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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16화 (316/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16화

릴리아는 전 연인이자 언니였던 루시아의 사망 이후, 몽마들의 네트워크를 더 강화해 왔다.

-“나를 믿어봐요. 우리 몽마들을 도울 사람은 김철수밖에 없어.”

몽마들은 전 우주 곳곳에 뿌리를 내린 채 대다수가 정보계 혹은 화류계에 암약하며 살아가고 있는 중.

-“루시아 언니가 죽은 이후로, 김철수는 우리 몽마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어요. 물론, 그게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김철수는 우리가 방송에 도움만 된다면 발 벗고 나서서 우릴 도울 거예요.”

지구.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의 플레이어들이 그러하듯 릴리아 또한 김철수에게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녀는 더욱 치열하게 노력했고 그녀의 고용주인 최갑수도 그런 그녀의 모습을 꽤 좋게 봐준 덕택에 시간적 여유도 많이 생겼다.

-“릴리아, 자네는 요즘 젊은이들답지 않게 아주 패기가 넘쳐. 마음에 들어. 내 비서 일은 좀 대충해도 되니, 자네가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해봐.”

릴리아의 치열함에 감동받은 몽마들은 하나, 둘씩 힘을 보탰다.

전 우주에 뿔뿔이 흩어져있던 몽마들이 연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릴리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우리는 김철수라는 공동의 중심축이 있어요. 어때요, 손잡지 않을래요?”

흑장미 연합의 연합장.

천사소녀 송하영은 릴리아의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우주로 뻗어 나갈 활로를 찾고 있었는데, 몽마들과의 연합이 그 계기가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흑장미의 송하영과 연합한다는 것은 곧 검은가시의 곽도형과 한배를 탄다는 것이기도 했다.

몽마들과 흑흑연합의 협력은 단순히 두 세력의 연합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혹시 암살자의 힘이 필요하면 말해요, 우리도 도울 테니까.”

“도울 테니.”

K군단의 초창기 핵심 멤버 서지아, 서지수 자매도 그들과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MK재단 및 K군단 수뇌부들과도 연이 닿았다.

MK재단의 이사장 미셸장은 몽마들의 합류를 굉장히 즐거워했다.

“안 그래도 몽마들의 상황을 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로 이렇게 함께 교류하고 성장할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되겠지요. 혹시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얘기해 봐요. 단, 그것이 김철수의 플레이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하에 말이에요.”

MK재단과 긴밀히 협력하게 되면서 릴리아는 한세린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아, 그래? 전쟁 미치광이에 지옥여제에 대한 열등감이 심한 녀석이라. 그러면 일단 무턱대고 쳐들어올 확률이 있겠네. 하지만 밑에 참모진들이 있다면 아무렇게나 쳐들어오지는 않겠지. 여기 수호수가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 테니까 시선을 좀 돌리려고 할 거야.”

이미 차진혁의 방송으로 ‘지옥 군세’를 확인했다.

“지구와 정식으로 연결된 서버가 아니니까 아마 이런저런 꼼수를 쓰기는 할 거 같은데…… 루트는 확인했어?”

“여러모로 확인 중인데, 아마 반얀트리 던전 쪽으로 해서 진입할 가능성이 제일 높아요.”

그리고 이러한 사실들은 ‘어머니’ 마리아에게 전해졌다.

“타 서버의 침략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신유리 씨가 나서줘야겠어요.”

공성전차 신유리, 항문검 이현성을 필두로 하여 반얀트리 던전 근처에서 대기하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피해를 대비하여 K군단 소속의 김정현과 목재현, 차진솔까지 파견을 나왔다.

각계각층의 랭커들이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 위기에 대비했다.

“이곳의 마력 변화에는 이 몸이 제일 민감하다, 두지!”

두더지우먼까지 합세하여 반얀트리 던전을 감시했고,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두지! 서버와 서버가 연결되고 있는 것 같다, 두지!”

신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지구 최악의 빌런이었던 신유리가 발포를 준비했다.

* * *

“헉…… 헉……!”

차진혁으로서도 꽤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

여지껏 수많은 명상을 해왔고 소우주 안에서 찾고자 하는 답들을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정말 힘들었다.

“일단 성공한 거 같기는 한데…….”

지옥여제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골격이 워낙 커지는 바람에 옷들의 이음새 부분들이 터져 있었다.

‘잠깐 좀 쉬어야겠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호흡이 돌아오질 않았다.

그 와중에 왕유미로부터 몇몇 메시지들이 도착했다.

정말로 지옥군세가 나타났고, 신유리가 그들을 쓸어버렸다는 내용이었다.

차진혁은 목덜미를 관통하는 짜릿한 감각을 느꼈다.

‘진짜 장족의 발전이다!’

예전에 공무원 시절이었을 때를 떠올려봤다.

‘이런 대처는 진짜 꿈도 못 꿨는데.’

뭘 하나 하려고만 하면 이 서류 제출하고, 또 서류 제출하고, 윗선에 허락 맡고, 정치인들 눈치 보고, 이래저래 하다 보면 적기는 다 놓치고 아무것도 못 할 때가 많았다.

그놈의 허가니 승인이니 답답해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마물에 의한 피해 등을 입게 되면 욕먹는 건 늘 자신들이었고.

‘손발이 아주 착착 맞네.’

뛰어난 연계 플레이를 할 때에 느껴지는 벅찬 감각이 느껴졌다.

솔로잉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의 플레이였다.

‘몽마들이랑 서둥이들은 잘하고 있나?’

몽마.

서지수/서지아 자매. 그리고 그들이 이끄는 암살자들.

그리고 흑흑연합.

마지막으로 테르서박까지.

이들은 두더지우먼의 안내를 받으며 제3지옥으로 향했다.

정예병력이 모두 빠진 틈을 타서, 본진을 치겠다는 계획이었다.

-“우리 몽마들에게도 터전이 필요해요. 김철수, 당신을 보며 알았어요. 구심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내가 몽마들의 구심점이 되어보려 해요. 그러기 위해서 내가 몽마들의 터전을 일궈보고 싶어요.”

-“촬영 협조해 줄 거지?”

-“당연하죠. 좋은 엘튜브각이 될 거예요.”

처음 계획은 몽마들이 짰고 그것을 구체화한 사람은 한세린이었다.

테르서박은 지옥에 진귀한 생명체들이 많을 것 같다며 자원했고 말이다.

차진혁은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구는 맨날 피침략 서버였는데…….’

매일같이 침략당하는 게 일상이었다.

어중간하게 강해서 그랬다.

때려도 그렇게 비겁하게 보이지는 않고, 그렇다고 반격이 딱히 두렵지는 않은 중소서버.

‘벡칸트 그 새끼는 시도 때도 없이 쳐들어왔었지.’

지구에 대놓고 공물과 외모가 반반한 남자 300명과 여자 300명을 보내라 요구하던 놈이었다.

미국에서 깽판을 치며 대통령을 살해한 전적도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침략을 한다라.’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싶었다.

* * *

지옥왕 벡칸트는 이를 꽉 깨물었다.

‘이런 미친!’

그는 거대한 늑대의 형상으로 변해 있었다.

양팔을 교차하여 쏟아지는 섬광을 막아냈다.

“우리는 너희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지옥군세를 펼쳐 혼란을 유도한 뒤, 곧장 지옥여제 쪽으로 향하려던 계획은 이미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어찌 알았는지 지구 쪽에서 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너희와 싸울…… 예정이다……!”

권왕 김정현.

말은 느렸지만 몸동작은 빨랐다.

쾅!

김정현의 주먹이 벡칸트의 가슴에 닿았고, 벡칸트가 두어 걸음 뒤로 밀렸다.

‘신규 서버의 애송이가 감히!’

벡칸트는 김정현이 자신보다 하수임을 직감했다.

만약 여기가 지옥이었더라면 한 손으로 찢어버릴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게 쉽지 않았다.

상대의 방어가 너무나 단단했고, 그것은 수호수 때문이었다.

‘수호수의 권능이 이렇게까지 강했나?’

신규 서버라 얕잡아보았는데 수호수의 권능만큼은 아르비스에 필적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저 유성우 같은 황금빛들은 생각보다 너무 강했다.

수천, 수만 다발의 빛무리가 지옥군세를 모조리 토막 내고 있는 것이다.

‘제기랄!’

아마도 아르비스쯤 되는 강대 서버의 랭커가 우연히 이곳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운이 더럽게도 없군.’

그런데 싸우다 보니 깨달았다.

이곳에 아르비스급 서버의 랭커가 없다는 것을.

‘도대체 뭘 처먹었길래 이런 공격을 마구잡이로 쏘아대는 거냐!’

사실, 섬광을 뿜어내는 신유리조차도 놀랐다.

“내, 내가 이렇게 강했나?”

물론 김철수를 롤모델 삼아 매일매일 치열하게 노력하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강한 공격을 쉴 새 없이 퍼부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이건 내 능력이 아냐.”

아무리 실전에서 강한 힘을 보이는 그녀라 할지라도 이 정도 파괴력의 연사는 불가능한 것이다.

얼마 후, 하늘에서 천둥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똑똑히 보아라! 이것이 최강의 방어 능력이시도다! 우헤헤헤헤!”

이건 수호수의 방어능력이었다.

* * *

지옥왕 벡칸트는 손톱을 크게 휘둘러 김정현과의 거리를 벌렸다.

“후퇴한다.”

그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지구의 이 멍청하고 어리석은 놈들은 훗날 본때를 보여주기로 했다.

그는 살아남은 정예병력들을 데리고 제3지옥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성문 앞에 섰다.

“문을 열어라.”

문을 지나는데 복숭아 향기가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심장이 떨리는 향기였고, 오늘은 무척 술이 당겼다.

성으로 돌아온 그는 술을 퍼마셨다.

“그만 드시는 게 어떨까요? 너무 과음하셨어요.”

“너는 누구냐?”

벡칸트는 자신의 술 시중을 드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아름답군.’

릴리아는 연신 벡칸트에게 술을 건넸다.

“오늘도 무척 용명하셨겠지요?”

“물론이지.”

달콤한 목소리로 벡칸트의 정신을 파고들었다.

얕잡아보던 상대에게 수치스러운 패배를 겪은 벡칸트의 정신에는 구멍이 많았고, 유혹하기가 무척 수월했다.

벡칸트가 이끄는 정예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옥에 이렇게 예쁜 자들이 있었나?”

“아름답구나, 아름다워, 으하핫!”

“이리 와봐라. 그래 너. 너는 몇 살이냐?”

몽마들이 대거 동원되었다.

모두가 술에 곯아떨어졌고, 그 다음은 흑흑 연합과 서둥이들의 차례였다.

‘생각보다 정말 쉽네.’

‘이렇게 쉬워도 돼?’

암살자들은 암살자들 나름대로 심장이 뛰었다.

‘이게 바로 정보와 군주의 힘이구나.’

만약 지옥왕과 그 부하들과 정면승부를 했더라면 가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쉽게 지옥왕의 세력들을 처치하고 있었다.

10의 힘으로 100의 힘을 내게 하는 것.

이게 바로 정보와 군주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금 체감했다.

다만 문제도 있었다.

“목이 너무 질겨. 칼이 안 들어가.”

“……방어력이 엄청나.”

서둥이들은 물론이고 곽도형도 지옥왕의 살가죽을 뚫을 수가 없던 것이다.

릴리아가 포션 하나를 건넸다.

“이걸 바르면 훨씬 쉬워질 거예요.”

“……이건?”

“공식 철수랜드 1번이 특별히 건네준 방어력 약화의 비약이에요. 여러분들은 철수 님의 측근들이고, 철수랜드를 위해 이런 걸 내주는 것쯤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답니다. 대신 이런 걸 내줬다는 건 비밀로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서지아는 말없이 포션을 받아들었다.

‘정말 이런 걸로 지옥왕의 방어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까?’

일단 포션 뚜껑을 열어 지옥왕의 목에 발랐다.

‘해봐야 알겠지.’

단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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