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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06화 (306/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06화

핫산은 불우한 환경에서 컸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집안에서는 폭력을 일삼았다.

핫산은 동생과 장농에 숨어서 벌벌 떠는 것이 일상이었다.

핫산이 10살이 되던 해, 핫산의 어머니는 결국 아버지의 폭력을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다.

아버지의 주폭은 핫산에게 향하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의 폭력을 꿋꿋이 견뎠다.

‘나는 엄마처럼하면 안 돼.’

엄마는 도망쳤다.

그 결과 핫산에게로 폭력이 이어졌다.

아버지의 폭력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그 대상이 바뀔 뿐.

‘내가 도망가면 동생이 맞을 거야.’

그래서 그는 도망가지도 않았고 아버지의 폭력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5년이 흘러 핫산이 열다섯이 되던 해.

결국 아버지는 핫산의 동생마저 때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돼.’

그는 맞아도 되었지만 동생만큼은 이런 지옥에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열다섯의 핫산은 결심했다. 동생과 함께 이 지옥에서 탈출하겠다고.

“쉿.”

아버지가 술에 취해 깊이 잠든 틈을 타, 핫산은 동생과 함께 집을 빠져나갔다.

열다섯 살의 핫산이 동생과 함께 생계를 꾸려갈 만한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열한 살의 동생은 화가가 꿈이었다.

“오빠. 나 그림을 그리고 싶어. 멋진 화가가 될 거야.”

“알겠어. 오빠가 도와줄게.”

그림을 배우는 것에는 돈이 많이 들었다.

핫산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구두닦이 일을 하며 겨우 입에 풀칠만 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동생에게 그림을 가르쳐줄 수 없었다.

‘하루종일 구두를 닦아도…… 물감값을 대주기도 벅차.’

그는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일을 찾아보았지만 열다섯 살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남자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

폭행에는 워낙 익숙한 탓에 별다른 저항없이 그냥 맞기만 했다.

시간이 지나면 이 폭행도 끝나겠지, 그는 폭력에 지나치게 길들여져 있었다.

그런데 이번 폭행은 좀 이상했다.

‘왜 내 옷을……?’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잘은 모르겠지만 주먹으로 맞는 것보다 더 끔찍한 시간이 이어졌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만족스런 표정의 남자는 핫산에게 돈을 던져주었다.

그가 던져준 돈은 1,000바트(한화 약 38,000원)였다.

‘돈이다!’

3일 꼬박 구두를 닦아야 벌 수 있는 돈을 벌게 된 것이었다.

핫산은 바지를 입고서 허리를 꾸벅 숙였다.

“고맙습니다.”

* * *

시간이 흘렀다.

핫산은 더 이상 구두를 닦지 않았다.

훨씬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았으니까.

어떤 남자들은 자신에게 해괴한 짓을 하고서 돈을 주었다.

이런 일로 돈을 벌 수 있다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데, 신기하게도 돈이 되었다.

이제는 남매가 함께 살아갈 아주 작은 집도 구했다.

낡고 허름한 집이어도 괜찮았다.

둘만의 소중한 보금자리였으니까.

핫산은 스무 살이 되었고 동생은 열여섯이 되었다.

“과외 선생님이 필요해.”

“과외 선생님?”

“응. 나만 과외 선생님이 없어. 민니 알지? 나보다 그림 실력 형편없었는데 과외 받더니 실력이 엄청 좋아졌어.”

어중이떠중이 말고 정말 훌륭한 선생님에게 과외를 받으려면 돈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알겠어. 오빠가 알아볼게.”

그렇게 동생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고, 이듬해에 아이를 가졌다.

동생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외선생은 아이를 버리고 도망쳤다.

핫산은 동생을 위로하고 다독여주었다.

“차라리 아이를…….”

“안 돼! 어떻게 오빠가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그러고도 오빠가 내 오빠야?”

핫산의 동생은 절대로 낙태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명을 죽일 수 있냐고 엉엉 울었고, 결국 핫산은 그런 동생에게 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생기면 돈이 더 많이 필요하겠어.’

아이의 이름은 쿠안.

새 가족이 생긴 그는 열심히 일을 했고 동생과 쿠안이 잘 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핫산이 스물두 살이 되었을 무렵, 동생은 따로 살 수 있는 집을 요구했다.

“오빠랑 떨어져서 살고 싶어.”

“갑자기 왜 그래? 내가 뭐 서운하게 한 거라도 있어?”

“그게 아니라…….”

동생은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피했다.

“쿠안이 오빠를 몰랐으면 해.”

“……왜?”

“오빠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

“…….”

“물론 어쩔 수 없었다는 것도 알아.”

“…….”

“이미 동네에는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 있어. 오빠를 보며 손가락질해. 쿠안이…… 이 모든 걸 몰랐으면 해.”

“그래. 쿠안에게도 그게 낫겠지.”

“내 계좌번호는 알고 있지? 지금처럼 매월 1일에 입금해 주면 좋겠어.”

* * *

동생이 떠난 지 3년이 흘렀고, 핫산에게는 세 명의 조카가 더 생겼다.

모두 아빠가 다른 아이였다.

[오빠, 정말 미안해. 나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 부디 우리 애들을 잘 키워줘. 나한테는 오빠밖에 없어.]

동생은 네 명의 아이를 버리고 도망쳤다.

그들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이 애들을 버릴 수가 없어.’

그즈음, 핫산은 플레이어로 각성했다.

‘플레이어가 되면 큰돈을 벌 수 있다지?’

그러나 인생이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왜 나는 레벨업을 할 수가 없어?’

다시는 예전 같은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네 명의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삼촌이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것 말고는 할 줄 아는 일이 없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해보자. 내게는 77번의 기적이 있으니까!’

무료로 기적을 일으켜주겠다고 홍보도 해봤지만 정신병자 취급을 당할 뿐이었다.

아무것도 증명한 것이 없는 핫산에게 자신의 몸을 맡길 사람은 없었다.

───────

[77번의 기적]

성을 전환하는 기적을 선물하는 능력입니다.

이것은 기적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그 어떤 성전환 방법보다 완벽할 것입니다.

* 단, 기적을 수여받는 대상자가 플레이어여야만 합니다.

───────

그나마 모아두었던 돈이 다 떨어져갈 무렵, 한 남자가 그에게 접근했다.

“정말 무료로 그걸 해줍니까?”

“물론이죠!”

그에게는 기회 한 번이 절실했다.

딱 한 번.

한 번만 제대로 해낼 수 있으면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였다.

“플레이어여야 합니다.”

“아, 저는 스트리머로 각성했는데, 스트리머도 받을 수 있나요?”

“네! 플레이어이기만 하면 상관없어요.”

‘드디어 기회가 왔어!’

그러나 아니었다.

핫산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남자는 본색을 드러냈다.

“날 모르겠냐?”

“……누구?”

“네 단골 중 한 명이었는데 말이야, 흐흐흐. 요즘 안 보여서 얼마나 찾았다고.”

자신을 스트리머라고 소개한 남자는 실제로 스트리머가 맞았다.

“자, 그럼 방송을 시작합니다.”

그는 다짜고짜 핫산에게 주먹을 휘둘러 기절시켰다.

비록 비전투 계열인 직업이기는 했지만 레벨은 100이 넘었고, 핫산을 기절시킬 정도의 완력은 충분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깨어난 핫산은 크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이런 종류의 폭력에 지나치게 길들여져 있었으니까.

그가 충격받은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돈은…… 왜 안 줘요?”

“돈? 무슨 돈?”

남자는 낄낄대며 웃었다.

“나는 내 방송을 진행했을 뿐인데?”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플레이’라는 미명하에 신고도 할 수 없는 세상.

“시청자 여러분, 만족하셨나요? 아, 후원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좋은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 * *

핫산에게는 이와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일어났다.

대부분 19금 퀴어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스트리머들이었다.

“와, 이 방법이 진짜 통하네?”

“저도 드디어 핫산과 만났습니다.”

“이쯤 되면 속임수라는 걸 눈치챌 법도 한데 말이죠.”

“이 방법이 계속 통하는 걸 보면 애가 많이 멍청한가 봅니다.”

그는 멍청한 게 아니라 간절한 거였고, 그 간절함은 어떤 인간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오늘은 정말로 성전환을 원하는 사람이겠지하는 소망은 매일같이 산산조각 났다.

‘또…… 스트리머야?’

이젠 지긋지긋했다.

반항할 기력도, 생각도 없었다.

“이런 삶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이 시간이 빨리 끝나버렸으면 했다.

스스로 상의를 훌러덩 벗어 던졌다.

그리고 김철수가 물었다.

“왜 스트리머의 흔적이 느껴져?”

“……놈들과 한 패가 아닌가?”

“가만히 있어 봐.”

“그래. 그럴 줄 알았다.”

차진혁은 핫산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핫산에게 남겨진 흔적들을 읽어내자, 몇몇 단서들이 눈에 보였다.

“스트리머? 각성명이…… 보이러브?”

차진혁은 곧장 그 자리에서 보이러브를 검색했다.

엘튜브에 버젓이 영상들이 올라와 있었는데, 개중 핫산과 관련된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너 여동생 있었냐?”

“……그걸 어떻게 알았지?”

차진혁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제목부터가 어그로성이 다분했다.

[친여동생의 충격적인 의뢰! 내 오빠를……]

알고 보니 ‘보이러브’가 핫산의 여동생과 연애 중이란다.

그야말로 어질어질한 전개였다.

‘엘튜브 각을 뽑자고 핫산의 여동생을 이용한 거구나.’

여동생은 또 그에 미쳐서 오빠를 폭행해 달라는 의뢰를 하고 있었고.

“아니, 뭐 중요한 건 아니고. 네 얘기를 일단 좀 들어보자.”

* * *

핫산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차진혁은 화를 냈다.

“뭐 그런 놈들이 다 있냐?”

“…….”

핫산이 이런 얘기를 안 해본 건 아니었다.

경찰과도 얘기해 봤고, GM과도 얘기해 봤고, 유명 연합의 플레이어들과도 얘기를 나눠봤었다.

‘모두가 카메라 앞에서는 이렇게 분노해 주지.’

그러나 카메라가 꺼지면 달라졌다.

혹은 핫산의 과거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 눈빛이 달라지거나.

김철수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들 이렇게 화를 내주더군. 고맙다.”

“아니, 이건 선 넘었지.”

“새로운 시대가 열렸어. 이런 짓을 해도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렸어. 그냥, 나는 도태된 인간인 거지.”

차진혁은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브릭. 정식으로 의뢰를 하려고 하는데.”

브릭은 차진혁의 의뢰를 바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의뢰비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검은가시 연합 녀석들의 실전상대로 연습하기 아주 좋겠어.”

핫산이 물었다.

“브릭이 뭐지? 뭘 의뢰한다는 거야?”

“아, 별 거 아냐. 이놈들 죽이려고.”

“……뭐?”

핫산은 귀를 의심했다.

마치 ‘내일은 햄버거를 먹을 거야’ 하고 말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함께 화를 내주는 건 고마운 일이다. 김철수는 정의로운 사람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군.”

질서의 치열좌.

정의의 치열좌.

핫산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봤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암살을 해주겠다니.

분명 꿍꿍이가 있을 것이었다.

“원하는 게…… 있는 거지?”

“당연하지.”

역시 그럴 줄 알았다.

다른 놈들이 그랬듯, 이놈도 똑같은 걸 요구하겠지.

콘텐츠라는 명목으로.

하도 많이 당해서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걔들 다 죽여주면, 너는 네 77번의 기적을 사용해서 내 친구의 소원을 좀 들어줘야겠는데.”

“……뭐?”

“보수는 원하는 만큼 줄게.”

“……보수를 준다고?”

핫산은 다시 한번 귀를 의심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없는데?

‘표정 관리하자. 방송 분량도 이미 충분히 뽑았을 거야.’

더 이상 방송에 놀아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고 싶었다.

언제 납치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분명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나는 이만 돌아…….”

“어, 잠깐만, 전화 좀.”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브릭.

-“핫산과 관련된 스트리머 도합 6명. 모두 깔끔히 죽였다, 김철수 경. 목표보다 28초 정도 더 걸렸다. 치열하지 못한 것 같아 죄스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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