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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31화 (33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31화

차진혁은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여유롭게 방송을 이어갔다.

“시청자분들도 아시다시피 이건 자동으로 기록되는 파종꾼의 기록일지입니다. 파종꾼 앞에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위대한 파종꾼이 되면서 몇 가지 새로운 지식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저는 수호수를 타 서버에도 파종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지구 곳곳에는 어린 수호수들이 자리 잡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중이다.

그에 따라 스칸노르비아 서버에서도 수호수를 심어달라는 요청을 했었고, 몇 차례 그 작업을 시도했었다.

“여태까지 지구의 수호수는 타 서버에 심을 수 없었거든요.”

-이제야 의문이 풀렸네 ㅋㅋ

-김철수 두뇌회전 왜 이렇게 구리냐고 했던 놈들 나와봐라 ㅋㅋ

-김철수 멍청하다고 놀리던 애들 어디감?ㅋㅋㅋ

어째서 지구의 수호수를 타 서버에 수출(?)하지 않느냐, 김철수의 사업수완이 너무 별로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일부 있었다.

그들은 수호수 수출이야말로 김철수의 가치를 천정부지로 높여줄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통찰력을 자랑하곤 했었다.

-철수 님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혼자 똑똑한 척 오지게 하던 놈들 다 입꾹닫하고 있는 거 보솤ㅋㅋㅋㅋㅋ

-시-원

차진혁은 곧장 지옥좌를 찾아가서 얘기했다.

“지옥에도 수호수를 심을 수 있을 것 같거든. 어때?”

“지옥에…… 수호수가 말인가?”

“게다가 지리적으로 켈리베르크 산의 흙을 공수해 오기 편해서 다른 서버보다 좀 더 빠르게 키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측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지. 하지만 현재 지옥은 너를 만족시킬만한 대가를 치르기가…….”

4지옥과 3지옥이 통합되는 과정.

아무리 ‘온수샤워’와 ‘먹거리’의 힘이 있다고 해도 아주 쉬운 작업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이런저런 잡음이 발생하기 마련이었고 지옥좌에게도 여유가 별로 없는 상태.

“대가는 필요 없어.”

“…….”

지옥좌는 왜냐고 묻지 않았다.

‘어차피 이유를 물어봤자 조회수가 잘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하겠지.’

그런 거로 보상이 될 리 없었다.

‘그렇게 안 보여도 김철수는 무척이나 공의로운 사람이니까. 선행에 굳이 보답을 바라지 않는 정의와 질서의 치열좌이므로.’

물론 지옥좌의 착각이었다.

조회수가 잘 나온다는 건 차진혁에게 충분한 보상이었다.

그렇지만 지옥좌는 오늘도 차진혁에게 감동 받고 말았다.

“그대에게 진실로 많이 배운다.”

* * *

[김철수가 제3, 4 지옥에 수호수 이식해 준다고 함. 그것도 무료로.]

└개이득 아님?

└ㅇㅇ 개이득이지

└지옥에 수호수라니 상상이 안 되네.

지옥은 문명과는 거리가 먼 서버였다.

강하게 타고나기는 하지만 무력 외에는 별다른 기술이나 문명이 발전하지 못해서, 야만적이고 척박한 서버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 서버에 수호수라니.

수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표했다.

수호수는 수많은 서버들 중에서도 고도로 문명화된 선진 서버에나 존재하는 영목이었으니까.

[근데 지옥주민들 반발이 상당하다던데?]

└미친놈들 아님?ㅋㅋ 제발 해달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수호수가 끔찍한 병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 같던데.

└미친ㅋㅋㅋㅋ 수호수가 무슨 병을 일으켴ㅋㅋㅋ

└근데 믿는 애들이 꽤 많은 듯?

실제로 수호수를 반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중이었다.

[수호수가 침략의 발판이라는 주장도 먹히고 있음.]

└수호수로 침략을 한다고? 어떻게?

└수호수가 오히려 공격포탑 같은 역할을 한다나 뭐라나.

지옥주민들이 시위하는 영상이 우주 곳곳에 퍼졌다.

-“잠정적인 적의 위험천만한 무기를 각 도시에 배치한다니. 이건 지옥주민으로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다!”

-“지구는 지옥에 대한 침공행위를 멈추어라!”

그 반응을 본 우주 네티즌은 약간 납득하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지구 수호수가 좀 이상하긴 하지?]

└(사진첨부) 이거 봐봐. 마물들 뒤통수 깨진 거.

└으…… 끔찍하네.

└제발 모자이크 좀.

지구의 수호수는 다른 서버의 수호수보다 굉장히 호전적이고 강력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마물들의 뒤통수를 깨부수는 것에 엄청난 자질을 지니고 있었는데, 다른 서버의 수호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다른 수호수들은 보통 결계 등으로 마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잖아. 지구 수호수처럼 마물 뒤통수나 관자놀이를 부수는 수호수는 잘 없지 않음?]

└잘 없는 게 아니라 지구가 유일함 ㅋㅋ

└지옥주민들이 게거품 무는 것도 일리가 있기는 한데…….

지옥좌가 인상을 살짝 찡그리고서 말했다.

“아무래도 그대와 지구의 세력을 주도적으로 음해하는 세력들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겠지.”

차진혁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니까.

“보통은 패면 되기는 한데…….”

그 말에 지옥좌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지옥좌는 지옥주민들을 많이 아꼈으니까.

“그렇다고 지옥 주민 모두를 팰 수는 없는 노릇이고.”

지옥좌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아무리 네 세뇌능력이 있다고 해도 지옥의 모든 주민들을 세뇌할 수도 없는 거니까. 일단은 4지옥보다 3지옥의 반발이 심하지?”

“그렇다.”

4지옥이 3지옥보다 김철수에게 더 우호적이었다.

4지옥은 애초에 지옥좌의 서버였으니까.

“그럼 4지옥에 먼저 시범적으로 수호수를 심어보자.”

차진혁은 위대한 파종꾼이 되었고, 이제 지구에는 숙련된 기술자들이 많이 생겼다.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

차진혁은 지옥좌의 협의한 끝에 4지옥에 수호수를 먼저 심기로 했다.

“땅이 무척 척박합니다.”

지구에서 파견 나온 기술자들은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으나,

“켈리베르크산 흙으로 커버가 가능하군요!”

켈리베르크산의 흙을 퍼와 수호수를 심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르세핌이 카트리나와 협업하여 만든 수호수 전용 비료를 뿌려주니, 수호수가 쑥쑥 자라났다.

방송으로 수호수의 성장을 공개했더니 큰 이슈가 되었다.

-한 10년은 자란 수호수 같은데?

-겨우 일주일도 안 되지 않았음?

-수호수가 자리 잡는 데 2~3년은 걸리는 거로 아는데.

심자마자 자리를 잡았고 심지어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했다.

-잎의 윤기나 껍질의 상태로 봐서는 완벽하게 적응한 듯.

-아무리 그래도 이게 되는 건가?

-수호수가 어떻게 저렇게 안정적으로 빨리 자라지?

차진혁은 무척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수호수는 절대 저렇게 빨리 자랄 수 없다’라고 주장하는 식물전문가 집단이 등장하면서부터, 어그로가 엄청나게 끌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차진혁의 영상이 조작된 영상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조회수도 쑥쑥 올라가고. 댓글도 엄청 달리고.’

때가 무르익었다 판단되었을 때, 차진혁은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영업기밀]

수호수가 이렇게 안정적으로 빠르게 자랄 수 있었던 것에는 무려 ‘테이머’ 테르서박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공개하는 영상이었다.

-테르서박의 도움?

-테르서박은 테이머잖아?

“테르서박은 말했습니다. 훌륭한 테이머라면 나무와도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 시점에서 이미 테이머가 아닌 거 아님?

-그걸 테이머라고 할 수 있나?

“켈리베르크산의 던전 보스였던 신성목과 깊이 교감하고 대화하면서 테르서박은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테르서박. 오염된 신성목과 많은 대화를 나눴지?”

자연스럽게 테르서박에게 대답을 넘겼다.

테르서박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대답했다.

“단순히 유전자나 토양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바쿠바쿠가 틀린 길로 성장할 때 옆에서 조언해 주거나 가르쳐 줄 선생님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죠.”

-보통 나무한테 선생님 같은 건 없지 않음?

-어지럽다 어지러워. 나는 지금 무슨 세상에 살고 있는 거냐.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 지옥에 새로 자라나게 될 사랑스러운 수호수와 따뜻하게 교감하겠다고 말입니다.”

테르서박은 왼손을 들어 올려, 켈리베르크산 흙 한 줌을 퍼 올렸다.

“이 흙은 평범한 흙이 아닙니다. 우리 연약하고 가녀린 바쿠바쿠가 수만의 마물 군대를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흙과 지옥의 환경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다만 정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부작용이었죠.”

그리고 오른손으로 르세핌/카트리나의 합작 비료를 한 줌을 들어 올렸다.

“이것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정신 세뇌작업을 진행할 수 있거든요.”

-정신 세뇌?

-방금 분명 따뜻하게 교감한다고……?

“게다가 지옥좌의 정신계열 능력이 무척 출중하니, 우리는 이 수호수를 바람직하고 올바른 아이로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과정과 설명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수호수를 키워내는 것은 대성공이었다.

* * *

제4 지옥의 수도.

그곳에는 큰 변혁의 바람이 불었다.

“오늘부터 불침번을 서지 않아도 된단다.”

“네?”

밤이 되면 거리에서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던 마물들이 이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혹여 나타난다고 할지라도 저절로 머리가 깨져 죽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 엄마 아빠도 편하게 잘 수 있어.”

“그, 그래도 불침번을 안 서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각 가정에 변화가 일어났다.

마물들의 습격 덕택에 잠을 편히 잘 수 없었던 가정들과 마을 공동체 사람들이 조금씩 편하게 잠을 자기 시작한 것이다.

“혹시 몰라 우리 가족은 불침번을 세우긴 했는데…….”

“우린 그냥 잤어. 아무 일도 없던데?”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지옥의 주민들은 수호수의 권능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문명사회라는 건가!”

“온수로 샤워를 하고 불침번 없이 잠을 잘 수 있다니!”

“집에서 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

언제 시위가 일어났냐는 듯 지옥주민들은 문명사회에 빠르게 적응했다.

“쯔쯧, 3지옥 놈들. 어리석기는.”

“수호수가 생기면 병 걸린다며?”

“오히려 우리 애 피부가 좋아졌던데?”

마물들이 옮기던 전염병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도시가 쾌적해졌다.

이렇다 보니 반대와 시위를 주도하던 세력은 민망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이간질은 더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 같군.”

“수호수가 저렇게 빨리 자리를 잡을 줄 누가 알았나.”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정보 통제에도 한계가 있다. 5지옥 주민들도 동요하고 있어.”

사실 ‘반 수호수’ 및 ‘반 치열좌/지옥좌’ 시위를 주도한 세력은 제1, 2, 5 지옥의 군주들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서버 또한 지옥좌에게 통합 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제1 지옥의 군주, 지옥황제 멤피스가 말했다.

“이대로 가면 우리도 잡아먹힌다.”

차진혁의 등장과 함께 지옥의 균형이 깨졌다.

지옥군주들로서는 활로를 찾아야 했다.

제5 지옥군주가 아이디어 하나를 냈다.

“차라리 지옥좌, 김철수와 협상하는 자리를 만들면 어떤가?”

대규모 전쟁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 사이 수호수가 완전히 자리 잡게 될 것이니 불가능.

“그럴 바에야 협상하는 척하면서 기습하는 편이 훨씬 낫지. 도덕적인 비난은 좀 받겠지만, 그거야 힘으로 찍어누르면 그만이고. 솔직히 우리 지옥은 딱히 명분을 따지지도 않으니.”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계획을 짰다.

1지옥 군주 멤피스와 2지옥 군주 젠바는 호형호제하는 사이.

그리고 2지옥 군주 젠바는 지옥군주들 중 무력이 가장 강한 군주였다.

“내가 치열좌와 지옥좌의 방심을 유도하겠다. 내가 신호를 주면 젠바, 네가 김철수를 죽여. 그리고 멤피스와 내가 힘을 합쳐 지옥좌를 제압하면 된다.”

“지옥좌의 정신계 능력이 무척 거슬릴 텐데?”

“지옥좌 년은 지금 김철수에게 놀아나고 있어. 김철수가 제거되면 그 순간 엄청난 혼란을 느끼게 될 거고, 능력 발휘를 제대로 못 할 거다.”

5지옥 군주 준의 주도 아래, 계획이 실행되었다.

“제5 지옥 군주 준이다. 지옥좌. 치열좌. 내가 대표로 1지옥, 2지옥, 그리고 5지옥의 뜻을 전하러 왔다.”

준은 모든 무기를 버려 적의가 없음을 표시한 뒤 지옥좌의 왕성에 들었다.

왕성 내 밀실.

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1지옥과 2지옥 놈들이 협상을 제안할 거다. 그리고 뒤통수를 쳐서 너희 둘을 죽이려고 할 거다. 이게 그 상세한 계획과 행동강령들을 적은 종이다. 언변에 능한 내가 너희들을 방심시킨 뒤, 무력이 가장 강한 젠바가 김철수 너를 기습하고…… 하여…… 하려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준은 조심스레 차진혁의 눈치를 살폈다.

보통의 군주들이라면 이러한 내용에 불같이 화를 낼 것이었다.

평화협정을 제시하는 척하면서 비열하게 기습하는 행위를 공모하다니.

비문명화된 지옥에서도 꺼리는 치사한 짓이었다.

무려 질서의 치열좌라 불리는 이가 이런 얘기를 들었으니 크게 분노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

그런데 실상은 좀 달랐다.

‘웃고 있다?’

차진혁이 히죽 웃었다.

‘배신 콘텐츠,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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