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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25화 (225/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25화

저런 광경이 조금 생소한 느낌이기는 했다.

‘내가 그동안 평화에 찌들기는 했나 보다.’

물론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마주하면서 내 나름대로는 치열하게 살기는 했는데, 일상에서는 너무 평화로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게 보편이지.’

서울은 치안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그것은 수호수 덕분이었다.

‘수호수가 마물의 머리를 깨…… 아니, 보호하면서 나름 평온해졌고.’

그리고 정부는 강한 플레이어들과의 연계를 통하여 치안을 유지하려 애썼다.

MK재단과도 긴밀한 협력을 하는 중이었고.

덕분에 SSP의 시대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예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치안을 회복했다.

일각에서는 서울 출신의 사람들이 너무 안락한 환경에서 지낸다, 먼 미래에는 경쟁력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평화에 찌든 자들에게 미래는 없다, 등의 비판이 있기는 했지만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럼 아르비스는?’

우주의 모든 서버들이 힘을 합쳐도 이길 수 없다는, 우주 최강의 서버 아르비스.

사실 평화와 치안으로 보면 걔네가 최고였다.

아무튼 내가 하려는 얘기는 이게 아니고, 저렇게 힘을 가진 플레이어가 힘이 약한 플레이어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내가 요즘 너무 안정된 환경에 있어서 자주 접하지 못했을 뿐.

“이 새끼가, 진짜 뒤지고 싶어!”

덩치가 굉장히 큰 남자였다.

언뜻 봐도 2미터는 넘어 보이는 몸집을 가지고 있었는데 주 무기는 철퇴인 것 같았다.

객실이 꽤 좁았는데도 철퇴를 상당히 자유로이 휘둘렀다.

‘음…….’

한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철퇴를 휘두르는 남자의 각성명은 장도환.

레벨은 150가량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서 움직이지도 못했다.

‘레벨 150만 되어도 사람들이 저렇게 무서워하는구나.’

근데 내가 검왕인 시절에는 왜 그랬지?

그때의 내가 지금의 쟤보다 훨씬 더 강했는데, 나는 맨날 욕받이였었는데.

나는 물을 마시면서 상황을 관전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약하면 저런 일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

이제 이 세상은 그런 세…… 응?

‘그냥 맞고 있는 게 아니네?’

맞고 있는 남자의 레벨은 50가량.

아직 초보 수준의 플레이어였는데, 자세히 보니 무언가를 보호하려는 듯 엎드려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씨X, 네가 죄송하면 다야?”

장도환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남자를 발로 몇 번이나 걷어찼다.

‘음…….’

사실 기절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공격들이었는데, 남자는 꾸역꾸역 장도환의 공격을 받아냈다.

저 정신력만큼은 높이 사줄 만했다.

‘근데…….’

이 상황은 너무나 일상적인 상황이다.

전 세계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예전 같은 평화는 이제 없다.

그게 너무 당연한 건데.

‘너무 거슬리네.’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근데 남자 밑에 어린 여자애가 하나 깔려 있다는 사실을 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여자애는 울면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우리 아빠 때리지 마!”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면서도 장도환을 향해 소리쳤다.

그게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나는 저 여자애가 눈에 밟혔다.

‘아, 진짜.’

이런 소소하고 사소한 일에 일일이 참견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을 못한다.

……응?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거 엘튜브각 아닌가?

나 이제 공무원 아니고 스트리머인데?

참교육 콘텐츠는 늘 수요가 있는 콘텐츠다.

‘그래, 이건 콘텐츠각이니까.’

아무래도 나서야 할 것 같다.

엘리나 서효가 생각나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이건 진짜로 콘텐츠각이라서 그런 거다.

‘어라, 근데.’

나는 나도 모르게 히죽 웃었다.

‘이야, 이건 생각 못했네.’

생각지도 못했던 녀석이 이곳에 숨어 있었다.

* * *

중계자의 시야는 중계자의 통찰로 강화되었다.

직업에 ‘먼치킨’이 들어가면서 내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통찰의 능력 중 하나는 ‘되감기’였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감는 능력.

내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보통 이렇게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거의 1시간 가까이 되감기를 할 수 있었다.

‘근데 고작 5분도 안 된다고?’

그렇다는 건 되감기를 해야 하는 이 장면 속에 고레벨 플레이어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고레벨 플레이어.’

여기에 그런 플레이어가 있다?

나는 중계자의 통찰로 주변을 살펴보며 각성명을 살펴보았다.

‘[3번늪지대]가 여기 있네?’

3번늪지대라는 각성명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이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를 노리고 온 각성자사냥꾼.’

3번늪지대는 꽤 이름있는 각성자사냥꾼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늪지대’라는 각성자사냥크루가 더 중요한 거긴 했지만.

아 참고로, 연합이라 부르기에는 그 숫자나 세력이 너무 적은 경우에 보통 크루라고 부른다.

‘오랜만이다, 이 새끼야.’

3번늪지대는 나를 여러 차례 노렸던 각성자사냥꾼이기도 했다.

회귀 전에도 나를 그렇게 노리더니, 이번에도 나를 노리고 온 것 같았다.

‘나름 잔머리를 잘 굴리는 타입.’

왜 이 상황이 연출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무엇에 반응하는지, 어떤 것이 약점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저번에 따뜻한 힐링 캠핑했던 걸 염두에 뒀나 보네.’

엘리랑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따뜻하게 자라고 불도 붙여줬고 말이다.

그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이 나도 엘리가 되고 싶다며, 김철수 딸로 입양되고 싶다며 댓글을 많이 달았었다.

몇몇은 나보고 딸바보가 될 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니까 3번늪지대 놈은 내가 ‘곤경에 처한 어린 여자애’에 반응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이었다.

‘좋네.’

슬슬 나를 노리는 각성자사냥꾼 세력들이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주면 더 신날 텐, 아니, 콘텐츠 각이 많이 살 텐데, 아무래도 스트리머 보호 조약 때문에 좀 몸을 사리는 것 같기도 했다.

“참교육 콘텐츠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인벤토리 내에 있던 미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우웅- 우웅-

하는 공명음이 들려왔다.

-부수게 해줘요. 하아……!

하아, 하아, 하고 달뜬 숨을 내뱉었다.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얘의 상태가 머릿속에 이미지로 그려졌다.

몽환적인 표정의 한 여자가 보였다.

얼굴이 무척 붉었고 잔뜩 흥분해 있었다.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부숴버리고…… 싶어. 보자, 네 뒤통수를 보자……!

어째 서효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왜 이렇게 광인처럼 구는지 모르겠다.

주인은 너무 상식적인데 말이다.

“킹갓제네럴유미와 약속한 것이 있습니다.”

여자애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괜한 의협심 같은 것도 연출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그냥 참교육이었다.

“이번 콘텐츠의 컨셉은 시원시원한 진행이라고요. 예행 연습 해보겠습니다.”

나는 장도환에게 달려들어 미리를 휘둘렀다.

빠각!

-아아, 아름다운 선율이여……!

장도환의 뒤통수에서 피가 튀었다.

저레벨이라서 그런가, 한 방 맞고 기절해 버렸다.

쓰러져 있던 남자가 감격한 얼굴로 일어섰다.

내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원한 진행.”

빠각!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래도 죽을 죄까지 지은 것 같지는 않아서 죽이지는 않았다.

-하앙…… 기뻐, 더. 더 거칠게…… 다뤄줘요.

“약한 건 죄다.”

저레벨 플레이어들을 이용해서 나를 공격했던 건 3번늪지대의 전형적인 전략이었다.

당시 나는 공무원이었어서 저레벨 플레이어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가끔은 수상해도 어쩔 수 없이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자, 그리고 다음은 쟤.’

“시끄럽게 해서 내 잠을 깨운 죄.”

겁에 질려 울고 있는 여자애를 향해 미리를 세차게 휘둘렀다.

* * *

김잘알TV.

왕유미조차 약간 당황했다.

‘철수 님?’

장도환을 때려눕히는 것까지는 좋았다.

시청자 반응도 상당히 우호적이었고.

그런데 갑자기 딸을 보호하던 아버지의 뒤통수를 때려 기절시켰다.

-뭐임?

-갑자기 피해자를 왜 팸?

-치열좌: 약한 것도 죄다 ㅋㅋㅋㅋㅋㅋ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님?

그런데 거기에 더해 어린 여자애의 뒤통수마저 때려서 기절시켰다.

화면으로 보기에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와 ㅋㅋ미친ㅋㅋㅋ 사이코도 아니곸ㅋㅋㅋ

-이건 진짜 선 넘었지

-애가 무슨 죄가 있음?

왕유미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엘튜브각을 누구보다 잘 보는 사람인데 이런 실수를 할 리가 없어.’

채팅창은 불타올랐지만 왕유미는 딱히 무언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일단은 차진혁을 믿고 기다려보았다.

그랬더니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 여자애 몸이 커지는데?

-뭐임?

-어 개징그럽다.

어린 여자애인 줄 알았던 플레이어의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건장한 남자가 되었다.

-여자애로 변한 거임?

-ㅅㅂ 변신술사 처음 봤는데 역겹넼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상황임?

그때, 영상 속 김철수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몰랐을 리갘ㅋㅋㅋㅋ

-컨셉 미친ㅋㅋㅋㅋ

-???: 그냥 휘둘러봤는데 이런 트릭이?

“연기자 계열의 플레이어였던 모양입니다. 저도 놀랐네요.”

-근데 진짜 모르고 휘두른 거 아님?

-저 평온한 표정을 좀 봐라 ㅋㅋㅋㅋ 저게 어딜 봐서 놀란 표정임ㅋㅋㅋ

-일단 휘둘러봤는데 저렇게 돼서 망정이지, 만약 진짜 어린애였으면 어쩔 뻔?

-솔직히 이건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닌 듯함.

-약한 게 죄라는 건 너무 선 넘은 발언 ㅇㅇ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김철수의 행동과 발언을 문제삼았다.

-ㅂㅅ들아, 제발 컨셉 이해좀.

-세계관 이해 못하는 새기들. 이러니 국평오 얘기가 나오지 ㅂㅅ들아.

-제발 치열버스 이해 좀요.

수많은 사람들이 김철수의 컨셉을 옹호하고 나섰다.

-치열좌는 늘 치열하게 플레이해야 함. 오늘도 걍 치열하게 플레이했을 뿐.

-우리 치열좌는 다 계획이 있구나!

-겉으로는 미친 것 같아도 속으로는 치열하고 냉철한 이성좌임.

차진혁은 정신의 일부를 미리에게 내주었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더 거칠게 대하고 싶어. 흐흐.”

늪지대 크루의 3번 크루원. 3번 늪지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듣던 것보다 더 미친놈이군.’

그 또한 김잘알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던 중.

시청자들은 지금 김철수의 행동이 컨셉이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살펴본 3번늪지대의 생각은 달랐다.

‘그냥 미친놈이야.’

저놈 말대로, 일단 휘두른 것이 틀림없었다.

달뜬 숨을 내뱉으며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는 저 아련한 표정.

망치를 휘두를 때 느꼈던 쾌락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는, 저 광기어린 모습은 결코 연기로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김철수에 대한 정보를 수정해야만 했다.

‘어린 여자애한테 약하다는 정보는 틀렸다.’

이건 약점으로 써먹을 수 없게 됐다.

아무래도 김철수를 조금 더 연구해야 할 것 같았다.

‘응?’

방금 눈이 마주친 것 같았는데.

3번 늪지대는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레 행동했다.

‘어차피 놈은 나에 대해 전혀 몰라.’

혹시 몰라 각성명도 완전히 감춰놓았다.

김철수의 능력을 면밀히 분석해서, 김철수의 능력으로는 파악할 수 없을 만큼 2중, 3중으로 잠궈서 각성명을 숨겨놓았다.

‘놈은 나에 대해 전혀 모른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차진혁에게 다가갔다.

익숙하게 연기를 펼쳤다.

“설마설마 했는데…… 철수 님 맞으시죠? 김잘알TV 시청 중이었는데 익숙한 곳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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