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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34화 (334/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34화

차진혁은 차진혁 나름대로 긴장한 상태였다.

‘젠바만큼은 아니어도 그래도 상당한 강자.’

그래서 전력을 다해 미리를 휘둘렀다.

이 하나의 공격으로 치명상을 입힐 거란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이 다음 수, 다음 수를 생각해 가며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응?’

그런데 멤피스의 가슴팍에 구멍이 뚫려 버렸다.

“크아아악!”

멤피스는 몇 발자국이나 뒤로 물러섰다.

가슴팍에는 축구공만 한 크기의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거기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탓에 차진혁도 잠시 공격을 멈췄다.

‘내 방심을 유도하려는 환각 공격인가? 근데 손맛은 진짜였는데?’

채팅창에는 ‘?’가 가득 찼다.

시청자들도, 차진혁도, 심지어 당하는 멤피스도 이걸 생각하지는 못했다.

차진혁이 머뭇거리는 사이 잠깐의 여유를 찾은 멤피스는 서둘러 신체를 복구시켰다.

‘미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종류의 파괴력이었다.

가벼워 보이는 망치질 한 번에 이 정도 상처를 입은 것은 처음이었다.

무력으로는 지옥 제일이라는 젠바의 공격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멤피스가 입가에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고서 진중한 모양새로 말했다.

“힘을 감추고 있었구나, 김철수!”

그 말에 차진혁도 약간 놀랐다.

‘내가 힘을 숨기고 있었다?’

일부러 숨긴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

차진혁은 이 짧은 순간에도 방송각을 열심히 쟀다.

‘나는 놀라면 안 돼.’

필사적으로 표정을 관리했다.

마치 일부러 힘을 숨겨왔던 사람처럼.

이 상황을 이미 예상하고 있던 사람처럼 말이다.

차진혁은 여유롭게 웃으며 미리를 쥔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보았나?”

일상에서는 좀 그래도, 전투 시에는 흑염룡을 개방해도 된다는 왕유미의 조언이 있었다.

그게 치열좌의 전투 컨셉으로 잘 먹혀 들어가고 있다나 뭐라나.

어쨌든 차진혁에게는 무척 잘된 일이었다.

“이것이 바로 흑염룡이라는 것이다.”

겉으로는 포식자를 연기하고 있지만 그의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근데 내가 언제부터 힘을 숨긴 거지?’

생각보다 너무 강했다.

‘최근 레벨업을 계속해 와서 그런 것도 있을 테고. 근데 단순히 레벨업만으로 이런 파괴력이 나오기는 어려워.’

여기에,

‘수호수의 도움도 있고.’

이곳은 4지옥.

사람들이 10년은 자랐다고 말하는 수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수호수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건 이미 그의 계산 안에 있었다.

멤피스 또한 수호수의 존재를 용인하고 있었고.

‘진짜 수호수 녀석의 도움을 받아도 이렇게는 안 될 텐데?’

거기서 미리가 답을 내려주었다.

-“제가 힘을 좀 썼지요.”

‘힘을 썼다고?’

-“주인님은 점차 강해지고 있고 저와의 연결도 더욱 끈적끈적해지고 있으니까요. 저는 주인님 몸에 녹아든 강력한 힘을 끌어왔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조금 황당하기는 했다.

‘그러니까. 바빌론 캐논의 힘을 이용했다고? 그 힘을 네 몸에 이식해서 방금 공격에 써먹었다고?’

미리의 주인인 차진혁으로서도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똑똑한 에고를 가진 무기라고 해도, 이게 가능한 거였나?

무기가 스스로 생각하고 최적의 공격을 찾아내다니.

게다가 그건 광범위 원거리 타격계 공격인데, 국소범위 근거리 타격계 둔기가 그 힘을 이용할 수 있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차진혁은 크게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감탄했는데, 미리는 이상하리만치 미안해했다.

-“주인님, 나는 연약해요. 주인님, 나는 부족해요.”

갑자기 고해성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 힘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한 죄인이에요.”

만약 바빌론 캐논의 힘을 제대로 끌어냈더라면 가슴팍에 구멍이 뚫리는 정도가 아니라, 멤피스를 통째로 소멸시킬 수 있었을 거라나 뭐라나.

-“치열하게 노력할게요. 주인님이 저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 * *

몸을 수복한 멤피스는 차진혁과 전투를 이어갔다.

멤피스의 주 무기는 양손 도끼.

도끼와 망치가 부딪칠 때마다 밀리는 쪽은 멤피스였다.

‘무슨 스트리머가!’

우주에서 가장 강한 스트리머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게 수호수의 권능인가!’

그는 수호수의 권역에서 차진혁과 싸우는 것을 수락했다.

수호수의 힘 또한 ‘김철수의 능력’ 중 하나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말이다.

이것은 그가 이 결투의 승패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만약에라도 이겨서 차진혁의 능력을 흡수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그냥 열심히 싸우다가 패배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목숨도 구할 수 있고,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근데…….’

싸우면 싸울수록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너무 욕심내면 안 돼. 정신 차리자.’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인 끌림 같은 것이 느껴졌다.

김철수를 잡아먹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기가 어려웠다.

‘김철수의 능력을 먹어치울 수만 있다면…….’

그러면 지옥을 통합하고 다스리는 건 지옥좌가 아니라 지옥황제인 그 자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우다 보니 빈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말도 안 되는 피지컬을 소유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본질은 스트리머.

기술적으로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움직임이 예측되고 있어.’

일단 맞으면 죽을 수도 있겠지만, 안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박을 해야 하나?’

거부하기에는 너무 달콤한 유혹이 계속되고 있었다.

촉수를 뻗어 김철수의 등에 꽂아버리고 싶었다.

‘기회가…… 한 번은 올 것 같다.’

한 번. 딱 한 번이면 되었다.

그는 결국 내서는 안 될 욕심을 내고 말았다.

* * *

지금 이 순간, 멤피스를 가장 잘 느끼고 있는 사람은 차진혁이었다.

‘분명 숨겨놓은 한 방이 있는데?’

그걸 쓸까 말까 고민하는 것이 역력히 보였다.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걸 끌어내면 방송 조회수가 터질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미리. 조금만 참아.’

-“참기…… 힘들어요.”

병장기끼리 여러 차례 몸을 맞댄 미리는 몹시 흥분하여 달뜬 숨을 내뱉고 있는 중.

당장에라도 멤피스의 뒤통수를 깨부수고 싶다는 욕망에 들끓고 있었다.

-“그렇지만 참아볼게요, 주인님의 소망이니까.”

차진혁은 티 나지 않게 조금씩 빈틈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멤피스가 생각보다 너무 약했다.

‘좋아. 티 나지 않게 잘하고 있어.’

멤피스의 눈에 욕심이 가득 들어차기를 기다렸다.

꽤 신중한 편이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욕심이 많은 놈.

이제 시간문제였다.

‘내 등을 노리는 것 같지?’

거기까지 파악한 차진혁은 은근슬쩍 뒤를 내주었다.

아차, 싶은 표정을 짓는 것은 덤이었다.

멤피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멤피스의 등에 커다란 입에 생겼다.

양옆으로 주욱 벌어진 입 사이로 기다란 촉수가 순식간에 쏘아졌다.

마치 도마뱀이 혀를 쏘아내는 것 같았다.

‘어?’

저기 맞아줘야 하나?

절대결계로 막아야 하나?

맞으면 위험한가?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인가?

그 찰나의 순간이, 차진혁에게는 영겁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차진혁은 잠시 고민한 자신을 질책하며 반성했다.

‘하다못해 미리도 저렇게 치열하게 노력하는데.’

무구로써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내면서도 자기가 부족하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이 순간에도 위험을 재고 있다고?

그 주인으로서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위험하지 않은 위험은 위험이 아니다!’

저런 필살기는 일단 맞아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큭.”

멤피스의 촉수가 차진혁의 등에 닿았다.

멤피스의 얼굴에 순간 화색이 돌았다.

‘됐다?’

그러나 좋아하기는 일렀다.

아직 최후의 승자가 결정된 건 아니었으니까.

꿀떡, 꿀떡.

촉수가 꿀렁거리기 시작했다.

‘전해진다……!’

막강한 힘이 전달되고 있었다.

젠바를 먹어치웠을 때보다 훨씬 큰 포만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젠바와는 격이 달라!’

마치 눈부신 태양을 삼키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너무 밝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순간, 그는 신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받았다.

-어, 저건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

-저거 흡수계통의 신비 같은데?

-김철수 흡수되고 있는 거 아님?

시청자들의 반응도 무척 뜨거웠고, 그와는 별개로 왕유미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리를 달달 떨었다.

‘이건 좀 위험한 거 아닌가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이건 상당히 위험한 능력인 것 같았다.

꿀떡꿀떡하고 무언가가 넘어가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괜찮으신 거죠?’

중계자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지만 차진혁의 집중이 깨질까 봐 메시지를 보내지도 못했다.

강은우가 왕유미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설마 걱정하고 계신 겁니까?”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잖아영.”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철수 님의 표정에 제일 예민한 사람이죠. 저는 느낄 수 있어요. 철수 님 안면의 미세 근육들이 즐겁게 웃고 있어요.”

왕유미는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강은우가 차진혁의 표정을 읽어냈듯, 또 이 세상의 누군가는 차진혁의 표정을 읽어낼 수 있다는 거니까.

그러면 콘텐츠의 긴장감이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편집자님! 은우 씨랑 협업해서 철수 님 미세 근육 조정해요!”

“미세 근육을…… 조정하라고요?”

그게 눈에 보이는 거였던가?

편집이 되는 부분인가?

강철은 고개를 갸웃했다가, 이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해보겠습니다.”

* * *

때가 무르익었다.

멤피스는 가면을 벗고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크하하하핫!”

이 결투의 승자는 자신이 될 것이었다.

이미 김철수를 절반 이상 흡수했고, 이제부터는 싸워도 무조건적인 승리였다.

‘어?’

그런데,

‘왜…….’

끝이 나질 않았다.

눈 앞을 가렸던 밝은 빛이 사라지고, 어느덧 앞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김철수가 왜 멀쩡하지?’

이 정도 빨아들였으면 몸이 많이 쪼그라들었어야 하는데, 이상하리만치 김철수의 몸이 멀쩡했다.

‘안 돼.’

이제 슬슬 한계에 봉착하고 있었다.

아니,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한계였다.

‘몸이 터져버릴 것 같다.’

말하자면 영양분 과다였다.

‘흡수를 멈춰야 한다.’

재빨리 촉수를 떼려고 했으나 이상하게 촉수가 떨어지지 않았다.

‘뭐지?’

그 원인은 차진혁이었다.

차진혁이 손을 뒤로 뻗어 촉수를 꽉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1인칭 시점으로 중계하고 있어서 그 모습은 방송에 송출되지 않았다.

멤피스는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그만……!’

그는 직감했다.

몇 초 후면 몸이 폭발해 버릴 것이다.

‘안 돼!’

그는 숨기고 숨겨왔던 마지막 능력을 개방했다.

이 폭발로부터 살아남으려면 지금의 몸보다 훨씬 단단한 몸이 필요했다.

그의 몸이 일순간 커지기 시작하더니 2지옥 군주 젠바와 비슷한 형태가 되었다.

-어? 저거 젠바 아님?

-젠바랑 멤피스랑 섞어놓은 것 같인 생겼는데?

-뭐야? ㅋㅋㅋㅋ 그럼 멤피스가 젠바 먹은 거임?ㅋㅋㅋ

-통수의 세계ㅋㅋㅋ 막장드라마도 아니곸ㅋㅋㅋ

콰아아앙-!

멤피스만 느낄 수 있는 내적인 폭발이 있었고, 젠바의 몸으로 변한 멤피스는 겨우 살아남았다.

멤피스는 울컥! 피를 토해내며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이런 경우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흡수해야 하는 대상의 존재값이 너무 엄청나서, 그것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라니.

그리고 이건 차진혁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게 왜 이래? 내가 또 힘을 숨기고 있었나?’

처음 촉수가 닿았을 때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긴 했었다.

결과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차진혁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유는 나중에 찾고.’

이유를 찾기는 해야 했다.

이유를 알아야 이걸 발판으로 더 강해질 수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은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보았느냐.”

“이게 어떻…… 게.”

뭔지는 몰라도 일단 멋지게 말했다.

“이것이 바로 체급의 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나의 벗, 준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그리고 비통하게 세상을 떠난 2지옥 군주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지금부터 위령제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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