였다며?

-ㅋㅋㅋ 말바꾸기 오지네 ㅋㅋㅋ

아카시아가 말은 이상하게 했지만 실력까지 이상한 건 아니었다.

그녀가 몸을 낮추고 사막을 가로지르자 금발 머리카락과 로브가 바람결에 휘날렸다.

모래가 갈라지고, 그녀의 몸 뒤로 모래폭풍이 일었다.

강하고 결단력 있는 걸음.

그 걸음에 응답하듯 그녀가 손에 쥔 대검이 웅웅- 대며 검명을 울려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여러분께 선보이려고 했습니다. 제가 조금 더 강해졌거든요.”

이번에는 일부러 ‘흘리는 바람’을 사용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대검을 힐끗 바라보며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방송 제목을 [출사표]로 설정했다.

“이제 저는 세계 최강의 플레이어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그의 오른손과 아카시아의 대검이 부딪쳤다.

거대한 충격파가 하늘로 치솟아 구름을 반으로 갈랐다.

갈라진 구름 사이로 황금빛 햇살이 내리쬐었는데, 그 강렬하고 뜨거운 햇살이 차진혁을 비추었다.

오른손으로 아카시아의 대검을 막아낸 차진혁이 히죽 웃었다.

“치열 유니버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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