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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15화 (315/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15화

차진혁은 차진혁 나름대로 치열하게 준비했다.

단순히 ‘모방’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방 능력이 최고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세팅하고, 핫산을 면밀하게 관찰했다.

모방은 결국 심도 있는 관찰로부터 나오니까.

핫산 또한 차진혁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여러모로 고민하고 애썼다.

‘근데…… 단순히 기적만으로는 어려워.’

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은 무척 특별한 존재 같습니다. 단순히 기적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누가 가르쳐준 것은 아니었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뭐랄까, 부작용이 너무 심각하게 깃들어 있어서 온몸이 이미 망가져 있는 느낌이에요. 제가 의사는 아니라 정확하게 표현은 못하겠고…… 아무튼 기적을 받아들이기에는 상성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문제가 되는 건가?”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높은 확률로 죽겠죠.”

“아티팩트도 강화 실패하면 터지는 게 국룰인데…….”

거기서 차진혁은 정신을 차렸다.

‘예전의 나라면 여기까지만 생각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보다 안전하고 상식적인 길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는 것이 인지상정.

조금 느릴지라도, 그렇게 가는 것이 조금 더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상태였다.

“핫산. 너와 내가 힘을 합치면?”

“그러면 조금 더 낫긴 하겠지만 부족합니다.”

차진혁은 흐음, 하고 턱을 매만졌다.

“성공 확률이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지?”

“지극히 낮습니다.”

한 0.00024퍼센트 정도 되나?

차진혁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1퍼센트 미만입니다.”

“와, 엄청 높네.”

“……예?”

“아니, 아무것도 아냐.”

화제를 돌린 차진혁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다행히 우릴 도와줄 사람이 있겠군.”

어째, 검왕 시절보다 동료들이 훨씬 더 많이 늘어난 느낌이었다.

“화타의 도움을 받으면 되겠어.”

회귀 전, VIP만 상대했던 화타는 이제 MK재단 의료팀에서 근무하면서 능력을 급속도로 키우는 중이었다.

정의로운 의술을 펼치게 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하, 하지만…… 과연 될지…….”

화타는 왠지 자신이 걸치면 안 될, 지나치게 큰 스케일의 사건에 연루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일단 안 된다고 하자. 못한다고 하는 거야.’

MK재단 의료팀의 팀장 -직함은 그렇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화타를 관리하는 역할- 한세린이 히죽 웃었다.

“우리 화타가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긴고아와 함께 치열하면 불가능한 것이 세상에 없어. 그렇지?”

“무, 물론이죠.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하, 하하!”

한세린이 선창했다.

“철수유니버스에.”

“불가능은 없다!”

세뇌구호를 외치는 핫산을 보며 한세린은 또 히죽 웃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호수처럼 맑았다.

어쨌든 화타. 갓핑거. 차진혁.

세 사람이 힘을 합쳐 지옥여제에게 (성스러운) 기적을 내리기로 했다.

사실 차진혁도 약간 긴가민가하기는 했다.

모방이 뛰어난 능력을 가진 건 맞았지만, 이런 기적을 공유해 본 적은 없었으니까.

‘잘 되려나?’

지옥여제가 죽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대박이 보장된 5부작 다큐멘터리 콘텐츠 대상자는 절대 죽으면 안 되는 것이므로.

그의 표정은 사뭇 경건했고 지극히 간절해 보였다.

진심을 다하는 그 모습은 강은우에 의해 촬영되는 중이었다.

* * *

화타는 반강제로 MK재단의 의료팀에서 근무하게 된 이후로 매일같이 한세린에게 시달렸다.

“으아아악!”

시도 때도 없이 긴고주를 외워대는 것이었다.

심지어 아무 잘못도 안 했을 때에도!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그냥. 재밌어서?”

화타가 보는 한세린은 악마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분노했다.

이후에는 좌절했고, 그 단계를 넘어서니 이제는 순종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한세린은 꽤 큰 깨달음을 얻었고.

‘차진혁의 말이 맞았어!’

폭력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그것은 폭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그 가르침(?)을 몸으로 체감한 느낌이었다.

‘역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폭력이지.’

어쨌든 화타는 한세린의 긴고주에 의하여 어느 정도 갱생이 되었고, 한세린이 인정할 정도로 새사람이 되기는 했다.

그러나 그가 가지고 있는, 본성 깊숙이 내재된 비틀린 욕망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트리투리 저 새끼……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그는 트리투리로부터 아주 강한 동질감과 동시에 혐오감도 느꼈다.

말하자면 동족혐오 같은 것이었다.

‘자기가 잘난 건 별로 없으면서!’

그런데 어찌어찌 만들어진 영웅이 되어 있었다.

어딜 가나 박수를 받고, 또 연설 한 번에 수백, 수천만 다이아를 벌고 있다.

‘아르비스에서는 광고도 여럿 찍었다지!’

그는 트리투리가 너무너무 부러웠다.

과거 물질을 향했던 그의 욕망은 이제 물질을 넘어서 명예욕으로 탈바꿈되었다.

어딜 가도 존경받고 싶고 박수받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 어쩌면 이번이 기회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커다란 스케일의 사건.

그것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척 설레는 일이기도 했다.

‘내가 아무리 잘해봐야 어차피 MK재단에 속한 치료술사일 뿐이지.’

마치 회사원이 된 것 같았다.

아무리 잘해봤자 칭찬받는 건 MK재단이지 자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화타’가 직접 김철수의 방송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고 경건했다.

모두가, 각자 다른 마음으로 경건한 표정을 지었다.

* * *

이번 콘텐츠를 위해 봉미나TV를 섭외했다.

차진혁 본인은 기적에 집중해야 하니,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봉킹이 지옥여제 쪽을, 강미나가 차진혁 쪽을 포커싱했고, 플레이어들의 표정과 열정을 담아냈다.

수많은 이들이 감동했다.

-와 저 표정들은 찐 아님?

-저걸 연기로 할 수 있으면 쟤네들 다 배우해야지 ㅇㅇ

-절대 연기 아님.

이미 왕유미가 지옥여제와의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지옥여제에게 서사를 부여한 상태.

그렇다 보니 시청자들도 이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다.

-못다 핀 꽃 한 송이를 피워내려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꽃치고는 너무 강하지 않냐?;;

어쨌든 출연자들(차진혁, 핫산, 화타)의 진심은 모니터/액정 너머로 전해지는 중이었다.

지옥여제 쪽을 맡은 봉킹이 침을 튀겨가며 중계했다.

“지옥여제 또한 저들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계속 굳어있던 표정과 분위기가 조금 풀어진 느낌입니다, 형님들!”

그리고 차진혁 쪽을 맡은 강미나는 별다른 멘트를 추가하지는 않았다.

‘굳이 오디오를 채우지 않아도 콘텐츠가 되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고 있는 차진혁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다.

-와 개존잼.

-대유잼이네요 ㅎㅎㅎㅎ

-혹시 이거 힐링 콘텐츠인가요?

그때, 차진혁이 눈을 떴다.

채팅창에는 꺅꺅거리는 비명 소리가 가득했고, 후원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자, 그럼 시작하자. 갓핑거, 화타.”

지옥여제를 침상에 눕히고 차진혁이 그 오른편에 섰다.

핫산이 그 왼편.

그리고 화타가 머리맡에 섰다.

핫산이 후우- 깊은숨을 내쉰 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법으로 치면 영창 같은 것으로 기적의 성공률을 높여주는 핫산만의 의식이었다.

“성스러운 기적을 선사하노니.”

핫산이 지옥여제의 왼쪽 어깨에 손을 얹었다.

차진혁은 지옥여제의 오른쪽 어깨에 손을 얹은 뒤 핫산을 모방했다.

“성스러운 기적을 선사하노니.”

핫산의 몸에서 금색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차진혁의 몸에서도 금색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두 사람의 몸에서 피어오르던 아지랑이가 이내 한 줄기 빛이 되어 각자의 손에 깃들었다.

“새 생명을 허락하라.”

“새 생명을 허락하라.”

그들의 손에 깃들어 있던 황금빛이 팟! 하고 섬광을 터뜨리며 지옥여제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던 봉킹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핫산에게 여유가 별로 없어 보여!’

진짜배기 스트리머라면 단순히 방송을 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K사단은 다 그렇게 한다.

그 또한 그렇게 배웠고, 그것을 실천했다.

[스킬, ‘시간배율 촬영’을 사용합니다.]

[피사체, ‘핫산’의 체감시간이 느리게 작용합니다.]

김철수에게 영감을 얻은 능력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기적을 사용하던 핫산도 드디어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여기가 지옥여제의 소우주!’

기적의 빛이 이 소우주의 저편으로 나아가야 했다.

소우주 저편에 이 빛이 닿았을 때, 기적이 벌어지니까.

빛을 방해하는 많은 파편들과 장애물들이 모두 보이기 시작했다.

‘어?’

옆을 보았다.

자신의 빛보다 훨씬 크고 강대한 빛이 소우주 저편을 향해 달음박질하고 있었다.

‘분명 파편들이 있는데…….’

빛을 방해하는 파편들.

자신은 그 장애물들을 피해서 기적의 빛을 소우주 너머로 안내하던 중이었는데,

‘그냥 뚫고 간다고?’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길을 뚫어내고 있었다.

핫산은 깨달음을 얻었다.

‘저것이 진정한 기적이구나!’

차진혁의 회귀 이전 시점의 핫산은 얻지 못했던 종류의 깨달음이었다.

* * *

다섯 개의 지옥은 태초부터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편의상 1지옥, 2지옥 등으로 나눠서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각자의 서버를 ‘지옥’이라고 불렀다.

이 우주에 ‘지옥’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는 서버는 자신들뿐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제3지옥을 다스리는 지옥왕 벡칸트가 그랬다.

“당장 지옥 군세를 일으킨다.”

그는 4지옥의 지옥여제 가희를 늘 못마땅해했었다.

감히 계집 따위가, 그래도 지옥이라 이름 붙은 곳을 다스린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했으니까.

“4지옥에 쳐들어갑니까?”

“아니. 지구로 간다.”

무릇 전쟁에서 이기려면 우두머리를 쳐야 하는 법.

“하지만…… 그곳에는 거대한 수호수가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지구나 서울이 아니다. 가희. 그 재수 없는 년일 뿐. 그러니 수호수는 상관없겠지.”

“하지만 김철수가 가희의 편을 든다면 일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지옥왕 벡칸트는 코웃음 쳤다.

“그렇다면 지구도 접수하면 그만이지.”

“김철수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참모진은 크게 당황했다.

‘또! 또!’

‘머리보다 주먹이 앞서는 저놈의 성질머리가 또 튀어나왔어!’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지옥왕 벡칸트가 김철수에 대해 아는 사실은 ‘요즘 핫한 스트리머’ 정도가 끝일 터.

그런데 그건 참모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김철수가 그들의 적도 아니고, 김철수에 대한 정보를 끌어모으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아직 김철수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깟 신규 서버의 스트리머 하나 때문에 이 좋은 기회를 놓친단 말이냐?”

김철수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신규서버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할 터.

그간 쌓아온 시간과 경험을 이길 수는 없다고 확신했다.

‘놈이 현명하다면 나와의 충돌은 피하겠지.’

그도 사실 김철수와 딱히 부딪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가희뿐이었다.

“실패하면 최고고, 실패하지 않아도 우리에게는 너무 좋은 기회겠지.”

실패하지 않는다고 해도, 가희가 이전보다 강해질 수는 없었다.

바뀐 몸에 적응하는 시간이 분명 필요할 터.

다시 말해, 가희가 가장 약해진 시점이 바로 지금이었다.

“지옥 군세는 수호수와 김철수의 이목을 끌도록 하고, 나는 정예의 별동대를 꾸려서 가희를 직접 치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희는 어리석었다.

기적이라는 말에 혹해서 혼자 타서버로 넘어가다니.

“하지만 주군. 지구로 넘어가는 워프포탈조차도 제대로 활성화가…… 컥!”

말을 하던 참모 하나의 목이 통째로 날아갔다.

푸악!

피분수가 솟구쳤고, 다른 참모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지옥왕 벡칸트는 피 묻은 손톱을 핥은 뒤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거 해결하라고 너희들이 있는 거잖아.”

지금처럼 좋은 기회를 그냥 흘릴 수는 없었다.

“……해결해 보겠습니다.”

“15분 주겠다.”

그는 3지옥의 정예 병력들을 모조리 끌어모아 지구로 향했다.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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