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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00화 (300/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00화

마시멜로는 한껏 긴장하며 광란의 마법사가 뿌려댈 폭격에 대비했다.

온갖 진귀한 방어구로 온몸을 둘러놓은 상태.

‘응?’

그런데 마법이 날아들지 않았다.

퓌렐이 이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은은하게 웃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더 무서웠다.

마시멜로가 아주 작게 조언했다.

“언제든지 중계결계, 아니, 절대결계를 활성화할 준비를 미리 해놔. 내가 가진 아티팩트로 방어는 좀 도와주지.”

뚜벅뚜벅 걸어온 퓌렐이 차진혁과 마주 섰다.

퓌렐이 차진혁을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뺨을 때리기 직전 같았다.

마시멜로가 황급히 둘 사이에 끼어들며 중재했다.

“퓌렐. 잠깐만. 나랑 얘기 좀 하지. 앗, 앗 뜨뜨!”

발바닥에 불이 붙은 마시멜로는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었다.

그 와중에도 마시멜로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치사하게 발바닥을 노려?’

순화해서 치사한 거지, 사실은 소름 끼치는 능력이었다.

온몸을 불 내성 아티팩트들로 두르고 있었는데 개중 발바닥 쪽이 가장 약점이었으니까.

퓌렐은 이미 마시멜로의 약점을 모두 간파했다는 의미였다.

이런 괴물이 김철수를 노린다면?

‘안 돼!’

약간 무리를 해서라도 김철수를 지켜야 했다.

철수랜드의 제1원칙은 ‘우리 철수 절대 지켜!’였으니까.

그런데 퓌렐의 반응이 영 이상했다.

“해봐라.”

마시멜로는 귀를 의심했다.

저 미친 여자가 저렇게 온화하게 말을 한다고?

불꽃 싸대기가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물론 말투가 아주 고운 건 아니었다.

“이렇게 대놓고 유혹하겠다는 머저리는 처음 보는군.”

“너무 경솔했나?”

“가끔은 경솔한 유혹도 좋지.”

“…….”

“10분 주겠다. 나를 설레게 만들어봐.”

차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과거의 경험들을 떠올려 보았다.

정말 다양한 유형의 미인계들을 경험했었다.

그런데 또 막상 그걸 직접 하려니 영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세뇌했다.

‘나는 미인계를 좋아한다.’

마시멜로와의 대화에서 깨달음을 얻지 않았는가.

훌륭한 엘튜버가 되기 위해서는 미인계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일단 아까 써먹은 방법부터 써보았다.

“퓌렐.”

“…….”

정성을 다해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이게 아닌가.’

* * *

퓌렐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거 진짜 물건이네.’

김철수와 마주 섰던 그 순간부터, 사실 그녀는 설레기 시작했다.

하르코엔이 왜 그렇게까지 김철수에게 집착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헬렌제국 7대 성기사 중 한 명인 뮈엔느가 왜 그렇게 돌아버렸는지도 이해가 되었다.

“10분 주겠다. 나를 설레게 만들어봐.”

……라고 말했던 시점에서 이미 퓌렐은 설레고 있었다.

“퓌렐.”

퓌렐은 하마터면 대답할 뻔했다.

겨우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이상한 일이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내 손을 잡아?’

차진혁이 퓌렐의 손을 잡았고 퓌렐은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차진혁은 예전에 다른 암살자들이 썼던 방식을 따라 해보는 중이었다.

이렇게 손을 잡거나 스킨십을 먼저 시도하는 암살자들이 꽤 많았으니까.

둘 사이에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미인계를 처음 써보는 차진혁은 연신 ‘이게 아닌가?’ 생각했고, 손을 잡힌 퓌렐은 ‘티 내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 모습을 촬영하는 마시멜로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김철수 너무 어색한데?’

저걸 과연 미인계라 부를 수 있는가?

‘김철수는 본능적으로 미인계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그렇다 보니 행동들이 좀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저 둘 사이에 흐르는 침묵 때문에 마시멜로가 민망해질 지경이었다.

‘근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저게 통한다?’

막상 당사자인 둘은 서로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으나, 제3의 관찰자인 마시멜로 눈에는 훤히 보였다.

‘말도 안 돼!’

마시멜로의 머리가 딱딱하게 굳었다.

‘근데 말이 돼!’

왠지 모르게 짙은 패배감이 느껴졌다.

‘이 더러운 세상!’

* * *

10분이 흘렀다.

“너는 나를 설레게 만드는 데 실패했다, 김철수.”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브릭이 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김철수 경, 퓌렐 경.”

“너에게 물어본 적 없다, 암살자.”

퓌렐은 작은 불덩이를 날렸다.

자그마한 불꽃이 넘실넘실 날아가 브릭의 가슴팍에 안겼다.

그것은 공격계열 마법이 아니었다.

“따뜻해앵!”

브릭의 표정이 봄날의 햇살처럼 풀어졌다.

더 이상 참견하지 않겠다는 듯 불꽃을 품고 엎드렸다.

으흥흥, 따뜻하니 좋아아- 하며 헤실거렸다.

마시멜로는 여러모로 충격을 받은 채 방송을 이어갔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태풍이 아니라 햇살인 법이죠.”

너무 쉬운 이치이기는 했으나 햇살을 일으킨 자가 퓌렐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런 방법을 쓸 줄 아는 인간이었다니.’

아무튼 방해꾼 브릭을 처리한 퓌렐이 말을 이었다.

“실패했으니 벌을 줘야겠지.”

“……벌이라면?”

“내일 저녁 6시. 렌마의 17번 거리, 엘파곤 식당으로 와라.”

엘파곤 식당은 대도시 렌마에서도 꽤 유명한 맛집이었다.

마시멜로는 계속 께름칙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저건 벌을 주는 게 아니라…….’

묘하게,

‘데이트 신청 같은데?’

* * *

───────

[버려진 여왕의 유산]

버려진 여왕이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던 제자가 있었다. 제자의 이름은 카르빙턴. 여왕은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과 지혜를 카르빙턴에게 전수하였다. 카르빙턴에게 배신당하는 그 순간에도, 베셀리티는 그를 사랑하였다.

<시나리오 해금 조건>

- 카르빙턴 혈족의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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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방송에는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우주급 시나리오 ‘버려진 여왕의 유산.’

‘?’로 가려져 있던 내용의 일부가 공개되면서 차진혁은 이 시나리오가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알 수 있었다.

‘조각들이 맞춰지면 내용이 공개되는 형식이구나.’

카르빙턴은 ‘창조의 연금술사’라 불렸던, 7명의 대영웅 중 한 명.

욜린 덕택에 카르빙턴이 누군지도 이미 알고 있는 상태.

“초대가주의 이름이 카르빙턴이거든요? 근데 이게 헬렌제국 측 고대 발음으로 읽어내면 음…… 키헥튼 정도로 읽을 수 있어요. 이 키헥튼은 가르비누의 심복 중 한 명이었고요.”

“그러니까 하르코엔 부인의 가문이 시작된 때. 그리고 종로의 카트리나 명인의 가문이 시작된 때가 거의 엇비슷하게 겹치는 거죠. 둘 다 가르비누의 동료였고요. 그렇지만 이상하리만치 알려진 바는 적어요.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기록을 숨긴 것처럼요.”

‘그러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 다음 조각은 카트리나의 가문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근데 7명의 영웅들이 각 가문의 초대가주가 되었고, 그들이 현재 아르비스의 7대 가문을 남긴 거 아닌가?’

그렇게 따지면,

‘카트리나도 7대 가문 소속이라고?’

회귀 전에도 딱히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훌륭한 실력의 장인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7대 가문 소속이었다니.

아마도 카트리나가 의도적으로 정체를 숨기고 있었을 확률이 높았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일개 직원에 불과한 욜린이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아낸 거지?’라고 생각했겠지만 차진혁은 오히려 쉽게 납득했다.

‘정말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구나!’

아무래도 연말에 욜린에게 보너스를 두둑이 챙겨줘야 할 것 같았다.

차진혁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서 인벤토리를 살펴보았다.

인벤토리 안에는 시나리오 진행 보상으로 얻은 낡은 양피지가 들어 있었다.

‘스크롤이라.’

이건 일종의 스킬북이었다.

───────

[베셀리티의 수인(手印)]

버려진 여왕은 수인(手印)을 즐겨 사용하였다.

그녀가 남긴 모든 유산에 수인을 통하여 특별한 표식을 남겼다.

그녀의 유산을 얻기 위해서는 그녀의 수인을 맺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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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다면 사용불가 설정이 걸려 있다는 것.

[연금술에 대한 이해도가 희박합니다.]

[‘베셀리티의 수인’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차진혁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연금술을 공부해야 하나?’

하지만 그러기엔 여유가 너무 없었다.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미인계를 갈고닦는 것만 해도 심신이 모두 갈려 나가는 느낌.

방송에만 집중해도 24시간이 모자라는데 여기에 연금술까지 공부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

“어떻게 하긴. 당연히 믿을 만한 연금술사 동료를 찾아야지.”

“연금술사 동료?”

안타깝게도 주변에 뛰어난 연금술사 동료는 없었다.

설령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믿을 수 있는’ 동료를 찾기는 정말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한세린은 이미 적임자를 찾아놓은 듯했다.

“어. 바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 * *

[김철수의 만행을 좌시할 수 없다.]

김철수의 행동을 집단적으로 비판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집단이 바로 ‘연금술사 협회’의 연금술사들이었다.

[하르코엔 부인은 위대한 연금술사였고, 세계 연금술사들의 구심점이었다.]

그들은 김철수가 하르코엔을 죽인 것이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했다.

[하르코엔 부인은 연금술을 사랑했고 연금술에 진심인 연구자였다. 그녀는 학문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김철수를 대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다소 윤리적인 문제가 드러나기는 했으나, 그건 그만큼 그녀가 순수했다는 의미이다. 그런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지나친 폭력이었다.]

아르비스 연금술사 협회는 김철수를 공적으로 지정했다.

[누구든, 김철수의 목을 가져오는 자에게는 포상금 100억 다이아를 지급하겠다.]

얼마 후 이 이 문구는 삭제되었다.

그들의 공지에는 명분이 없었고, 김철수는 아르비스의 명예시민이었으니까.

대신 연금술사 협회는 다른 방식으로 김철수를 압박했다.

[앞으로 우리 연금술사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김철수를 돕지 않을 것이다. 혹여, 김철수를 돕는 연금술사가 있다면 우리는 그에 걸맞은 대응을 할 것이다. 연금술의 어머니를 살해한 죄로, 김철수는 평생 연금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리라!]

그녀의 유산에는 수많은 연구자료들도 있었고 그를 분석하고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연금술사들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차진혁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철수가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하르코엔 부인이 남긴 값진 유산을 사적으로 유용할 것이 아니라 모두 기부하여, 연금술 발전에 일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물론 속내가 뻔히 보이기는 했다.

-개소리 오지네, 그냥 김철수가 하르코엔의 유산 다 꿀꺽해서 열 받는 거면서 ㅋㅋ

-응 그래봤자 다 김철수 거, 갸꿀

이유야 어찌 됐든 차진혁은 연금술사들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진 상황.

그러나 연금술사 협회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한세린이 추천한 사람.

바로 추적전문 길잡이 르세핌이었다.

“응, 걔들이 그러든지 말든지.”

애초에 길잡이인 그녀는 연금술사 협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르세핌의 눈이 말똥말똥 빛났다.

‘어쨌든 참 기쁘다.’

아무래도 다른 철수랜드들에 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찜찜하던 참이었다.

그러던 찰나, 연금술로 도움을 줄 수 있다니.

르세핌은 후후 웃었다.

“결혼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겠어.”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르세핌은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철수랜드 공식 1기 002번의 귀에 들어갔을까 걱정하면서.

‘관리자한테 이 말을 들켰다가는 영구 제명되겠지!’

철수랜드에게는 철칙이 있었다.

김철수를 열렬히 사랑하되, 독점하지는 않아야 했다.

결혼하겠다는 말은 김철수를 독점하겠다는 말이고, 철수랜드를 배신하는 행위였다.

르세핌은 속내를 숨기고 말했다.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어서 기쁘네.”

드디어 1인분을 하게 된 것 같았다.

“줄 게 있는데.”

“혹시 반지?”

“아니. 스크롤.”

차진혁이 ‘베셀리티의 수인’을 꺼내 들자 르세핌이 눈을 크게 떴다.

“서, 설마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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