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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66화 (266/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66화

C.B(조종벌레)의 효과는 꽤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역시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차진혁은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아냈다.

“그냥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었군요.”

움직이기 위해서는 동력원이 필요했다.

심장이 뛰지 않으니, 외부로부터 마력을 주입받아야만 하는 모양이었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연결은 되어 있습니다. 마치 인형술사가 인형을 다루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C.B는 타란튤라의 뇌를 파고들었다.

외부에서 타란튤라를 조종하는 힘보다, C.B가 내부에서 조종하는 힘이 더 강했다.

타란튤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끅- 끅- 소리를 내며 다리를 파르르- 떨었다.

“조종벌레로 얘를 완벽히 제 걸로 만드는 것에는 실패했습니다. 과연 레벨 300대 마물입니다.”

차진혁은 방송을 이어가며 미리를 휘둘렀다.

빠각!

가만히 있는 상대를 칠 때에는 전력으로 내리칠 수 있었다.

[스킬, ‘길들이기(물리)’를 사용합니다.]

[스킬, ‘길들이기(물리)’를 사용합니다.]

[스킬, ‘길들이기(물리)’를 사용합니다.]

빠각! 빠각! 빠각!

CB와 길들이기의 콜라보레이션.

“기본적인 레벨급 차이가 너무 높아서 완벽히 제 걸로 만드는 건 어려운 모양입니다.”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외부와의 연결을 끊어냈고, 동력원이 사라진 타란튤라는 곧 멈추게 될 것이었다.

“조종벌레는 상대의 기억을 일부 읽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타란튤라는 지성이 그리 높지 않은 개체.

한 여자의 이미지 자체는 남아 있는데 구체적인 말(언어)은 기억나지 않았다.

“타란튤라의 기억 속에, 피부가 무척 하얀 중년의 여성이 보입니다. 한복과 비슷한 복장을 입고 있습니다. 화려한 붉은 비단으로 만든 옷 같고요. 입술도 빨간색으로 칠한 여자입니다. 머리에는 옥비녀도 꽂고 있네요. 뭐라고 말을 하고는 있는데 타란튤라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결국 입 모양으로 내용을 판별해야만 했다.

“예쁘다? 갖고 싶다? 대충 이런 내용 같은데요.”

차진혁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 거미가 그렇게 귀여운가?”

그러고 보니, 훌륭한 테이머가 되기 위한 자질 중 테이밍 대상이 귀여워 보이는 것도 있다고 헀다.

‘귀여운 구석을 찾아보자.’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인 거대한 몸통.

파리 눈과 비슷하게 생긴 시뻘건 눈 6개.

악어 저리가라 할 만큼 날카로운 이빨들.

철로 만든 가시처럼 생긴 털이 수북한 다리.

차진혁은 약간 위기감을 느꼈다.

‘……나, 테이머로서 재능이 없나?’

* * *

쿵!

동력원을 잃은 타란튤라는 결국 쓰러졌다.

[‘하르코엔의 애완거미’를 사냥하였습니다.]

차진혁은 나름대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CB 덕분에 타란튤라를 사냥할 수는 있었는데…….’

그것은 무척 기쁜 일이었다.

검왕 시절에도 레벨 300대 마물사냥은 불가능했었으니까.

그렇지만 엄밀히 말해서 싸움에서는 졌다.

‘나는 아직 너무 약하구나.’

솔직히 조금 강해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을 때도 있었는데, 그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 요즘 조금 나태했나? 요즘 치열하지 않았던 건가?

‘치열해야지.’

초심을 잃으면 안 된다.

최상위 랭커여도 초심을 잃으면 나락가기 십상이다.

‘만약 내가 진짜 치열했다면 조종벌레도 살릴 수 있었을까?’

맡은바 소임을 다한 조종벌레는 죽어버렸다.

그래도 새로운 테이밍 방식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았다.

‘폭력만으로는 안 되는 경우들도 있어.’

보다 고차원적인 것들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기생충이나 세뇌 같은 걸 잘 다루면 편할 거 같은데.’

자세한 방법을 차차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근데 르세핌은 어디까지 간 거야?’

르세핌이 보이지 않았다.

* * *

르세핌은 최선을 다해 도주로를 만들었다.

‘조금만 더!’

어느새 그녀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스킬, ‘비상탈출구’를 사용합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의 내우주 속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다!’

[스킬, ‘비상탈출구’를 사용합니다.]

원래는 없는 통로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

이건 무척이나 고된 작업이었다.

안 그래도 힘든 작업인데, 이번에는 무려 두 명이 빠져나갈 통로를 만들어야 했다.

‘이건 원래 1인용이라고.’

없는 통로를 억지로 만들고.

1인용을 2인용으로 확장하여 또 만들려니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김철수를 여기서 죽게 할 수는 없지!’

만약 김철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냥 두고 나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예를 들어 마시멜로였다면 그녀는 그냥 혼자 탈출했을 것이었다.

“김철수가 여기서 죽는다는 건…… 우주의 손실이지.”

[‘비상탈출구’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르세핌이 털썩 쓰러졌다.

결국 만들기는 했는데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밧줄이 던져졌다.

그 밧줄은 자동으로 펼쳐져 르세핌의 몸을 옭아매었다.

“……아.”

르세핌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망갈 줄 알았더니.”

르세핌은 1번 늪지대가 꽤 철두철미한 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최후의 한 수 정도는 준비했으리라는 것도 예상했다.

다만, 마지막 순간에 도주를 택하리라고 판단했다.

1번 늪지대는 꽁꽁 묶은 르세핌을 일으켜 세웠다.

“나도 그러려고 했지.”

사실 여기서 도망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기는 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도망치면, 어쨌든 1번 늪지대는 죽은 것으로 처리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새인생을 살 수 있을 테니까.

하르코엔 부인의 추적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고.

김철수의 ‘역사냥’ 콘텐츠에 휘말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근데…….”

하르코엔 부인의 마음을 일부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 욕심이 나서 말이야.”

1번 늪지대는 차진혁의 성장을 꽤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저께와 어제가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매일매일,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고 있다.

“어쩌면 놈은 정말로 [먼치킨]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만약 그렇다면?

먼치킨을 빼앗을 수 있다면?

“사내라면, 목숨을 건 도박도 해야만하는 법이지.”

1번 늪지대는 꼼꼼히 확인했다.

혹시라도 르세핌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말이다.

“난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으니까.”

“그래 보이는군.”

“그래서? 나를 인질로 삼으려고?”

“그래.”

1번 늪지대는 르세핌을 앞장세우고 걷기 시작했다.

르세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뭐, 인질이나 되겠냐?”

“내가 원하는 건 그저 찰나의 타이밍이다.”

1번 늪지대는 자신이 르세핌을 사로잡았다는 것에 약간 취했다.

비록 전투계열 랭커는 아니라지만, 어쨌든 아르비스의 최상위 랭커를 포박하는 데에 성공한 거였으니까.

“김철수는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놈은 늘 예상을 뛰어넘지. 어쩌면 김철수는 타란튤라를 상대로도 승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그게 김철수다.”

“그 정도면 사실 김철수 좋아하는 거 아냐?”

1번 늪지대는 씨익 웃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놈이 과연 멀쩡할 수 있을까? 레벨 300대 인형을 상대로 해서?”

“글쎄.”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니까, 네가 인위적인 비상탈출구까지 만들어서 김철수를 대피시키려고 했겠지.”

“지금 나를 상대로 잘난 척하고 있는 거?”

“약간 우월감이 느껴지긴 하는군.”

그와 동시에 김철수의 ‘먼치킨’을 빼앗고 싶다는 욕망이 더욱 강하게 들끓어 올랐다.

‘결국 옳은 것은 힘뿐이다.’

김철수의 능력을 빼앗으면, 우주급 랭커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때가 되면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 재수 없는 하르코엔 X의 모가지도 따주고야 말겠어.’

드디어 김철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라?’

은사 타란튤라가 쓰러져 있었다.

그의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정말로 타란튤라를 쓰러뜨렸잖아?’

저 정도 레벨 차를 극복했다고?

아무리 인형이라지만 저게 가능하다고?

‘역시 먼치킨이다!’

그는 뒤를 힐끗 쳐다보았다.

모든 것은 운이고 타이밍이다.

무려 랭킹 5위의 르세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도 운과 타이밍이 맞았던 덕분,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다, 김철수.’

그는 확신했다.

차진혁이 매우 지쳐 있을 거라고.

간신히 서 있는 상태일 거라고 말이다.

* * *

“김철수. 무기를 내려라.”

차진혁은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어?’

약간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르세핌이 꽁꽁 묶여있다니? 르세핌의 목에는 단도가 닿아 있었다.

“무기를 버려라. 경우에 따라 네 목숨만은 살려줄 수도 있다.”

“…….”

차진혁은 미리를 땅에 내려놓고서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래. 좋다. 뒤로 돌아서 가까이 와.”

차진혁은 두 팔을 들어 올린 채 뒷걸음질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1번 늪지대는 후후 웃었고, 르세핌은 인상을 찡그렸다.

“김철수. 뭐 하는 거야?”

“뭐하는 거긴. 보면 몰라?”

“그니까. 나를 구하려는 거야?”

르세핌 입장에서는 약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본 차진혁은 그런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플레이에 돌아버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인질같은 건 무시하고 일단 생성된 비상탈출구로 탈출하는 것이 훨씬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마시멜로의 주선으로 함께하게 되었을 뿐, 그들 사이에 아직 전우애라든가 동료애 같은 건 없었으니까.

“구해야지.”

“……왜?”

“그야…….”

차진혁은 천천히 다가오면서 말을 이었다.

“네가 먼저 나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잖아.”

“…….”

“철수랜드도 아니면서 말이야. 네가 무리하지 않았더라면, 겨우 저런 애한테 잡혔겠냐?”

“…….”

르세핌은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졌다.

내가 사람을 조금 잘못 봤구나.

기준도 엉성해졌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보는 안목까지도 흐려졌던 거였어.

그녀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승기를 다 잡았다고 확신한 1번 늪지대가 말했다.

“이제 그만. 거기 멈춰라.”

차진혁이 자리에 멈춰 섰다.

“가만히 기다려.”

1번 늪지대가 입을 크게 벌렸다.

입안에서 검은색 촉수가 혓바닥처럼 흘러나왔다.

그것은 살아 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차진혁을 향해 뻗어나갔다.

척!

수많은 빨판이 달린 촉수 끝이 열 가닥으로 갈라지면 차진혁의 등에 달라붙었다.

“아주 섬세한 작업이다. 나도 널 죽이고 싶진 않으니 순순히 협조해라.”

“그래.”

르세핌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만둬. 차라리, 내 능력을 훔쳐가라.”

그러나 1번 늪지대에게 르세핌의 말을 들리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차진혁의 ‘먼치킨’을 훔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물론 차진혁을 살려주겠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먼치킨을 완벽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결국 차진혁을 죽여야 했다.

‘어리석은 놈!’

같잖은 동료애 같은 것에 취해서 이토록 바보 같은 선택을 내리다니.

만약 내가 너였다면 이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비웃으며 그의 타액을 차진혁의 피부 속으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런데 그때, 르세핌이 말했다.

“……라고 외치면 되게 리얼한 상황 같지?”

그리고 차진혁도 말했다.

“말했잖아. 나한텐 훌륭한 방어신비가 있다고.”

빠각!

은색 광채의 거대한 망치가 1번 늪지대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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