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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39화 (339/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39화

‘이거 시에르가 가지고 있던 신비잖아?’

회피에 있어서는 우주 최고라 불리던 무투가 시에르의 신비.

‘아…… 어쩐지.’

직접 마주한 시에르를 마주쳤을 때 느꼈던 감정은 ‘생각보다 싸울 만하겠는데?’였다.

돈으로 찍어누르는 방법이 통하지 않았더라면 진짜 싸울 생각도 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는 아직 이걸 먹지 못한 상태였나 보네.’

차라리 그냥 싸울 걸 그랬나? 생각한 차진혁은 흠칫 놀랐다.

‘내가 이렇게 비겁한 생각을?’

예전에는 무조건 강한 놈만 찾아다녔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변화와 적응의 생물이라고 했다.

‘나는 스트리머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하마터면 또 검왕 시절처럼 생각할 뻔했네.

합리화에 성공한 차진혁은 신비 앞으로 다가갔다.

“이 신비를…….”

신비를 향해 손을 뻗으려다가 멈칫했다.

“왜 그래?”

“신비 밑에 뭐가 또 있는 것 같은데.”

중계자의 통찰에 무언가 희미한 것이 잡혔다.

마치 노이즈가 껴 있는 특이한 공간 같았다.

“어, 그러게. 잠깐만. 내가 살펴볼게.”

한세린은 혹시라도 신비에 손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바닥을 살폈다.

-나였으면 저거 실수인 척 먹는다.

-신화급 신비라고 안했음?

-신비 때문에 혈육끼리도 죽이네 마네 하는데 ㅋㅋㅋ

-저걸 그냥 내주는 김철수나 저렇게 조심하는 한세린이나 ㅋㅋㅋ 진짜 딴세상이다

-근데 멋있긴 하다. 낭만 개쩌는듯.

본의 아니게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게 된 한세린은, 바닥에 손을 대고 한참을 살피다가 이내 허리를 일으켰다.

“숨겨진 통로 같은데? 신비로 눈속임을 한 것 같아.”

전직 패스파인더 한세린이 많은 정보들을 읽어냈다.

“신비를 먹으면 던전은 자동으로 사라지게 돼.”

차진혁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신비를 먹지 않고 숨겨진 통로를 탐색해서 미지의 무언가를 얻느냐, 아니면 안전하게 신비를 먹어치우느냐……의 싸움이군요.”

심장이 두근거렸다.

모르긴 몰라도 수많은 경쟁자들이 이 던전을 향해 몰려오고 있을 터.

꽤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이미 던전 안에 진입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제가 전투계열 플레이어였다면 신비 먼저 획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까도 잠깐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이제 검왕이 아니라 스트리머.

본질적으로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직업이었다.

안전하게 신비를 먹는 것보다는 저 아래로 내려가 탐험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을 터.

‘내가 재밌는 게 아니다. 우리 철수랜드들의 재미를 위해서지.’

그렇게 또 합리화 비슷한 것에 성공한 차진혁은 마음을 굳혔고, 그 모습을 본 한세린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렇겠지. 나도 네가 그럴 거라 생각했어. 여긴 내가 지키고 있어볼게.”

그녀 또한 철수랜드 중 한 명.

이 신비는 김철수가 먹어야 했다.

‘김철수 거. 절대 지켜.’

“군주 스킬로 몇몇 결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저 거대한 문까지 활용하면 어떻게든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고맙다.”

“고마우면 밥 사.”

차진혁이 히죽 웃었다.

“숨겨진 통로에 진입해 보겠습니다. 신비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서둘러야겠군요.”

말하자면 타임어택.

쫄깃한 긴장감이 시청자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되었다.

* * *

김민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결연한 모습에 최갑수마저 약간 긴장했다.

“민지 님?”

“저기 지옥이지? 인공 던전 속이고, 거창한 신비로 눈가림을 해놓은 요상한 곳. 일반적인 곳이 아냐. 맞지?”

“……그렇지요?”

“어차피 워낙 수상한 곳이니까 내가 좀 개입한다고 해도 티도 안 날 거야. 그렇지?”

“…….”

최갑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워낙 수상한 곳이니 특별관리 구역일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어서 대답해.”

“예. 티도 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마침 한세린이 결계술사니까 티 안 나게 도울 수 있겠다.”

“한세린이…… 결계술사였습니까?”

“저렇게 거대한 문도 있고. 설정을 아주 살짝만 매만지면 아무도 접근 못하게 막을 수 있겠어.”

최갑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김민지가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허허.”

공식 철수랜드 1번.

그 이름도 유명한 김민지가 움직였다.

* * *

“아까와 비슷한 공간입니다.”

어둡고 좁고 기다란 통로가 보였다.

별다른 트랩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다만, 벽체가 미세하게 흔들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무너지는 구조 같기는 합니다만…….”

압사당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는 했지만 차진혁은 약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별 거 없이 전진만 하는 구조네요.”

차진혁 기준에서는 그랬고 일반적인 시청자들 기준에서는 조금 달랐다.

-얘들아. 속지 마. 붕괴되는 것도 진짜 큰 위협이야.

-원래는 쫄깃해야 정상이라고.

그리고 팩트들을 짚어내기도 했다.

-신화급 신비로 입구를 위장하고 김철수쯤 되는 중계자의 통찰과 한세린쯤 되는 군주의 표면화 작업을 거쳐야만 겨우 알아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미 범상치 않은데?

-그게 끝이 아님. 지금 다들 잊고 있는데 김철수는 애초에 지금 물음표 확률을 뚫고 진입한 거임.

-심지어 수많은 랭커들이 저기 쳐들어가고 있잖아.

-봉미나TV 보면 수십 명은 되는 듯.

대다수는 브릭과 검은가시 연합에 의하여 필터링되었고, 극히 일부만이 던전 안에 진입할 수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거대한 문에 막혀 있었다.

-김철수는 저거 혼자서 열던데?

-저 많은 인원이 저 문 하나를 못 연다고?

개중에는 유명한 결계술사들도 있었는데도 아무도 문을 열지 못하는 중이었다.

-???: 저거 저렇게 여는 거 아닌데.

-김철수: 그냥 힘으로 밀면 되던데요?

저건 그냥 힘으로 밀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

랭커들 중 힘에 자신있는 플레이어들이 있는 힘껏 문을 밀어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저게 말이 됨?

-김철수가 아무리 힘이 세도 저들 다 합친 것보다는 약할 거 아냐?

마음이 급해진 마법사들은 차라리 문을 폭파해 버리겠다며 나섰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싸움으로 번졌다.

그러다가 신비에 충격이 가면 어떡하느냐.

던전이 붕괴되면 책임질 것이냐.

기타 등등.

그러던 중, 두더지우먼이 나타났다.

“비켜라, 두지, 나는 김철수에게 가겠다, 두지!”

적어도 르세핌보다는 빨라야 했다.

“이, 이봐! 문 안 보여?”

두더지우먼은 문을 향해 달렸다.

마치 바위를 향해 날아가는 계란 같았다.

“어?”

“이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두더지 우먼의 몸이 문을 통과해 버린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랭커들은 황급히 두더지우먼을 따라 했으나,

“으아아악!”

“으윽……! 이마 깨질 뻔했네.”

모두 이마에 혹만 생길 뿐이었다.

대문 안으로 진입한 두더지우먼은 한세린과 만났다.

결계능력이 언제 그렇게 강해진 거냐, 어떻게 저 많은 랭커들을 홀로 힘으로 막아내고 있느냐, 그런 와중에 나는 어떻게 이렇게 통과시켰느냐, 그런 상식적인 질문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르세핌은? 아직 안 왔지, 두지?”

“어, 안 왔는데.”

“그럼 됐다, 두지! 김철수는 저 밑으로 간 거지, 두지?”

두더지우먼은 마음이 급했다.

어떻게든 르세핌보다 더 빨리 김철수에게 닿아야 했다.

“두더지우먼, 조심해! 신비를 건드…… 려도 괜찮네?”

이상한 일이었다.

두더지우먼이 워낙 급하게 움직이느라 신비를 건드렸는데도 흡수되지 않았다.

얼마 후, 두더지우먼은 차진혁과 만날 수 있었다.

“김철수.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군, 두지!”

“어라?”

차진혁으로서도 약간 의외였다.

르세핌보다 두더지우먼이 먼저 도착할 줄이야.

‘르세핌은 다른 일을 하고 있나?’

아무튼 방송적으로는 잘된 일이었다.

두더지우먼의 외모는 그 자체로 어그로가 되어주었으니까.

두더지우먼은 딱 달라붙는 가죽수트를 입고 있어서 육감적인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나만 믿어라, 두지.”

두더지우먼이 가슴팍을 탕! 탕! 두드리자 왕유미 채널에는 채팅이 빗발쳤다.

-마음의 그릇 자체가 다르다.

-여자는 마음이 넓어야지.

-저렇게 아름다운 마음은 처음 본다.

라는 채팅과,

-채팅 물 개흐리네 ㅉㅉ

-뭔 놈의 마음 타령이냐?

-시청자들 수준 개낮은 듯.

채팅이 대립하며 싸웠는데, 갑자기 두더지우먼이 차진혁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1인칭 시점이다 보니 두더지우먼이 조금 더 확대되어 보였다.

“내 아름다운 외모를 보고 넋이 나간 시청자들이 많을 것이다, 두지.”

두더지우먼은 활짝 웃으며 화보모델 같은 포즈를 취해 보였다.

“마음껏 감탄하도록, 두지!”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차진혁을 바라보았다.

[#어때? #방송각 #어그로 #조회수에_미치다 #르세핌 보다는 #내가 더 유능한 길잡이]

차진혁도 일부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엘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해 보면 확실히 두더지우먼이 등장한 편의 조회수가 전체적으로 더 높은 편이었으니까.

“두더지우먼. 지금 나는 특별한 걸 딱히 못 찾겠거든?”

“기다려봐라. 무언가 냄새가 난다, 두지!”

두더지우먼은 코를 땅에 박고 킁킁 대며 냄새를 맡다가 땅을 파내려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두지!”

얼마 후, 두더지우먼은 작은 상자를 하나 가져왔다.

“아무래도 이걸 숨겨놓은 공간 같다, 두지!”

사실 이 길을 그냥 평범하게 따라가도 얻을 수 있는 상자이기는 했다.

차진혁도 그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으나, 별로 상관없었다.

이렇게 획득하는 편이 좀 더 극적으로 보이기는 했으니까.

괜히 놀라는 척 하며 손을 내밀었다.

“네 덕분이다, 두더지우먼.”

“이 정도쯤이야, 두지.”

* * *

대부분의 상자가 그렇듯 일종의 결계가 걸려 있었다.

“아마 이곳을 오랫동안 탐험하면서 단서들을 얻은 뒤 자물쇠를 풀어내는 형식 같기는 합니다만, 지금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여기서 얻을 건 빨리 얻고 지상으로 올라가서 신비를 획득해야 하니까요.”

-거짓말. 시간 많아도 탐험 안 할 거면서.

-쉿. 모르는 척해주자고.

차진혁이 미리(룰 브레이커)를 들어 올렸다.

“미리는 제가 가진 힘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제가 가진 힘을 꺼내 쓰는 느낌이죠. 이번에는 해금술의 힘을 꺼내서 사용해 보려 합니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해금술의 힘을 사용하여 자물쇠를 힘껏 내리치자 자물쇠가 부서졌다.

-와, 저게 또 되네?

-저게 또 된다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인공던전 아님?

-던전 설계자 억울해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누 ㅋㅋ

-???: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관에서 벌떡 일어난 썰 푼다.

“열쇠가 하나 있네요. 전체적으로 물음표를 참 좋아하는 진행입니다.”

[‘?’의 열쇠]

특별한 설정으로 가려져 있었다.

“한 번 더 해금해 보죠.”

이번에는 조금 약하게 내리쳤다.

[마르엔비아 지하창고 열쇠]

“이름을 알아냈습니다!”

-참 쉽죠?

-마르엔비아 지하창고가 뭐임?

마르엔비아 지하창고가 무엇인지 알 길은 없었으나 아무튼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은 듯했다.

“이제 얼른 올라가 보겠습니다. 빨리 올라가야 할 텐데요.”

차진혁도 신비가 걱정되는 건 사실이었다.

그의 긴장감이 시청자들에게 전달 되었고, 시청자들은 그 긴장감을 함께 느끼며 방송에 열광했다.

그리고 그때 천장에서 밧줄이 내려왔다.

“김철수! 이거 타고 올라와!”

르세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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