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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22화 (322/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22화

차진혁은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맞아준다!’

치열한 스트리머라면 죽지 않을 정도의 공격은 맞아주어야 했다.

이번 콘텐츠의 콘셉은 ‘압도’가 아니었으니까.

도끼날이 차진혁의 등을 파고들었다.

도끼가 아니라 몽둥이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 느껴졌고, 신체 내부에서 강력한 폭발이 있었다.

내장이 통째로 진동했다.

“우욱!”

밀려드는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속을 게워냈다.

‘피가 나네?’

끈적끈적한 핏덩이를 토해냈다.

‘내장이 박살 난 것 같다.’

피의 색은 검붉은색.

다 죽어가는 사람의 피처럼 보였는데, 이것은 색소에 의한 효과였다.

더욱 극적인 연출을 위해 색소를 조금 쓴 것이다.

차진혁은 손으로 입가에 흐르는 피를 스윽- 닦아냈다.

“강력한 공격이었습니다.”

닦아냈는데도 계속 피가 줄줄 나왔다.

“아마 이번 한 번의 공격에 온 힘을 다 쏟은 것 같네요. 아마 뒤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거겠죠.”

차진혁의 말이 사실인 듯, 전대 원로는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는데 차진혁이 살아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인터뷰 한번 해보겠습니다.”

차진혁은 다시금 입가를 닦아내고서 전대 원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저한테 특별한 기술을 사용하셨죠?”

“…….”

전대 원로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지금 장난치는 건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가 보는 차진혁은 진지했으니까.

‘차라리 잘됐군.’

그는 오랫동안 지하감옥에 유폐되어 있었고, 나이를 많이 먹어 체력이 매우 부족했다.

한 번의 기술로 극강의 파괴력을 낼 수는 있으나 그것을 유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벌자.’

빠르게 계산을 끝낸 그가 대답했다.

“그렇다.”

“어떤 공격이었는지 설명 좀 해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사용한 공격은 수라 도끼술. 도끼에 강맹한 마력을 몰아넣어 상대의 내장을 진탕시키는 기술이다.”

그때, 차진혁이 잠깐 방송 송출을 멈췄다.

그리고 아주 작게 속삭였다.

“야, 씨X, 그거 말고.”

차진혁은 방송에 진심이었고, 방송을 모욕하는 사람에게 말이 곱게 나갈 수가 없었다.

“너 전환격 썼잖아, 이 개새X야.”

“…….”

“솔직히 말하면 이번에는 살려준다.”

“…….”

해당 과정은 편집자 강철에 의해 실시간으로 편집되었다.

차진혁은 곧장 목소리 톤과 표정을 바꾸어서 말했다.

“수라 도끼술! 대단한 기술이군요. 그런데 그것 말고 또 다른 것이 있지 않았습니까?”

“…….”

전대 원로는 정말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새끼…… 뭐지?’

처음 만나보는 종류의 미친놈 같았다.

‘내가 입을 다물어도 어차피 이 자는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고서 목숨을 구걸하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환격…… 이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전환격이 무엇입니까?”

전대 원로는 전환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고, 차진혁이 씨익 웃었다.

“상대의 방어력만큼을 오히려 공격력으로 치환해서 치명타를 먹이는 공격이군요. 단순히 방어력이 높다고 방심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너는 어떻게 무사한 거지?”

전대 원로가 듣기로, 상대는 우주 랭커급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 딱 한 번의 공격만 성공하면 된다고 했었다.

“아, 공격이 너무 빨라서 절대결계를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이 부분은 1인칭 시점으로 송출했다.

그리고 1.2배 속도를 적용시켜서, 전대 원로의 습격을 보다 다이나믹하고 박진감 넘치게 수정했다.

편집자 강철과 손발이 척척 맞아가는 느낌이었다.

전대 원로는 외치고 싶었다.

‘거짓말!’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내 공격을 일부러 맞아준 거구나!’

그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왜지? 왜?’

대화를 나눌수록 혼란스럽기만 했다.

* * *

차진혁의 방송은 아주 큰 이슈가 되었다.

-와, 근데 쟤 정도면 지옥에서 랭커 아닌가?

-지옥이 문물이 좀 후져서 그렇지 애들 자체는 강하잖아.

-나이가 많아서 문제지, 10초 슈퍼맨 아님?

[가장 많이 다시 본 장면]으로는 차진혁이 전환격에 얻어맞는 그 장면이었다.

-진짜 개 아파 보인다.

-절대결계 없이 저걸 맨몸으로 맞았다고?

-내가 맞았으면 척추 바스라졌을 듯.

-어지간한 탱커도 저거 정통으로 맞으면 요단강 건널 것 같은데.

차진혁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무척 뿌듯했다.

역시 맞아주길 잘했다.

‘다친 거 걱정된다고 실시간 후원도 많이 받았고…….’

뿐만 아니라 다시보기 영상에는 따뜻한 댓글도 한가득이었다.

-철수 님, 얼른 회복하시길 빕니다 ㅠㅠㅠ

-우리 철수 아프지 말어라 ㅠㅠㅠ 맴찢 ㅠㅠ

-형님 빨리 쾌차하십시오!

솔직히 이제 후원보다도 이런 따뜻한 댓글들 보는 게 더 즐거웠다.

그러던 중, 꽤 마음에 와닿는 댓글도 발견했다.

-형님, 건강보다 방송이 우선인 거 아시죠? (찡긋)

차진혁은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마인드가 참 건강하네.”

“건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차진솔은 차진혁의 등에 손을 대고 한참 동안이나 치유력을 쏟아냈다.

차진솔의 이마와 목덜미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 새끼가 조금만 더 셌어도 요단강은 네가 건넜어, 이 미친놈아.”

“어허, 오빠한테 말이 너무 험하다.”

차진솔이 차진혁의 등짝을 세게 때렸다.

“너 진짜 이번에는 갈 뻔했다니까?”

“조회수 봤냐?”

“그걸 진짜 정통으로 맞아주는 놈이 어디 있어? 그것도 척추에!”

차진솔은 알고 있었다.

“너 일부러 살짝 비틀어서 척추에 맞았지?”

“설마…… 티 났냐? 조작 냄새나?”

“아니 그게 아니라 이 미친놈아! 그걸 왜 그렇게까지 일부러 맞아주냐고!”

“맞아도 왠지 살 것 같았어.”

“왠지? 왠지 살 것 같았다고?”

다시 한번 등짝을 때렸다.

아무래도 완벽하게 치료하는 데에는 3일 이상 걸릴 것 같았다.

그런데 차진혁은 이번 영상이 엄청 잘 뽑혔다며 싱글벙글 웃고만 있었다.

“이걸 진짜 죽일까…….”

치료에 최선을 다한 차진솔은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낸 뒤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조회수 몇인데? 좋아요 숫자는?”

* * *

3일 후.

차진혁은 실시간 방송을 켰다.

“이번에 깨달은 것이 많습니다.”

방어력이 높을수록 오히려 치명타를 먹이는 신비가 존재한다니.

그것도 모르고 절대결계를 펼쳤더라면 더 큰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자체 회복력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플레이를 하다 보면 공격에 노출되는 건 너무 당연한 일.

그리고 가끔은 방송을 위해 공격을 맞아주기도 해야 했다.

맞는 건 어쩔 수 없다 치고, 차진솔의 도움 없이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보통은 안 맞으려고 노력하지 않나?

-안 맞는다는 건 선택지에 없음 ㅋㅋㅋ 역시 치열좌 ㅋㅋㅋㅋ

-절대결계를 더욱 강화하는 건?

-방어력을 이용하는 신비가 있다잖아.

-그니까 그것마저 무력화할 수 있는 절대절대 결계를 사용하면 되잖아. 이렇게 가는 게 보편적인 사고방식 아닌가?

차진혁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러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절대결계가 지금도 너무 강해.’

이것보다 더욱 성능이 뛰어나지면 위기감을 연출하기가 힘들어질 것 같았다.

그는 플레이를 아주 잘 하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고, 그렇다는 건 즉 좋은 방송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절대결계가 여기서 더 강해지면 안 됐다.

-절대결계 강화할 수 있는 방법 알 것 같은데…….

-나 아는 지인이 방어결계 강화하는 방법을…….

-이 방법 진짜임. 왕유미 님. 제발 전해주세요. 방어결계를 강화하는 방법은…….

‘방어력은 더 높이면 안 돼. 치유력을 높이거나…… 그도 아니면 진짜 멋있게 피하는 회피 신비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피하는 건 막는 것보다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

그냥 피하는 건 의미 없고, 정말 멋있고 화려하게 피해야 했다.

최대한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예전의 신념과 생각은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슬슬 구금되어 있는 필리악에게 가보겠습니다.”

전대 원로는 약속대로 일단 살려서 보냈고, 뮈엔느가 필리악을 완전히 제압하여 지하감옥에 가둬놓았다.

“절대 우리에게 협조할 수 없다고 하던데 여전히 생각이 변하지 않았는지 궁금하군요.”

만약 절대로 협조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결국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신성한 수단.

끝을 모르는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아니면 세뇌할까?’

지옥좌의 능력과 CB(조종벌레)를 적절히 사용하면 완전히 세뇌해서 복종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 아니지.’

그래도 이번 콘텐츠의 전체적인 흐름은 평화로운 합병이었다.

주민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행위는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 좋았다.

“뮈엔느가 설득을 좀 해본다고 했는데, 과연 얼마나 설득이 되었는지 가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 * *

3일 전.

필리악을 가둔 뮈엔느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또한 나의 신념이 가장 중요했던 때가 있었다, 필리악.”

“……차라리 날 죽여라.”

“그러나 그 신념이 더 큰 빛을 만나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그대 또한 그 빛을 마주해 보길 바라는 바이다.”

“무슨 허황된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김철수는 그저 침략자일 뿐이다. 그 어떤 달콤한 말로도 나의 숭고한 정신을 꺾을 수는 없으리라!”

뮈엔느는 아예 창살 밖에 자리를 자리 잡고 앉았다.

“그대의 신념 자체는 높이 산다.”

“꺼져, 이제.”

뮈엔느는 감옥 벽면에 영상을 하나 틀어주었다.

“이건 우주랭커 마시멜로의 실시간 영상이다.”

“관심 없…….”

관심 없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바로 이곳.

제3지옥의 영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시멜로의 영상 제목은 ‘변화하는 3지옥 탐방’이었다.

-“4지옥과 통합된 이후로 어떻습니까? 삶이 좀 변했나요?”

-“네, 이런 천국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매일매일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축복이에요.”

인터뷰의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저희도 빨리 온수보급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정말 너무 잘된 일입니다.”

필리악이 눈을 질끈 감았다.

“보고 싶지 않다니까.”

“보고 싶지 않아도 봐라. 이게 현실이다.”

눈을 감았으나 소리까지 어쩔 수는 없었다.

아이들의 꺄륵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자 받아라! 질서와 정의의 망치다!”

-“망치는 내 거거든!”

어린아이들의 투닥거리는 목소리에 필리악은 저도 모르게 눈을 살짝 떴다.

영상 속 아이들은 해맑게 웃으며 뛰어놀고 있었다.

-“치열좌 놀이 할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내가 치열좌 할 거라니까!”

-“아니야. 너는 지옥왕 해.”

-“싫어! 지옥왕은 나쁜 놈이잖아.”

마시멜로는 어린아이들 몇몇에게 달콤한 초콜릿을 건네서 환심을 산 뒤, 인터뷰도 따냈다.

-“꿈이요? 음.”

아이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치열좌요!”

-“스트리머요!”

대다수 아이들이 자신은 치열좌 혹은 스트리머가 되겠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뮈엔느가 말했다.

“아이들에게 꿈이 생겼다, 필리악.”

“…….”

“그대가 꿈꾸었던 지옥의 모습 아닌가? 지옥왕 벡칸트의 밑에서 숨죽이고 살아가던 그때가 아름다운가, 지금이 아름다운가?”

“…….”

한참을 고민해야만 했다.

식음을 전폐한 채로 고민하고 있을 무렵, 차진혁이 찾아왔다.

“어떤가요? 생각이 좀 바뀌었나요?”

“…….”

필리악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내게 일주일만 시간을 다오.”

“일주일이요?”

“세상의 변화를 내가 직접 체감해 보고 싶다.”

정말로 아이들에게 꿈이 생겼는가.

지옥의 주민들은 지금을 더 좋아하는가.

내가 지켜야 할 지옥은 어떤 지옥인가.

“그렇게 하시죠.”

차진혁은 직접 손발의 결박을 풀어주었다.

필리악이 떠나고 난 뒤, 뮈엔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배신이 걱정된다.”

“그러면 더 좋지.”

“…….”

차진혁은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배신자 참교육 콘텐츠는 늘 인기가 좋은 편이거든.”

이후, 일주일이 흘렀고 필리악이 제 발로 차진혁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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