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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93화 (293/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93화

간만에 느끼는 쫄깃함이었다.

‘목?’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상황.

그 찰나의 순간 차진혁은 판단을 내렸다.

‘아예 완벽하게 내준다.’

차진혁은 여전히 베라클라프의 목걸이를 착용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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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1]

즉사에 해당하는 공격을 공격대상에게 반사하는 능력(기본 확률: 70%+10%)

단, 치명상에 해당하는 공격이 오히려 즉사 공격으로 전환될 수 있다.(기본 확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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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다면 과연 이 베라클라프의 목걸이로 과연 하이드의 공격을 반사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하이드는 아르비스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강자.

공격의 격 자체가 목걸이의 격을 아득히 초월해 버리면 이 반사 또한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마니까.

‘완벽하게 죽을 수 있겠.’

그러나 마지막 순간, 이상함을 느낀 하이드가 공격의 궤적을 바꿨다.

그 또한 닳고 닳은 산전수전의 장인.

차진혁에게 무언가 있음을 직감한 것이었다.

목을 완전히 잘라내는 대신 동맥 쪽을 그었다.

즉사가 아닌 치명상을 노린 공격.

그 재빠른 공격 변환에 차진혁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다.’

이런 종류의 즐거움은 간만이었다.

‘역시 목숨을 걸고 얻는 재미가 모든 재미 중 으뜸이지.’

몸은 엉망진창이었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고 모든 순간순간에 집중을 다했다.

하이드의 의도를 읽어냈다.

‘본능적으로 목걸이의 약점을 읽어낸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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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치명상에 해당하는 공격이 오히려 즉사 공격으로 전환될 수 있다.(기본 확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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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하이드는 그것을 이미 간파한 상태.

‘김철수. 네놈은 아마도 베라클라프의 목걸이. 혹은 그와 비슷한 종류를 착용하고 있겠지.’

일반적인 등급의 ‘베라클라프의 목걸이’라면 상관없었다.

목걸이의 등급을 완벽히 깨부술 정도의 공격을 가해서 목걸이의 능력 자체를 무효화시켜버릴 수 있으니까.

그러나 하이드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놈은 돈쭐과 돈벼락의 후원을 받고 있다.’

둘의 후원이라면 어느 정도 등급의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을지 그로서도 판단이 서질 않는 것이었다.

지나친 도박을 하기에는 트리니티의 명성이 너무 높았다.

‘내가 노릴 건 치명상.’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치료받지 않으면 차진혁은 죽음에 이를 것이 분명해 보였다.

‘재차 치명상을 노리면 놈은 자멸한다.’

차진혁 또한 하이드의 머릿속을 어느 정도는 읽어낼 수 있었다.

‘이게 싸움이지.’

단순히 망치와 낫만 맹렬히 휘두른다고 해서 제대로 된 전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고수의 영역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머리싸움과 수싸움이 더 치열해지는 것이다.

‘내 목걸이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한 모양인데.’

그래서 즉사에 해당하는 공격 대신, 치명상에 해당하는 공격만 퍼붓고 있었다.

‘어차피 내 죽음은 내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최대한 ‘잘’ 죽어야 했다.

차진혁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한 정신으로 전투에 집중했다.

‘지금!’

다시 한번 가슴을 내주었고, 하이드의 낫이 차진혁의 가슴팍에 깊이 박혔다.

[치명상에 해당하는 공격으로 판정되었습니다.]

[즉사 공격으로 전환됩니다.]

순간, 시야가 어두워졌다.

차진혁이 노리고 있던 바였다.

[특성, ‘여벌 목숨’이 적용됩니다.]

같은 특성이라도 누가 쓰느냐, 어떻게 활용하느냐, 그 순간 어느 정도의 집중도를 가지고 있었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여벌 목숨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는 사망한 뒤 몇 분 뒤에 부활할 것이고, 누군가는 몇 초 뒤에 부활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죽음과 동시에 부활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차진혁은 이미 ‘여벌 목숨’을 사용할 것을 계획하고 있었고 이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시야가 밝아졌고 차진혁이 미리를 휘둘렀다.

빠각!

경쾌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머리를 노렸는데.’

미리가 하이드의 팔목에 부딪쳤다.

회심의 공격이 막혔다.

* * *

차진혁을 상대하던 하이드는 약간의 불안함을 느꼈다.

‘기세가 죽질 않는다.’

이것은 실력과는 별개의 영역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라고 해도, 저 정도 상태에 이르면 기세가 죽는다.

그러면 제 실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마련인데 김철수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오히려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

집중력은 더욱 극대화되고 공격은 더 정교해지고 있었다.

하이드는 운이 좋았음을 직감했다.

‘몇 년 뒤에 김철수를 만났다면…… 나는 졌겠구나.’

하르코엔도 지킬 수 없었을 거고, 이 자리에서 죽는 건 김철수가 아니라 자신이었을 것이었다.

솔직히 조금 황당하기는 했다.

지구 서버가 정식으로 오픈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괴물이 튀어나온단 말인가.

정말 다행이었다.

‘지금 죽여놔야 한다.’

만약 살아난다면 하르코엔에게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혹시 몰라 보험도 들어놓았다.

“늪지대 크루는 내 자식 같은 녀석들이었다.”

차진혁은 히죽 웃었다.

“내게 원한을 가진 개인의 복수극으로 만드시겠다?”

“…….”

하르코엔은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주장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차진혁은 하이드의 속내를 꿰뚫어 봤다.

“나를 죽이고서 하르코엔을 납치하겠네? 나중에 하르코엔이 탈출하겠지? 그러면 불쌍한 여인 하르코엔이 살인마 하이드로부터 극적으로 탈출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될 거고. 동정론이 피어오를 거야. 하르코엔은 일상으로 복귀하겠지. 대중들의 뜨거운 환영과 함께.”

“소설을 쓰는군.”

이것은 전투 외의 수싸움이었다.

전투에서의 수싸움은 하이드가 앞섰지만, 연출상의 수싸움은 오히려 차진혁이 앞섰다.

거기서 하이드는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차진혁이 전투계열 플레이어가 아니라 스트리머라는 사실을.

그는 화제를 돌렸다.

“솔직히 놀랐다. 네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꽤 재미가 있었다.”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

또다시 히죽 웃는 차진혁의 모습을 보며 하이드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주변에도 미친놈들은 많았지만 저 정도로 미친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의 옛 친구 중 하나가 떠올랐다.

‘역시 목숨을 내놓고 싸워야 재미있지! 안 위험하면 그게 싸움이냐!’라고 떠들어대던 미친놈.

지금은 행방불명된 그 미친놈과 차진혁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만 끝내지.”

사실 차진혁은 지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정신력으로 버티고는 있으나 그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몇 번의 공방이 이어진 뒤, 결국 차진혁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몸이 안 움직인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아주 무거운 쇳덩이가 온몸을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최후]

차진혁은 방송 제목을 바꿨다.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아쉬울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너무 즐겁게 싸웠으니까.

간만에 느끼는 진짜 행복이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 마음이 너무 복잡해졌다.

‘혹시 이 영상을 엄마 아빠가 보면 슬퍼하려나?’

솔직히 이 영상 또한 훌륭한 콘텐츠가 될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방송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송을 혹여 부모님이 보게 된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너무 슬플 것 같았다.

이제 차진혁은 그런 것도 생각할 줄 아는 스트리머가 되었다.

차진혁이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있다.”

“…….”

차진혁의 머릿속이 복잡해진 것만큼이나 하이드도 마찬가지였다.

싸우면서 정이 든다고 하던가.

하이드는 차진혁을 죽이는 것이 약간 안타까웠다.

시대만 잘 타고났더라면, 어쩌면 가르비누의 뒤를 이을 재목이었을지도 모를 일인데.

“유언 정도는 들어주지.”

차진혁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방송을 종료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솔직히 이건 잘 모르겠다.

방송을 종료해야 하는가.

종료하지 말아야 하는가.

스트리머로서 생각한다면 무조건 방송을 해야 하지만, 아들로서 생각한다면 방송은 꺼야 했다.

‘일단 녹화는 해둬야지.’

차진혁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엘리네스를 소환했다.

차진혁을 본 엘리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차진혁의 몸이 정상이 아니어서, 엘리의 몸도 반투명 상태.

“엘리. 다음에는 같이 못 놀아줄 거 같다.”

“안 돼여! 엘리랑 약속해써요. 맨날맨날 같이 놀아주기로 했단 말이에여!”

엘리는 차진혁을 와락 끌어안는가 싶더니 이내 역소환되어 사라졌다.

차진혁에게 소환을 유지할 체력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한세린. 너는 정말 좋은 동료였고. 미리. 너도 뛰어난 무구였다.”

미리와의 정신적 연결도 희미해진 상태.

미리가 무어라 말을 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는 끝났나?”

“…….”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무릎을 반 정도 꿇은 상태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진짜 미친놈이군.”

저 와중에도 꼿꼿이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니.

“안타깝게 되었구나.”

하이드는 차진혁 앞에 서서 낫을 들어 올렸다.

이제는 정말 끝을 내야 할 때였다.

그런데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 이 개새X야.”

하이드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 움직였다가는…….’

하르코엔이 위험해질 것 같았다.

하이드가 천천히 몸을 돌려보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뮈엔느?’

신성제국 헬렌의 7대 성기사 중 한 명.

빛나는 창 뮈엔느가 르세핌과 함께 이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빛나는 창 뮈엔느.

그녀는 제국민들로부터 무척이나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수많은 부하들이 이상향이자 동경의 대상으로 뮈엔느를 꼽았다.

그녀는 ‘빛나는’ 칭호를 얻게 된 것은 그저 뛰어난 창술가여서가 아니라, 그만큼 존재 자체가 밝게 빛났기 때문이었다.

늘 환하게 빛나는 존재.

-뮈엔느 대장님이요? 그분은 햇살 같은 분이시죠. 약한 자에게 한없이 관대하시고 따뜻하십니다.

-옛날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는 하던데…… 분명 오해일 겁니다. 저희가 보는 뮈엔느 대장님은 빛 그 자체거든요.

-저는 그분이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남을 비방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군요.

그 뮈엔느가 씩씩대고 있었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이 썅X아. 정신 차린 거 알아. 눈 안 떠?”

뮈엔느는 하르코엔의 멱살을 붙잡아 일으킨 채 뺨을 때렸다.

하르코엔이 꺅! 비명을 질렀고, 볼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철수 님을 안전하게 이쪽으로 넘겨.”

“…….”

“안 그러면 이 X 모가지를 따버릴 테니까.”

“…….”

충격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렌마의 경비대장이 이곳에 있는 건지도 의문이었다.

‘제국 측과도 얘기가 된 걸로 아는데.’

사실 이번 일은 제국 차원에서 도운 일이었다.

제국은 ‘김철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영웅’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죽은 영웅이 더 좋았다.

죽은 영웅은 우상화되기 마련이고, 그 영웅을 키워낸 트리투리에게 모든 이목이 집중되길 바랐으니까.

“10초 준다. 10초 후면 이 X 모가지 따버리고, 네 팔다리도 잘라버릴 줄 알아.”

이미 뮈엔느는 창을 뽑아 든 상태였다.

하이드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르코엔, 이 멍청한 X! 내 아름다운 인형들이 다 발각됐잖아! 일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이 빌어먹을 썅X아!”

그렇게 외친 뒤 낫을 들어 올렸다.

하르코엔의 죄를 모두 뒤집어쓰고서 자결하려는 것이었다.

지금 이것이 하이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하르코엔. 너를 정말로 사랑했단다, 아가야.’

자결하려는 그 순간, 그의 낫을 잡아내는 손이 있었다.

맨손이어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자결에 실패한 하이드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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