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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08화 (308/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08화

카트리나는 자신의 것들을 대부분 핫산에게 넘겨주었다.

-“어차피 이것들 본가로 가져가봐야 티도 안 나.”

……라는 호기로운 말을 남긴 그녀는,

-“아 근데 이런 보석들 줘봐야 처리 못하지? 내가 급처로 팔아줄게. 기다려봐.”

한화로 100억을 건네주었다.

-“세금까지 다 처리한 깔끔한 돈이야. 너 해. 아니, 가지세요. 내가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지, 핫산. 너는 진짜 내 생명의 은인 같은 분이야.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이건 내 연락처.”

단순히 현금만 넘겨준 것이 아니었다.

-“음, 이건 비밀이긴 했는데, 연희동에 집 하나 마련해놨거든. 혹시 신혼집으로 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야. 이것도 너 가져. 명의이전은 다 해놨어.”

핫산은 카트리나의 평생소원을 이루어준 대가로 현금 100억과,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동네에 으리으리한 저택을 얻게 되었다.

강미나는 핫산의 조카들을 데리고 한국에 복귀했다.

“삼촌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며?”

“삼촌 짱이다!”

조카들을 만난 핫산은 조카들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여동생에게도 연락해 보았으나 이상하게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연락두절이야 워낙 흔한 일이니.’

핫산은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서 한국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그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돈은 충분히 번 것 같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거액을 손에 쥐게 되었다.

좋다기보다는 오히려 두려울 지경이었다.

돈에 대한 욕심이 싹 사라졌다.

‘어떻게 해야 사람답게 사는 것일까?’

그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 * *

차진혁의 방송 덕택에 삽시간에 유명세를 타게 된 핫산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 우주에서 성전환을 원하는 부자들이 핫산을 찾아왔다.

핫산이 그토록 원하는 삶이었으나 그는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모든 요청을 거절했다.

‘사람답게 살려면…… 은혜를 잊지 않아야겠지.’

어제의 핫산과 오늘의 핫산은 너무나 다른 사람이었다.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남은 내 능력은 김철수 님을 위해서 쓰자.’

이 모든 상황은 김철수가 만들어준 것이었다.

남은 76번의 기적은 김철수를 위해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순간, 띵! 하고 머릿속이 울렸다.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특성, ‘이타심(利他心)’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타심.

남을 위하거나 이롭게 하는 마음.

차진혁의 회귀 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때의 핫산은 오로지 자신과 조카들을 위해서만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스킬, ‘77번의 성스러운 기적’이 진정한 기적으로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그의 능력이 강화되었다.

[‘77번의 (성스러운) 기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스킬 명의 ‘성스러운’이 ‘(성스러운)’으로 바뀌었다.

* * *

핫산은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김철수 님은 제 은인이십니다. 따라서, 공식 철수랜드들에게 기회를 가장 먼저 제공하려 합니다.”

그리고 민하TV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공표했다.

“성전환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이건 선택의 문제입니다.”

‘(성스러운)’의 뜻이 그랬다.

원한다면 성전환을 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다면 영구적인 버프효과만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성전환을 하였을 때에 그 효과가 더 크기는 하지만, 어쨌든 성전환 없이도 기적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었어요.”

그는 철수랜드들이 밀물처럼 쏟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왜 아무도 연락이 안 오지?’

철수랜드들이 당연히 연락해 올 거라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철수랜드들의 단합력은 오늘도 빛을 발했다.

-121호: 사실 나는 저런 기적 없어도 먹고살 만해.

-088호: 어허, 어디 세 자릿수가 거들먹거려? 두 자리 번호 철수랜드들은 기적 같은 거 없어도 충분히 잘났어.

-009호: 흠, 두 자리가 큰 소리칠 짬은 아니지 않나?

철수랜드는 모두 ‘김철수’를 구심점으로 하여 모인 사람들.

모두가 아름답고 선한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딱히 특별한 욕심을 내지 않았다.

나 말고 다른 철수랜드가 특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타심의 발로였다.

그러던 찰나, 김민지가 나섰다.

-001호: 얘들아,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2호한테 기적을 경험하게 하는 게 어때?

-002호: 날 왜 파렴치한으로 만들어? 나도 기적 없이 잘 해왔는데.

-001호: 아니 그게 아니라 2호는 어쨌든 철수 님이랑 소통도 제일 많이 하고, 철수피아도 관리해야 하고, 철수 님 사진도 많이 찍어야 하잖아. 홈마로서 일도 열심히 해야 하고. 근데 요즘 S컷 사진이나 영상들이 잘 안 올라오고 있어.

-002호: 그, 그건 어쩔 수 없었어. 아르비스 출입이 불가능해서…….

-001호: 딱히 탓하는 건 아냐. 다만, 기적을 통해 홈마로서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우리한테도 더 양질의 사진과 영상을 공유해 줄 수 있지 않겠어?

김민지의 의견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고, 결국 강은우가 핫산의 ‘2번째 기적’을 수여받게 되었다.

핫산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철수랜드란…… 정말 놀라운 사람들이네요.”

무려 1,000명에 달하는 사람들 중 기적을 받겠다고 나선 사람이 한 명 뿐이라니.

“이런 이타심이 모이면 제 기적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혹시 성전환까지 원하세요?”

“음.”

강은우는 조금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 완벽한 기적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성전환 작업이 들어가야 하니까.

‘하지만…… 나는 남자여야 하겠지?’

다른 철수랜드들이 2호인 자신을 이 정도로 용납해 주고 있는 것은 그가 남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만약 성전환을 하게 된다면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아쉽다.’

그래도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편이 활동하는데 여러모로 편할 것 같았다.

“성전환 없이 기적만 수여받고 싶어요.”

* * *

강은우는 뛸 듯이 기뻤다.

기적을 수여 받자마자 차진혁을 찾아서 자랑했다.

“저 새로운 능력 각성했어요.”

“새로운 능력?”

“네! 핫산에게 기적을 수여 받았거든요!”

강은우는 홈페이지 마스터 전용 스킬인 ‘전능의 옵저버’를 획득했다.

“전에는 유령화해서 따라다녔잖아요? 근데 이제 그럴 필요도 없어졌어요.”

몸이 따라가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했다.

차진혁이라는 피사체에 한하여, 차진혁의 동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차진혁을 촬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인 전용 던전은 물론이고, 심사가 까다로운 아르비스 서버에서도! 저는 이제 S컷들을 무한정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단 뜻이죠!”

“그래?”

차진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의 인기를 얻게 된 것에는 강은우의 도움도 꽤 컸으니, 어련히 잘 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아참, 사진이랑 굿즈 판매 수익의 일부는 핫산에게 떼주기로 했어요.”

이런 기적을 선물받았으니 당연히 값을 치르려고 했는데 핫산이 자꾸 거부했다.

김철수 님을 위해 일하는 사람에게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그래서 제안한 것이었다.

이 기적의 능력을 통해 벌게 된 수익의 일부를 공유해 주겠다고.

“그래, 좋은 생각이네.”

“흐흐흐.”

강은우는 흐흐 웃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벌써부터 손이 근질거렸다.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따라갈 수 없는 곳인가요?”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따라갈 수 없어도, S급 영상과 사진들을 잔뜩 뽑아낼 수 있을 테니까!

* * *

차진솔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오빠. 나 진짜 진지해.”

“뭐가?”

“나도 기적을 수여받을까 봐.”

“그거 철수랜드만 가능해.”

“…….”

차진혁에게 말은 하지 않았으나 그녀는 철수랜드 1기 공식 003호였다.

“오빠 동생이면 그냥 해준다고 했어. 명예철수랜드나 다름없으니까.”

“흠.”

“성전환을 해야 완벽한 기적이래. 어때? 남동생 생기는 거 괜찮아?”

차진혁은 차진솔의 치열함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 또한 성전환을 진지하게 고려했을 정도니까.

“치열함은 장하긴 한데…… 엄마아빠 설득할 자신 있냐?”

“……없어.”

차진솔은 거기서 크게 반성했다.

“나한테 아직 그정도 치열함은 없나 봐.”

세상에서 제일 치열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민 좀만 더 해볼게.”

“근데 솔직히 말하면.”

차진혁은 이걸 말하는게 맞을까를 고민했다.

플레이어로서의 치열함만 놓고 보자면 ‘당장 성전환까지 해서 기적을 수여받도록 해’라고 말하는 게 옳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차진혁은 ‘플레이어로서의 관점’만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이제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내가 알던 동생의 모습으로 있는 게 좀 더 좋기는 해.”

“…….”

“갑자기 모습이 바뀌면 좀 낯설잖아. 다른 사람 같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미안하다, 치열하지 못해서.”

동생에게 그렇게 치열하게 플레이하라고 요구한 주제에, 이토록 치열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좀 부끄럽기는 했다.

“아냐. 오빠가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어.”

차진솔은 딱히 차진혁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대화를 끝낸 차진솔은 오히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아, 우리 오빠 덜 치열하네. 정말 실망이네.”

겨우 마음이 편해진 사람처럼.

* * *

강은우의 능력 강화는 철수랜드들 사이에서도 아주 큰 경사였다.

-001호: 솔직히 이건 장하네. 축하해, 2호.

-997호: 와, 그럼 이제 은혜로운 사진 더 많이 공개되는 거야?

-033호: 홈마 만세 ㅠㅠㅠㅠㅠ퓨ㅠㅠㅠㅠ

강은우의 능력이 강화된 것이 알려지게 되면서 핫산은 ‘기적의 성자’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가 철수랜드를 위해서만 능력을 사용하겠다고 말한 뒤로, ‘철수랜드’는 일종의 권력처럼 작용하기 시작했다.

‘철수랜드’가 권력이 된 공식적인 첫 사례였다.

소소한 사회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그 시점, 차진혁은 한 가지 생각에 몰두 중이었다.

‘이 정도면 지옥여제를 공략해 봐도 되는 거 아닌가?’

회귀 직전, 결국 차진혁에게 죽음을 선사했던 지옥여제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이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와, 존잼이겠는데.’

잠깐 동안 크게 설렜던 차진혁은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당연히 원정대를 꾸려서 들어가야겠지?’

그건 너무나 당연했다.

미공략 던전이었던 반얀트리 던전은, 회귀 전에도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이 함께 공략했다.

‘나한테는 이제 뛰어난 동료들이 있으니까.’

회귀 전보다 훨씬 치열해진 동료들.

그들과 함께 한다면 이전에는 공략하지 못했던 반얀트리 던전을, 이번에는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길잡이 르세핌이나 성기사 뮈엔느도 훌륭한 전력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고.

‘근데 혹시 솔로잉도 되나?’

예전에는 없었던 먼치킨을 획득했다.

회귀 이전의 자신을 뛰어넘은 지는 한참 됐다.

신화급 카드를 통해 레벨업도 가능했다.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봤을 때 솔로잉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또 미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이었다.

대규모 원정대를 꾸려서 철두철미한 계획하에 공략해야 하는 던전을 솔로잉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니.

차진혁은 피식 웃었다.

‘그건 진짜 정신 나간 놈들이나 하는 생각이지.’

그리고 1시간 뒤, 그는 실시간 방송을 켰다.

[솔로잉]

반얀트리 호텔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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