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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47화 (247/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47화

[이 표를 보면 알겠지만, 처음에는 한국 플레이어들이 압도적이었다.]

국지전 극초반.

약 50전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한국 플레이어들의 성적이 훨씬 좋았다.

50전 40승 10패. 승률이 무려 80퍼센트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 플레이어들의 스코어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국서버은 과장되었다는 얘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백과사전의 생각은 달랐다.

[이것은 한마갤의 한 한국 유저가 남긴 글이다.

-그거 해봤는데 이겨봤자 다이아도 안 주고 경험치도 안 줌. 혹시 무슨 히든피스 같은 거 있나 열심히 찾아봤는데 그것도 개뿔 없다. 그냥 노동이다, 두지.

최근 K사단의 길잡이로 인정받으며 그 주가를 드높이고 있는 두더지맨의 글에서 발췌하였다.]

그 이후로 한국 플레이어들의 참여가 확 저조해졌다.

그 유명한 두더지맨도 찾지 못한 히든피스를 일반 플레이어들이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국지전 같은 거 하느니 던전 한 번 더 도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그딴 거 뭣 하러 함?

-미국 애들은 재미있어하던데?

-레벨업도 안 되는 걸 뭣 하러. 지들끼리 하라고 해.

[한국서버 플레이어들은 타 서버 플레이어들과 확연히 다르다. 그들은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며, 플레이 시 밥 먹고 물 마시는 것조차 최적화 동선을 연구한다. 그들의 개념 내에 ‘즐겁게 플레이한다’는 개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그들의 서버은 빡겜러로 가득하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백과사전의 분석대로, 랭커들은 대부분 국지전 참여를 거부했다.

그에 따라 국지전에 참여하는 한국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굉장히 낮아졌다.

진짜배기 플레이어들은 국지전을 거부하고, 소수의 즐겜러들만이 국지전에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여기서 미국/한국 서버 플레이어들의 성향이 정확하게 갈렸다. 아래 표를 보면, 미국 랭커들은 눈에 불을 켜고 국지전에 참여했다. 그들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큰 문제였던 듯하다. 그러나 한국서버 플레이어들 기준에서 이 ‘국지전’은 한낱 노동에 불과했다.]

그 인식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이었다.

-이야, 쪼렙들 이겨놓고서 기고만장했쥬?ㅋㅋㅋㅋㅋ

-누구는 필사적, 누구는 귀찮 ^^

-한쿡애들은 미쿡애들 신경도 안 쓴다구욧.

국지전을 활성화시킨 군주 엠페러는 인상을 찡그렸다.

‘여유를 부리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결국 엠페러는 1,000승을 달성했다.

세상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000승을 달성하게 되면 승자 측에 여러 가지 특전이 붙는다.

그가 흐흐- 웃었다.

“너희가 그렇게 하드코어한 플레이를 즐긴다고?”

어디 한번, 느껴봐라.

하드코어한 난이도를.

그리고 새로운 사실이 한 가지 알려졌다.

-한국 서버 던전에서 이상기류 감지.

-연이은 클리어에도 최소한의 보상도 주어지지 않아.

* * *

엠페러는 1,000승을 달성했다.

그래서 한 가지 설정을 추가할 수 있었다.

[1승당, 패배 서버의 던전의 부분 소유권 획득]

미국 서버 플레이어들에게 보상이 증폭되는 대신, 타 서버 플레이어들에게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누구나 입장은 가능하지만 보상은 미국 서버 플레이어들만 받을 수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엠페러는 1100승을 달성했다.

그러니까 무려 100개의 던전에 대한 부분 소유권을 획득했다는 얘기였다.

‘이후 100승마다 우리는 점점 더 강해지지.’

100승을 달성한 덕분에 국지전에 참여하는 미국 플레이어들은 ‘이동속도 +5%’ 효과를 항시 적용받게 되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모르는 법.

조금씩, 조금씩, 특전을 가져가다 보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었다.

‘한심한 놈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한국 플레이어들은 딱히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랭커들은 여전히 이 사태에 무신경했으며, 소위 말하는 ‘즐겜러’들만이 국지전에 참여 중이었다.

그리고 결국 엠페러는 1,500승을 달성했다.

‘됐다.’

여기까지가 1차적인 목표였다.

“각성명 김철수, 그의 국지전 참여를 제한한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발표했다.

대대적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철수는 당분간 국지전에 참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김철수가 두려워서입니까?”

“절대로 아닙니다. 김철수가 빠지게 되는 대신, 나 또한 국지전에서 빠집니다. 김철수를 지금 내버려 두는 것은, 김철수와 K사단이 바로 우리의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기승전결이 있다고 얘기했다.

“최종적으로, 김철수와 K사단을 꺾는 것으로 우리의 전쟁은 마무리될 것입니다. 기필코 저는 한국서버의 과대포장을 벗겨낼 것이고, 미국 플레이어들의 저력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차진혁은 사실 엠페러에게 딱히 관심은 없었지만 그래도 엠페러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해 들었다.

차진혁은 귀를 후볐다.

“꽤 열심히네.”

“그러게.”

가만에 휴식을 갖게 된 차진솔은 소파에 누워 엘튜브를 봤다.

타 차원 힐러들은 어떤 방식으로 힐을 구사하는지, 어떤 타이밍에 어떤 스킬을 쓰는지 연구하고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차진솔도 엠페러의 말을 대충 듣고 대충 흘렸다.

“저게 재미있나 봐.”

“그런 듯.”

차진혁은 크게 하품했다.

그리고 엠페러의 연설을 잊었다.

‘걔가 뭐라고 했더라?’

그런데 문득 좋은 생각이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 잠깐만.”

“왜 그래?”

“사실 나는 빡겜러까지는 아니거든?”

“오빠가 빡겜러가 아니라고?”

차진솔은 그 말에 약간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또 자극받았다.

‘반성한다, 나 자신.’

차진솔은 ‘나 정도면 빡겜러지’라고 생각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역시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하는 법이었다.

“그치. 나는 스트리머니까. 적당히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플레이해야 하잖아.”

“나는 그게 빡겜인 줄 알았어.”

그냥 마구잡이로 때려 부수는 것보다 적절한 서사를 부여하며 연출하는 것이 훨씬 힘든 일이니까. 그래서 빡겜하는 줄로만 알았건만, 그게 오빠 기준에서는 빡겜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 더 열심히 해야겠어.’

차진혁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니까 재미를 좀 추구해도 나쁘지 않을 듯?”

스트리머인 김철수는 너무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플레이해야 한다.

그게 즐겁다는 건 사실이었으나, 상당한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주 가끔은 연출 같은 걸 고려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플레이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재미?”

“김평범 복귀해야겠다.”

차진혁이 흐흐 웃었다.

* * *

극초기를 제외하면, 한국 랭커들은 ‘국지전’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얘기가 조금 달라졌다.

-뭐? 그거 방장 사기맵이라고?

국지전은 일종의 가상공간으로 이동하여 전쟁을 치르는 형식.

그런데 날이 갈수록 미국 플레이어들에게 유리하게 변해간다고 했다.

미국 플레이어들의 지켜주는 포탑이, 한국 플레이어들 쪽 포탑보다 훨씬 강하다든가.

미국 플레이어들의 체력 회복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든가.

같은 마법을 사용해도 미국 플레이어들의 마법이 더 강하다든가.

-양심 무엇?

-와 이 새끼들 봐라?

국지전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랭커들이 약간의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지전의 맵이 미국서버 플레이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은, 곧 ‘핵’이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신성한 플레이에서 핵이라니?

-핵쟁이는 못 참지.

-참교육 드가자.

뿔뿔이 흩어져서 서로에게 관심도 제대로 주지 않던 한국서버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대동단결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모니터링하던 엠페러도 당황할 정도였다.

‘뭐지?’

한국 플레이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최적화된 멤버를 갖추고, 엄청난 효율을 보여주며 국지전에 참여 중.

각 플레이어들의 체력과 특성을 고려하여, 굉장히 빠른 속도로 로테이션을 돌려가며 국지전에 참여했다.

마치 던전 보스를 공략하듯 체계적인 움직임이었다.

이건 누군가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컨트롤해야만 해야 가능한 것이었다.

한국에 이런 게 가능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렇지. 한세린이 움직였구나. 그럴 줄 알았다.’

한세린이 상황을 통제하며 국지전에 대응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으나 이는 착각이었다.

참고로 한세린은 며칠째 던전 공략 중이어서 바깥 사정을 잘 몰랐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물론, 갑작스레 한국 플레이어들이 너무 강해진 것은 맞았다.

그들의 단결력은 무서울 정도였다.

-핵쟁이 타도!

-플레이 질서 정립!

한국서버의 승률이 훨씬 높아진 건 분명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곧 2,000승을 달성한다!’

2,000승이 2차 목표였다.

이때부터는 훨씬 더 강력한 버프가 주어진다.

미국서버 플레이어들의 모든 능력 강화가 이루어진다.

직업부터 스킬까지.

평범한 플레이어들조차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2,000승을 달성하였습니다.]

[대군주 권한으로 ‘국지전’을 ‘전면전’으로 승격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전면전으로 승격시키지는 않았다.

‘대규모 전면전에서는 망부석이라는 자가 너무 거슬리지.’

그래서 망부석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했다.

미국 측에 유리한 방어포탑을 만들고, 망부석이 숨어서 함포를 발사할 수 있을 만한 지형을 삭제했다.

모든 것은 미국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엠페러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자부했다.

“이제부터 어째서 미국이 위대한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벤저스가 미국의 다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증명하죠.”

……라는 것이 엠페러의 완벽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세상일이 계획대로 되는 법은 잘 없었다.

‘뭐지?’

1차 전면전.

압도적인 승리를 할 줄 알았으나 그 정도는 아니었다.

‘내 생각보다…… 더 강한데?’

그는 대군주로서 자신의 안목을 믿는 편이었다.

한국 플레이어들에 대해 굉장히 잘 분석했고, 이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단합력이다.’

엠페러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는 한국서버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다.

그는 한국서버 플레이어들을 이렇게 정의했다.

[어떻게든 편을 갈라 미친 듯이 싸워대는, 단합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서버.]

남녀로 나눠서 싸우고.

진보와 보수로 나눠서 싸우고.

기혼과 미혼으로 나눠서 싸우고.

출신지역으로 나눠서 싸우고.

나이로 나눠서 싸우고.

아무튼 이상한 서버였고, 전면전에 들어섰을 때 이들은 모두 오합지졸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주는 단합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게 왜 돼?’

단합할 수 없는 자들이 단합하고 있었다.

우주의 수많은 커뮤니티에서도 이것을 무척 신기해했다.

게다가 한국 플레이어들에게는 이상한 점이 또 있었다.

“야, 시X, 내 친구를 죽여?”

“핵쟁이 새끼들이 감히?”

부활 설정이 걸려 있다고는 해도,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괜히 각국 정부가 죽음을 최대한 지양하라는 캠페인을 벌이는 게 아니다.

한두 번 죽으면 전의가 사라지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플레이어들은 죽일수록 오히려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현재 스코어 3:0.

이기고는 있지만 엠페러는 약간 조급해졌다.

‘실력의 점점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맵 최적화 루트 찾아냄. 길잡이가 우회해서 길 뚫을 수 있음. 근데 조건이 레벨 150 이하여야함.

‘이 미친놈들이!’

맵의 설계자인 엠페러조차 모르는 길들을 뚫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기에 한 가지 소식이 더 들려왔다.

‘김평범이라고?’

한국에서 은퇴하고 홀연히 사라졌던 플레이어.

김철수와 쌍벽을 이루는 명성을 지닌 그 플레이어가 복귀했다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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