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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41화 (34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41화

“마르엔비아가 무엇인지 알고 계신 분 있나요?”

많은 시청자들이 ‘ㅋㅋㅋ’를 쏟아냈다.

-와, 여기서 보라를 진행한다고?

-방송 흐름 미쳤네ㅋㅋㅋㅋㅋ

-지옥에서 제일 강한 플레이어를 압살하고 나서 태연스레 하는 게 그냥 보라라니 ㅋㅋㅋㅋㅋ

방금 차진혁이 보여준 것과 같은 격렬한 플레이와 보라(보이는 라디오)는 결이 아주 많이 달랐다.

두 영역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고 각 콘텐츠를 진행하는 스트리머들이 극명하게 구분되어 있을 정도였다.

-생각해 보니 김철수는 둘 다 가능하네?

-ㅋㅋㅋㅋ 진짜 역대급 재능이긴 하다

-저게 재능이냐? 노오력이지.

왕유미는 수십만 개씩 올라오는 채팅들 가운데에서도 차진혁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쏙쏙 뽑아냈다.

여기에는 김민지의 도움이 있었다.

“민지 님. 자료 정리되고 있죠?”

“물론이지.”

‘케이마나르’의 인공던전에서 한세린을 도와주던 김민지는 어느새 왕유미 옆에, 왕유미와 비슷한 동글뱅이 안경을 쓰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건 철수 님 도와주는 게 아니라 우리 유미쌤 도와주는 거다.”

김민지는 몇몇 필요한 정보들을 뽑아냈고, 그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하여 왕유미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왕유미는 그 정보들을 취합하여 실시간으로 차진혁에게 전달해 주었다.

[케이마나르. 마르엔비아. 둘 다 사람의 이름일 것 같아요. 아마도 아르비스 출신인 것 같구여!]

차진혁은 나름대로 감탄하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 덕택에 케이마나르와 마르엔비아. 둘 다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집단지성의 힘은 역시 놀랍네요.”

차진혁은 왕유미로부터 전달받은 닉네임들을 읊어주었다.

“소중한 정보를 전해주신 불타는짜장 님, 메롱메롱 님, 잘생긴게최고야짜릿해 님, 갓물주갓생 님, 귀여워고양이 님. 모두 감사드려요.”

차진혁의 말은 시청자들을 더욱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개부러워 ㅠㅠㅠㅠㅠ

-저도! 저도 이름 한 번만 불러주세요!

-제 이름 좀!

-형 제 이름도 한 번만요 ㅠㅠㅠ

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해 듣고 있는 차진혁은 괜스레 민망해졌다.

‘내가 이름 불러주는 게 뭐 그렇게 대수라고.’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엄청난 희열과 함께 가슴이 콩닥거렸다.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 * *

집단지성의 힘을 빌어보았지만 이 이상 유의미한 결과를 찾을 수는 없었다.

차진혁으로서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한세린이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어떡해? 별로 소득이 없어서.”

“뭐가? 시청자들이랑 소통도 엄청 잘했고. 그냥 일상 콘텐츠나 다름없는 건데 시청자 숫자도 별로 안 빠졌고. 예고편으로도 쓸 수 있고. 다 너무 좋았는데.”

“……아, 하긴.”

한세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쟤가 스트리머라는 걸 자꾸 까먹는단 말이야.’

이러면 안 되는데 자꾸 이런다.

이렇게 가까운 동료의 마음조차 제대로 읽어내지 못해서야 훌륭한 군주라고 할 수는 없었다.

‘정말 많이 부족하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어.’

……라는 한세린의 개인적인 생각과는 별개로 수많은 이들이 한세린의 능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결계술사의 능력.]

한때, 시스템 최대의 커뮤니티인 네르버의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싹쓸이했을 정도였다.

1. 한세린.

2. 군주의 결계스킬.

3. 결계술사.

4. 결계술사 랭킹.

5. 결계

.

.

.

18. 듀얼 클래스.

공식 랭킹은 아니지만,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우주랭킹 시스템에도 업데이트가 있었다.

“그 얘기 들었어? 결계술사 우주 랭킹 바뀌었대.”

“결계술사 쪽은 변동이 거의 없지 않아?”

결계술사는 대체로 피지컬보다는 뇌지컬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알려진 클래스 중 하나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부족해지는 피지컬은 조수들을 고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으니까.

그래서 보통 우주랭킹 TOP100에 진입할 정도의 뛰어난 결계술사들은 대부분 70대 이상이었다.

“한세린이 10위 안에 들어갔어.”

“한세린? 그게 누군데?”

“한세린을 모른다고? 너 진짜 아저씨 다 됐구나.”

많은 이들이 깜짝 놀랐다.

“얘는 결계술사가 아니라 군주인데?”

“그래서 요즘 난리잖아. 군주의 결계술이 이렇게 강력할 수 있냐고 말이야.”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게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를 두고 싸웠다.

[이게 싸울 문제냐? 실시간 영상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응 방송은 다 주작.

└고작 군주 따위가 저게 가능했으면 ㅋㅋㅋㅋㅋ ㄹㅇ 결계술사들이 서버 다 먹었을 듯 ㅋㅋㅋ

└방방봐 모르냐?

방송은 방송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

그리고 방송적 연출로 저런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양립했다.

[저기 들어간 플레이어들이 다 상위급 랭커들인 거 모름? 걔들이 주작에 동의했다고? 신화급 신비가 눈앞에 있는데?]

└ㅇㅇ 랭커들한테는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는데 ㅂㅅ들이 돈이 최고인 줄 암 ㅋㅋ

└???: 시에르둥절?

└김철수가 500억씩 줬다면?

김철수의 방송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한세린은 아직 모르는 이야기였다.

아무튼 한세린도 잘 모르는 사이, 한세린은 결계술사 계열의 우주랭커가 되었다.

* * *

‘마르엔비아’의 단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장님! 제가 드디어 월급값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차진혁의 집을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욜린이었다.

1번 늪지대의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던, 꿀직장에 목말라하던 그 욜린.

욜린의 얼굴이 살짝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굉장히 흥분한 것 같았다.

욜린의 말이 빨라졌다.

“제가 요즘 월급루팡이라고 욕을 좀 먹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왕유미의 주도하에 MK재단에서는 역사학도들을 키우는 중이었다.

‘역사학도 육성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욜린을 임명했고 말이다.

다만 역사를 공부하고 파헤친다는 것이, 욜린 입장에서는 덕질에 가까운 행위여서 별다른 성과를 내기란 어려웠다.

때문에 MK재단에서는 욜린을 아니꼽게 보는 시선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기들은 뭐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저는 책만 읽는다고 뭐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쌓인 것이 좀 있었는지 욜린은 한 차례 폭풍 같은 설움을 쏟아낸 뒤 말을 이었다.

“케이마나르. 마르엔비아. 이거를 따로따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고요.”

욜린은 품 안에서 깃펜 하나와 잉크를 꺼냈다.

“그게 뭐지?”

“특수 제작한 종이와 잉크에요. 아르비스에서 보안을 요구하는 서류를 작성할 때 썼던 아티팩트들이고요. 보안 뚫는 게 너무 쉬워서 요즘에는 안 쓰지만 한 100년 전까지는 꽤 흔하게 썼대요.”

종이에 케이마나르를 썼다.

“이건 아르비스의 대륙 공용어고요.”

욜린은 또 다른 잉크를 꺼내 깃펜에 묻힌 뒤, 그 위에 마르엔비아를 덮어 썼다.

그러자 새로운 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골디라믐]

“골디라믐이라는 글자가 나타나게 돼요.”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죠?”

욜린의 뺨은 여전히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역사 얘기를 하니 더없이 즐거워진 것이었다.

차진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가르비누의 동료. 빛나는 보석상 골디믐과 이름이 비슷하죠?”

“수백 년 전에는 형제들끼리 이름을 비슷하게 썼어요. 그래서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굉장히 헷갈리는 이름들이 많은데, 그 때문에 역사학 교수들도…… 아, 아니, 이게 아니지. 아무튼 골디라믐은 골디믐 형제 중 넷째였어요. 역사 속에서 뭐 딱히 두드러진 발자취를 남긴 사람은 아니라서 기록된 역사서도 거의 없지만요.”

그녀는 품 안에서 아주 낡은 양피지 책 하나를 꺼냈다.

“여기 보면 빛나는 보석상 골디믐 가문의 족보가 나오는데요. 분명 골디라믐이라는 이름이 있어요.”

차진혁은 혀를 내둘렀다.

‘뭐라고 써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이런 느낌이었다.

골디믐. 골디라믐. 골디마믐. 골디하믐. 골디기믐. 골디쟈믐.

누구의 첫째 아들의 누구의 둘째 아들의 누구의 셋째 딸에 누구의 누구의 누구.

이런 것들의 연속이어서 그냥 읽으면 의미 없는 말장난이나 주술처럼 들릴 정도였다.

“인공던전조차도 앞에 [명인]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죠? 아마도 골디믐 가문에 단서가 남아 있을 것 같아요.”

욜린이 헤헤 웃었다.

“골디믐 가문에는 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사장님 편인 철수랜드가 한 명 있잖아요?”

있었다.

차진혁의 도움으로 그토록 바라던 여자가 될 수 있었던 카트리나가.

* * *

일이 술술 풀렸다.

“골디라믐의 지하창고? 내가 잘 알지.”

‘골디라믐의 지하창고’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카트리나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별로 좋은 단어는 아냐.”

“어째서?”

“골디라믐의 지하창고. 대대로 내려오는 유산 중에 하나야. 쓸모없다고 판명된 자식에게 버리는 쓰레기 같은 거.”

골디라믐의 지하창고는 가문 뒷산 동굴에 있는 창고였다.

잘 열리지도 않을뿐더러, 억지로 열고 들어가봤자 아무것도 없는 빈공간만 있는 곳.

역사적인 의미 때문에 그냥 두고 있을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공간이었다.

“거기 가볼 수 있나?”

“물론 가볼 수는 있지. 오빠가 원한다면 말이야.”

카트리나는 찡긋 윙크하고서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차진혁은 카트리나의 뒷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더 우람해진 것 같네.’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피지컬이었다.

여자가 되면서 전체적으로 선이 얇아지기는 했으나, 근육의 사이즈나 근선명도가 여전히 일품이었다.

여리여리한 육체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카트리나가 씨익 웃었다.

“근데 우리 단둘이 뒷산에 가는 거야? 그것도 아무도 없는 밀실에?”

“그건 그렇지.”

“아쉽다. 오빠 힘이 조금만 약했어도 범했을 텐데.”

차진혁은 기분이 좋아졌다.

‘어그로 잘 끌리겠다.’

조금만 더 자극적인 말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고, 카트리나는 그런 차진혁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조심해 오빠, 체력 빠지면 바로 덮칠 거야. 그래도 돼?”

차진혁이 히죽 웃었다.

자극적인 썸네일이 벌써 나왔으니까.

‘녹화는 잘 하고 있고.’

차진혁은 덩굴이 무성한 동굴 앞에 섰다.

“여기가 골디라믐의 지하창고가 있는 동굴이야. 덩굴이 너무 많은데…… 낫이나 정글도 같은 거 가져왔어?”

“아니?”

차진혁은 미리를 꺼내 들었다.

도대체 망치로 뭘 하려고?

카트리나가 묻기도 전에 차진혁은 미리를 휘둘렀다.

동굴 입구를 가득 메우고 있던 넝쿨들이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마치 분쇄기에 넣고 돌린 것 같았다.

“세상에.”

그녀는 그 누구보다 도구를 따지는 장인.

“둔기를 그렇게 쓰는 미친놈은 처음 봐. 너어무 섹시해.”

카트리나가 은근슬쩍 가까이 다가갔다.

“내 옷도 그렇게 찢어발겨주…… 가, 같이 가 오빠! 안에 동굴이 복잡해서 같이 가야 한단 말이야!”

……라고 말했으나 카트리나는 이내 자신의 걱정이 아주 쓸모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빠 여기 처음 오지?”

“그렇지?”

“근데 왜 머뭇대지 않고 이렇게 막 직진해? 방금 우리 갈림길을 다섯 개나 지나쳐왔잖아.”

“대충 길을 알 것 같아서?”

그리고 길이 틀려도 상관없었다.

다시 돌아오면 되는 거니까.

“……길을 다 외우고 있어?”

“외웠다기보다는 이 정도는 그냥 아는 거지.”

차진혁 입장에서는 별로 대단할 것도 없었다.

두더지우먼이나 르세핌까지 갈 것도 없이, 군주인 한세린도 이 정도는 아주 쉽게 기억하고 찾아낼 것이었으니까.

“군주도 하는데 스트리머가 이걸 왜 못해?”

“……하긴.”

차진혁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를 찾아냈다.

“우물 형태네요. 며칠 전 클리어했던 케이마나르의 인공던전과 매우 흡사한 모양새입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지하창고가 있다고 합니다.”

차진혁은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고 이내 착지할 수 있었다.

사방이 암석으로 막혀 있는 공간.

꿉꿉하고 습한 기운이 느껴졌고 그 앞에는 녹슨 철문이 하나 보였다.

차진혁이 인벤토리에서 열쇠를 꺼내 들었다.

“멀리 돌아왔네요. 이걸로 한번 열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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