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84화
철수랜드 2기 1000명 모집.
1000명이라는 숫자는 공식 철수랜드에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숫자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이번 공식모집은 320,000:1 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낳으며 0.2초 만에 가입이 완료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철수랜드 2기 공식 가입 아이디 판매합니다.
아이디를 되팔이하는 리셀러들이 등장했고,
-해커새끼들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김철수의 팬이 아닌 해커들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자 철수랜드에 가입하는 경우도 꽤 되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이번 가입에 8,000만 다이아 넘게 썼다더라.
최신식 서버를 구축한 뒤 수많은 사람들을 고용하여 동시에 가입을 시도한,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다소 미친 자들도 꽤 되었다.
-8,000만 다이아면 싸게 먹혔네.
-8억 써도 안 된 경우도 있음 ㅋㅋㅋ
-프로그래머 써서 매크로 돌린 경우도 있다던데? 한정수량 10개?
-그 프로그램 가격이 10억이라함ㅋㅋㅋ
-ㅁㅊ 그럼 매크로 개발자 100억 번 거임?
이런저런 사회현상을 낳았다는 것은 둘째 치고, 아무튼 중요한 건 이번 철수랜드에 꽤 많은 편법들이 동원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32만 대 1의 경쟁률을 뚫을 정도로 강력한 편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 중에는 능력자들이 많았다.
“3일 준다.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혀를 잘라버릴 거야.”
“일단 팔부터 자르자. 이번엔 붙여줄게. 근데 다음엔 안 붙여줘.”
진짜 암살자들도 있었고.
(항간에는 철수랜드 가입에 성공한 사람을 암살한 뒤 아이디를 강탈했다는 소문이 있다.)
“의뢰인이 거세를 명령했다. 물리적으로 말이야.”
암살자를 고용한 부자들도 있었다.
로날도를 향한 위협은 상상을 초월했다.
“몸으로 괴롭히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지.”
지독한 환상마법이 그를 노렸고,
“공포를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피폐하게 만든다.”
밤마다 유령이 그를 찾아와 괴롭혔다.
처음에는 김철수가 비겁한 방식으로 자신을 핍박한다고 외쳤으나 그것은 그야말로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CCTV영상이 삭제돼 있어?’
자신이 습격당하는 영상들이 다 삭제되고 있었다.
‘나는 분명히 죽을 뻔했다고!’
변기에 앉았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보니, 변기 속에 눈동자가 보였다.
변기 속에 암살자가 숨어 있던 것이다.
“뭐, 뭐, 뭐냐!”
“지구에는 항문검이 있다지. 그러나 틀렸다. 내가 바로 원조다.”
“다, 당신도 고용된 거냐!”
“틀렸다. 나는 내 명예를 위하여 이곳에 왔다.”
상황이 이쯤 되자 노이로제에 걸릴 것만 같았다.
차라리 1위가 아니었던, 예전이 더 행복했던 것 같았다.
“제발…… 살려줘.”
그를 습격한 암살자들이 요구하는 건 단 하나였다.
김철수를 향한 공식적인 사과와 사죄.
그는 김철수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세요.”
“……예?”
“밤낮없이 암살자들이 밀려듭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습격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암살자뿐만 아니라 마법사, 최면술사, 정령술사, 테이머를 비롯한 각종 클래스의 광인들이 저를 괴롭힙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그 말에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되게…… 신나는 거 아닌가?’
* * *
욜린은 초콜릿을 음미하며 무척 행복해했다.
“이게 인생이지.”
이전 직장만큼 꿀직장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한 파라다이스가 이곳에 있었다.
김철수의 소개로 MK재단에 취직하게 된 그녀의 일과는 단순했다.
출근해서 아르비스의 역사와 관련된 것들을 공부하기만 하면 되었다.
특별한 것이 있으면 따로 메모하는 정도.
“예산도 무제한!”
평소에는 돈이 아까워서 사지 못했던 책들도 마구잡이로 구입할 수 있었다.
예전 직장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었다.
행복한 취미 생활을 즐기는데 심지어 따박따박 월급까지 준다니.
‘최고다!’
스스로 즐겁다 보니 일(?)의 능률도 무척 높아졌다.
“음…… 가르비누가 처음부터 위대한 마왕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어.”
대부분의 정사(正史)에서, 가르비누는 처음부터 위대했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기록을 살펴볼수록 가르비누는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하여 갑자기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름대로 자료를 싹싹 긁어모아 취미생활을 즐기다가 차진혁의 집을 찾았다.
“우주 역사상 가장 섹시한, 아니, 가장 존경받았던 마왕 가르비누 있잖아요. 기록이 정확하지는 않은데 가르비누도 수호수를 키우는 데 열심을 쏟았던 것 같아요.”
정확히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군데군데 흩어진 기록들을 짜깁기해서 살펴보면, 가르비누는 우연히 어떤 가루 형태의 물질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루 형태의 물질?”
참고로 차진혁은 욜린에게 말을 놓았다.
욜린이 ‘이렇게 은혜로운 사장님이시니 제발 말을 편하게 해달라’고 사정했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제 추정이에요. 그걸 기점으로 해서 아르비스에 거대한 수호수가 자라기 시작했어요.”
“아마 내가 이번에 사용한 정령석과 비슷한 물질이겠지?”
“예. 근데 정령석은 아닐 거예요. 왜냐하면 정령석에 대한 기록은 곳곳에 남아 있거든요. 사장님과 똑같은 방식으로 수호수를 키운 것 같아요. 정령석 외에 뭔가 그 비슷한 게 있는 것 같아요.”
차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비누에게는 CB나 정령석 외에도, 수호수를 성장시킬 어떤 비밀스러운 방법이 있는 것 같았다.
욜린은 열정이 넘쳤다.
“일 열심히 하겠습니다, 회사에 뼈를 묻겠습니다, 충성!”
* * *
지구 전체에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었던 수호수가 성장을 멈추었다.
몇몇 도시의 수호수들은 아예 말라비틀어진 경우도 있었다.
-김철수 열풍은 이제 끝났다.
-거품은 이제 사라질 듯.
빠르게 타올랐던 희망이었던 만큼, 또 빠르게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물론 부정적인 견해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곧 아르비스에서 양산한 치료제가 지구에 반입됨. 그때까지만 버티면 됨.
그러나,
-선진국이나 그렇겠지.
-치료제가 과연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에까지 도착할까?
지구 내부에서의 분열은 계속해서 일어나는 중이었다.
-김철수, 그에게도 대책은 없는가.
-사실 이번 사태는 김철수 때문.
로날도는 김철수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허리를 숙였으나, 세상에는 제2, 제3의 로날도들이 아주 많았다.
나름대로 근거와 통찰력을 지닌 경우도 있었다.
-시스템이 이런 극악처방은 솔까 김철수 때문 아님? 김철수가 밸런스 무너뜨려서.
-김철수 없었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도 않았음.
우주의 철수랜드들도 익명의 사람들을 추적해서 일일이 검거하고 탄압(?)하기는 힘들었다.
차진혁은 사람들의 반응에 딱히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그로가 끌릴수록 트래픽이 높아지니 신나 하는 중이었다.
하나의 사건을 대하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어서 좋고 말이다.
다만, 그의 마음속에 한가지 욕심이 꿈틀꿈틀 자라나고 있었다.
‘우주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통치자 가르비누.’
그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가장 강한 플레이어였다.
어느덧 차진혁의 목표는 에건 폴이나 마시멜로가 아니라 가르비누가 되어 있었다.
최강의 ‘스트리머’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가르비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최소한 가르비누가 할 수 있었던 건 다 할 줄 알아야겠지!’
무척 궁금해졌다.
과연, 지금보다 기술이 훨씬 부족했던 시대의 가르비누가 위대한 황금 수호수를 키워낸 비결이 말이다.
* * *
종로의 강화장인.
외눈박이 거인 뮬리누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로 김철수랑 저녁을 먹는군.”
카트리나의 집념은 실로 무서운 수준이었다.
“원래 이성애자는 안 건드리는 게 철칙 아니었나?”
“누가 건드린대요?”
카트리나는 호호호! 웃었다.
풍만하고 육감적인 대흉근이 꿈틀거렸다.
“나는 그냥 김철수를 감상하고 싶은 거예요. 엄청 아름다운 조형물이 내 앞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황홀하겠어요?”
“…….”
“전문용어로 덕질이라는 건데. 이해가 안 돼요?”
“전혀 안 되는군.”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아름답고 정순한 블랙 다이아몬드가 당신 앞에 있다고 생각해 봐요. 전설의 명장 토일론의 망치와 함께!”
“……아!”
그제야 뮬리누스도 카트리나의 말을 이해했다.
블랙 다이아몬드와 토일론의 망치라니.
뮬리누스는 반쯤 눈이 풀린 채 헤헤- 웃었고, 카트리나는 그런 뮬리누스를 뒤로한 채 연희동으로 향했다.
그는 눈에 확 띄는 붉은 드레스를 입었다.
몸매가 매우 풍만하여 드레스가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았다.
그의 붉은 드레스는 그의 웅장한 근육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호호호. 김철수와의 식사라니. 진짜 꿈만 같네.”
“이게 뭐 그렇게 대수라고. 영상 좀 찍어도 되죠? 얼굴 나와도 됩니까?”
“당연하지. 대신 필터 좀 걸어줘.”
“얼굴 갸름해지는 거요?”
“아니? 덩치 커 보이는 거! 근육 잘 보이게. 아, 그리고! 언제까지 그렇게 존대하면서 거리 둘 거야? 우리 많이 친해지지 않았어? 편하게 대해줘 오빵.”
차진혁은 저도 모르게 미리를 꺼내 들 뻔했지만, 분노를 억누를 수 있게 된 결정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아? 내가 말 안 했나? 우리 집 개부자야. 어느 정도냐고? 음, 우주에서 손꼽힐 정도? 참고로 오빠 방송에 나도 벌써 한 3억 후원했어.”
카트리나를 용서했다.
* * *
차진혁도 이상하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카트리나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장인이 왜 신규 서버인 지구에 눌어붙어 있는 건지 이상했으니까.
트리투리의 말에 따르면 이런 기술력을 가진 장인은 몇 달, 몇 년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말이다.
“나는 그냥 취미 즐기러 지구 놀러 온 거지.”
그랬다.
카트리나는 ‘일’이 아니라 ‘취미’를 즐기고 있던 것이었다.
손익 같은 건 계산하지 않고, 예약도 자기가 받고 싶을 때만 받는다고 했다.
“대대로 부자였어. 우리 조상 중에 누가 엄청난 부를 쌓았거든.”
“그래?”
“그래서 내가 철수 오빠를 보자고 또 연락한 거야.”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카트리나의 집안이 부자가 된 것과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이 정도로 철수 오빠한테 관심이 쏟아지면 집령석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집령석?”
“어. 아주 희귀하게 발견되는 전설적인 광물이야. 혹시 들어본 적 있어?”
“아니. 처음 들어봐.”
“그럴 수 있어. 아마 우리 가문 사람들 정도만 집령석을 알고 있을 거야.”
“그게 뭔데?”
“나도 잘 몰라. 그냥 그게 우리 가문을 우주에서도 손꼽히는 부자로 만들어줬다는 것만 알아.”
카트리나가 아는 사실은 두 개였다.
집령석은 수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감정을 품을 때에 어딘가에서 생겨난다.
그것 덕분에 카트리나의 가문은 우주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되었다.
“가르비누 알지?”
“요새 꽤 많이 듣는 이름이네.”
“우주에서 제일 섹시한 마왕. 당시 인기가 엄청나게 많았대. 수많은 팬심이 모여서 집령석이 나타난 게 아닐까 추정 중이야.”
카트리나는 호호 웃었다.
“집령석으로 뭘 어떻게 했길래 우리 가문이 이렇게 부유해질 수 있었을까?”
욜린의 말과 카트리나의 말을 종합해 보자면, 아마도 가르비누는 이 ‘집령석’을 수호수에게 비료를 주었을 확률이 아주 높았다.
차진혁의 눈이 번뜩였다.
‘엘튜브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