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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17화 (317/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17화

지옥왕 벡칸트의 목이 성문에 내걸렸다.

벡칸트를 따르는 정예들도 같은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전 우주를 충격에 빠뜨릴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소식이었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해 듣는 차진혁도 깜짝 놀랐다.

‘진짜 이게 되네?’

물론 지옥왕 벡칸트가 다른 지옥의 군주들만큼 강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는 본래 지옥의 권세가문에서 태어나 권력을 승계한 인물.

‘타고나기를 강하게 타고났지만 천성이 나태하고 오만해서 제대로 된 노력을 하지 않는 놈……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워낙 타고난 것이 출중하여 우주랭커의 끝자락에는 들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였다.

그런 실력자를 몽마들과 지구 출신 플레이어들이 합심해서 무너뜨린 것이다.

그것도 그들의 서버에서 말이다.

차진혁은 거기서 또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미인계에 암살자 조합이 진짜 위험하기는 하구나.’

그 두 조합에 제대로 걸리기만 하면 레벨차이나 실력차이도 무의미해진다.

방심하는 순간 골로 갈 수 있는 것이다.

릴리아의 상냥한 미소를 떠올린 차진혁은 속으로 다시 다짐했다.

‘그 따뜻한 표정과 말투에 속으면 안 돼.’

속는 순간 누구나 저런 꼴이 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차진혁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역시 제대로 연마하기만하면 미인계만큼 강력한 것이 없기는 하지.’

이렇게 강력한 걸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치열하다고 할 수없었다.

미인계를 조금 더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제 3지옥의 지휘부는 박살이 났고. 문제는 주민들인데…….’

과연 제3지옥의 주민들이 그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할지는 아직 미지수였으나 어쨌든 몽마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마련되는 순간이었다.

* * *

어느덧, 지옥여제는 정신을 되찾았다.

‘조금 더 기다려본다.’

지옥여제는 마지막 순간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기쁨 가운데에서도 끝까지 속내를 감췄다.

‘지금이 내가 가장 약화된 순간.’

만약 사특한 마음을 품었다면 지금 공격하겠지.

‘공격은…… 없는 건가.’

조금 의아하기는 했다.

사실상 모든 지옥을 통틀어서 제4지옥은 가장 세력이 약한 서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가 군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자들이 많았으니까.

아무래도 분열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나를 죽였다면 제4지옥을 쉽사리 차지할 수 있을 텐데?’

결국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 정신을 차렸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김철수.”

“뭔데?”

“너는 어째서 나를 돕는 거지?”

궁금했다.

왜 공격도 하지 않고.

횟수 제한이 걸려 있는 기적까지 소모해 가며 자신을 돕고 있는 것인지.

그 저의가 무엇인지.

‘설마…….’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의감의 발로인가.

‘내 사정에 관한 애틋함과 배려인가.’

그녀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다시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너무 당연하고 쉬운 질문을 무게 잡고 해서 약간 당황할 뻔했다.

“엘튜브 각이잖아.”

“…….”

차진혁의 눈동자는 여전히 맑았다.

지옥여제가 차진혁이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서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오히려 좋군.’

김철수의 저 맑은 눈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 이제는 그가 된 가희가 입을 열었다.

“김철수. 그대는 아마도 반얀트리 던전을 빠져나옴과 동시에 올 클리어 업적을 획득했을 것이다.”

김철수가 눈을 크게 떴다.

‘던전 보스가 이걸 알고 있어?’

평범한 던전 보스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무언가 더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 * *

김민지의 습격(?) 이후로 가까스로 제정신을 차린 베르팔토는 또다시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지옥여제 저 미친X이……!’

도대체 어디까지 까발릴 셈이란 말인가.

“막아. 어떻게든 막으라고!”

“시스템으로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건 어렵습니다.”

“이런 씨X!”

서울의 밸런스 붕괴문제를 막기 위해 파견된 급진 강경파 베르팔토.

그는 직감했다.

‘나는…… 잘리겠구나.’

잘리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어쩌면 ‘자살을 당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안 되겠다.’

이미 글러 먹었다.

‘나는 살아야지.’

그는 김철수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짓겠다고 선언하고서,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김철수의 집이 아닌 최갑수의 공방으로 향했다.

“살려주십시오, 어르신. 이러다 제가 죽게 생겼습니다.”

“나 지금 방송 보는 거 안 보이나? 저기 가서 조금 기다리게.”

최갑수는 최고급 미디어실에서 차진혁의 방송을 즐기는 중.

방송 속, 지옥여제가 말하고 있었다.

“지옥의 군주들은 상급 관리자들과 계약을 맺어왔다. 밸런스 조절이 필요한 시점에 던전의 주인으로 소환되어, 밸런스 파괴자들을 죽여주는 역할을 해왔지. 관리자들 입장에서 거슬리는 플레이어를 죽여주기도 했고.”

“시스템 자체적으로 한 게 아니라 관리자들이 그런 제안을 했다고?”

“100년도 더 된 일이다.”

“나는 처음 듣는 얘기인데.”

“그렇겠지. 우리를 만난 플레이어들은 모두 죽었으니까.”

차진혁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일반적인 던전 보스가 아니었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관리자들에게 섭외된, 타 서버의 랭커였다.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졌다.

‘그럼 내가 회귀 전에 반얀트리 던전이 생겼던 건…… 우리의 성장이 달갑지 않았던 관리자들의 소행이었나?’

그럴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

‘그때 서울 관리국장이 누구더라?’

이름은 이아엘.

두 장의 날개를 가진 천족 관리자였다.

무척 온화하고 지구에 우호적인 관리자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럼 그 새끼가 우릴 죽이라고 사주한 거였네?’

모순이었다.

동료들을 죽였던 지옥여제한테는 별로 화가 안 났는데, 그걸 사주한 관리자한테는 화가 난다니.

그렇지만 상관없었다.

‘관리자 패는 것도 콘텐츠가 되려나?’

꽤 구미가 당기는 콘텐츠였다.

위험부담이 상당한 콘텐츠이므로, 사전작업을 철저히 하기는 해야겠지만 말이다.

“이런 걸 다 말해줘도 되나?”

“말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없다.”

그게 더 무서운 점이었다.

‘어차피 다 죽일 거니까 그런 조항을 굳이 넣지 않았던 거겠네.’

차진혁은 방송을 이어갔다.

“조금 충격적인 내용들이 이어지고 있네요. 관리자들이 자기 입맛에 맞게 플레이어들의 생사를 결정했다니. 이건 너무 월권 아닌가 싶은데요. 운이 따라줘서 망정이지, 저도 죽을 뻔했고요. 지옥여제. 한 번만 확실히 말해주시죠. 저를 확실히 죽이려고 했습니까?”

“조금 가지고 놀다가 죽여달라고 하더군.”

“마침 심심하던 찰나였다. 내 너와 잠시 어울려주마.”

첫 등장 때 지옥여제의 대사를 떠올린 차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회귀 전에는 우릴 좀 봐줬던 거였어.’

이 또한 관리자들의 꼼수인 듯했다.

관리자들이 지옥의 군주들을 투입할 정도면, 그래도 어느 정도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플레이어들을 죽이기 위함이고, 그렇다 보니 이래저래 신경을 쓴 것이 분명했다.

‘플레이어들을 너무 쉽게 죽여버리면 난이도 문제부터 시작해서 잡음이 생길 거야. 관리자들은 그 잡음이 생기는 것 자체가 싫었겠지.’

서울 관리국 내에 비상벨이 울렸다.

“회, 회의록 다 불태우고! 반얀트리 던전과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폐기해!”

“국장님이 안 계십니다!”

“내가 부국장이다!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다 없애! 흔적 자체를 남기지 말란 말이다!”

관리자들이 숨 가쁘게 움직였다.

“부국장님…… 자료들 삭제가 안 됩니다.”

“해킹을 당한 것 같습니다.”

부국장의 다리가 풀려 쓰러졌다.

관리자들의 얼굴도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 * *

지옥여제가 말을 이었다.

“다만, 딱 한 명. 아주 오래전 살아남았던 자가 있었다. 내 증조할아버지로부터 살아남았다 하더군.”

차진혁의 머릿속에 한 명이 스쳐 지나갔다.

요즘 계속해서 언급되고, 엮이고 있는 그 이름.

“가르비누?”

“역시 정보력이 뛰어나군. 그래. 가르비누. 그자가 너와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남았고, 올 클리어 보상을 획득했다. 내 할아버님께서는 그때의 이야기를 종종 해주시곤 했었지.”

“가르비누는 어떤 보상이었지?”

“아마 지금 네가 받은 것과 동일할 것이다.”

차진혁은 이때가 타이밍임을 직감했다.

아껴왔던 올 클리어 보상 내용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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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클리어(반얀트리 던전)]

‘주인이 없는 던전’을 올 클리어한 이에게 부여되는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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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평소와 다릅니다.”

차진혁은 이전에 획득했던 올 클리어 창도 공유해서 함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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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클리어(사러가 던전)]

사러가 던전을 올 클리어한 이에게 부여되는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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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이렇게 던전명이 표시되는데, 이번 올 클리어는 ‘주인이 없는 던전’이라고 표기 되네요. 시스템 상 정당하게 생성된 던전이 아니라, 관리자들의 꼼수 때문에 생겨난 부작용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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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클리어(반얀트리 던전)]

‘주인이 없는 던전’을 올 클리어한 이에게 부여되는 업적.

1) 올 클리어 각인. (각인 생성위치 : 오른 손목)

-‘주인이 없는 던전’ 내에서 완전 방어 상태를 유지합니다.(모든 공격 무효화)

-‘주인이 없는 던전’ 내에서 모든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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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들의 꼼수가 들어간 던전에서는 무적 상태나 다름없네요. 좋습니다.”

인위적으로 뭔가를 하면 그 반대급부의 작용도 커지기 마련이다.

사러가 던전을 올 클리어 했을 때에는 ‘사러가 던전의 마물들에게 공격을 받지 않습니다.’였는데, 이제는 아예 ‘완전 방어 상태를 유지합니다’가 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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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인이 없는 곳의 주인

-주인을 설정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주인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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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설명 한 줄 외에는 ‘?’로 설정되어 있었다.

“이건 뭔지 모르겠군요. 주인을 설정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주인을 설정한다라……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습니다.”

“가르비누는 세상 모든 만물에 자신의 이름을 부여하고, 스스로 그 주인이 되었다고 한다.”

지옥여제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단위는 서버라고 했었지.”

“……서버?”

그럼 서버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생각해 보면 서버에 주인이 있다는 건 이상하잖아.’

지금 당장 그가 나서서 ‘내가 지구의 주인입니다’라고 한다고 해서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는 입버릇처럼 말했다더군. 아르비스 서버의 주인이 되겠다고 말이야.”

“흐음.”

차진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해볼까?”

지구의 주인이 되는 것이 설마 가능하겠냐 싶었지만 한다고 손해 볼 것도 딱히 없어 보였다.

“마침 여기는 수호수의 권역이기도 하고 말이야.”

정신적으로 강하게 결속되어 있다 보니 수호수의 상태가 느껴졌다.

최강의 방어력을 선보였다며 아주 기뻐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컨디션은 최고였다.

“마침 사러가 던전도 근처고.”

사러가 던전 내에서는 모든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행운의 신까지 함께 사용한다면 왠지 나도 뭔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군.”

곧바로 사러가 던전으로 이동한 차진혁은 올 클리어 효과 ‘주인이 없는 곳의 주인’을 곧바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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