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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62화 (262/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62화

김철수가 전해준 영상에는 사건의 전말이 담겨 있었다.

C.B에 감염된 릴링.

릴링의 몸을 빌려 말하던 1번 늪지대.

선량한 시민 릴링을 죽이려던 경비대장 키디본.

이후 억울하게 체포된 김철수까지.

-C.B? 저거 불법 기생충 아님?

기생충을 사람 몸속에 넣어 감염시키다니.

상당히 비인도적인 방법을 사용한 1번 늪지대에 대한 여론이 들끓어 올랐다.

-근데 릴링의 배에 남은 저 상처는 뭐임?

[릴링의 배에 남은 상흔은 일명 ‘블랙홀’ 계열의 능력으로 추정됨. 경비대의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99% 확실하다. 블랙홀 계열의 능력은 숙주를 희생시켜 주변의 것들을 빨아들이는 능력을 통칭한다. 1번 늪지대는 C.B로 릴링을 감염시킨 뒤 블랙홀을 사용하여 김철수에게 해를 끼치려고 한 것이다. 김철수가 블랙홀이 발동하기 전, 억지로 멈춘 것 같다고 판단된다. 훌륭한 판단이었다.]

[글 작성자: 백과사전]

-미친. 진짜 끔찍하다.

-저런 비인도적인 방법을 아직도 쓰는 놈이 있다고?

-사형 마렵네.

김철수의 행동에 정당성이 생겼다.

민지가 보내온 영상을 통해, 김철수는 이미 C.B를 다루어본 경험이 있음이 밝혀졌다.

-그래서 릴링을 폭행한 거구나. C.B 빼내려고.

-팬 사랑이 진짜 엄청나던데……. 얼마나 속상했을까?

게다가 경비대장 키디본이 릴링을 죽이라고 말한 것이 확인되었고, 오히려 김철수는 부조리한 경비대로부터 선량한 시민을 구하려 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들끓어 오르는 여론에 김철수는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고 유치장에서 풀려나올 수 있었다.

그사이 1번 늪지대의 사무실은 폐쇄되었고 1번 늪지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근데 이 모든 걸 1번 늪지대 혼자 할 수 있는 건가?

-C.B는 그렇다 치고 1번 늪지대가 경비대까지 움직일 수 있음?

-마시멜로 말대로 윗선이 개입된 거 같은데.

-누구지?

네티즌들 중 몇몇은 하르코엔 부인을 지목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였다.

1등 시민을 벌레로 오염시켰고, 경비대가 시민을 죽이려고 했다는 이 충격적인 소식은 점점 더 그 열기를 더해갔다.

* * *

‘열기가 엄청나네.’

아르비스에 처음 왔을 때만 하더라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지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

아르비스의 자존심인지는 몰라도, 직접 다가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어쨌든 힐끔거리는 시선이 늘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렇게 빨리 시선을 끌 수 있게 될 줄이야.’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예고편이 제대로 방영되었고 스토리라인도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01, 선전포고]

1번 늪지대에게 정정당당하게 선전포고까지 했으나,

[02, 잔꾀]

1번 늪지대는 잔꾀를 부려 김철수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03, 위기]

김철수는 체포되어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이때 수많은 이들이 발 벗고 나서서 김철수를 돕기 시작했다.

김철수는 이 부분에 힘을 조금 주기로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을 연출하면 감동적이겠다.’

솔직히 감동을 받은 것도 사실이었다.

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여 주는구나, 라는 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아무튼 여기까지 영상은 이미 완성되었다.

이제 편집자의 손을 거쳐 훨씬 더 멋진 영상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04, 추적]

1번 늪지대를 쫓을 차례였다. 추적 다음은 복수 혹은 역사냥이 되겠지.

‘꽁꽁 숨어버린 놈을 어디서 어떻게 찾지?’

이렇게 관심이 많이 쏠렸을 때 빨리 진행하고 싶은데.

김철수의 눈이 반짝거렸다.

* * *

“나는 김철수 따위를 전혀 걱정하지 않아.”

늘 그렇듯 마시멜로는 중얼거렸다.

백과사전도 이제 익숙해졌다.

“맞아. 너처럼 잘나가는 스트리머가 겨우 김철수의 팬일 리 없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약간 너를 김철수의 팬으로 오해하곤 하던데 잘못된 거지?”

“당연하지! 김철수가 내 팬이라면 몰라도!”

“그래. 맞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 마시멜로는 차진혁과 만남을 가졌다.

“아니 야, 1번 늪지대를 어떻게 찾게? 아르비스가 얼마나 넓은지는 알고 있는 거냐? 지구보다 수십 배는 더 커. 추적 전문 스킬은 있어? 추적 전문가 소개 좀 시켜줄까? 랭킹 1위는 아닌데 5위 정도는 소개해 줄 수 있거든?”

“……오.”

아르비스의 추적 전문가라.

그것도 랭킹 5위라.

만나보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근데 얘가 날 왜 이렇게 도와주려고 하지?’

마시멜로가 철수랜드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완벽히 믿기는 어려웠다.

차진혁 또한 ‘마시멜로쯤 되는 유명 스트리머가 나 같은 초보의 팬일 리 없잖아?’라는 마음을 일부 가지고 있었으니까.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마음을 완전히 놓았을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지.’

무서운 적일수록 더욱 친절하고 다정한 법.

최소한의 의심은 남겨두기로 했다.

한편, 김철수가 떠나간 뒤, 백과사전이 물었다.

“네가 김철수를 도와주려는 건 김철수를 좋아해서 그러는 건 당연히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그럼 왜 그렇게 김철수를 나서서 도와주려고 해? 르세핌이랑 사이가 엄청 좋은 것도 아니잖아.”

르세핌은 아르비스 서버 랭킹 5위의 길잡이이자 추적 전문가였다.

“그, 그 건……!”

“아하, 김철수에게 은혜를 입히고 싶은 거지?”

“엉?”

“선배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니까 말이야.”

“그, 그렇지.”

마시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선배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일이야.”

* * *

아르비스 서버 랭킹 5위의 길잡이.

추적 전문가 르세핌은 약간 화를 냈다.

“나를 얼마나 얕잡아 보는 거야?”

안 그래도 마시멜로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예전에 마시멜로의 방송에 출연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길잡이로서의 능력보다는 외모를 부각시켜서 연출을 했었고, 그것은 르세핌에게 있어서 상당한 모욕이었다.

마시멜로의 방송 덕택에 ‘르블리(르세핌+러블리)’이라는, 랭커로서는 다소 수치스러운 이명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우연히 차진혁의 최근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3인칭으로 촬영된 직캠이었고, 이름 모를 한 홈페이지 마스터가 올린 영상이었다.

[한때 살인범으로 몰렸던 김철수의 충격적인 얼굴]

“이놈의 알고리즘!”

관심은 없었는데 실수로 클릭을 하고 말았다.

김철수의 얼굴이 보였고 그녀는 영상 전체를 넋 놓고 볼 수밖에 없었다.

마침, 마시멜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봐, 르세핌. 너를 모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어.

마시멜로도 르세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저번 일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사과도 했다.

사실 의도적으로 사랑스럽게 연출한 건 아니었다.

그저, 다람쥐계 수인족인 르세핌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을 뿐.

랭킹 5위라는 어마어마한 커리어와 외모의 간극이 너무 커서 사람들의 이미지에 크게 각인되었을 뿐이었다.

아무튼 마시멜로는 르세핌을 대하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 신성에 불과한 김철수를 직접 도우라는 것은 르세핌에게 모욕이 될 수도 있으니까.

-도와줄게.

-물론 그에 합당…… 응?

-돕는다고.

-진짜? 왜?

오히려 당황한 건 마시멜로였다.

김철수에게 ‘랭킹 5위를 소개시켜 주마!’라고 호기롭게 얘기하기는 했지만 그 나름대로 고충이 많았던 것이다.

-정의를 위해서.

-……응? 그럼 보수는……?

-정의로운 일에 보수를 따지는 건 옳지 않지.

전화를 마친 그녀는 김철수의 공식 엔스타 계정을 찾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사진을 다 봤다.

‘미친!’

홈페이지 마스터 강은우와 함께 잡힌 투샷을 보며 그녀는 입을 틀어막았다.

‘여기다.’

평생 정착해야 할 곳을 찾았다.

* * *

다람쥐계 수인족 르세핌은 키가 무척 작았다.

약 1미터가량.

몸집이 작은 만큼 무척 날래고 잽싼 움직임을 보여주는 최상위 랭커였다.

그녀를 보자마자 차진혁은 약간 설렐 수밖에 없었다.

‘발소리가 하나도 안 난다!’

움직임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저 여자가 최상위 랭커라는 것을.

[LV3??/?/?/?/]

앞자리가 3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정확히 몇인지 알아낼 수도 없었다.

검왕 시절에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수준의, 우주급 최상위 랭커였다.

“아르비스의 명예를 위해 도와주는 거야.”

“고마워.”

르세핌은 순간 움찔했다.

‘기분 나빠야 하는데?’

새파랗게 어린 후배 플레이어가 자신에게 반말을 했다.

만약 길잡이 직속 후배들이 저랬다면 크게 혼을 냈을 것이다.

르블리라는 별명과는 별개로, 르세핌은 무척 엄격하고 무서운 선배였다.

‘왜 기분이 안 나빠?’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왜 기분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1번 늪지대의 흔적은 미리 찾아놨어. 아르비스 내에 있다면 일주일 내로 찾을 수 있을 거야.”

“역시 랭커다운 자신감이네.”

차진혁은 씨익 웃었다.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모습 자체가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플레이에 진심인 모습을 보면 늘 자극받았다.

“왜, 왜 그렇게 웃어?”

르세핌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혹시 너도 날 귀엽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말에, 소개를 주선한 마시멜로는 약간 긴장했다.

김철수, 저 말은 함정이다! 르세핌은 귀엽다는 말을 혐오해! 랭커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한 길잡이라고! 눈치가 있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겠지.

마시멜로는 당황해하며 눈치를 살폈고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엄청 귀여운데?”

김철수! 상대는 아르비스 최상위 랭커다! 쟤한테 귀엽다고 한 녀석들 콧잔등이 다 뭉개졌다고.

마시멜로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입을 떼려던 순간,

“하긴. 다들 그렇다고 하긴 하더라.”

평소의 까칠하고 깐깐한 르세핌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르세핌도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는지 움찔, 하고 몸을 떤 뒤 짐짓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귀엽다고 날 무시하거나 얕잡아 보면 큰코다치는 수가 있어.”

“그럴 리가.”

차진혁은 예쁘고 귀여운 것에 대한 경계심이 무척이나 강한 사람이었다.

예쁘고 귀여울수록 위험하다.

“솔직히 말하면 너는 귀여운 쪽보다는 아름다운 쪽이지.”

“……뭐?”

르세핌의 귀가 쫑긋거렸다.

그녀는 길잡이 특유의 기감으로 차진혁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를 본능적으로 구별해 냈다.

‘저 녀석, 진심이잖아!’

르세핌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하긴. 그런 말도 자주 들어.”

마시멜로는 말하고 싶었다.

너한테 아름답다고 말하는 얼간이가 어디 있냐!

그러나 마시멜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렇게 르세핌이 합류했고 약 1주일이 흘렀다.

르세핌이 호언장담한 대로 1주일 만에 1번 늪지대의 은신처라 추정되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주 오래전 만들어진 고성.

유적지의 형태의 이곳에는 상당히 강력한 마법적 결계가 생성되어 있었다.

르세핌이 반투명한 돔에 손을 대자, 콰직! 하고 뇌전이 일었다.

“상당히 최근에 만들어진 결계야. 이 정도 규모의 강력한 결계를 비밀리에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역시 1번 늪지대에게는 강력한 뒷배가 있다는 것이겠지. 만약에 나였다면 1번 늪지대를 죽여서 꼬리를 잘랐을 거 같기는 한데…….”

그런데 굳이 1번 늪지대를 살려두었다는 것이 약간 의심스럽기는 했다.

1번 늪지대를 미끼로 삼아 원하는 바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이 결계를 해제하는 방법을 좀 알아보자. 이것도 아마 꽤 시간이 걸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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