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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28화 (328/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28화

테르서박이 소환해 낸 두더지 부대는 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생김새는 비교적 귀여웠는데, 눈이 모두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주술에 걸리기라도 한 듯 무언가를 쉴 새 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차진혁은 아주 멀리 떨어진 상공에서 그 소리를 잡아냈다.

-“폭력은…… 모든 것을…… 구원한다.”

-“폭력은…… 모든 것을…… 구원한다.”

100배 줌에 이어 이렇게 깨끗하게 소리를 증폭시킨다고?

마시멜로가 깜짝 놀라는 것과는 별개로, 두더지 부대는 각자의 도구를 들고서 뿌리 쪽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본 두더지우먼이 히죽 웃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친구들이야.”

그녀 또한 인벤토리에서 커다란 곡괭이를 꺼내 들었다.

“근데 얘네보다 내가 더 잘 팔걸? 해보자 이 귀여운 친구들아!”

“폭력은…… 모든 것을…… 구원한다!”

두더지우먼도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있는 바람에, 두더지 부대는 마치 두더지우먼이 이끄는 것처럼 보였다.

말하자면 대왕 두더지와 작은 두더지들이 힘을 합치고 있는 것 같은 모양새.

테르서박은 그 대왕 두더지(두더지우먼)에게 묘한 경쟁심을 느끼는 한편, 기묘한 두근거림도 느꼈다.

‘이것이 팀 플레이……! 훌륭하다.’

다른 사람들과 협력 플레이를 할 일이 많지 않은 테르서박은 협력 플레이의 묘미를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두더지우먼과 두더지 부대가 각자의 도구를 들어 올렸다.

어느새 두더지우먼도 두더지 부대의 주문을 신나게 따라 외쳤다.

“폭력은! 모든 것을! 구원한다!”

그녀의 거침없는 곡괭이질이 돌연변이 신성목의 뿌리를 작살 냈다.

차진혁은 꽤 흐뭇한 얼굴로 그들의 플레이를 지켜보았는데, 저 플레이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두더지우먼이 파놓은 땅굴을 통해 소형 마물들이 밀려들고 있네요.”

우우우우-!

신성목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저주파가 들려왔다.

신성목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 같았다.

뿌리 쪽으로 침투한 두더지우먼과 두더지부대를 빨리 없애버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애들은 지금 곡괭이질에 열심이라 마물들을 막아낼 여력이 없을 겁니다.”

-그럼 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

-거봐, 내가 저렇게 자극하는 건 위험하다고 했잖아.

참고로, 자칭 ‘수목전문가’들이 두더지우먼과 두더지부대의 방식이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경고했었다.

-저러면 오히려 방어기제가 발동해서 훨씬 위험해진다고!

-뿌리로부터 독액이 뿜어져 나올 확률도 무시할 수 없어.

-저걸 타개하는 방법으로는…….

시청자들의 여론과는 별개로 차진혁은 그만의 해법을 내놓았다.

“아무래도 폭력이 부족한가 봅니다.”

사실 차진혁도 온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였다.

꽤 많은 수의 마물들이 움직이면서 당연히 혼란이 유도되었다.

‘이 틈을 타서 바빌론 캐논을 쏴버리면…….’

그런데 그때 좋은 생각이 났다.

‘아니다. 바빌론 캐논보다 더 좋은 게 있겠다.’

차진혁이 선택한 공격방식은 바로 방어신비 ‘환상검희’였다.

* * *

환상검희는 신성목 바쿠르드나이마로부터 선물받은 것이었다.

7,000년의 염원을 거쳐 플레이어 김철수에게 전달된 능력.

‘저게 바쿠르드나이마의 분신 같은 거라면 환상검희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거야. 엄마한테 혼나는 어린애의 심정이 될 수도 있겠지.’

환상검희.

거대한 망치를 든 타락천사가 날아올랐다.

그녀의 속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랐으나, 차진혁의 화면 무빙능력 또한 일취월장한 상태.

-저 정도 속도로 현란하게 나는데 눈이 하나도 안 피곤하네.

-이 정도면 멀미 나야 하는데.

-와, 이래서 김철수 김철수 하는구나.

콘텐츠의 내용과는 별개로, 연출기술 또한 굉장히 세련되었다는 칭찬이 도배되었다.

그러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있는 차진혁은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스트리머로서 인정받는 것 같았으니까.

“날아오르라, 환상검희.”

사실 일직선으로 날아가서 망치를 휘두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좋은 방법이었으나 차진혁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부러 환상검희의 몸 주변에 황금색 이펙트를 넣어 빛줄기가 쏘아지는 것처럼 연출했다.

차진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왕유미의 주문대로, 그만의 흑염룡을 표출할 때가 된 것이다.

“정의의 망치를 손에 쥔 타락 천사여. 일곱 바퀴를 날아 진혼곡을 연주하라.”

좋아, 멋있었어.

차진혁은 자신이 내뱉은 대사에 무척이나 만족했다.

포만감이 가슴속 깊은 곳까지 밀려들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환상검희는 마치 황금 수호수처럼 황금 가루를 휘날리며 날았다.

한 바퀴.

두 바퀴.

오염된 신성목 주변을 날며 잔상을 남겼다.

-저건 무슨 공격임?

-모름. 근데 존나 화려하긴 하다.

-오염된 신성목이 정화되는 느낌인데.

-타락천사가 정화를 하는 게 맞아?

신성목 주변에 일곱 줄의 잔상이 남았다.

그것은 황금선으로 이루어진 신령한 포승줄 같았다.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여주어라.”

환상검희가 드높이 날아올랐고, 망치가 더욱 거대해졌다.

-저 무식한 망치는 뭥미?

-저거 살짝만 맞아도 머가리 깨질듯.

-???: 저 방어신비라니까욧.

신성목보다 더욱 거대해진 망치가 신성목을 향해 떨어지는 찰나,

“드디어 테이밍에 성공했군요.”

콰아아앙-!

환상검희의 망치가 신성목이 아닌, 신성목 바로 옆을 때렸다.

때문에 두더지우먼이 파놓았던 땅굴이 무너져 내리면서, 땅굴 속으로 들어간 마물들은 몰살당했다.

-저러면 두더지우먼이랑 테르서박은?

-두더지우먼은 그렇다 치고 테르서박은 죽을 텐데?

시청자들은 다분히 상식적인 걱정을 표했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두더지우먼이 테르서박을 품에 안고서 땅 위로 솟구친 것이었다.

-저 정도면 업계 포상이다.

-아 개부럽네.

테르서박은 오염된 신성목을 테이밍하는 데 성공했고, 마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방어신비 환상검희가 요염한 자태로 날아다니며 도망치지 않고 덤벼드는 마물들의 머리를 부쉈다.

두더지우먼은 검댕을 잔뜩 뒤집어쓴 채 활짝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역시 폭력이 채고얌, 두지.”

* * *

테르서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방금 죽을 뻔했다는 사실도, 최근 세기의 미녀라 불리는 두더지우먼의 품에 안겨 탈출했다는 것도, 그에게는 별로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나무를 테이밍했다!’

심지어 지구보다 더 강한 서버, 미공략 던전의 보스를 테이밍한 것이었다.

테르서박 입장에서는 엄청난 업적이었다.

테이밍에 성공하던 그 시점, 그는 신성목이 느끼는 엄청난 공포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신성목과 하나 되어 신성목과 시야를 공유했었다.

황금빛을 어지러이 뿌려대는 미치광이 천사가 마치 천벌 같은 거대망치를 휘두르는 그 모습.

몸통을 완전히 박살 낼 기세로 떨어져 내리는 그 거대망치를 바라보는 신성목의 공포가 테르서박에게도 전달된 것이었다.

거기서 테르서박은 또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내 폭력이 부족했구나.’

이런 보스를 테이밍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폭력이 필요했던 거구나.

환상검희의 망치질에는 폭력 그 너머의 것이 녹아들어 있었다.

환상검희가 공격을 하는 순간 신성목은 어린아이가 되어버렸다.

‘상대를 어린애로 만들어 공포감을 느끼게 만들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폭력의 방식이다. 훌륭해.’

큰 깨달음을 얻은 그는 더욱 강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테이밍을 통해 얻어낸 정보들을 김철수에게 공유해 주었다.

“김철수. 바쿠바쿠는 오랜 시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바쿠바쿠?”

“그래. 이 사랑스러운 나무의 이름이지.”

오염된 신성목에 바쿠바쿠라는 이름을 지어준 테르서박은 신성목의 몸통을 슥슥 쓰다듬었다.

“바쿠바쿠의 모체가 되는 바쿠르드나이마는 아주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했다지?”

“그래. 개미 떼들에게 뜯어먹혔지.”

거기서 개미여왕이 나타났고 말이다.

“그 기억이 바쿠바쿠에게도 많은 악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마치 어린 시절 학대당한 아이가 커서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는 것처럼 말이야.”

테르서박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바쿠바쿠와 교감하면서 바쿠바쿠와 동기화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성격이 비틀리게 되었고 마치 돌연변이처럼 자라나게 된 것이었다.”

“흐음.”

차진혁이 턱을 매만지자 테르서박이 바쿠바쿠 앞에 서서 두 팔을 쫙 벌렸다.

“이 아이를 용서해 주면 좋겠군.”

“아니, 딱히 용서하고 말고가 없기는 한데.”

콘텐츠는 다 뽑았다.

딱히 바쿠바쿠를 죽여야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보통 이쯤 되면 던전이 클리어됐다는 알림이 들려야 하지 않나?”

“사실 나도 그게 의문이라 생각 중이었다, 두지.”

던전 보스가 완전히 굴복했는데 던전 클리어 알림이 들리지 않고 있었다.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차진혁이 바쿠바쿠 쪽을 힐끗 쳐다봤다.

“뭐 숨기고 있는 건 없지?”

바쿠바쿠의 몸통이 떨리는가 싶더니, 검은색 나뭇잎들이 땅에 떨어져 내렸다.

테르서박이 대신 대답했다.

“숨기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건 내가 보증할 수 있어.”

“흐음.”

그럼 뭐지?

뭐를 놓치고 있는 거지?

차진혁이 고민하고 있을 무렵, 왕유미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중계자, ‘킹갓제네럴유미’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하였습니다.]

[르세핌, 목재현 : 어쩌면 나무가 아니라 흙에 집중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 * *

목재현은 르세핌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넬슨만큼 연금술에 재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저는 다른 방면으로 뛰어난 제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너를? 내가 왜? 너는 탱커잖아.”

목재현은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저는 비교적 괜찮은 탱커이기는 합니다.”

나름 9성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보편적 관점에서는 엄청난 실력의 탱커였고, 철수 유니버스 기준으로는 비교적 괜찮은 탱커였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저는 진혁, 아니, 철수 형님의 도움이 되고 싶거든요. 탱커로는 형에게 진짜 도움이 될 수 없어요.”

“흐음, 그게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저는 이제 진짜 제가 가야 할 길을 알아낸 것 같습니다.”

“네가 가야 할 길이 뭔데?”

“수호수를 제대로 키워내고 육성하는 것이요. 다만 이것은 제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목재현은 차진혁의 최측근 중 하나.

차진혁이 어떤 플레이를 해왔고, 앞으로 어떤 플레이를 할 것인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결국 가르비누의 발자취를 좇아야 하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연금술의 도움이 절대적이죠. 그 연금술을 통해 결국은 수호수를 진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김철수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그러니까요. 저는 탱커보다는, 아무래도 식물전문가 쪽에 훨씬 더 큰 재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제가 르세핌 님에게 연금술을 배운다면 시너지 효과가 굉장할 것 같지 않습니까?”

르세핌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내가 스승이 되는 건 좀 그래. 일단 넌 연금술도 잘 모르잖아. 나는 식물에 대해 잘 모르고.”

“……하지만!”

“그러니까, 협업으로 하자. 너 트리투리랑도 관계가 있지?”

“이미 스승님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그래. 트리투리랑 너랑 나랑…… 아! 그리고 카트리나와 넬슨까지 같이 해서 연구를 진행해 보자.”

범우주적 연구 연합의 시초였다.

그렇게 하여 연구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 오늘이 되었다.

차진혁의 방송을 시청하던 목재현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

“스승님. 단순히 트라우마 때문에 신성목이 저렇게까지 오염될 수 있을까요?”

“나는 어렵다고 본다.”

트리투리는 하르코엔의 대저택에서 대귀족 행세를 하며 삶을 만끽하는 중.

그 또한 어느덧 차진혁의 방송에 빠져 있었다.

“환경이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겠죠?”

아무래도 ‘켈리베르크 산’의 흙을 조사해 봐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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