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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40화 (340/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40화

참으로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타이밍 무엇?

-두더지우먼 열받은 표정에 치여벌임.

차진혁이 활짝 웃었다.

“저는 정말 좋은 동료들을 둔 것 같습니다.”

차진혁이 밧줄에 손을 대자 몸이 저절로 위로 상승하는가 싶더니 이내 몸이 사라져 버렸다.

두더지우먼이 버럭 소리 질렀다.

“나도 같이 데려가라, 두지!”

땅에 쪽지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이제부턴 내 차례다, 이 얼굴만 예쁘고 무능한 길잡이 녀석아.]

차진혁은 르세핌의 도움으로 아주 쉽게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다행히 신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살짝 아쉽네.’

지금쯤 문이 열리고 경쟁자들이 해일처럼 밀어닥쳐야 긴장감이 살 텐…….

‘어?’

그때 갑자기 문이 폭파되었다.

폭파된 철문의 철 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했고 차진혁이 앞장서서 르세핌과 한세린을 보호해 주었다.

오른손을 뻗어 타원 형태의 절대결계를 만들고, 르세핌과 한세린을 동시에 지켜낸 것이었다.

-와 존나 멋있어.

-철수 오빠 나를 가져요 엉엉.

-무심한 듯 지켜주는 모습에 치여버렸다.

물론 절대결계를 사용하는 데에 오른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조건 같은 건 없었지만, 아무튼 겉으로 보기에 멋져 보이기는 성공했다.

‘타이밍도 좋고.’

밀려드는 경쟁자들은 대다수가 우주 랭커급.

1초라도 방심하는 순간 신비를 빼앗길 것이었다.

‘조금 더 긴박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편집으로 꽤 괜찮은 영상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신비를 빼앗길 수는 없죠.”

랭커들이 “안 돼!” 하고 소리 지르는가 하면, 차진혁을 향해 공격마법을 시전하는 놈들도 있었다.

덕분에 다채로운 광경이 연출되었고 그 사이 차진혁은 신비에 손을 댈 수 있었다.

차진혁이 신비에 손을 대자 녹색 마력이 뿜어져 나와 흡수되었다.

[신비, ‘흘리는 바람’을 획득하였습니다.]

지옥 최강자, 시에르가 미래에 획득할 신비를 먹어 치웠다.

여기서 방송을 끝낼 수는 없었다.

“아…….”

“젠장.”

바로 눈앞에서 신비를 놓친 랭커들의 아쉬운 표정들이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차진혁은 그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눈으로 다 담았다.

“좋다 말았군.”

차진혁은 약간의 긴장을 유지했다.

‘개중에는 분명 각성자 사냥꾼 부류의 능력자들도 있을 텐데.’

어떻게든 덤벼들어서 뒤통수를 칠 놈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놈들은 없었다.

하나하나가 다 랭커이다 보니 쉽사리 움직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필이면 김철수가 스트리머였으니까.

‘저놈이 스트리머 보호조약의 보호를 받는 게 맞는 건가?’

‘김철수를 치기에는 명분이 없다.’

혼자만 있으면 스트리머 보호조약을 지킬 필요가 없지만 지금은 무려 수십 명의 랭커가 모여 있는 상황.

덕분에 보호조약을 어기고 함부로 차진혁을 공격하기는 어려웠다.

그사이, 인공던전은 클리어되었고 눈앞에서 신비를 놓친 랭커들은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한 놈도 안 덤비냐?’

차진혁은 아쉬운 속내를 감추고 말을 이었다.

“저번에 반응 보니까 시에르와의 진짜 결투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시에르의 신비를 대신해서 얻고 보니 진짜로 시에르와 싸워보고 싶어졌다.

‘나 너무 양아치인가?’

하는 생각은 아주 잠깐이었다.

일개 스트리머와 지옥 최강의 무투가가 벌이는 진짜 일대일 결투.

이건 분명 조회수가 달달할 것이었다.

* * *

시에르의 반응은 회귀 전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제가 어찌 감히 형님과 싸울 수 있겠습니까?”

물론 표현이나 태도는 전생과 많이 달랐지만 아무튼 싸울 수 없다고 말하는 건 똑같았다.

“승패와 상관없이 50억 다이아. 만약 나를 이기면 추가로 50억 다이아.”

“무기를 들어라, 개자식아.”

차진혁이 히죽 웃었다.

‘오. 욕까지 해준다고?’

컨셉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반가웠다.

결국 최강의 스트리머라 불리는 김철수와 지옥의 최강자인 시에르가 진짜 결투를 치르게 되었다.

“빨리 끝내주마, 김철수. 안 그래도 재수 없었던 차였다.”

[#이 정도 대사면 #만족하시려나 #보너스 #상여금]

차진혁과 시에르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시에르의 움직임은 과연 빨랐다.

-제대로 안 보여.

-민첩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는 듯.

차진혁도 약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놈이 너무 빨라!’

물론 반응하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 방송에 이 전투장면이 실감 나게 담기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일반 시청자들 눈으로 보면 빛이 번쩍번쩍, 소리가 콰광콰광,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테니까.

‘근데…….’

방송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

‘싸울 만한데?’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긴 하지만 못 피할 것도 아니었다.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주먹을 슬쩍 피해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격에 반응했다.

[신비, ‘흘리는 바람’을 사용합니다.]

그러자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배를 향해 날아드는 주먹을 손으로 톡 쳐내 경로를 바꾸었다.

이어지는 발차기의 궤적이 훤히 보였다.

‘와. 이거 성능이 어마어마하네.’

순간이나마 멘트를 잊을 정도였다.

‘중계자의 통찰’과 시너지도 무척 좋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상대의 몇 수 앞을 미리 읽어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건 공격을 하고 있는 당사자인 시에르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다.

‘내가 아직 공격을 하지 않았는데.’

이미 피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공격이 어디로 갈지 나보다 먼저 알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뛰어난 회피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 정도면 나도 진심으로 간다.’

그때, 차진혁이 정신을 차렸다.

싸움에 미쳐서 본질을 잊으면 스트리머라고 할 수 없었다.

지금같은 연출을 이어가면 보편적인 사람들 눈에는 재미없는 교양방송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잘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스킬, ‘시간 배율 촬영’을 사용합니다.]

놈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고 나서야 꽤 긴박감 넘치는 전투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시에르는 약간 오해했다.

‘내 속도를 감당하기가 슬슬 어려웠나 보군.’

그는 적절한 체력안배를 통해 상대를 완벽하게 궁지로 몰아가는 스타일의 무투가.

그렇기에 전력을 다해 속도를 내지는 않는 편이었다.

지나치게 힘을 쏟아버리면 너무 금방 지쳐 버리니까 말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피치를 올려야 할 때.’

[스킬, ‘고단 기어’를 사용합니다.]

신체의 모든 능력치를 폭발적으로 끌어내어 한 순간에 쏟아내는 스킬.

그때 자신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망치를 보았다.

‘눈에 훤히 보이는 공격!’

그는 더욱 거리를 좁혔다.

‘오른 주먹으로 가볍게 시야를 가린 뒤.’

턱을 공격하는 척하면서,

‘왼 주먹을 간에 꽂아넣는다.’

공격경로와 타이밍은 완벽했다.

‘됐다.’

……라고 생각한 순간,

차진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느려.”

차진혁은 이미 두어 발자국이나 멀어져 있었고, 시에르의 왼손은 허공을 갈랐다.

차진혁이 시에르의 왼팔을 향해 미리를 휘둘렀다.

빠각!

시에르는 왼팔에 커다란 통증을 느꼈다.

팔이 박살 나는 것 같았다.

‘이건 무슨……!’

그는 회피에 가장 강점이 있는 무투가였지만, 신체의 내구도와 단단함도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대포로 맞은 느낌이군.’

팔이 덜덜 떨리는 것이 뼈가 부서진 것 같았다.

* * *

차진혁은 시에르와 싸우는 내내 이상함을 느꼈다.

‘왜 내가 더 빠른 거 같지?’

물론 수호수의 도움을 받고는 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는 스트리머고 쟤는 무투가인데?’

그것도 회피의 달인이라는 시에르보다 자신이 더 뛰어난 회피 능력을 가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내 착각이겠지……?’

처음에는 그랬으나 싸우면 싸울수록 점점 더 이상해졌다.

‘아니, 확실히 내가 더 잘 피하는 거 같은데?’

특히 신비 ‘흘리는 바람’이 운용되는 순간에는 무려 100%에 달하는 회피율을 보여주었다.

단순히 피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회피에 있어서 최적의 길을 내게 보여주고 있어.’

그것은 하나의 학습이었다.

정답을 콕콕 집어 알려주는 과외선생님 같았다.

시간이 흘러 차진혁은 확실히 깨달았다.

‘내가 더 잘 피한다.’

적어도 수호수의 권능 아래 있으면 그랬다.

그러한 판단이 섰을 때, 차진혁은 미리를 휘둘렀다.

갈비뼈를 부수려고 했는데 역시 시에르는 빨랐다.

‘갈비뼈가 아니라 왼팔을 부순 것 같군.’

그리고 차진혁은 순간적인 위기감을 느꼈다.

공격이 성공한 지금 이 타이밍이 상대에게도 기회였다.

‘내 오른쪽이 비었다.’

회피신비인 ‘흘리는 바람’이 경고해 주고 있었다.

오른쪽 안면이 노출되어 있었고, 시에르 정도의 실력자라면 반드시 여기를 공략해 오리라는 것을.

‘쯧, 피하기는 글렀나.’

완전히 피하고 싶었으나 사실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피할 수 없으면 막으면 되었다.

절대결계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왜 안 때려? 분명 절호의 기회였는데.’

시에르가 오히려 멀어져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차진혁은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왼팔에 데미지가 너무 컸나 보다.’

솔직히 급소도 아니고.

팔이 완전히 먼지처럼 부서져 버린 것도 아닌데, 시에르쯤 되는 실력자가 이런 판단실수를 할 줄은 몰랐다.

어쨌든 차진혁으로서는 꽤 기꺼운 상황이었다.

‘역시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경악의 채팅을 쏟아냈다.

-압도하는데요?

-그냥 가지고 노는 듯?

-아무리 수호수랑 시간배율 촬영이 있다고 해도…… 이건 사기 아니냐?

김철수 밸런스 붕괴설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생서버의 스트리머가 중견 서버의 최강자를 무력으로 찍어누르네 ㅉㅉ

-지구 관리자들 다 옷 벗어라 ㅉㅉ

-대참사다 진짜 ㅋㅋㅋㅋ

-게임도 이렇게 만들면 개좃망이라고 욕먹음 ㅋㅋ

나름의 명분도 있기는 했다.

-저게 신화급 신비의 위력 아니겠냐?

-공격이 아예 닿지도 않음 ㅋㅋ

-신화급 신비의 위엄.

그러나 보다 똑똑한 시청자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 너한테 전투기 운전하라하면 할 수 있냐?

-뭔솔?

-뛰어난 성능의 신비일수록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이다 ㅉㅉ ㅅㅂ 뭐 위에서 놀아 봤어야 알지.

그들은 놀라운 사실을 짚었다.

-저 신비가 그렇게 뛰어난 신비면 오히려 김철수가 더 어리버리를 까야 한다. 아무리 재능충이어도 저 정도 성능의 신비를 바로 다루는 건 그냥 씹불가능임.

그렇다는 건 결국 신비가 그렇게까지 뛰어난 성능을 가지지 않았다는 뜻.

-김철수는 지금 그냥 본인의 능력으로 시에르를 찍어누른 거임.

꽤 많은 전문가들도 그렇게 판단하고 해석했는데, 그보다 더 무서운(?) 주장이 등장했다.

-근데 그게 둘 다라면?

-둘 다라니, 뭔 소리냐?

-김철수가 저정도 성능의 신비를 한 번에 능숙하게 다루면서도, 그냥 육체적 능력으로도 시에르를 찍어누를 수 있는 거라면?

처음에 그 의견은 말도 안 된다며 비웃음을 샀으나,

-근데…… 듣고 보니 그럴 듯 한데?

-그게 둘 다일 것 같기도?

-미친ㅋㅋㅋ 게임이어도 그건 안 된닼ㅋㅋ 이게 되면 진짜 서버 닫아야짘ㅋㅋㅋㅋㅋ

그리고 시청자들은 정말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아차렸다.

-얘들아 근데 김철수한테는 절대결계도 있잖아. 시에르의 공격이 절대결계를 뚫을 수 있을까……?

어쩌다 공격에 성공한 해도 과연 그 공격이 데미지를 줄 수 있을까는 또 다른 문제였다.

-심지어 방어신비도 안 쓴 거 알지?

-아 검희누나 보고 싶다.

-여러모로 레전드네.

어쨌든 차진혁은 시에르를 압도했다.

회피신비 ‘흘리는 바람’ 덕택에 더 수월하게 이긴 것은 맞지만, 이게 없었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이로써 다시 한번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전생의 나를 완전히 뛰어넘었구나.’

더 강한 플레이어가 되었다는 희열감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그는 단순히 시에르를 이겼다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콘텐츠를 끝낼 수는 없었다.

“마르엔비아 지하창고 열쇠. 이게 어디에 쓰는 것인지까지는 알아내고 방송을 종료해야 하겠습니다.”

-와 여기서 생방을 이어간다고?

-저 정도 전투 치렀으면 지쳐야 하는 거 아니냐? 아니 지친 척은 해야 하지 않냐?

-시에르는 지금 탈진함 ㅋㅋㅋ

-체력으로도 압살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시에르는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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