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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38화 (338/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38화

수많은 우주랭커들 사이에 소문이 퍼졌다.

[지도가 공개되었다.]

[신화급 신비를 얻을 수 있다.]

다수의 랭커들은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신비에 급이 어디있어? 신비가 그냥 신비지.”

“방송을 다 믿냐? 방송은 당연히 다 주작이지.”

몇몇은 애초에 포기했다.

“제1지옥? 지금 당장 출발해도 3일은 걸리겠군.”

“젠장. 가까웠으면 당장에라도 원정 떠나는 건데.”

그러나 또 꽤 다수는 제1지옥으로 향했다.

“신화급 신비라. 흥미롭군.”

“김철수의 도발에 응해주지.”

“행운은 부지런한 자가 얻을 수 있는 법.”

제1지옥의 역사상 가장 많은 랭커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크고 작은 다툼이 많이 일어났다.

특히 제1지옥의 수도와 가장 가까운 워프포탈에서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

“피라미 새끼들이 감히 나와 함께 경쟁을 하려고 든다?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지?”

“경쟁자들은 조금이라도 줄여놓는 것이 유리하겠지.”

일부 랭커들이 플레이어들을 학살하려 했으나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의미 없는 살인은 금지입니다.”

우주 최강의 아르비스 서버.

헬렌 제국의 7대 성기사 중 한 명인 뮈엔느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월권이다. 아르비스의 성기사가 왜 여기서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고 있지?”

“그건 제가 철수랜드이기 때문입니다.”

“그딴 게 이유가 된다고?”

“그딴 거라고 하셨습니까?”

뮈엔느는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었다.

선량한 시민들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거나 위압감을 주는 일이 없다고 소문난 인물.

“한 번만 더 입을 함부로 놀렸다간 입을 찢어드리겠습니다.”

“…….”

랭커들은 지금의 뮈엔느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새끼들아, 나도 있다.”

뮈엔느 옆에는 지옥의 무투가 시에르도 있었다.

시에르 또한 뮈엔느와 막상막하의 실력을 자랑하는 우주 랭커.

“형님께서 콘텐츠 진행하는데 괜히 잡음 만들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경쟁에 임해라.”

형님? 시에르가 김철수를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어쨌든 뮈엔느&시에르 조합에게 함부로 덤빌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애초에 그들의 목적은 이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신비 획득이었으니까.

덕분에 생각보다는 혼란이 적은 편이었다.

어쨌든 수많은 랭커들이 신비를 얻기 위해, 김철수와 경쟁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 * *

생쥐계 수인족.

암살자 브릭은 자신의 실력이 쑥쑥 성장하고 있음을 체감하는 중이었다.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들이 있었구나.’

지구의 암살자들. 그러니까 검은가시 연합의 플레이어들을 직접 지도하면서 몇 단계나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다.

그들의 치열함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기도 했고 말이다.

그는 수제자인 곽도형(검은가시 연합장)에게 말했다.

“우리가 가장 빨리 도착한 것 같군, 수제자 경.”

“그런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이미 차진혁의 지도에 표기된 이곳에 도착해서 대기 중이었다.

심지어 지옥 주민들이나 차진혁보다 더 빨리 도착했다.

마침 1지옥에서 수련 중이어서 가능한 일이기는 했지만.

[명인 ‘케이마나르’의 인공던전]

차진혁이 지도를 획득함과 동시에 1지옥 수도 근방 작은 숲에 이 입구가 생겨났다.

입구는 우물 형태로 되어 있었고,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물 안으로 몸을 던져야 하는 형태였다.

“수제자 경.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지?”

“예, 스승님. 저희가 해야 할 일은 이 인공던전을 침략하는 랭커들을 생포하는 것입니다.”

브릭은 양옆으로 길게 난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검은가시 제군들. 모두 들었겠지?”

연합원 중 한 명이 약간 불만인듯 말했다.

“사살이 아니라 생포입니까?”

곽도형이 대답했다.

“그래. 사살이 아니라 생포다.”

“어째서입니까?”

“그들이 철수 님의 구독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불만을 표시한 연합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저희는 암살자 아닙니까? 어째서 암살자의 본분을 저버리고 생포를 하라는 것인지…….”

“치열한 암살자라면 응당 생포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저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암살자의 본분은 암살입니다. 저는 뛰어난 암살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검은가시 연합원이 되었습니다.”

곽도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넌 방출이다.”

“뭐, 뭐라고요?”

“치열함의 가치도 모르는 놈은 검은가시 연합원이 될 자격이 없다. 썩 꺼져.”

브릭이 목소리를 낮췄다.

“손님들이 오고 있다, 수제자 경. 다들 한가락 하는 놈들일 테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거야.”

* * *

‘빨리 온다고 왔는데…….’

심지어 뇌룡을 타고 이동했다.

그런데도 이미 입구에 진입한 흔적들이 있었다.

‘역시 세상에는 수많은 치열함이 존재하는군.’

차진혁이 모습을 도착하자 나무와 같은 보호색으로 위장하고 있던 브릭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철수 경. 여기 먼저 도착한 인원은 7명 정도 였다. 5명은 어중이떠중이였는데 살려서 쫓아보냈고, 1명은 상당히 강력한 놈이었다. 그놈은 던전 안으로 진입했다. 아마 지옥의 실력자였겠지. 또 다른 한 명은 저항이 너무 심해 생포해서 가둬놓은 상태다.”

“오…….”

브릭과 검은가시 연합원들이 이렇게 빨리 움직여줄 줄이야.

이들의 도움을 예상했던 건 아니지만 이들이 1차적인 필터 역할은 해줄 것이었다.

“그럼 계속 수고해 줘.”

“물론이다, 김철수 경.”

차진혁은 곧장 우물 앞에 섰다.

[명인 ‘케이마나르’의 인공던전]

“명인 케이마나르의 인공던전 앞입니다. 우물 형태고 밑이 보이지 않네요. 진입해 보겠습니다.”

차진혁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던전 안으로 몸을 던졌다.

떨어지는 와중에도 오디오가 비지 않도록 쉴 새 없이 말을 이었다.

“제가 너무 급해서 일단 진입하기는 했는데요. 두더지우먼이나 르세핌, 둘 중 한 명의 도움이 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근처에 있다면 빨리 와주시면 좋겠.”

거기까지 말한 차진혁은 옆을 힐끗 봤다.

굳이 함께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세린이 동행했다.

“……지만 전직 패스파인더의 능력으로도 괜찮을 것 같긴 합니다.”

훌륭한 군주는 빼어난 길잡이 능력도 보유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한세린이었다.

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물론 두더지우먼과 르세핌도 이미 이 곳을 향해 출발한 상태였다.

“내가 방송에 더 적합한 길잡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마, 두지!”

실력만 좋다고 다가 아니다!

두더지우먼은 그렇게 생각하며 달렸고.

“내가 훨씬 더 뛰어난 길잡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얼굴 예쁘다고 다가 아니다!

르세핌은 그렇게 생각하며 달렸다.

실력이 더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르세핌은 기분이 조금 나빴다.

‘근데 왜 내가 지는 기분이지?’

아무튼 두더지우먼에게만큼은 질 수 없었다.

* * *

차진혁이 땅에 내려섰다.

“꼬불꼬불 어두운 길이 쭉 이어져 있습니다. 급한 대로 한세린과 함께 진행해 보겠습니다.”

“별다른 트랩은 없어 보여.”

저벅저벅.

둘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인공 던전인만큼, 자연 던전보다는 인위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여기저기 마법적 트랩이나 결계가 있던 흔적이 보이기는 해. 그런데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

길을 걷던 한세린이 차진혁의 옷을 잡아당겼다.

“바닥을 봐. 아까 진입했다던 놈의 발자국이 여기서 끊어져 있어.”

그 순간,

독침 하나가 한세린을 향해 날아들었다.

차진혁이 손을 뻗어 독침을 대신 맞아주었다.

“꽤 따끔한 공격이군요.”

그 독침을 다시 허공을 향해 던졌다.

이내, 벽면에 숨어 있던 플레이어 하나가 풀썩 쓰러지며 모습을 드러냈다.

“브릭이 말하길 꽤 실력자라고 했는데 형편없군요.”

“…….”

한세린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전혀 못 느꼈는데.’

그녀는 뛰어난 판단력으로 현재 상황을 읽어낼 수 있었다.

‘브릭이 말한 대로 상당한 실력자인 건 맞아. 다만, 얘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강한 것뿐이지.’

아까 차진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런 걱정 같은 건 필요 없을 만큼 강해지면 문제없는 거 아니냐?”

어쩌면 그 말이 현실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차진혁은 쓰러진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호흡을 체크했다.

“원래대로면 죽이는데요.”

차진혁이 환상검희를 소환했다.

예리한 살기를 뿜어내는 타락천사가 남자를 업었다.

“제 열혈 구독자일 수도 있으니까 오늘은 살리겠습니다. 환상검희. 이 사람을 우물 밖으로 빼주겠어? 브릭이나 곽도형에게 인계해 주면 돼.”

“주인이여. 이자의 뒤통수를 격파한 상태로 인계해도 되는 것인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을 텐데?”

환상검희는 약간 불만이라는 듯 인상을 살짝 찡그렸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방어신비는 결계도 펼쳐야 하고 공격도 해야 하고 방어도 해야 하고 부상자 후송도 해야 하네 ㅋㅋㅋㅋㅋㅋ

-스펙 실화냐 ㅋㅋ

-요즘 방어신비 해먹기 어렵네 쉬불.

-근데 뭐 이정도는 이제 놀랍지도 않음 ㅋㅋ

-ㅇㅈ

-김철수치고 걍 평범한 내용인듯?

시청자들도 이런 황당한 상황에 많이 익숙해진 상태.

예전만큼 폭발적인 반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차진혁은 천천히 걸으며 말을 이었다.

“전체적으로 많이 낡은 던전인 것 같습니다.”

“여기가 인공던전이라면 가디언이 있을 확률이 높아. 다른 것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 보면, 가디언 하나에 몰빵한 던전이라고 봐도 될 것 같고.”

둘은 별다른 이슈없이 거대한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철문입니다.”

“엄청 무겁겠는데. 어지간한 근력으로는 까딱할 수도 없겠어.”

“한번 밀어볼까?”

“아마 이 문을 여는 특별한 구동방식이 존재할 텐데.”

“밀어서 손해 볼 건 없잖아.”

차진혁은 문 앞에 다가서서 힘을 힘껏 줬다.

“……오?”

아주 조금이지만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한세린은 황당함에 혀를 내둘렀으나 이내 ‘저게 김철수지’ 하며 납득하고 말았다.

“제가 생각보다 힘이 강한 모양입니다.”

권왕 김정현 정도는 데려와야 문을 밀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혼자서도 문을 열 수 있었다.

어느 지점부터는 더 이상 문이 열리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 틈이면 사람 한 명 지나갈 정도는 충분했다.

“좀 빡세기는 한데 어쨌든 진입은 가능합니다.”

“철수야. 문 다시 닫아놓자. 힘 약한 애들은 못 들어오게.”

“좋은 생각.”

차진혁은 다시 힘을 주어 문을 닫았다.

상당한 힘과 체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저만치 멀리 흐릿한 녹색 빛이 보입니다. 설마 저게 신비일 리는 없겠…….”

“신비인 것 같은데?”

정말로 신비가 있었다.

바닥 위에 찬란한 녹색빛을 뿌려대는 문양이 둥둥 떠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름까지 친절하게 표기가 되어 있네요.”

[흘리는 바람]

이름을 확인한 차진혁은 찔끔 놀랐다.

‘어? 흘리는 바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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