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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27화 (327/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27화

분화구를 발견했을 시점에서, 차진혁은 이미 이곳이 함정임을 알고 있었다.

‘저게 바쿠르드나이마?’

정확히 말하자면 바쿠르드나이마로부터 파생된 신성목.

그 신성목은 몸통과 잎의 색깔이 온통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내가 경험했던 바쿠르드나이마는 무척 늙고 지쳐 있기는 했어도 신령한 느낌이 났는데.’

그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말하자면 돌연변이 신성목이었다.

저 나무는 바쿠르드나이마처럼 지성과 의지를 갖춘 나무.

‘쟤가 던전 보스로서 이 마물들을 조종하고 있는 거고.’

나무로부터 피어오르는 매서운 살기가 피부를 찌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차진혁은 필터를 사용해서 저 살기를 걸러냈다.

‘시청자들은 못 느꼈겠지!’

이렇게 해야 뒤통수 맞는 느낌이 제대로 나겠지.

아, 위험하다, 위험해.

“드디어 함정이군요.”

마물들이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이미 퇴로는 막힌 상태.

“말하자면 신성목의 후예인데 왜 저렇게 된 건지 궁금하군요. 뿌리 내리는 땅이 어떤 곳이냐에 따라 다르게 생육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두더지우먼이 말했다.

“어떡해? 얘들 다 죽일 수 있어?”

“그건 어렵지.”

공성전차 신유리의 바빌론 캐논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아무리 바빌론 캐논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많은 숫자의 마물들을 일시에 소탕하기는 어려웠다.

두더지우먼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럼 이제 어쩐담?”

“걱정 마라. 우리에게는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테이머가 있으니.”

그 말에 테르서박이 움찔했다.

설마 김철수 본인을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테이머라고 부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약간 경계하며 되물었다.

“나를 뜻하는 거겠지?”

“당연하지. 여기 너 말고 테이머가 누가 있어?”

“무,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차진혁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금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 애들이 간을 보고 있는 것 같고.”

참고로 바로 앞에서 안내하던 늪지대 요정은 미리에 의해 머리가 으깨진 상태.

그리고 차진혁은 가까이 있던 마물 몇 마리의 뒤통수를 가격해서 모두 부숴버렸다.

-뒤통수! 뒤통수를 보여다오!

-맛있…… 어!

미리를 든 차진혁은 야만전사 그 자체였다.

그 광경이 꽤 큰 효과가 있었던지, 마물들은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지는 않고 있었다.

“테르서박. 이들을 모조리 테이밍하는 건…… 어렵겠지?”

“…….”

차진혁 입장에서도 ‘에이 설마, 그건 안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물은 것이었으나 테르서박은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그렇게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군.”

역시 김철수였다.

항상 보편을 뛰어넘는 생각으로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테르서박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서 분한 듯 말했다.

“미리 그것을 연습해 왔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한 번에 몇 마리 정도 테이밍을 할 수 있겠어? 깊은 교감까지는 안 해도 될 거 같고. 우리 주변을 둘러싼 놈들 정도만 우리 편으로 만들면 좋겠는데 말이야.”

테르서박의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의 미천한 실력이 몹시 부끄러워진 것이다.

“한 번에…… 70마리 정도가 한계다.”

-한 번에 70마리? ㅋㅋㅋㅋㅋ 미쳤냐곸ㅋㅋㅋㅋㅋ

-저번에 한 번에 10마리 테이밍하는 데 성공했다고 엘튜브 나와서 자랑하던 애 있지 않았냐?ㅋㅋㅋ

-저것도 개쩌는 건데 철수 유니버스에서는 많이 모자란 건가 보다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과는 별개로 차진혁은 약간 실망한 것 같기는 했다.

“생각보다는 조금 적긴 하네.”

“여기가 지구가 아니어서…….”

말하자면 지구는 테르서박의 홈구장.

모든 것이 익숙한 곳인데 비해, 지옥은 그렇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낯선 지옥.

그중에서도 수십 년간 미공략된 던전 안에 들어와 있으니 본 실력을 모두 발휘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테르서박은 잘 알고 있었다.

‘이건 그냥 다 핑계지.’

“미안하다. 아직 그 정도 경지에 이르지 못했어.”

“괜찮아. 일단 그 정도만 하고서, 저 나무 쪽으로 이동해보자. 이렇게 많은 숫자의 마물이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건 저 나무가 군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거니까 말이야.”

테르서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으로 접근하는 마물들 일부만이라도 교감하는 데 성공해서 저 돌연변이 신성목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들 수 있다면 혼란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었다.

‘혼란이 야기된 틈을 타서 돌연변이 신성목으로 이동하면 돼.’

테르서박은 주변의 마물들과 교감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집중해서 보니 확실히 느껴졌다.

‘저 돌연변이 신성목의 의지가 마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신성목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하나였다.

저 침입자들을 죽여라.

마물들은 신성목의 지배를 받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려 했고, 테르서박은 마물들에게 접촉하며 마물들과 교감하려 애썼다.

‘최대한 많은 숫자의 마물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해.’

어쩌면 단순히 혼란을 유도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었다.

‘가능하다면 역습까지.’

테이밍된 마물들이 역으로 신성목 쪽으로 돌진하게 된다면, 테이밍의 효과는 더욱 극적으로 빛날 것이었다.

‘하지만 힘들군.’

신성목을 향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신성목의 영향은 점점 커졌다.

테이밍에 성공했던 마물들도 다시금 적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테르서박의 교감능력과 돌연변이 신성목의 지배력이 반반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마물들도 혼란스러운 듯했다.

그래서 마물들은 달려들지도 물러서지도 않으며 교착상태를 유지했다.

차진혁은 어깨 위에 얹어 놓은 엘리에게 말했다.

“엘리. 미안하지만 오늘은 이만 돌아가 줄래?”

“힝.”

차진혁과 떨어지기 싫은 엘리네스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투정을 부리지는 않았다.

“알아떠요.”

“착하다.”

차진혁은 빙그레 웃었다.

엘리가 등장할 때면 조회수가 급등하는 것도 물론이거니와, 그냥 엘리 자체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다만 엘리와 마음을 나누기에는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이 긴장감이 한 번에 무너져내릴 수 있었으니까.

일련의 과정에서 테르서박은 굉장히 분했다.

‘내 능력이 겨우 이 정도인가?’

신성목까지 도착하려면 아직도 최소 100미터는 남은 상황.

가까이 가면 갈수록 신성목의 영향력이 커져서 지금의 50:50 상황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참담하군.’

그리고 그때, 차진혁이 뇌룡을 소환했다.

* * *

보랏빛 뇌운이 일었다.

높이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구름 기둥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뇌전.

등장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뿌리는 뇌룡이 등장하자 마물들 사이에 소동이 일었다.

[“어리석은 놈들.”]

뇌룡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것이 테르서박에게는 기회였다.

‘교감이 훨씬 잘 된다?’

테르서박의 목덜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사실상 뇌룡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서버 간 제약에 따라 뇌룡은 이곳에서도 선제공격이 불가하니까.

다만 저 존재감 자체가 이곳의 마물들에게는 하나의 폭력이고 압박이었다.

말하자면 마물들은 뇌룡에게 쫄았고, 쫀 상태의 마물들은 테르서박과 쉽게 교감할 수 있었다.

‘역시! 폭력이 답이다!’

마물들 중 몇몇은 오히려 신성목을 향해 달려가기도 했다.

테르서박이 그토록 바라왔던 역습상황까지 만들어낸 것이었다.

차진혁 일행을 향한 압박감이 좀 덜해지고, 차진혁이 말했다.

“테르서박. 혹시 저 신성목 테이밍이 가능한가?”

“……해보겠다. 두더지우먼. 나를 저 돌연변이 쪽으로 이동시켜줄 수 있나?”

“물론이다, 두지.”

두더지우먼이 등을 내밀었다.

“뭐해? 업혀라, 두지. 시간 별로 없다, 두지. 업혀서 눈 감고 숨 참아라. 땅굴 파서 이동할 거다, 두지. 아참, 땅속에도 마물 있을 거니까 그건 네가 알아서 교감해야 한다, 두지. 나는 공격 못 피한다, 두지.”

“…….”

테르서박은 지상의 차진혁이 조금 걱정되었다.

자신이 땅굴을 통해 신성목에게 접근하는 동안, 지상 마물들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질 것이고, 그러면 마물들이 차진혁을 덮칠 수도 있었으니까.

그 기색을 읽어낸 차진혁이 테르서박의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 마라. 내 한 몸은 내가 알아서 건사할 테니.”

그 표정이 꽤 비장했다.

마치 목숨을 건 사람 같았다.

-테르서박. 우리의 사활이 네게 달려있다. 너만 믿는다.

……라고 해석되어 들렸다.

테르서박은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두더지우먼과 함께 땅굴을 파서 움직였다.

* * *

차진혁은 마물들이 덤벼들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뇌룡의 힘이 생각보다 강하네요.”

이 정도면 테르서박의 교감이 없었어도, 마물들이 공격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했다.

마물들은 하늘에 떠 있는 뇌룡의 눈치를 보느라 여전히 차진혁을 공격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바빌론 캐논을 사용하면…….”

신성목까지 향하는 길이 생길 것 같기는 했다.

그렇지만 마물들의 적개심이 자극되어, 모두가 덤벼들겠지.

‘그것도 나쁘지 않기는 한데.’

극도의 혼란스러운 전장이 펼쳐질 거고,

‘나는 괜찮겠지만 두더지우먼이나 테르서박은 죽을 수도 있겠어.’

그걸 생각하면 함부로 사용하기 어려운 방법이기도 했다.

“일단 뇌룡의 등에 타서 상황을 지켜보겠습니다.”

차진혁은 줌을 당겨 두더지우먼과 테르서박을 촬영했다.

-근데 지금 땅속에 들어간 거 아님?

-맞기는 한데…….

-너무 잘 보이는데?

차진혁의 방송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챙겨보고 있는 마시멜로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100배 줌에 땅속 투사에…….”

기술적 능력에 있어서 김철수는 어느덧 자신을 뛰어넘어버린 것 같았다.

심지어 이런 능력들은 방송을 통해 딱히 공개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화질이 깨끗할 수가 있나?”

옆에서 함께 차진혁의 방송을 즐기던 백과사전이 물었다.

“왜? 위기감 느끼냐?”

“위기감은 무슨. 김철수는 나를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지.”

“그럼 기분이 좋은 거냐?”

“내가 좋을 게 뭐가 있어?”

……라고 말은 했으나 마시멜로는 또 1,000만 다이아를 후원했다.

[‘1000번째 기적’님이 10,000,000 다이아를 후원하였습니다.]

[“와 저런 스트리머 기술 처음 본다. 100배 줌에 땅속 투사까지. 진짜 개쩐다.”]

백과사전이 또 물었다.

“야. 1000번째 기적 너지?”

“무슨 소리신지.”

마시멜로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서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침대에 드러누운 마시멜로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완벽한 100배줌을 벌써부터 이렇게 구사한다고?’

아직 레벨 300도 안 됐을 텐데.

300 이후의 차진혁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렜다.

‘그나저나 쟤네들은 뭐하고 있는 거지?’

두더지우먼과 테르서박은 어느덧 신성목 아래까지 도착.

두더지우먼은 앞발을 사용해서 땅속에 빈 공간을 만들어냈다.

화면 속, 테르서박이 말했다.

-“나는 나무를 테이밍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마시멜로가 중얼거렸다.

“보통은 그런 생각을 안…… 아니, 못하지?”

-“김철수는 또 내게 영감을 줬고, 나는 이 나무를 테이밍해 보려고 한다.”

“저게 되나?”

어느새 방 안으로 따라 들어온 백과사전이 첨언해 줬다.

“저 나무는 말하자면 군주형 보스고, 의지가 있고 이성이 있으니 테이밍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 다만, 테르서박은 교감을 무척 중시하는 타입의 테이머. 인간을 저토록 적대하는 군주 타입의 보스를 어떻게 길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그리고 화면 속 테르서박이 말했다.

-“모습을 드러내라, 두더지 부대.”

앞발이 무척 커다란 두더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특이한 것은 모두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있었고, 몇몇 덩치가 큰 개체들은 인간들이나 사용할 법한 도끼와 곡괭이를 들고 있었다.

-“모두 위치로.”

두더지 부대가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날카로운 손톱과 곡괭이. 그리고 도끼를 신성목의 뿌리에 가져다 댔다.

테르서박도 작은 손도끼를 들고서 뿌리 한 갈래 앞에 선 뒤, 손도끼로 뿌리를 두드렸다.

톡, 톡톡, 톡톡.

-“나랑 교감하지 않을래?”

히죽 웃고 있는 테르서박의 눈에서 녹색 안광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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