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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27화 (227/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27화

무인? 방금까지 기체화해서 도망치려고 했잖아?

내가 이 빌어먹을 능력 때문에 회귀 전에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그리고 뭔 놈의 정정당당한 결투?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구구절절 얘기하다 보면 영상이 지저분해질 것 같았다.

‘엘튜브를 생각하자.’

깔끔하게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왜? 내가 손 놔주면 네가 이길 것 같냐?”

“아니. 너를 이길 수는 없겠지. 그러나 무인으로서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면 좋겠군.”

“…….”

“방송을 생각해. 이쪽이 더 보기 좋은 그림이 뽑히지 않겠냐?”

“하긴. 그건 그렇군.”

차진혁은 승객들을 둘러보고서 입을 열었다.

“여기서 싸우는 건 좀 그렇고.”

심장이 들끓어 올랐다.

3번 늪지대의 레벨은 230.

지구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수준의 레벨은 아니었고, 상당히 숙련된 암살자였다.

지금 시점에서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

‘회귀 전에 많이 부딪혀봤었지.’

그러면 예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차진혁과 3번 늪지대는 달리는 기차 위로 올라섰다.

‘와, 기차 위에서 싸우는 거 오랜만이네.’

밸런스 잡는 연습하겠다고 KTX 위에서 검을 수만 번 휘둘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처음에는 몇 번 떨어져서 전신 골절도 당하고 했었는데 그것도 다 추억이었다.

‘이 위에서 이현성이랑 대련도 많이 했었는데.’

시속 수백 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 위에서 불어닥치는 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꽤 상쾌해서 기분이 좋았다.

차진혁은 계속 히죽 웃었다.

‘나, 생각보다 세졌나 봐.’

3번 늪지대의 스킬 자체가 망가져 있었다.

스킬을 부숴버리다니.

차진혁으로서도 생각지 못했던 효과였다.

[기체화(사용불가)]

“아무래도 내 오른손에는…….”

차진혁은 진지한 얼굴로, 내면의 감성을 폭발시켰다.

“파괴왕이 깃든 모양이군.”

간만에 겪는 기차 위 전투.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 * *

SSP 청원 담당부서의 부장.

상급 관리자 스테이콜드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아이씨.”

그는 청원 서버에 트래픽이 몰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건 곧 귀찮은 일이 생긴다는 의미였으니까.

“이 추세면…… 곧 100만 찍겠군.”

청원인의 숫자가 100만을 넘어가면 자동으로 SSP 서버에 기록된다.

그리고 SSP 관리자들은 좋든 싫든, 어떤 방향으로든 이 사건에 개입하여야만 했다.

“청원 숫자 기준 좀 올리자니까.”

30년 전 기준을 지금도 쓰고 있으니 원.

30년 전에 100만을 넘어가는 사건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툭하면 100만을 넘기는 중이다.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한데, 하아.”

“부장님,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관리자 하나 보내야지.”

“하지만 지금 전부 출장 중이어서…….”

심각한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스테이 콜드는 그 나름대로 우선순위를 정해놓은 상태.

그들 내부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은 ‘청원 숫자 100만’ 이외에도 ‘청원이 올라가는 속도’였다.

그들은 그것을 ‘기울기’라고 불렀다.

“기울기는?”

“급격합니다.”

“미치겠군.”

그만큼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뭔데?”

“초반화력 구간을 넘기고 나면, 보통은 기울기가 완만해지지 않습니까?”

그들 나름의 통계값이 존재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초반 화력 구간인지.

어느 정도 되면 기울기가 완만해지는지.

대충 묻어가도 될 사건인지, 아니면 진지하게 다루어야 할 사건인지.

오랜 시간 쌓여온 데이터들이 존재했는데, 이번 사건은 기준값들을 모조리 무너뜨리는 중이었다.

“오히려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뭐라고?”

“이것 보십시오. 100만을 돌파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200만을 돌파하였습니다. 이와 비슷한 기록은…….”

보고하던 남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르비스의 마왕, 가르비누 때가 유일합니다.”

“지원 요청해.”

“요청이라함은…….”

“서울 관리자들 한가하잖아!”

현재 지구에서 가장 평화로운 맵이 서울맵이었다.

덕분에 서울 관리자들은 비교적 한가한 편이었고.

서울 관리자들은 월급 루팡러라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퍼진 상태.

“알겠습니다.”

남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누구한테 지원 요청할지 말해주고 요청하라고 하든지!’

이런 난해한 건 꼭 아랫사람한테 시키더라.

사실 그는 현장경험도 별로 없는 초짜였다.

그런 그가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할 건지!’

이런데도 SSP가 안 망하고 굴러간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하긴, 안 망하고 굴러가니까 이대로 두겠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는 것보다 말단 관리자들 갈아 넣는 게 훨씬 싸고 효율적이니까!

‘어쩔 수 없다.’

미안하지만 그가 마구잡이로 불러낼 수 있는 관리자는 막내급밖에 없었다.

‘키하엘. 너로 정했다.’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각종 데이터들을 살펴보면서 스테이콜드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기울기가…… 수직에 가깝다.”

마왕 때보다 더 심한 기울기였다.

* * *

3번 늪지대가 흐흐-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 내 노림수였다.”

[#보는 사람은 없다 #초음속을 맛보아라]

“이곳은 내게 더없이 유리한 곳이지.”

쿵, 쿵,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제야 녀석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려는 것 같았다.

놈은 ‘초음속’이라는 신비를 다루는 녀석이었다.

이건 다루기가 무척 까다로워서 이 힘을 제대로 끌어내는 놈들이 거의 없었다.

3번 늪지대는 초음속을 잘 사용하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놈이었다.

‘초음속이라.’

내게 뛰어들려는 것이 훤히 보였다.

마침 눈 앞에는 터널이 보였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빠른 속도로 나를 제압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떤 타이밍에 움직일지. 어떤 각도로 날아들지. 어느 정도 세기로 덤벼들지. 너무 잘 보이네.’

이것은 내가 얘랑 여러 번 싸워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했고, 중계자의 통찰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싸워보지 못했던 강한 상대와 싸워야 확실히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지금 내가 확인할 건 중계자의 통찰이 아니야.’

터널 안에 진입했다.

그와 동시에 놈이 사라졌다.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내 주변에서 내 틈을 노리고 있는 것은 느껴졌다.

“가공할 만한 속도네요.”

솔직히 속도에는 놀랐다.

“그러나 빠르다고 해서 꼭 닿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께 제 절대결계를 소개합니다.”

나는 절대결계를 사용했다.

연습은 몇 번 해봤지만 실전은 처음이어서 두근거렸다.

[특성, ‘절대결계’를 사용합니다.]

중계결계는 상대의 공격 타이밍에 잘 맞추어 효율적으로 방어해 내는 것이 좋았다.

오래 유지하면 방어성능이 많이 떨어지고 체력 소모도 커지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중계결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었다.

검왕 시절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됐었고 말이다.

‘근데…… 이거 이래도 되나?’

절대결계는 중계결계와 많이 달랐다.

내 몸에 옅은 막이 감싸진 느낌.

[*안온한 느낌, 힐링 감성의 노래 삽입.]

엄청난 속도의 기차 위.

나를 노리는 각성자 사냥꾼.

이 현장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편안함과 설렘이었다.

‘체력소모가 거의 없고.’

마치 따로 자아를 가진 것만 같았다.

순간,

“스트리머의 결계 따위는 이 몸의 초음속을 막아낼 수 없다!”

번쩍!

하고 빛이 터져 나왔다.

놈의 무기와 내 절대결계가 부딪치면서 불꽃이 튀었다.

놈은 손에 기다란 갈퀴 모양의 무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스르륵-

놈의 몸이 옆으로 흩어지는가 싶더니 또다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다지 동요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

“예전에는 동의하지 못했던 말이 있습니다.”

검왕 시절의 나는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강해지는 것이 즐거워서.

기술을 연마하고 갈고닦으면, 언젠가는 우주에서 가장 강한 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애초에 나는 시작부터 잘못했었다.

망치를 들었어야 했을 내가 검을 들었던 것부터, 나는 내 성장의 한계점을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압도적인 힘 앞에 기술은 무의미하다고.”

아르비스의 절대자 몇몇이 이런 말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지금 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는 중이었다.

‘절대결계. 너 진짜 대단하구나.’

안 보여도 상관 없었다. 긴장하지 않아도 됐다.

절대결계의 방어능력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중계결계 때처럼 효율을 생각하여 기술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바위는 별다른 기술 없이도 계란의 공격에 무너지지 않는 법이었다.

놈의 갈퀴 공격은 내 몸에 스치지도 못했다.

초음속으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안쓰러울 정도로, 나는 평온했다.

“기술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군요.”

확신이 들었다.

저놈이 무슨 수를 써도, 내 절대결계를 뚫을 수 없다는 것을.

저놈과 싸우면서 절대결계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절대결계에 대한 실례였다.

애닳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 거칠게…… 대해줘요.

미리가 나를 애타게 불렀고 나는 그 목소리에 응답했다.

나는 미리를 들어 올렸다.

“예전에는 많은 스텝을 운용하며 상대의 빈틈을 찾았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검왕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스트리머의 방식은 조금 달라야 했다.

스트리머가 격하게 움직이면 화면이 흔들린다.

몇몇 시청자들은 멀미 때문에 구토를 하기도 한다.

나는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깨달음을 얻는 중이었다.

‘때로는 그런 격한 움직임이 필요할 때도 있다.’

당연히 그렇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차원으로, 한 단계 너머의 차원으로 도약해야만 했다.

‘필요해서 그렇게 움직이는 것과,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은 달라.’

예전에는 어쩔 수 없이 격렬하고 치열하게 싸워야 했었다.

그때의 나는 먼치킨 스트리머가 아니었고, 그냥 평범한 선제각성 스트리머였으니까.

‘오늘은…… 편안하게 싸운다. 힐링 컨셉으로.’

시청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나는 여유로이 미리를 들어 올렸다.

여유로울 수밖에 없었다.

‘눈에 훤히 보여.’

신비, 초음속을 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놈의 움직임이 훤히 보였다.

터널 밖으로 빠져나왔다.

눈 앞이 번쩍! 밝아짐과 동시에 미리를 휘둘렀다.

빠각!

“컥!”

초음속은 놈에게 독이 되었다.

빠른 속도는 적에게도 위협이지만, 본인에게도 위협이 된다.

이 속도에서 망치를 얻어맞았으니 뒤통수가 박살 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놈은 바닥은 쓰러져서 감전된 것처럼 몸을 꿈틀거렸다.

나는 놈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쪼그리고 앉았다.

“설마…… 죽었나?”

그때 놈의 몸이 연기처럼 흩어지는가 싶더니,

내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공격은 진작에 간파했었다!”

내가 자기 뒤통수를 노릴 걸 잘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일종의 분신술을 사용한 것 같기는 했는데 문제는 내 눈에도 훤히 보인다는 것이었다.

어째 패턴이 이렇게 똑같냐.

‘맞아볼까?’

예전보다 맷집 좋아진 거 같은데.

잠시 고민했다가 오늘 방송 컨셉을 떠올렸다.

오늘의 컨셉은 압도였다.

나는 순순히 내 목덜미를 내주었고, 놈의 손가락 갈퀴가 내 목을 찔렀다.

[특성, ‘절대결계’의 자동보호 기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절대결계는 마치 AI처럼 정확하게 날 보호했다.

딱히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최고의 효율을 내주는 슈퍼컴퓨터 같았다.

나는 그대로 몸을 뒤틀어 놈의 목을 움켜쥐었다.

목을 조르려다가,

-주인…… 하아…… 깨보고 싶어……요.

미리가 하도 간절하게 나를 불러대서 그냥 미리를 휘둘렀다.

뒤통수가 아니라 관자놀이를 향해.

3번 늪지대는 힘없이 추욱- 늘어졌다.

-관자…… 맛있다.

그 관자가 이 관자였나 싶다.

‘얘가 이렇게 약한 놈이었나?’

과거의 나와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뭔가를 생각해 보기에는 너무 약했다.

‘이건 어쩌면 상성의 문제일 수도?’

말하자면 가위바위보 같은 거다.

비슷한 수준의 실력자라고 해도, 상성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뀐다.

‘방어력 수준이 너무 높아졌으니까…… 속도밖에 없는 얘한테는 상성이 너무 안 좋았을 수도 있지.’

다시금 터널에 진입했을 시점,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미친놈아…….”

키하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는 지금 네가 뭘 한 건지에 대한 자각이 없는 거지?”

얘가 꽤 흥미로운 얘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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