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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14화 (314/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14화

[특수 던전, ‘반얀트리’의 주인이 ‘반얀트리’를 벗어납니다.]

[던전, ‘반얀트리’ 가 클리어되었습니다.]

‘클리어됐다고?’

던전 보스가 던전을 벗어나는 경우 클리어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는 소문은 들어봤다.

아르비스의 몇몇 노련한 모험가들은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러나 워낙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소리라 반신반의하던 차였다.

‘이게 진짜 되는 거였네?’

과거에는 그냥 과장된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진짜 되는 거였다.

‘한세린이 알면 엄청 배 아파하겠지?’

한세린을 놀릴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났다.

얼굴이 붉어져서 ‘나,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어!’라고 발끈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최소 조회수 1억은 뚝딱이었다.

‘개꿀이…… 응?’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업적, ‘올 클리어(반얀트리 던전)’을 달성하였습니다.]

차진혁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조회수 1억이 문제가 아니겠는데……?’

당장에라도 ‘올 클리어(반얀트리 던전)’을 클릭하여 상세 내용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겨우겨우 참아냈다.

모든 걸 다 한 번에 풀어버리면 재미가 없으니까.

‘적당히 기대감 심어주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공개하자.’

지금은 또다시 ‘올 클리어 업적’을 달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

방송으로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본 키하엘은 뛸 듯이 기뻐했다.

“그래, 이거지!”

관리자 출신인 그는 사태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알 것 같았다.

보나 마나 관리자들이 인위적인 개입을 엄청나게 했을 것이었다.

“김철수를 죽이려고 했겠다? 그러셨겠다?”

아마 많은 무리를 했을 거고, 그러다 보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지옥여제를 바깥세상으로 끌어낸 것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올 클리어’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그런데 관리자들이 던전에 인위적인 설정을 가하면서 그에 대한 반동으로 올 클리어를 인정하는 기준이 무척 낮아진 것이 틀림없었다.

“우리보고 일 못한다느니 제대로 안 한다느니 개지X을 떨더니.”

이번에 새로 배치된 관리자들 대다수가 면접에서 전임관리자들을 비판했다고 들었다.

자기는 밸런스 조절에 훨씬 더 능숙한 인재라면서 말이다.

“밖에서 보면 쉬워 보이지?”

김철수가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

그는 왕유미의 중계채널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를 연발했다.

방송 내용상 ‘ㅋㅋㅋ’가 나올 타이밍이 아닌데도 말이다.

하도 ‘ㅋㅋㅋ’를 남발해서 3분 채팅금지를 당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그가 느끼는 것은 온전한 기쁨이었다.

“너희들도 느껴봐라. 김철수의 벽을 말이다! 흐흐흐흐흐.”

급진 강경파? 새로운 이사의 긴급 투입?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김철수의 벽이 그보다 높고 단단한데 말이다.

그런데 그때, 스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관리자들이 뭐? 자세히 말해봐.”

공식 철수랜드 1번.

그 이름도 유명한 김민지였다.

* * *

베라폴트는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섰다.

최근 수십 년간 이런 모욕은 처음이었다.

회의장 안.

김민지는 팔짱을 낀 채 주변을 걸어 다니며 살벌한 눈으로 관리자들을 노려보았다.

“너네 작당 모의하는 거 내가 영상 다 땄어. 너희도 찔렸는지 다 삭제했더라? 복구하는데 꽤 고생했어.”

한 관리자가 문제를 제기했다.

“하, 하지만 해킹은 불법…….”

“어쩔티비?”

김민지는 막무가내였다.

“불법이고 나발이고, 이 영상이 공개되면 너희들 전부 모가지야. 알아? 어떻게 관리자들이 단체로 모의해서 아름다운 플레이어 하나를 묻으려고 하지?”

의문을 제기했던 관리자는 약간 이상함을 느꼈다.

‘보통은 선량한 플레이어 정도로 표현하지 않나……?’

하급 관리자인 그는 김민지의 정체가 궁금했다.

보아하니 우주랭커는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관리자들의 관리국에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고, 또 어떻게 서버를 해킹해서 이곳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빼낸단 말인가.

‘삭제된 걸 복구했다고?’

‘국장님이 직접 삭제하라고 했고, 두 번 세 번, 삭제한 걸 확인한 걸로 아는데…….’

김민지가 다소 불량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야. 베라베라.”

“베라폴트입니다.”

김민지가 인상을 찡그리자,

“예. 제 이름은 베라베라입니다.”

이름이 바뀌었다.

“배상해야지?”

“배상…… 말입니까?”

“그래. 우리 철수 님을 죽이려고 했으니까 그에 상응하는 피해보상을 해야 할 거 아니야.”

“하, 하지만 김철수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

“그거야 철수 님이 너무 대단해서 그런 거고. 만약 아니었으면? 살인미수도 중죄야, 이 살인자야!”

“…….”

“……제가 살인자란 말입니까?”

“네가 살인자가 아니면 도대체 이 세상 누가 살인자란 거지?”

베라폴트는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눈 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도무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일단 이 상황만 넘기자.’

그 다음은 내일의 내가 어떻게든 하겠지.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 * *

지옥여제와 마주한 핫산은 순간, 정신을 잃고 말았다.

차진혁은 별일 아니라는 듯 관자놀이 부근을 살살 긁었다.

“흐음…… 얘도 이러네.”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픽! 픽! 쓰러졌다.

지옥여제의 존재감이 너무 강해서,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정신이 붕괴된 것이었다.

그래도 수호수의 권역이어서 크게 후유증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차진혁 입장에서는 조금 웃기는 일이었다.

‘지옥여제가 강한 건 맞지만 이 정도는 아니지 않나?’

사람이 얼마나 약하면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절을 한단 말인가.

솔직히 이해는 안 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러니 그냥 그런가보다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절대결계로 막아보긴 할 건데.”

어느덧 정신을 차린 핫산에게 절대결계를 씌워 보호해 주었다.

핫산의 손이 덜덜 떨렸다.

“저, 저는…….”

차진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핫산이 기적을 내려주는 건 어려울 것 같다.”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건지 궁금해지는군.”

지옥여제 가희는 이미 마음 속으로 김철수를 죽일 준비를 끝내놓았다.

허튼짓을 하는 순간 통째로 얼려버릴 심산이었다.

“갓핑거가 더 성장할 때까지 기다릴 거냐, 아니면 지금이라도 내가 해줄까?”

“네가?”

“나에게는 모방이라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특별한 능력’이라는 말에 지옥여제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뛰어난 스트리머들이라면 대부분 갖추고 있는 능력이지. 겨우 그걸 특별하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한 서버를 다스리는 절대자가 그렇게 편협해서 쓰냐?”

예전, 마시멜로가 업로드했던 영상을 하나 보여주었다.

네임드 분석가인 백과사전과 대화를 나누는 영상이었다.

“야, 너 모방 있지?”

“모방?

“아, 내가 두 살 때 쓰던 거?”

“그래, 그거.”

마시멜로는 모방에 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대충 비슷한 형상 정도는 흉내 낼 수 있겠지.”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냐?”

“미쳤냐? 그건 모방이 아니라 복사지. 그건 지금의 나도 쉽지 않아.”

“그렇지? 일반적으로는 이게 안 되는 게 맞는 거지?”

영상 속 마시멜로가 기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스트리머가 모방을 해서 그 정도 등급의 스킬을 똑같이 사용했다고?”

“오히려 더 뛰어난 구석도 있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사기 칠래?”

한 영상(차진혁의 영상)을 확인한 마시멜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꿈뻑거렸다.

어찌나 놀랐는지 마시멜로 형상인 그의 머리가 흐물흐물거렸다.

“야, 이게 어떻게 되는 거냐?”

“너도 모르냐?”

“모방이 원래 이런 게 아닌데?”

마시멜로가 김철수에게 제대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얘 이름이 뭐라고?”

“김철수.”

차진혁이 말했다.

“우주랭커 마시멜로가 이 정도로 말하면 나름 실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 * *

지옥여제 가희는 큰 내적 갈등을 겪었다.

‘또 속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접근했던 자들을 세어보면 아마 수백은 넘을 것이었다.

그중 수십은 직접 죽였고, 나머지 수십은 어딘가에서 더럽게 살아가고 있겠지.

수백 년간 쌓아온 불신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가 방어적인 태도로 물었다.

“네가 직접 그 기적을 모방하여 사용해 본 적이 있나?”

“없지. 처음이야.”

“나를 상대로 실험해 보겠다?”

차진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안 되는 건가?”

지옥여제는 정신을 집중하여 차진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사특한 마음을 품고 있는 자들은 눈빛에서부터 티가 나기 마련이니까.

수많은 사기꾼들을 경험했고 강력한 정신계 능력을 지니고 있는 그녀는 눈만 봐도 상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는.

‘맑다. 지나치게 맑아.’

정신세계는 너무나 혼잡하여 아무것도 알 수 없었는데, 눈빛은 또 지나치리만치 맑았다.

이런 부류의 인간은 처음봤다.

차진혁은 한숨을 작게 내쉰 뒤 실망했다는 듯 말했다.

“지옥여제. 넌 별로 간절하지 않군.”

“……뭐?”

“갓핑거 핫산도 시작은 미약했다. 아무도 기적을 수여받으려고 하지 않았어. 그렇지만.”

차진혁은 카트리나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지금보다 근거가 더 없던 시기. 그때 카트리나는 용단을 내리고 곧장 기적을 수여받았다.”

과정이 살짝 생략되기는 했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카트리나는 핫산에게 처음으로 기적을 수여받은 사람이었다.

“설마 실패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뭐라?”

“정말 그렇게 애송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넌 지옥여제로서 자격이 없는 거다.”

“…….”

“설마 아니지?”

“…….”

지옥여제는 유심히 차진혁의 눈을 계속 살폈다.

눈이 여전히 맑았다.

“아티팩트 강화도 성공 확률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은 판국에……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기적을 수여받을 자격도 없지.”

됐다. 내가 콘텐츠를 포기하고 말지.

그 말까지 하고 싶었으나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했다.

차진혁의 말을 들은 지옥여제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자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보다 간절하고, 보다 치열했다면,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카트리나라는 여자는 근거가 전혀 없는 시점에 기적을 수여받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는가.

용기를 내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좋다. 모방해 보도록.”

그러나 차진혁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확실히 경고했다.

“혹시 사특한 생각을 품고 있다면 사지를 잘라 죽이겠다.”

이상한 건, 오히려 섬뜩한 경고를 하면 할수록 차진혁의 눈빛이 더욱 맑아진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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