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73화
-밉도다, 미우시도다, 삐지셨도다!
수호수는 약 먹기 싫다고 떼쓰는 어린애처럼 정말로 삐져버렸다.
‘어?’
수호수와의 정신적 연결이 끊어진 느낌이었다.
실제로 수호수와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속보가 터져나왔다.
-서울시 노원구, 레벨 90대 마물의 습격으로 인하여…….
-서울시 강남구, 레벨 110대 마물의 습격으로…….
수호수의 권능이 일순간 사라지면서 서울은 극도의 혼란에 휩싸였다.
-충격! 수호수, 사라졌나?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수호수.
도시 곳곳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여기저기서 사고가 발생해 연기가 피어올랐다.
서울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실은 김철수가 크게 다친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했다.
김철수의 부상은 기정사실이 되어 전 세계에 전해졌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코스피는 폭락.
수많은 개미들이 울었다.
정재계의 인사들은 굉장히 다급해졌다.
“주가가 이렇게 폭락할 일인가?”
“대책을 세우란 말이다, 대책을!”
주가만 문제가 아니었다.
“국가신용도가 실시간으로 하락했다던데?”
김철수의 부상은 국가신용도의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해외 투자자들의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국가의 경제와 위상이 휘청거렸다.
오죽하면 장관급 인사들이 나서서 ‘김철수는 건재하다’라는 기자회견을 했을 정도였다.
* * *
서울에 극심한 혼란이 찾아온 것은, 서울이 그만큼 안전한 도시였기 때문이었다.
타 도시들에 비해 안전과 관련된 예산과 인력 자체가 적게 편성되었다.
그래도 저력 자체가 없는 도시는 아니었다.
-그 어디에나, 영웅은 있었다.
K군단 플레이어들과 MK재단 소속 플레이어들이 구심점이 되어주었다.
그들을 필두로 하여 서울은 다시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되찾기 시작한 안정!
도대체 언제까지 김철수 한 명에게 이렇게까지 의존할 거냐는 비판의 여론도 일었다.
사실상 김철수는 개인.
개인에게 도시의 안전을 일임한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나비효과로, 치안 예산과 관련된 비리가 발견되어 몇몇 고위 공직자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어쨌든 혼란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을 무렵.
지금이 기회라고 여기는 부류들이 있었다.
‘김철수를 잡으면, 내 위상은 높아진다.’
‘김철수는 약해졌어.’
‘수호수가 없는 지금이 기회다.’
전 우주 각지의 암살자들은 절호의 찬스라고 여겼다.
“너. 암살자냐?”
“……너도?”
다만, 전 우주에서 암살자들이 밀려들다 보니 아무래도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암살은 틀려먹었다.
“순서를 지키자고.”
“우리끼리는 싸우지 말자.”
급기야는 서로 칼부림이 나기도 했다.
차진혁은 그런 상황을 다 알고 있었다.
‘수호수 녀석. 완전히 삐져버렸네.’
벌레를 먹는 게 그렇게까지 싫을 일인가 싶기는 했다.
‘별 맛 안 나던데.’
그렇게 맛 없는 걸 준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삐질 일인가 싶다.
어쩌면 사춘기일지도.
‘일단 수호수 달래주는 건 나중에 하고…….’
애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약을 안 먹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방문을 걸어 잠갔다고는 해도, 그래도 기어이 따고 들어가서 약은 먹여야 했다.
“자, 착하지. 밥 먹자.”
수호수의 몸통이 또 거세게 흔들렸다.
과연 신령한 나무답게, 황금빛 가루가 흩날렸다.
“어? 저거 김철수 아니야?”
“김철수 맞는데?”
차진혁이 수호수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또다시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사인을 요청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자고 달려들기도 했다.
“지, 진짜 몸은 괜찮으세요?”
“건강하신 거죠?”
아르비스에 있다가 서울로 돌아오니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슈퍼스타가 된 것 같았다.
‘이거…….’
생각보다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역시 스트리머하길 잘한 것 같았다.
‘그래도 교만하지는 말자.’
아직 많이 부족한 스트리머니까.
이 인기를 즐기기는 하되 최대한 겸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화살 하나가 날아들었다.
차진혁은 맨손으로 그 화살을 잡아냈다.
“꺅!”
눈 앞에서 화살을 목격한 학생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화살이 끝이 아니었다.
각종 살상 마법과 원거리 무기들이 쏟아졌다.
‘선량한 시민들이라도 좀 지켜줘.’
-내가 싫다고 했도다. 안 먹는다고 했도다.
수호수의 도움이 있다면 아주 편했겠지만 수호수는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사실 수호수가 도와주면 좋겠지만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어차피 이 세상은 약육강식의 세상이고,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으면 죽거나 다치는 게 일상이다.
시민들이 안 됐기는 했지만 이것까지 어떻게 해줄 수는 없었다.
“음, 일단.”
차진혁은 본능적으로 구별할 수 있었다.
혼란을 야기할 목적으로 쏘아진 화살과, 정말로 자신을 노리는 화살.
“질이 나쁜 놈부터 죽이죠.”
일부러 시민들을 향해 화살을 발사한 암살자 쪽으로 움직였다.
송하영의 도둑 걸음을 익혀놓은 덕택에 쫓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빠각!
뒤통수를 내리쳤다.
암살자는 죽은 개구리처럼 축 늘어졌다.
“숫자가 많아져서 그런가, 긴장을 덜한 모양이네요.”
몇몇 악질 암살자들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그 과정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 사이 마법들이 몰아치기는 했지만 절대결계를 뚫을 만한 공격은 없었다.
“형!!!”
K군단의 대표 탱커인 목재현도 도착했다.
“잘 됐다. 네가 시민들 통솔해.”
“형은요?”
목재현의 눈에는 약간의 걱정이 담겨 있었다.
시민들 사이에 암살자들이 숨어 있는 상황.
대다수는 명성을 노리고 달려든 벌레같은 놈들이지만, 그래도 개중 몇은 실력자가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방심하는 순간 급소를 찌르는 게 암살자들의 방식.
최대한 조심하는 것이 좋았다.
“나? 뭐가?”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시민들은 제가 통솔해 볼게요.”
차진혁의 표정을 본 목재현은 약간 안도할 수 있었다.
차진혁의 눈에는 맑은 광기가 깃들어 있었다.
‘방송각 재는 중이었구나.’
* * *
목재현의 통솔 아래, K군단 플레이어들이 순식간에 몰린 인파들을 잘 정리해서 안전하게 해산시켰다.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이 상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차라리 경찰 해체하고 K군단 플레이어들한테 치안 맡기는 게 나을듯 ㅋㅋㅋㅋ
-저번에 노원구에서 경찰들 우왕좌왕하는 거 봄?
-경찰이 아무것도 못하던뎈ㅋㅋㅋㅋ
-그때 먹었던 고구마가 이제 소화됨ㅋㅋ
-K군단 10명이 할 수 있는 걸 왜 경찰 100명이 못함? 존나 답답하네 ㅋㅋ
특히, 경찰청장 입장에서는 아주 고역이었다.
“빌어먹을 놈들.”
사실 수호수의 권능을 마음대로 없앤 것도 김철수고, 이번에 혼란을 야기한 사람도 김철수 아닌가.
“김철수 놈…… 일부러 이러는 거겠지?”
공공의 적을 하나 만들어서 국민들이 똘똘 뭉치게 만들고 지지율을 확보하는 것.
이건 정치인들이 주로 쓰는 방식 아닌가.
“결국 본색을 드러내는군.”
입맛이 아주 썼다.
어리석은 대중들이 김철수의 쇼에 놀아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그 또한 핸드폰으로 김철수의 실시간 영상을 살펴보았다.
김철수는 각양각색의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어?’
왠지 모르게 약간 위험해 보여서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잘 됐군!’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김철수도 끝장날 것만 같았다.
평소보다 조금 약해 보였다.
‘부상이라더니…… 그 말이 진짜인가?’
수많은 암살자들이 밀려들어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지금.
지금이야말로 김철수를 없앨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에 핑크빛 미래가 펼쳐졌다.
‘김철수를 없애고 수호수를 탈환한다.’
참고로 그의 형이 농부계열 플레이어였다.
수호수의 주인이 사라지면, 그 주인의 자리를 꿰찰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었다.
‘형이 수호수를 가질 수 있다면…….’
한 방에 인생역전이 가능했다.
어떻게든 지금 김철수를 죽여야 했다.
‘암영을 불러야겠어.’
암영을 부른 이상, 오늘이 바로 김철수 최후의 날이었다.
* * *
차진혁은 늘 그렇듯 1인칭 시점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아…… 좀 약하네.’
약할 거면 차라리 아주 화려하면 좋겠는데, 기본적으로 암살자들이라서 그런지 화려한 공격도 별로 없었다.
‘절대결계를 좀 약하게 써야하나?’
1인칭 시점의 장점은 전투 시 긴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
절대결계를 약하게 운용하면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공격에 대비했다.
그쯤 되서야 팔에 화살이 몇 대 박히고 가슴 언저리에 표창도 하나 박혔다.
큰 데미지는 없었으나 겉으로 보기에 꽤 아파 보이기는 했다.
차진혁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제발 힐 좀 적당히 넣으라고.”
“……적당히 넣었어.”
“좀 더 위험해지면 넣어.”
“……알겠어.”
차진솔은 호되게 배우는 중이었다.
‘내가 최근 많이 나태해졌었구나.’
차진혁과 다시금 플레이하면서 느꼈다.
‘사람들한테 힐을 너무 퍼줬어.’
힐은 무한하지 않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사용해야 한다.
가장 위험한 순간에 힐을 사용하여 회복시키는 것이 최고의 효율을 낸다.
“아니, 아직 멀쩡한데 왜 또 힐을 해?”
“미, 미안.”
차진혁과 함께 플레이하며 차진솔은 최적의 힐 타이밍에 대해 다시 배우는 중이었다.
앞으로는 좀 더 위험한 순간을 잘 맞춰서 힐을 써야겠다 다짐했다.
‘아직이야.’
물론 차진혁의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기는 했지만 자잘한 생채기들이었다.
이 정도로 힐을 사용하는 건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다.
‘급소도 한두 방 정도는 맞아도 되겠지!’
차진솔도 점차 바람직한(?) 플레이 템포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차진혁은 차진솔의 성장에 기뻐하다가 이내 이상함을 눈치챘다.
‘진짜 위험한 공격은 안 들어오잖아?’
목재현은 시민들 대피시키고 보호하느라 정신 없고.
차진솔도 힐 타이밍 재느라 여기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공격이 휘어졌어?’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차진혁은 깨달을 수 있었다.
‘수호수 녀석이 몰래 돕고 있네.’
수호수가 공격의 일부들을 막아내주고 있었다.
서울 전체를 커버하던 힘을 차진혁에게만 집중하고 있으니, 차진혁에게는 절대결계보다 더 안전한 결계가 생성되어 있는 셈.
‘아…… 글러 먹었다.’
위기감과 긴장감을 연출하는 건 그냥 포기했다.
안 되는 걸 너무 억지로 하려고 해봤자 인위적인 느낌만 날 뿐이었다.
“많이 맞아줬으니까 이제 참교육 갑니다.”
차진혁이 진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암살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으아아악!”
뒤통수를 막으면 관자놀이가 깨지고, 그렇다고 관자놀이를 막으면 인중이 깨졌다.
도망치려고 해도, 방어신비 환상검희가 끈질기게 추적했다.
“멈추어라, 순순히 그대의 뒤통수를 내놓아라.”
너무나 정교하게 추적해 오는 환상검희에 암살자들은 치를 떨었다.
“방어신비가 왜……!”
결국 차진혁은 아주 쉽게 암살자들을 처리함으로써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에 따라 폭락했던 주가가 다시 폭등했다.
국가신용도도 다시 회복했고, 한국을 떠났던 투자자들이 다시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우주 각지에서 몰려든 암살자들 덕분에 사람들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설마 수호수 없으면 약하다고 생각해서 쳐들어간 건가?
-김철수의 실력이 수호수 때문에 과소평가 되었었네ㅋㅋㅋ
수호수가 없어도 김철수는 극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스트리머였다.
‘센 놈이 하나 있기는 했는데.’
얼굴이 낯이 익었다.
아마 전생에서 봤던 꽤 유명한 빌런이었으니 얼굴이 익었겠지.
‘아. 경찰청 소속이었던 거 같은데?’
경찰청이 비밀리에 운용하는 비밀 조직이 하나 있었다.
말이 좋아 경찰청이지 사실상 빌런조직에 가까웠던 걸로 기억한다.
음지의 일들을 많이 처리하곤 했는데 차진혁과도 몇 번 임무를 함께 수행했던 적이 있었다.
‘꽤 높은 녀석이었던 거 같긴 한데…… 근데 경찰청 소속 녀석이 왜 날 노렸지?’
자신의 강함을 그렇게 시험해 보고 싶었나?
그 마음 자체는 너무 당연한 것이라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신경 쓰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암살자의 시신에서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행운의 신’이 반응하고 있었다.
시신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주변에 돌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처음 보는 형태의 정령석이었다.
“제게 아이템을 선물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이름 모를 그는 좋은 암살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