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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51화 (25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51화

차진혁은 귀가 솔깃해졌다.

“하긴. 유통시킨 놈이 더 나쁜 놈이기는 하지?”

잃어버렸던 이성은 이미 되찾은 상태.

지금 차진혁에게 있어서 엠페러의 머리를 깨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번 같은 실수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대비책이 있어야 돼.’

이 EMP 공격을 막아낼 방법을 찾아내려면 결국 유포자를 족쳐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2번 늪지대. 그놈 맞지?”

“여, 역시 알고 있었나?”

엠페러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2번 늪지대와의 결탁까지 다 알고 있었다니.

이자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봐주고 있었단 말인가.

‘역시 무조건적인 항복만이 살 길이다.’

차진혁이 물었다.

“지금 2번 늪지대는 어디 있어?”

“정확히는 모른다. 그렇지만 최후의 순간 2번 늪지대와 만나기로 한 곳이 있다!”

* * *

2번 늪지대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미치겠군.’

원래 그는 ‘파이브 아이즈’라 불리는 능력을 활용하여 맵 전체를 구석구석 살피던 중이었다.

한국 플레이어들이 ‘맵핵’이라 부르는 그 능력의 진짜 이름이 바로 파이브 아이즈였다.

파이브 아이즈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공간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빌어먹을 도둑년!’

천사소녀 송하영이 끈질기게 2번 늪지대를 쫓았다.

처음 몇 번은 여유 있게 따돌렸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2번 늪지대에게 상황이 불리해지고 있었다.

‘슬슬 은신처도 사라지고 있는데.’

송하영은 추적의 달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송하영에게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도움이 있었다.

“아. 여기. 연못 아래에 좁은 통로 하나 있거든요? 이거 뚫고 가면 탑(Top) 쪽 동굴로 이어집니다. 여기가 빠를 거예요!”

“고마워요!”

“잠깐! 거기 들어가려면 이거 입에 물고 가야 돼요.”

플레이어 하나가 풀잎 하나를 건넸다.

이것은 맵 설계자인 엠페러와 2번 늪지대도 모르는 내용이었다.

말하자면 개발자들도 모르는 걸, 한국 플레이어들은 찾아내고 개척했다.

최근 한국 플레이어들의 단합력과 열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맵핵 유포자 새끼, 꼭 잡아주세요.”

“참교육 드가자!”

송하영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연못 안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정의를 위하여!’

하느님, 오늘도 정의로운 도둑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 * *

“헉…… 헉……!”

이맵의 최하단부.

보통의 전면전을 치르는 플레이어들이라면 접할 일이 없는 지하 필드.

그곳에서 2번 늪지대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지독한 새끼.”

그는 대략 대여섯 명의 플레이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상태.

그들을 이끄는 리더는 바로 천사소녀 송하영이었다.

“잡았다.”

“…….”

2번 늪지대는 분한 표정으로 송하영을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김철수도 왔나?”

“응, 이제 곧 올 거야.”

그 말에 2번 늪지대는 피식 웃었다.

자포자기한 듯한 모양새였다.

“결국 끝이군.”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송하영은 순간 긴장했으나 그것은 담배였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문 채 불을 붙였다.

“갈 때 가더라도, 이거 하나 정도는 괜찮지 않겠나?”

“…….”

그는 핸드폰을 꺼내 엘튜브를 켰다.

“정말로, 김철수가 오고 있군.”

“그래. 이 핵쟁이 새끼야.”

송하영이 히죽 웃었다.

감히 정의로운 도둑 앞에서 핵을 써? 방장 사기맵?

“너는 선을 너무 넘었어. 진짜 용서할 수가 없다.”

“나는 딱히 용서를 구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아쉬운 게 있다면 김철수를 내 손으로 아작내지 못했다는 거지.”

얼마 후.

두더지맨을 대동한 김철수가 지하필드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엄청 넓습니다.”

일단 중계용 조명을 켜서 공간 전체를 환하게 만들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지하 공동 느낌이군요. 길잡이 없으면 제대로 못 돌아다니겠는데요.”

차진혁은 저 멀리, 점처럼 작게 보이는 2번 늪지대를 향해 걸었다.

“저기, 핵 유포자가 있습니다.”

“김철수!!!”

“핵쟁이 주제에 감히 저를 부르고 있네요.”

2번 늪지대 앞에 서서 히죽 웃었다.

“핵쟁이는 용서 못 하지.”

“나도 용서 못 하지.”

2번 늪지대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땅에 집어 던졌다.

그것이 하나의 도화선이었다.

발밑에 거대한 소환진이 생성되었다.

소환진으로부터 뱀 형상의 머리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

머리가 7개 달린 거대한 뱀 형상의 마물.

히드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레벨은 302.

지구 최초로 등장하는 레벨 300대 마물이었다.

* * *

커뮤니티에도 의견이 많이 갈렸다.

-김철수도 이건 예상 못한듯?

-레벨 300대라니. 이건 밸붕 아님?

-아니 신규 서버에 무슨 레벨 300이얔ㅋㅋㅋㅋ 진짜 미친 거 아니냐ㅋㅋㅋ

이건 너무 이례적인 일이었다.

전면전 필드에 보스몹 설정을 강제로 집어넣은 것이 틀림없었다.

-2번 늪지대 능력으로 300대 마물 집어넣으려면…… 손실이 어마어마했을 듯.

단순히 그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게 가능하려면, 수많은 사전준비와 돈 등을 투자해야하는 법이었다.

-뭔 소리? 김철수라면 이정도는 다 예상했지.

-질서와 열정의 치열좌가 이런 것도 예상 못했을 거 같음?

-우리 철수 오빠는 뭐든지 다 알고 있다고!

김철수가 예상했느냐. 예상하지 못했느냐.

의견이 꽤 많이 갈렸다.

결론만 말하자면, 함정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히드라는 예상 못 했다.

-어? 김철수 히드라랑 싸우려는데?

-아무리 김철수가 강해도 300레벨은 좀 오바 아님?

-갑자기 싸우는 걸 보면 김철수도 예상 못한 거 같음.

-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닌데.

-관리자가 나서서 중재해야 하는 거 아니냐?

실제로 차진혁은 약간 긴장한 상태였다.

‘살기가 찌릿찌릿하네.’

7개의 머리.

14개의 눈동자가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약간 설레기도 했다.

‘히드라는…… 한참 후에나 나오는 놈인데.’

300레벨은 우주에서도 최상위 랭커들이나 도달할 수 있는 레벨.

차진혁도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설마 진짜 싸우려고?

-아무리 치열좌여도 이건 좀 너무 위험한데.

-지금 부활설정도 사라졌잖아.

-아무리 김철수가 미쳤어도 히드라랑 싸우겠다니. 이건 너무 미친 건데.

왕유미로부터 시청자들의 반응을 전해 들은 차진혁은 약간 황당해졌다.

‘왜 다들 내가 쟤랑 진짜 싸운다고 생각하는 거지?’

내가 미친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레벨 300짜리 마물과 거의 단신으로 싸운단 말인가.

세상에 그런 미친놈이 어디있어.

아니, 그런 미친놈이 있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차진혁 자신은 아니었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검왕 시절에도, 이 정도 레벨 차이가 나는 보스급 마물이랑은 안 싸웠다.

문제는, 송하영도 차진혁을 걱정한다는 것이었다.

“야. 김철수. 우리 어떻게든…… 도망부터 쳐야 하는 거 아닐까?”

“어. 넌 도망쳐.”

“그게 무슨 소리야! 같이 가야지!”

송하영의 모습은 꽤 다급했고, 2번 늪지대는 그제야 약간 웃었다.

‘나는 끝까지 네놈들을 의심했다.’

김철수는 워낙 괴물 같은 놈이니까.

이 또한 연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다 포기한 듯 연기하며 눈치를 살폈었다.

그런데 최측근인 송하영이 저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걸 보니, 이게 더 이상 연출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섰다.

‘내가 소환한 히드라는 5분짜리다.’

그마저도 처음 등장 1분, 마지막 1분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한다.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부었어도 이미 히드라라는 개체는 2번 늪지대의 능력을 지나치게 벗어난 개체였다.

완벽한 히드라를 만드는 건 불가능했고, 결국 그가 만들어낸 히드라는 사실상 3분짜리 마물이었다.

‘하지만 3분이면 네놈들을 몰살시키고도 남지.’

송하영이 외쳤다.

그녀의 눈이 붉어져 있었다.

“절대로! 너 버리고는 혼자 안 가. 너 혼자 희생하게 절대 안 둬!”

“뭔 소리야?”

차진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난 그냥 절대결계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은 건데.”

아까 미국애들이랑 할 때는 너무 간지러웠어서.

* * *

차진혁은 히드라라는 개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히드라는 침을 뱉지.’

말하자면 원거리 공격에 능한 마물이다.

차진혁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레벨 300대 공격은 처음이네!’

‘싸우는 것’과 ‘막는 것’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대놓고 방어만 하면 어느 정도의 레벨 격차를 견뎌낼 수 있다.

‘게다가 독성이 엄청나게 강한 놈.’

그건 오히려 차진혁에게 좋았다.

사왕급 이하의 모든 독에 면역이었고, 히드라는 사왕보다 한 단계 아래 급의 마물이었으니까.

‘방어 정도는 해볼 수 있겠지!’

그러려면 도둑애들이 빨리 비켜주면 좋겠는데.

차진혁이 말했다.

“야, 나 너네들까지 못 지켜줘. 얼른 도망쳐.”

“…….”

도둑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치열좌……!’

‘본인을 희생해서라도 우리라도 살리려는 거구나.’

그들은 결심했다.

김철수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그러려면 우리라도 살아 나가야겠지.

“천사소녀. 같이 나갑시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치열좌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는 없잖아.”

“영웅의 위대한 선택이야. 우리는 따라야 해.”

그리고 차진혁은 절대결계를 펼쳐 뿜어져 나오는 독액을 막아냈다.

‘와우.’

절대결계는 히드라의 공격을 완벽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절대결계가 녹아내리고, 차진혁은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녹색 끈적한 타액이 차진혁의 머리로부터 줄줄 흘러내렸다.

‘독 내성 없었으면 사망했겠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레벨 300대 보스급 마물의 공격은 이 정도구나.

송하영은 다른 도둑들에게 반쯤 강제로 끌려가면서도, 애타게 차진혁을 불렀다.

“김철수!!!”

그리고 김철수는 피식 웃었다.

“레벨 300대 공격. 잘 받았다.”

으음, 이 정도구나.

그때, 2번 늪지대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좋은 경험이었다.”

[전면전이 종료되었습니다.]

2번 늪지대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했다.

“자, 잠깐!!!”

이번 전면전의 승리는 한국이 가져갔고, 그와 동시에 맵이 사라졌다.

* * *

차진혁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왜 다들 내가 진짜로 싸울 거라고 생각했을까?”

2번 늪지대조차도 그렇게 생각해 준 덕분에, 일이 다 쉽게 풀리기는 했다.

그렇지만 좀 의아하기는 했다.

왜 다들 그렇게 믿었을까?

“……사실 나도 오빠가 걔랑 싸울 거라고 생각했어.”

“너까지?”

“……응.”

차진혁은 동생마저도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 좀 황당했다.

“걔 레벨 300이었잖아.”

“오빠는…… 상대 레벨이 400이어도 신나서 싸울 거 같은데.”

“에이 설마. 내가 미친놈도 아니고.”

“…….”

차진솔은 또 하나를 배웠다.

누울 자리를 보고 누워야 한다는 것.

오빠가 비록 미친놈 같이 싸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객관적인 전력파악을 통해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해나간다는 것.

“오빠가 진짜 미친놈 같아 보여도 진짜 미친놈은 아니구나.”

“당연한 소리를 길게 하고 있어.”

차진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2번 늪지대마저도 착각해 준 덕분에 일이 아주 쉬워졌네.”

“……그러게. 놈이 약간은 시간을 끈 것 같아.”

“왜 그랬을까?”

“그냥, 오빠에 대한 복수심? 오빠가 좀 괴롭게 죽길 바랐나 봐.”

전면전 필드는 ‘클리어’가 필요한 곳이 아니었다.

상대의 국기를 부수면 끝나는 곳.

왕유미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서 성조기를 파괴하도록 시켰다.

한국 플레이어들과 미국 플레이어들이 합심해서 부수니 금방 부서졌다.

“진짜 질이 나쁜 놈이네.”

“그래서? 어떻게 하게?”

“어떻게 하긴. 핵 유포자 못 참지. 게다가 히드라는 거의 버그였다고.”

“생각해 보니 그렇네. 버그까지 쓴 거면 질이 너무 나쁘다.”

마침 검은가시 연합장 곽도형에게 연락이 왔다.

-“형님, 이 새끼 찾았습니다! 많이 무리했는지 어쨌는지 지금 거의 반송장 상태인데요. 뭐…… 덕분에 쉽게 잡기는 했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죽일까요?”

2번 늪지대는 경기도 양평의 한 던전 내에 잠입해 숨어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았네?”

“……아. 그게 제보가 들어왔거든요.”

“제보?”

곽도형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네. 혹시 철수랜드 1호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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