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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76화 (276/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76화

[고유 스킬- 절대 방어]

스킬 창에 쩌적- 금이 가는가 싶더니 깨져 버렸다.

차진혁은 크게 탄식했다.

“어? 이럴 수가! 스킬이 사라졌습니다.”

고유 스킬 획득이 취소되었다.

‘아 너무 아깝다.’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사라져 버린 비운의 스킬이라니.

도대체 뭐가 부족했던 걸까.

무척 아쉬웠지만 겉으로 크게 티 내지는 않았다.

“아…… 아쉽네요.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뮬리누스가 굉장히 아쉬워하는 차진혁 앞에 섰다.

“이봐, 친구.”

“위로는 괜찮아. 강화는 원래 실패해야 강화니까. 아이템 안 깨졌으면 됐지.”

“아니, 그게 아니라…….”

뮬리누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대장장이로서 이런 제안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다.

“열매 제련부터 네가 해보는 게 어떠냐?”

“응?”

그 말에 카트리나가 발끈했다.

“지금 내 잘못이라는 거야, 뮬리누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뮬리누스는 모두가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해 설명했고 그제야 카트리나도 흠칫 놀랐다.

웅장한 대흉근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고 보니 강화를 직접 한 거였네?”

재료가 잘못되었든지. 강화방식이 잘못되었든지. 둘 중 하나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었다.

카트리나도 깨달았다.

‘강화방식이 잘못되었다면 뮬리누스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했겠지.’

그러나 뮬리누스는 강화방식이 아니라 재료를 짚었다.

그렇다는 말은 김철수의 강화가 정확했다는 의미였다.

‘그럼 재료부터 김철수가 만지면?’

어쩌면 이번에는 정말로 성공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 * *

차진혁은 미리를 들어 수호수의 열매를 콩콩 찧었다.

“그래그래, 적당히 힘 조절을 잘해서 균일하게 깨뜨리는 것이 중요해, 오빠. 와, 이 오빠, 처음 맞아? 왜 이렇게 잘해?”

카트리나는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었고 차진혁은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제가 꽤 소질이 있나 봅니다.”

먼치킨의 힘을 여기서도 느끼고 있었다.

수호수의 열매를 빻아서 가루를 만드는 작업이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았다.

시간도 잘 가고.

“근데 오빠, 진짜 이걸로 또다시 시도해 볼 거야? 알지? 잘못하면 무구 파괴될 수도 있는 거.”

“강화는 원래 깨지는 겁니다.”

안 깨지는 강화는 강화가 아니다.

게다가 미리 본인도 강력하게 원하고 있었다.

-줘요, 제발 더 주세요.

“일반적인 강화도 아니고 미리가 삼키는 권능을 활용하여 강화를 시도하는 거니까 일반 강화보다는 훨씬 더 안전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긴장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차진혁은 심혈을 기울여 미리로 수호수의 열매를 빻았다.

“집중하는 모습이 완전 섹시하네.”

어찌나 집중했는지 카트리나의 말도 전혀 듣지 못할 정도였다.

어쨌든 차진혁은 수호수의 열매를 가루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미리의 갈증이 느껴졌다.

-먹어 치울게요.

‘그래.’

다시 한번,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얘기했다.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대요.

미리의 의지는 확고했고, 차진혁은 미리를 들어 올렸다.

“제대로 한 번 때려보겠습니다.”

* * *

미리로 열매 가루를 내리치자 번쩍! 하고 다시 빛이 일었다.

은빛 광채가 주변을 가득 메웠고 미리의 몸이 웅웅- 하고 크게 진동했다.

-맛! 있! 어!

미리가 허공에 절로 떠올랐다.

광채를 뿜어내며 좌우로 몸을 비틀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빛이 사그라들었고,

[고유 스킬- 절대 방어]

고유 스킬이 다시금 생성되었다.

“아까와 같은 능력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도 깨질지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시간이 흘렀다.

스킬은 깨지지 않았다.

‘과연……!’

심장이 두근거렸다.

약간의 시간이 더 흘렀을 때, 차진혁은 확신할 수 있었다.

“성공, 성공입니다!”

* * *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 기현상을 분석했다.

“아무리 그래도 김철수가 뮬리누스나 카트리나보다 더 뛰어난 기술자라고 보기는 어렵지?”

“그건 말이 안 되지.”

기술적으로 김철수가 더 뛰어났던 건 아니었다.

김철수가 열매를 빻는 장면이나 열매를 내리치는 장면 등을 분석한 결과였다.

기술적으로는 분명 모자란 부분들이 많이 보였다.

“근데 어떻게 이게 되지?”

“이게 된다고?”

많은 이들이 이 납득할 수 없는 결과에 의구심을 표시했으나 철수랜드들은 달랐다.

“철수 유니버스에서는 치열하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

“안 되면 치열하지 않았다는 거지!”

그들은 김철수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신뢰를 무장한 사람들이었다.

치열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며 의심하는 마음을 품지 말라고 전도(?)하고 다녔다.

그건 철수랜드 1호인 김민지도 마찬가지였다.

김민지는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글을 남기는 중이었다.

[꿈은★이루어진다 by치열좌]

궁금증을 참지 못한 최갑수가 물었다.

“아니, 근데 정말로 간섭하신 거 아닙니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치열하면 다 이루어지는 법이라니까.”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저도 공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김철수 본인이 저걸 해냈다는 건 좀…….”

“철수 님이 여태까지 왔던 것들 중에 말이 되는 건 있었고?”

“…….”

핵심을 찌르는 김민지의 말에 최갑수의 몸이 움찔했다.

김민지는 검지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들며 우쭐거렸다.

“그런 종류의 것이야. 철수 님을 의심하지 마. 치열하게 임하면 꿈은 이루어져.”

“아무튼 진짜 간섭한 게 아니라는 거죠?”

“당연히 아니지. 나 요즘 몸 사리고 있어.”

‘편애광신의 도움이 있었던 것도 아니야? 그럼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백과사전이 그 나름대로 분석해서 글을 게재했다.

[김철수의 정교함이 뛰어났던 건 아닐 터. 그렇다는 건 이번 강화와 김철수의 상성이 무척이나 뛰어났다고밖에는 해석할 수가 없다.]

백과사전은,

[수호수-김철수-미리]

로 이어지는 정신적 결속을 짚었다.

정신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다는 설명이었는데 그나마 이게 가장 타당한 설명이었다.

결국 최갑수는 차진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네 진짜 어떻게 한 건가? 나한테만 솔직하게 말해주게.”

-치열하게 했습니다.

“아니 그런 컨셉 같은 거 말고. 진짜로 말이야.”

-진짜 치열하게 했는데요?

“진짜로?”

-네.

차진혁 입장에서는 조금 난감했다.

여태까지와 똑같이 치열하게 했을 뿐인데 이번 건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평소보다 훨씬 많은 느낌이었다.

‘치열하게 하니까 아르비스의 경비대장도 잡았잖아? 뇌룡도 테이밍하는 데 성공했고.’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런 게 더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사람들은 이번에 유독 놀란 느낌이었다.

덕분에 차진혁은 조금 더 설렜다.

‘강화나 제작 쪽 콘텐츠의 반응이 뜨겁구나. 아무래도 더 믿기 어려워하고.’

이쪽 콘텐츠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달아서 무척 기뻐졌다.

“치열하게 하니까 그게 된다라…… 하긴, 채널 초창기부터 쭉 그런 컨셉이었지.”

최갑수는 허허- 웃고 말았다.

전화를 끊은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괴물을 후원하고 있나……?”

방송을 보면 볼수록 어딘지 모르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최고급 멀티미디어룸, 김철수의 방송을 처음부터 12번째 정주행하고 있는 그는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오히려 좋아.”

* * *

집으로 돌아온 차진혁은 골똘히 생각했다.

‘이 고유 스킬을 언제 선보이지?’

엘튜브각이 서버렸다.

이 스킬을 적당한 타이밍에 적절한 연출과 함께 선보이면 양질의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허접한 암살자 애들은 이미 다 지나갔으니까.’

진짜배기 암살자들이 안 나타나려나?

그런데 또 수호수가 정신을 차려서 제 권능을 다시 펼친 바람에, 암살자들이 안 나타날 거 같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 시점에서 나를 노리고 있는 암살자들이 있을 거 같은데.’

단순히 스트리머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암살에 성공하면 높은 이름값을 얻을 수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아르비스를 좀 돌아다녀 볼까?’

근데 생각해 보면 또 아르비스 명예시민이 되는 바람에 너무 안전해져 버렸다.

10년짜리이기는 해도, 어쨌든 아르비스의 시민과 거의 동일한 권리를 누릴 수 있으니까.

암살자들은 아르비스에서 아르비스의 시민들을 어지간해서는 건드리지 않는다.

‘수호수의 권능이 닿지 않는 곳으로 좀 가야겠다.’

그러면 암살자들이 좀 덤벼들겠지?

‘센 놈이 나타나 주면 좋겠다!’

그러고서 생각했다.

이건 암살자의 습격이 기대되는 게 아니라고.

그냥 나는 콘텐츠적인 관점에서, 새로 얻게 된 스킬을 적절한 타이밍에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는 것뿐이라고. 이제 나는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네임드 암살자 안 나오나?’

* * *

며칠이 지났지만 암살자들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좀 아쉬운 일이었다.

‘내가 스트리머라서 그런가 보다.’

스트리머 보호 조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이렇게 세간의 관심이 쏠린 시점에서 스트리머를 공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검왕 시절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쉽게 됐다.

‘응?’

그런데 암살자는 아닌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걸음걸이나 기세로 봐서는 분명 암살자가 아닌데, 이쪽을 향한 적의는 진짜였다.

[LV283/주식회사 상남자/미션 스트리머/17미션 연속 성공]

미션 스트리머?

차진혁도 알고 있는 직업이었다.

스트리머들 중에서도 미션을 적극적으로 받아 수행하는 형태의 스트리머였다.

차진혁은 괜스레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지구 출신은 아닌 것 같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다가오고 있는데 아마도 방송 중인 것 같았다.

“제가 오늘 김철수 치겠다고 말씀드렸죠, 형님들?”

손에는 커다란 도끼를 하나 들고 있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곧장 차진혁을 향해 대뜸 도끼를 휘둘렀다.

차진혁이 허리를 뒤로 젖혀 도끼를 피해냈다.

“오, 선금 감사합니다, 미션 성공해 보겠습니다.”

차진혁이 물었다.

“방송 중이냐?”

“어.”

“나 공격하라는 미션 중?”

“알 거 없어, 병X아.”

다시금 세차게 도끼를 휘둘렀다.

스트리머치고 꽤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차진혁도 설레는 마음으로 실시간 방송을 켰다.

영상 제목은 당연히 절대 방어였다.

[절대 방어]

일단 상대에게 물었다.

“스트리머가 도끼를 든다고?”

“망치 들고 설치는 놈도 있는데 뭘.”

차진혁은 ‘주식회사 상남자’의 도끼를 연거푸 피해냈다.

레벨에 비해서 몸동작이 크고 화려해서 피하기는 쉬웠다.

‘보여주기식 공격들이네.’

맞아주려고 해도 맞아주기 어려울 정도로 엉성한 공격들.

이런 거 괜히 맞아줬다가는 주작방송 얘기 나오기 딱 좋았다.

차진혁은 ‘주식회사 상남자’의 공격을 피해내며 핸드폰을 꺼냈다.

‘어디 보자.’

후웅-

도끼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고,

차진혁은 [주식회사 상남자]를 검색했다.

후웅-

차진혁이 있던 자리에 도끼가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도끼가 꽂혔다.

“구독자는 5억 명 정도 되는 미션 스트리머군요. 저를 열심히 공격 중입니다. 같은 스트리머끼리는 스트리머 보호 조약이 성립이 안 되나 봐요.”

그런데 채팅 내용을 살펴보니 마냥 그런 건 또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스트리머여도 스트리머 보호조약은 유효하다, 라는 내용이 굉장히 많았다.

-알바임?ㅋㅋㅋ 걍 죽이잨ㅋㅋㅋ

-역시 사람 패는 미션이 개꿀이지 ㅋㅋㅋㅋ

-죽여라!

-김철수 생각보다 X밥인듯?ㅋㅋㅋ

‘어?’

채팅창 화력이 생각보다 굉장해서, 차진혁도 살짝 놀랐다.

이 현상은 차진혁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다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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