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37화
차진혁이 히죽 웃었다.
“변한 거? 있지?”
“잠깐만. 너 지금 실시간 방송 중은 아닌 거지?”
“어.”
한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실시간 방송 중이면 말을 아껴야 했다.
전력 노출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얘기 좀 해봐.”
군주로서 동료의 능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정확히 파악해야 할 의무도 있었고, 그와는 별개로 개인적인 호기심도 강했다.
한세린은 무척 궁금해하고 있었다.
스트리머인 차진혁이 도대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까.
“일단 내 하루 레벨업 제한이 2로 높아졌어.”
“원래는 하루에 1레벨업으로 제한 걸려 있었지?”
“어.”
한세린은 놀란 마음을 숨겼다.
레벨이 200대 중반을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레벨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는 한세린이었다.
‘하루 2레벨업이라니. 괴물 같은 성장이야.’
“그게 이제는 2레벨업이 된 거고. 그래서 지금 하루에 2레벨업씩 하고 있어?”
“아직은. 곧 레벨 300 찍는데, 그때부터는 느려질 수도 있고.”
느려지지 않을걸.
한세린은 대략적으로 레벨업 경험치에 대한 계산을 머릿속으로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구만 먹었으면 몰라도, 1지옥까지 먹었으니까. 아마 당분간 계속 2레벨업씩 할 것 같은데.’
하지만 이건 확실한 것이 아니므로 굳이 입 밖에 내지는 않고서 물었다.
“그리고?”
“타 서버의 주인. 두 개 서버의 주인이 되면서 내 영혼의 격이 높아졌다나 봐.”
영혼의 격이 높아졌다느니.
그릇이 커졌다느니.
한세린에게 중요한 건 그런 추상적인 말이 아니었다.
보다 구체적인 성장의 지표가 필요했다.
“그것에 따른 베네핏은?”
“수호수가 심긴 곳에서는 서울 수호수의 권능을 끌어올 수 있어.”
한세린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서울 수호수가 얼마나 강력한 권능을 지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수호수가 심긴 곳이라면…… 서버 전체를 뜻하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정말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일단 어디가 됐든 수호수를 심기만 하면 해당 서버에서 수호수 버프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거니까.
“어느 정도 범위로 적용되는지는 자세히 안 나와 있네. 이건 직접 실험하면서 알아내야 할 것 같은데.”
“그래. 그건 이따가 나랑 같이 시험해 보자. 내가 정확하게 오차 없이 계산해 줄게.”
대화를 나눈 한세린은 나름대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이 된다는 건 진짜 대단한 거구나.”
“그래?”
“당연하지. 지금 네가 받은 보상은 진짜 상상 초월이잖아. 일단 하루 2레벨업 보장부터가…….”
“근데 아직 안 끝났는데?”
“아직 안 끝났다고?”
한세린은 허- 하고 입을 쩍 벌렸다.
“관리자들이 길길이 날뛰는 게 이해가 되기는 한다.”
밸런스 붕괴의 의인화.
그게 바로 김철수였다.
“뭐가 더 남은 건데?”
“나한테 선택지가 주어졌거든.”
───
1. 전설급 신비지도.
2. 레어급 신비지도.
3. 노멀급 신비지도.
───
선택지를 받아든 한세린은 흐음, 하고 턱을 매만졌다.
번호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뛰어난 신비의 위치를 표기한 지도가 주어지지만, 획득확률이 한없이 0에 근접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 전설급 신비지도는 0.000004%의 극악 확률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안 주겠다는 심산인데?”
물론 노멀급 신비지도의 획득 확률은 무려 50%에 달하긴 했으나, 차진혁의 성향상 노멀급 신비지도를 고를 일은 없었으니까.
“근데 중계자의 통찰로 살펴보면 ‘0’번도 존재해.”
“0번?”
“어. 신화급 신비지도. 획득 확률을 물음표.”
“0일 수도 있다는 거네?”
“설마 0일까?”
“시스템이랑 관리자들이 너한테 비우호적인 건 알고 있지?”
“알지. 이해도 하는 편이고.”
“솔직히 차라리 전설급으로 도전하는 편이 낫다고 보기는 하는데.”
단순히 상황만 통제해서는 훌륭한 군주라고 할 수 없다.
동료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너 어차피 신화급 뽑을 거지?”
“어.”
한세린은 발견할 수 있었다.
욕망에 가득한 차진혁의 눈을.
조회수에 돌아버린 악귀의 눈망울을.
“이것 먼저 확인하자. 이거 가챠 콘텐츠로 진행할 거야?”
* * *
한세린은 이번에 차진혁이 획득한 보상들을 비밀로 하기를 바랐다.
언젠가는 공개하더라도 지금은 너무 때가 이른 것 같았으니까.
“그 정도면…… 최상위급 각성자 사냥꾼들이 너를 노릴 수 있어.”
“오?”
차진혁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한세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말을 이었다.
“몇 달만 발표를 미루는 게 어때? 어차피 이거 가챠 콘텐츠만으로도 어그로 엄청 끌릴 것 같은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거 아니겠냐?”
차진혁은 한세린의 능력을 믿었다.
머리로 생각하면 이번에 얻게된 보상들을 비밀리에 감추는 것도 분명 일리가 있었다.
“내가 일반 플레이어였다면 숨겼겠지. 하지만 나는 스트리머잖아.”
보상 콘텐츠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콘텐츠 중 하나다.
“게다가 조만간 보상 공개하겠다고 이미 예고해놨어.”
“…….”
“시청자들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하는 거 아니겠냐?”
차진혁은 한세린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면 마시멜로를 넘어설 수 없어.”
한세린은 잠시 침묵했다가 물었다.
“그러니까, 네 목표가 우주 최고의 스트리머가 되겠다는 거지?”
“그래.”
“그걸로 만족해?”
한세린의 질문이 본질을 관통했다.
“그걸로 만족하냐니? 당연히 만…….”
“최고의 스트리머이면서 최강의 플레이어가 되고 싶은 거 아닌가?”
“……!”
차진혁이 눈을 크게 떴다.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여태까지는 최고의 스트리머 혹은 최강의 스트리머를 꿈꾼다고 생각했고, 스스로도 그렇게 믿어왔다.
그러나 한세린의 질문이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주었다.
“최강의 플레이어. 그래. 최강의 플레이어가 되고 싶은 것 같네.”
차진혁이 흐흐 웃었다.
한세린이 안도하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번에 얻은 건 당분간 비밀로 하는 거다?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 콜?”
“네 말이 맞기는 맞는데.”
차진혁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는 없지.”
“…….”
“네 걱정이 뭔지는 나도 잘 알아. 근데.”
차진혁이 히죽 웃었다.
“그런 걱정 같은 건 필요 없을 만큼 강해지면 문제없는 거 아니냐?”
“……아?”
한세린은 또 하나를 배웠다.
* * *
수호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대화가 되시는도다? 신기하시도다?
차진혁 본인도 굉장히 신기했다.
서버가 다른데 이렇게 소통이 잘 된다니.
영혼의 격이 높아지면서 수호수와의 결속도 더욱 끈끈해진 것 같았다.
-맑은 광기가 더욱 느껴지시도다!
‘맑은 광기?’
-주인의 광기는 순수하고 맑으시도다. 도저히 범접할 수 없음이도다. 범상치 않은 미친놈이시도다!
차진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얘가 진짜 미친놈들을 별로 못 만났나? 나 정도면 되게 정상인데.’
-원래 미친놈은 자기가 미친 줄 모르시도다.
차진혁은 수호수의 잘못된 인식을 바꿔줄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
지금 중요한 건 수호수를 교육하는 게 아니었다.
‘여기서도 네 버프를 받을 수 있는 모양이다. 날 도울 준비가 됐겠지?’
-물론이시도다. 나의 위대한 권능이 필요하다면 제공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시도다!
차진혁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수호수는 크게 기뻐했고, 차진혁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행운의 신을 사용할 거다.’
영혼의 격과 레벨이 높아지고 결속력이 더욱 강해진 수호수의 권능을 통해, ‘행운의 신’의 힘을 더욱 효율적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방송 켠다.’
[뽑기 게임]
차진혁은 실시간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응? 가챠?
-뽑기라고?
-1번 가즈아아아아!!!
-가챠라면 당연히 전설이지 ^^
여론은 1번이 대세.
그러나 보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시청자들도 많았다.
-현실적으로 확률 15%로 레어 뽑는 게 낫지 않음?
-신비에 등급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심지어 레어면 엄청 좋을 것 같은데.
-1번은 안 주겠다는 소린데?
그리고 ‘김철수’에 대해 잘 아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근데 ‘행운의 신’ 있잖아?
-행운의 신 쓰면 될 듯?
채팅창이 달아오르고, 차진혁은 ‘0번’이 있음을 공개했다.
-오?
-중계자의 통찰 성능 미쳤네 ㅋㅋㅋ
-그냥 보기만 했더니 히든 피스를 찾아버린 건에 대하여.
“확률은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0일 수도 있죠.”
일종의 미끼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것에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스트리머의 본분 아닐까요?”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이 0일지도 모를 확률에 베팅하기 어렵다.
“일반 플레이어들이 하기 어려운 것을 대신해 주면 대리만족을 선사해 주는 것. 그것 또한 스트리머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 무엇?
-저정도 철학이 있으니까 이렇게 성장하지 ㅋㅋ
-개멋있누ㅋㅋㅋ
차진혁은 뽑기를 준비하면서 그간 얻었던 내용들을 자연스레 공개했다.
-와…… 이걸 그냥 이렇게 공개해 버린다고?
-지금 김철수의 능력을 빼앗을 수 있으면 우주 최상위 랭커 되는 건 시간문제일 듯.
-들린다. 각성자 사냥꾼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 스트리머 보호조약? ㅈ까 그게 뭔데?
“그래서 저는 수호수의 권능을 빌어 행운의 신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이 정도면 솔직히 신화급도 도전해 볼 만하겠죠.”
결국 차진혁은 ‘0번’을 선택했다.
차진혁의 눈앞에 낡은 지도 형상의 아티팩트가 하나 생겼다.
그것이 빙글빙글 도는가 싶더니 번쩍! 하고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차진혁은 황급히 절대결계를 사용했다.
빛의 파편 몇 개가 차진혁의 복부에 꽂혔다.
“오? 단순 이펙트가 아니었네요.”
차진혁은 복부에 박힌 빛의 파편을 빼내었다.
피가 콸콸 쏟아졌다.
-으, 보는 내가 다 아프다.
-난 화면 껐음.
-너무 평온해 보이는데? 이거 주작 아니냐?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여기서 죽었겠습니다. 운이 좋았어요.”
언제 나타났는지 차진혁 옆에는 환상검희가 서 있었다.
환상검희의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방어신비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 방어신비 맞았네.
-???: 방어를 할 줄 알았잖아?
-파괴신비인 줄 알았더니.
“이로써 시청자 여러분들의 오해는 풀린 것 같군요. 제 환상검희는 분명한 방어신비입니다.”
제 소명을 다한 환상검희가 연기 흩어지듯 사라졌다.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신화급 신비 지도를 손에 넣었습니다.”
[신화급 신비가 표기된 지로를 획득하였습니다.]
“신비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군요.”
차진혁이 획득한 지도를 공개했다.
-이걸 모자이크도 없이 공개한다고?
-화면 땄다 ㅋㅋㅋ
-위치 제대로 공개됐는데?
-저기…… 1지옥 수도 근처 아님?
-나 바로 간다 ㅋㅋ
차진혁의 지도 공개로 인해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근데 고작 지도를 얻는데 이 정도 부상을 입었거든요.”
어찌나 지독한 공격이었는지 피가 멈추질 않았다.
“방어신비의 도움을 받았고 절대결계까지 펼쳤는데 이 정도였습니다. 행운의 신이 도와주기도 했고요.”
만약 행운의 신이 아니었더라면 복부가 아니라 심장에 빛의 파편이 꽂혔을지도 모를 일.
“그러니까 이 신화급 신비를 얻는 건 훨씬 더 험난하고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일반 시청자분들은 굳이 도전하지 않기를 권고합니다.”
그리고 차진혁은 히죽 웃었다.
‘좋았어.’
리얼리티 경쟁 서바이벌 시작이었다.
“물론 제가 가장 먼저 신비를 획득할 겁니다.”
-와ㅋㅋㅋ 미친 상상도 못했다 ㅋㅋㅋ
-신비지도를 쿨하게 공개하고 시청자들이랑 경쟁한다니 ㅋㅋㅋ
-진짜 개미친놈인 듯ㅋㅋㅋ
-단순히 미쳤겠냐? 시청자들한테도 기회를 제공하는 치열좌의 크신 뜻을 모르는 거냐?
-아닌데 내가 보기엔 그냥 방송에 미친놈인데.
-그러니까 네가 그 수준이지 ㅉㅉ 그저 지가 아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아는 놈.
실시간 시청자 숫자 10억 명을 돌파했다.
차진혁의 방송 역사상 역대 최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