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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25화 (325/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25화

필리악이 몇 가지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켈리베르크는 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던전이었고, 던전의 입구만 14개쯤 되었는데 개중 반드시 피해야 할 곳들을 짚어주었다.

“이 남쪽 입구를 주의하십시오. 떡갈나무들이 양옆으로 주욱 길게 늘어선 이 입구를 통해서 입장하면 곧장 끈적끈적한 늪지대가 나타납니다.”

늪지대만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늪에서 서식하고 있는 레벨 230대 마물인 ‘늪괴물’이 나타난다고 했다.

“한 마리, 한 마리는 그렇게 강하지 않습니다만…….”

문제는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다는 것.

늪 전체가 바로 ‘늪괴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표현했다.

“말하자면 칼로 물베기입니다. 늪이 존재하는 한, 늪괴물 군단은 끝없이 부활합니다.”

“늪을 없앨 수 있다면?”

“그 방법도 시도해 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만 여태까지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오죽하면 그곳을 늪바다라고 부를까요. 인간이 바다를 메울 수는 없는 법입니다.”

차진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쪽으로는 아무도 공략시도를 못 해봤다는 거네?”

“해봤지만 대부분 죽었습니다. 일부 길잡이들만 겨우 살아남아서 도망쳤죠.”

“그렇군.”

필리악은 내심 뿌듯했다.

자신의 정보가 김철수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았으니까.

“제가 추천하는 입장경로가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켈리베르크’에는 14개의 입구가 존재했다.

그러나 필리악은 또 다른 입구를 하나 알고 있었다.

“극소수의 지옥주민만이 알고 있는 숨겨진 통로죠.”

필리악은 약간 떨리기 시작했다.

던전 원정에 있어서 이런 정보들은 하나하나가 목숨과 연관될 수 있는 정보들.

‘드디어 내 과오를 벗어던질 수 있겠군.’

무려 히든 입구에 대한 정보.

이 정보가 김철수에 대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방금 추천해 줬잖아?”

“예?”

“남쪽. 떡갈나무가 양옆으로 주욱 길에 늘어선 곳에 위치한 입구.”

“거, 거기는…….”

아니 내 말을 뭘로 들은 겁니까.

거긴 살아나온 사람이 거의 없다니까요!

“제가 분명히 히든 게이트를 알려드린다고…….”

“어차피 너 정도 되는 애가 알고 있을 정도면 그렇게 히든도 아닐 거고.”

“…….”

필리악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비전투계 중에서는 나름 강한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이렇게 무시받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또 무시하는 사람이 김철수라서 뭐라 반박할 수도 없었다.

“거긴 너무 위험합니다. 설령 간다 하더라도 정식 원정대를 꾸려서…….”

“정식 원정대 꾸렸어.”

차진혁이 히죽 웃었다.

차진혁의 발 밑에서 여자 한 명이 쑤욱- 튀어올랐다.

“두더지우먼, 등장.”

차진혁은 두더지우먼과 함께 켈리베르크 산으로 향했다.

* * *

땅에 내려선 테르서박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제 멀미가 나지 않는다! 나는…… 성장했다, 김철수.”

뇌룡의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이지. 또 내 등에 토를 했다면 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테니까. 살아 있음에 감사하거라.”

차진혁이 뇌룡의 다리 부근을 톡톡 두드렸다.

“수고했어, 뇌룡.”

뇌룡은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인 뒤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지옥의 공기가 상쾌하다며 바람을 좀 더 쐬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지옥은 지구보다 더 강한 서버였고, 뇌룡의 제약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거기서 차진혁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지구가 만약 아르비스만큼 강한 서버가 되면…… 뇌룡도 제 힘을 다 발휘할 수 있겠지?’

그러면 아마 테이머로서도 테르서박을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차진혁의 호전적인 눈빛을 눈치챈 테르서박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렇게 보지?”

혹시 내 성장에 도전의식을 느끼나?

내가 지금 김철수에게 선한 자극을 준 건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차진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기에는 너무 먼 미래 얘기였다.

스트리머인 마시멜로와 비교해도 한참 부족한 상태.

본업에서 경쟁력이 부족한데, 그 외에 다른 분야까지 욕심을 내는 건 너무 시기상조였다.

‘나는 스트리머니까.’

일단 스트리머로서 정상에 올라야 다음 것도 노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마음을 다잡은 차진혁이 실시간 방송을 켰다.

편집자 강철의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덕분에, 실시간 방송을 키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다.

“수십 년간 미공략 던전이었던 곳. 대귀족 필리악으로부터 이곳이 가장 어려운 입구라는 사실을 알아내었습니다.”

필리악과의 대화를 아주 짧게 첨부했다.

경악하는 필리악의 표정은 어그로를 끌기에 충분했다.

[던전, ‘켈리베르크’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입장하겠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늪괴물이 대량 출몰한다고 하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 *

르세핌은 손에 들고 있던 포션병을 땅에 떨어뜨렸다.

“뭐?”

그리고 핸드폰 속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내가 아니야?”

지옥의 미공략 던전에 입장하는데 길잡이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불렀다.

“두더지 우먼이라고?”

르세핌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아무리 두더지 우먼이 지구에서 날고 기는 길잡이라고 해도, 아르비스의 랭커인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최근 연금술 연구에 흠뻑 빠져 있던 르세핌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지옥으로 향했다.

아르비스는 우주 방방곡곡으로 워프포탈이 마련되어 있는 초강대 서버였고, 당연히 지옥으로 가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지옥에 도착한 그녀는 곧장 뮈엔느를 찾았다.

둘은 ‘김철수’라는 연결고리로 이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르세핌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가감 없이 토해냈다.

“뮈엔느! 너는 이게 납득이 돼?”

뮈엔느는 지옥좌의 성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무엇을 말하는 거지?”

“김철수는 지금 길잡이로 내가 아니라 두더지우먼을 선택했고, 듀얼 플레이의 동료로 뮈엔느가 아니라 테르서박을 골랐잖아.”

“그게 어때서?”

“아니 뭐, 너랑 테르서박은 직업적 장르가 아예 다르니까 그럴 수 있다 쳐. 그렇지만 나는 아니잖아. 비록 추적을 전문으로 하고는 있지만 나도 근본은 길잡이라고. 그런데 어떻게 내가 아니라 저런 햇병아리와 함께하는 거지? 내가 훨씬 더 잘할 수 있는데.”

뮈엔느는 찻잔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르세핌.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게 있군.”

“착각?”

“김철수는 보편적인 플레이어가 아냐. 그는 스트리머지. 단순히 효율과 클리어의 측면에서 던전을 공략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말을 하는 뮈엔느는 약간 자존심이 상했다.

‘저런 르세핌이 명예철수랜드라니.’

르세핌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과는 별개로 약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철수랜드잖아. 김철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지. 우리가 아니면 누가 김철수의 마음을 알아주지?”

“…….”

한편으로는,

‘저런 르세핌조차 명예철수랜드의 자격을 부여받았다.’

그렇다면 혹시 나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는 판단이 서자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뮈엔느의 말을 들은 르세핌도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래도…….”

김철수를 이해하기는 했지만 자꾸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조금 더 치열하게 노력해서 김철수의 선택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피어올랐다.

“내가 실력이 지나치게 뛰어난 것빼고, 두더지우먼보다 부족한 게 뭐가 있어? 뮈엔느, 친구로서 솔직하게 대답해 줘.”

뮈엔느는 잠시 고민했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을 고민하는 듯한 진중한 모양새에, 르세핌도 더 이상 보채지 않고 천천히 기다려주었다.

“하나 중요한 게 있는 것 같군.”

“그게 뭔데?”

르세핌은 뮈엔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제국 7대 성기사 중 한 명인 뮈엔느라면 뛰어난 통찰력을 갖고 있을 것이고, 분명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굴?”

“……뭐?”

“그리고 몸매?”

“……내 얼굴과 몸매가 어때서? 나 정도면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럽지.”

뮈엔느가 다시금 차를 마신 뒤 말했다.

“그런 타입보다는 성숙하고 아름다운 타입을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르세핌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떻게 하면 성숙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어?”

* * *

떡갈나무 숲길을 지나,

[던전, ‘켈리베르크 산’에 입장하였습니다.]

필리악의 경고대로, 주변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초록빛의 떡갈나무들은 모두 사라지고 망망대해처럼 넓게 펼쳐진 늪지대가 나타났다.

“늪의 표면이 꿀렁거리고 있습니다.”

작은 파도처럼 꿀렁거리던 것들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태는 슬라임과 비슷하되 크기가 조금 더 컸는데, 몸에서 끈적한 물이 계속하여 줄줄 흘러내리는 것이 특징이었다.

[LV232/늪괴물/스킬]

[LV233/늪괴물/스킬]

.

.

[LV235/늪괴물/스킬]

레벨은 대략 230초반대.

“한 마리 한 마리는 강하지 않은 것 같은데…… 숫자가 엄청나군요.”

늪 전체가 꿀렁거리고 있었다.

이 늪 전체가 마물로 뒤덮여 있었다.

“일단 절대결계로 테르서박을 보호해 주고 있어 보겠어, 두지?”

“그러지.”

두더지우먼은 입고있던 옷들을 훌렁훌렁 벗어던졌다.

차진혁은 순간 노란딱지가 붙을까 싶어 황급히 시선을 돌렸는데, 그때문에 두더지우먼은 조금 섭섭해했다.

“내가 그렇게 방송 초보인 줄 알아? 고개를 왜 돌려? 나 섭섭해, 두지.”

그녀는 마치 잠수복같이 생긴 슈트를 하나 입은 상태였다.

몸에 찰싹 달라붙는 소재여서 두더지우먼의 몸 선이 도드라지게 강조되었다.

덕분에 왕유미 채널에서는 약간의 소동이 일었다.

-와 미친, 진짜 핫산은 신이시다.

-저게 얼마 전까지 남자였다고?

-갓벽 그 잡채.

-오 씨X 존X 예쁘다.

제대로 된 시작도 전에 이미 외모만으로도 상당한 어그로가 끌려버린 것이었다.

보통 때의 왕유미라면 이런 반응을 꽤 긍정적으로 보았다.

그녀는 외모 또한 이시대의 엄청난 경쟁력이라고 보는 입장이었고, 외모가 김철수의 방송에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안 되지!’

지금은 두더지우먼의 외모에 대한 감탄보다는 김철수의 플레이 그 자체에 더 집중하는 편이 좋았다.

미공략 던전의 인트로였고, 영상의 주체는 두더지우먼이 아니라 김철수여야 하니까.

왕유미는 화면을 조정하여 김철수에게 집중되도록 했다.

강은우의 도움을 받아 김철수의 현재 모습을 포커싱한 것이다.

-이게 눈정화지 ㅠㅠㅠ

-김철수는 진짜 지구의 보물이다 ㅠㅠ

-우리 치열좌 님이 던전을 뒤집어놓으셨다 ㅠㅠ

-오늘 앞머리 올렸음 진짜 최고임 철수얼굴 절대 지켜♡

두더지 우먼의 외모에 대한 화력보다, 김철수 외모에 대한 화력이 훨씬 더 강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던 르세핌은 다짐했다.

‘예뻐지고 만다.’

르세핌에게 새로운 도전 욕구가 피어올랐다.

마치 플레이를 처음 시작할 때만큼의 순수하고 투명한 욕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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