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26화
“팬입니다.”
3번 늪지대가 나한테 접근해 오는 사이, 나는 왕유미로부터 시청자들 반응을 전달받았다.
대체로 내게 우호적이라고 했다.
‘진짜 편하게 됐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치열좌.
혹은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의 치열좌.
이런 이미지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일단 내 마음대로 행동해도 쉴드를 쳐줄 세력이 많이 생겼다.
회귀 전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변화였다.
“아, 내 팬이라고?”
나는 3번 늪지대에게 손을 내밀었다.
참고로 얘는 늪지대 크루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만 완력이 무척 약했다.
속도에 몰빵한 나머지 능력은 볼품없는 수준.
본인도 본인의 한계를 잘 알고 있기에, 사냥감을 사냥할 때 철저하게 계획해서 움직이는 편이었다.
나는 3번 늪지대와 악수를 나눴다.
힘을 조금 세게 줬더니 표정이 일그러졌다.
“큭……!”
으득!
응? 방금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정도로 힘을 주지는 않았는데.’
내가 아무리 먼치킨 직업으로 각성했다고 해도, 수준급 암살자의 뼈를 악수로 부러뜨리기는 힘들겠지.
3번 늪지대는 손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악!”
아주 대놓고 생쇼를 하는 것 같다.
“나 방송 껐다.”
“……방송을 껐다고?”
중계자의 통찰로 살펴보니 얘 속마음이 꽤 잘 읽혔다.
[#스트리머가 방송을 꺼? #오히려 좋아]
얘도 스트리머 보호 조약을 어느 정도 신경 쓰기는 하는 것 같다.
방송을 끄니까 좋아하는 걸 보면.
“쟤네, 네가 섭외했냐?”
나는 얘 손을 놓지 않은 채 물었다.
“이, 일단 손 좀 놔주시죠.”
“그냥 말해.”
힘을 조금 더 세게 줬다.
우두둑!
하고 소리가 났는데, 아마도 이것도 연기거나 연출이겠지.
“그래도 연기가 제법이네. 레벨도 속이고. 어디 보자, 네 이름은…….”
“제, 제 이름은 김민수입니다.”
얘는 얘 나름대로 열심히 능력을 펼쳐서 이름을 속이려고 했다.
각성명 위로 안개가 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별로 의미 없었다.
눈에 힘을 주고 진심으로 쳐다보자 얘 진짜 각성명이 보였다.
“3번 늪지대.”
“…….”
[#이 미친놈이? #내 이름을 어떻게?]
솔직히 나도 좀 놀라기는 했다.
얘 이름이 이렇게 정확하게 잘 보일 줄이야.
조심성이 많은 녀석이라 이중 삼중으로 보안 처리를 해놨을 텐데, 중계자의 통찰은 한 번에 다 뚫어봤다.
‘나…… 생각보다 세진 거 아냐?’
나도 처음 가보는 길이다 보니 아직까지 감이 없었다.
“3, 3번 늪지대라니. 나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나는 그냥 철수 님의 팬인…… 크아아악!”
엄살이 진짜 심한 거 같다.
손에 힘을 줬을 뿐인데 이렇게 목청껏 비명을 지르다니.
아, 그러고 보니 얘가 왜 이러는지 알 거 같네.
“그렇게 연기해 봤자 소용없어.”
“……여, 연기?”
“아무도 지금 이 상황 못 찍거든.”
얘는 나를 사냥하기 위해 여론전과 선동도 마다하지 않던 놈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힘없는 자기를 핍박하는 모습을 일부러 연출하면서, 이 상황이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도 의미 없는 발악이었다.
“홈페이지 마스터가 호구로 보이냐?”
* * *
홈페이지 마스터 강은우.
그는 스킬, ‘오직 나만이 그대를 촬영하리’를 운용 중이었다.
이 스킬을 통해 차진혁에 대한 초상권을 획득했다.
현재 강은우를 제외하면 차진혁을 찍을 수 없었다.
강은우는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대포 카메라로 차진혁을 찍는 중.
‘나만이…… 철수 님을 찍을 수 있어!’
이 능력을 얻게 된 강은우는 무척 행복했다.
‘나중에 1호에게 자랑해야지.’
1호는 2호에게, 2호는 1호에게 강한 경쟁심을 느끼고 있는 중.
오로지 혼자서만 김철수를 촬영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무기가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홈페이지 마스터가 호구로 보이냐?”
그와 동시에 차진혁과 눈이 마주쳤다.
안 그래도 기분이 좋았던 강은우는 싱긋 웃었다.
‘지금은 직접 전투 상황이 아니니까 아마도 3인칭 시점으로 녹화 중이시겠지!’
왕유미의 주문을 잊지 않았다.
혹시라도 김철수의 앵글에 들어가게 되면 무조건 싱긋 웃으라고.
차진혁은 강은우의 미소가 마음에 들었다.
‘구독자 몰려드는 소리가 들리는군.’
실제로 강은우의 얼굴이 한 번 노출될 때마다, 차진혁의 구독자 숫자는 수백만 단위로 높아졌다.
구독자 치트키 같은 느낌이었다.
현재, 차진혁의 방송은 꺼진 상태였지만 홈마 강은우는 열심히 일하는 중이었다.
‘이 사진, 진짜 마음에 든다.’
강은우의 시선으로 본 차진혁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진정으로 플레이에 미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순수한 광기.
상대의 손뼈를 조각내면서 싱긋 웃는 저 미소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홈페이지 마스터의 시선으로 찍어낸 차진혁의 사진은 곧바로 김철수 공식 엔스타 계정에 업로드되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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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l_chulsoo
공항샷 아니고 기차샷
* * *
-모야모야 이 지루하지 않은 잘생김은?
-아름다움 그 잡채.
-근데 옆에 오징어는 누구? 뭔데 철수 님이랑 손 잡음?
-저 손 삽니다.
언제나 그렇듯 전 우주의 철수랜드들이 순식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강은우는 몇몇 댓글들을 발견했다.
-쟤 늪지대 크루원 아님?
-ㅅㅂ 늪지대 맞네.
-쟤 3번 늪지대임.
우주의 네티즌들은 3번 늪지대의 정체를 그리 어렵지 않게 파악해 냈다.
-변장하고 있지만 내 눈은 속일 수 없음.
-저 새끼가 우리 아버지 죽였음.
-나 레벨 150 궁수임. 내 시력으로 보면 3번 늪지대 확실함.
만약 3번 늪지대가 이 댓글들을 보았다면 뒷목을 잡고 까무러쳤을 것이다.
3번 늪지대는 최선을 다해서 변장을 한 상태였고, 레벨 150 궁수는 절대로 그의 변장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이건 먼치킨 스트리머인 차진혁과 홈페이지 마스터 강은우의 능력이었다.
차진혁은 본의 아니게 본신의 눈으로 본 것들을 방송으로 송출했다.
3번 늪지대는 제 나름대로 열심히 본모습을 숨겼으나, 차진혁의 눈을 속이지 못했던 것이었다.
참고로 차진혁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냥 봤더니 본모습이 보였을 뿐.
홈페이지 마스터 강은우의 경우도 비슷했다.
그가 촬영하는 유일 대상인 김철수와 관련된 사진/영상에 한정되어, 그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김철수와 함께 손을 맞잡은 3번 늪지대를 찍었다 보니, 3번 늪지대의 변장이 해제된 상태로 카메라에 담겼다.
그것이 어설픈 변장술 정도로 보인 것이고.
-김철수를 얼마나 만만하게 봤으면 본모습으로 덤비나요?
-우리 철수, 절대지켜!
-안 그래도 킹갓제네럴유미한테 연락했어요. 쟤 각성자 사냥꾼이라고.
-제보 ㄱㄱ 저건 스트리 습격한 거니까 SSP에도 정식으로 항의해야 함. 항의 청원 링크: SSP.......
우주의 철수랜드들은 3번 늪지대와 관련한 것들을 싹싹 털어 김잘알TV에 실시간으로 제보 중.
솔직히 왕유미도 놀랄 정도였다.
“네티즌 수사대는 모르는 게 없다더니…….”
심지어는 3번 늪지대의 진짜 이름까지 알려오는 정보들도 있었다.
물론 이 정보들을 모두 믿을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워낙 방대해서 그녀로서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우주 네티즌들에 의하여, 늪지대에 관한 정보도 순식간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늪지대가 뭔가요?
└각성자 사냥꾼 크루.
└철수 님한테 뭔가를 빼앗아가려고 접근한 게 틀림없음.
└추남새끼! 얼굴 훔쳐 가려고 ㅡㅡ
-본섭은 케일베르. 크루원은 도합 다섯 명. 쟤는 그중 세 번째이고, 계략과 속도를 주 무기로 하는 얍삽이 사냥꾼임.
-근데 각성자 사냥꾼이 스트리머 사냥하려고 하는 거?
-스트리머 보호조약은 갖다 버렸나 봄?
-항의 청원 링크: SSP....... 현재 30만 명 동의 중이요.
사람들은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이 타이밍에 김철수가 방송을 껐을까?
이건 타의였을까, 자의였을까?
-3번 늪지대가 비열한 방법을 써서 방송 끄게 만든 것이 틀림없음.
-치사한 새끼. 아무리 그래도 연기자 플레이어까지 써서 스트리머를 공격하냐?
-청원 부탁요! 현재 40만 명 돌파했어요.
상황이 이쯤 되자, 3번 늪지대 또한 상황을 전달받았다.
귓속에 심어둔 음성전달장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황을 전해 들은 3번 늪지대는 소리치고 싶었다.
‘이 씨X! 내가 언제 공격했어!’
공격하려고 한 건 사실이었지만 아직 공격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공격당한 건 이쪽이었다.
‘뭐? 딱 봐도 내가 범죄자처럼 생겨?’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했다.
‘뼈가 모조리 박살 난 건 나인데!’
근데 내 손을 사? 김철수랑 손잡은 게 영광이야? 그는 울화통이 터질 뻔했다.
이렇게 극심한 통증은 오랜만이었고, 고통을 견디는 훈련을 틈틈이 해오지 않았더라면 분명 기절했을 것이었다.
‘내가 피해자인데!’
아무래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일단은 몸을 피하고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군.’
그는 빠르게 판단한 뒤,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기체화를 사용합니다.]
몸을 기체화하여 위기 순간을 탈출하는 스킬이었다.
“스킬, 기체화.”
3번 늪지대는 깜짝 놀랐다.
‘스킬, 기체화’라고 시동어를 읊은 사람은 그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차진혁이 광기 어린 눈으로 웃고 있었다.
‘스킬, 기체화’라고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차진혁이었다.
오, 좋아, 타이밍 잘 맞췄어, 하고 뿌듯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너, 너……! 어, 어떻게……!”
“오, 마력이 이런 식으로 움직이네. 당황하니까 요 선들이 흔들리고.”
‘중계자의 통찰’은 꽤 신비로운 능력이었다.
상대가 스킬을 사용하니 실시간으로 스킬명을 해석해서 보여주었다.
스킬이 신체에 어떻게 적용하는지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력들이 선의 형태로 움직여 3번 늪지대의 몸을 덮는 중.
차진혁은 선들을 죽죽 잡아당겼다.
“원래는 못 잡는 거였는데 네가 당황하니까 틈이 생기네! 이걸 손으로 잡을 수 있구나.”
스킬을 구현하던 마력선들이 꼬이게 되면서,
울컥!
3번 늪지대는 피를 토해냈다. 마력 역류 현상이었다.
‘이, 이, 미친 새끼가……!’
아무래도 김철수에 대한 정보가 지나치게 잘못된 것 같았다.
이런 능력이 있다는 보고는 받은 적이 없었다.
그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자, 잠깐. 네게 협상을 제안한다.”
“협상?”
“나는 태생이 무인이다. 너와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