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21화
한편, 차진혁이 그란델을 처치하는 영상은 엘튜브 실시간 인기 동영상 1위를 차지했다.
조회수는 이미 5억을 돌파. 구독자 숫자는 더욱 빨리 증가하여 15억을 넘어섰다.
에건 폴은 엘튜브를 둘러보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시멜로의 콘텐츠를 이겼잖아?”
우주에서 제일가는 엘튜버, 마시멜로도 마침 영상을 하나 올렸다.
해당 영상은 인기동영상 3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2위는 에건 폴의 영상이었는데, 사실 뻥튀기된 숫자여서 의미 없었다.
“정말이지 대단하군.”
다른 엘튜버들은 마시멜로가 영상을 업로드하는 순간은 최대한 피하려고 하는 편이다.
고래와 경쟁하고 싶은 새우는 없는 법이니까.
‘그런데 김철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올렸고, 결국 마시멜로를 이겼어. 정말이지 미친 자다.’
김철수만 놀라운 건 아니었다.
한국맵의 공식 랭킹 1위인 봉미나TV 또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철수버스에 올라탔다 혹은 김철수의 피를 빨았다고 조롱받고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봉미나TV의 성장세는 대단했다.
‘봉미나도 곧 실버버튼을 받겠군.’
에건 폴도 실버버튼을 받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조작된 버튼.
실제로 그의 구독자 수는 현재 7억 명 안팎이었다.
‘김철수는 그렇다 치고. 봉미나와도 구독자 숫자가 2억 가까이 차이 난다.’
시청시간, 시청자 화력 등도 모두 봉미나에게 밀리고 있었다.
‘한국맵에는 뭔가 있어.’
개미여왕 때도 그랬고 이번 그란델과의 전투도 그렇고.
시스템은 한국맵을 지구 서버의 주력 맵으로 설정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좁은 한국의 랭커인 봉미나가 어떻게 자신을 제칠 수 있단 말인가.
본래 콘텐츠의 양과 질은 맵의 크기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한국맵은 무척 특별했다.
‘나도 한국으로 간다.’
다음 대형 콘텐츠는 한국맵에서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형 콘텐츠이니만큼 어벤저스 사단의 엘리트들을 대거 이끌고 방문하기로 했다.
‘어차피 김철수는 못 이겨.’
김철수를 이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김철수는 그의 롤모델이었고 닿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었다.
‘그러나 봉미나에게 질 수는 없지.’
아메리칸 퍼스트.
한국맵 1위(공식 1위는 봉미나다) 보다 미국맵 1위가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다.
‘한국에는 아주 유명한 미공략 던전이 있지.’
아직까지 던전 브레이크의 징후는 보이고 있지 않지만 벌써 몇 달째 아무도 공략에 성공하지 못한 ‘해운대 던전’.
김철수의 맵이라 할 수 있는 한국맵의 미공략 던전이다.
이곳을 클리어해낼 수 있다면 상당한 주목과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이걸 해낸다면, 김철수도 약간은 나를 인정해 주지 않을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 * *
한편, 차진혁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 못했다.
어느새 차진혁은 에건 폴의 영상을 별로 찾아보지 않게 됐다.
3등만 하겠다던 과거의 차진혁은 사라졌고, 이제 압도적 1등의 마시멜로에게 강한 경쟁심을 느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호승심이 들끓어 올랐고 그만큼 자존심이 상했다.
“얘는 그냥 눕방인데.”
콘텐츠 자체가 없었다.
누워서 그냥 시청자들이랑 이런저런 대화하는 짧은 영상이었다.
“나랑 조회수가 크게 차이 안 나네?”
역시 아직 멀었다. 조금 더 치열해야 할 것 같았다.
‘여기서 더 치열하려면…….’
좋은 방법이 하나 있었다.
‘이럴 때는 미공략 던전 공략이지.’
이게 정공법이었다.
* * *
각 시대마다, 각 맵마다 그 시대와 맵을 대표하는 ‘미공략 던전’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것은 플레이어들의 성장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는데 현시점, 한국맵에서 가장 유명한 미공략 던전은 해운대 던전이었다.
‘거기가 왜 미공략이었더라.’
훗날, 해운대 던전은 대표적인 1세대 미공략 던전이라 불리게 된다.
당시 나는 반신연합을 상대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여기는 이현성이 솔로잉으로 클리어했었다.
‘아, 기억 났다.’
던전이 공략되지 않는 이유는 다양했다.
던전 자체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그런 경우도 있고 애초에 입장 조건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들도 있었다.
던전 내의 마물을 모두 말살했어도, 클리어 조건을 알아낼 수 없어서 클리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랬다가 안에서 굶어 죽는 애들도 많았다.
‘해운대 던전은 솔로잉 아니면 못 깨는 던전이었지. 그걸 이현성이 몸으로 증명해 냈고.’
혼자서 던전에 들어가는 미친놈들은 잘 없다.
돌이켜보면 이현성도 어지간히 미쳐 있었나 보다.
왕유미가 내게 물었다.
“해운대 던전이요? 거길 클리어할 수 있어여?”
“몰라. 들어가 봐야 알지.”
“최근에도 공략 시도가 있었던 건 아시죵? 안에 마물들을 모두 죽이는 것까지 공개됐는데 결국 굶어 죽었어요. 식량을 많이 챙겨갔는데 어느 순간 지나니까 갑자기 다 썩어버리더라구여.”
왕유미는 동글뱅이 안경을 고쳐 쓰며 중얼거렸다.
“아사 직전의 김철수와 고통을 함께 분담하는 홈마스터 강은우. 이거 그림 엄청 예쁘게 뽑힐 거 같기는 한데, 흐흐흐.”
“……아. 솔로잉으로 진행할 거야.”
“예? 왜요?”
“키하엘이 정보를 몇 개 줬는데, 솔로잉으로 진행해야 할 것 같거든.”
“흐음, 관리자 발 정보라. 그렇다면 저도 고민을 좀 해볼게요. 본격적인 공략 전에 꼭 연락 주셔야 해요!”
회귀 전과 나를 대하는 게 약간 달라진 거 같기는 한데 아무튼 월왕폐하 소리만 안나오면 되겠지.
왕유미는 왕유미 나름대로 내게 좋은 조언들을 해주었다.
“이번에는 여러 사람들과 협력해서 블랙의 수장을 완벽하게 깨부수는 모습을 보여줬잖아영? 탑을 쌓아올리듯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이번에는 또 다른 매력을 어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매력?”
“넹. 전 브로콜리를 엄청엄청 좋아하지만 한 달 내내 브로콜리만 먹으니까 좀 물리더라구여.”
한 달 내내 브로콜리를 먹는 미친놈이라니.
그러고서 ‘조금’ 물린다니. 나도 생존을 위해서 썩은 고기를 한 달 내내 먹은 적은 있지만 엄청 물리던데.
얘도 진짜 정상이 아닌 거 같다.
“결론적으로, 이번에는 먼치킨 김철수를 보여주면 엄청 좋을 것 같은 타이밍이란 말이죠? 복잡한 계산이나 팀원들간의 협력 없이. 오로지 김철수의 힘으로 우직하게 뚫고 나가는 시원시원한 연출이요. 근데 해운대 던전에서 그게 가능할까여?”
“가능할 것 같아.”
나약한 이현성이 했는데 내가 못할 리가 없지.
* * *
키하엘은 모자에 안경과 마스크를 푹 눌러쓰고, 몸 전체를 가리는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 우리 집을 찾아왔다.
저렇게 다니는 게 오히려 더 눈에 띌 거 같은데.
“야, 너 솔직히 말해. 이제 슬슬 들키고 싶지?”
“……뭐?”
“봉급도 짠 주제에 맨날 야근시키는 더러운 직장에서 어서 짤리고 싶은 거 아냐?”
“아, 아니거든?”
“짤리고 나면 복지도 빵빵하고 봉급도 센 MK재단에 취직될 테니까?”
“이, 일부러 잘릴 생각은 안 하고 있다.”
“그러시겠지.”
생각해 보면 조금 수상하긴 하다.
시스템이든, 상급 관리자든, 키하엘이 나와 대단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때도 됐는데.
보통 관리자와 특정 플레이어가 지나치게 깊은 관계를 맺게 되면 시스템 차원에서 제재가 들어오기 마련인데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부러 잘리면 안 받아준다.”
나를 위해 최대한 끝까지 일을 하라고.
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내가 알아보라는 건 알아봤냐?”
“알아봤다.”
며칠 전, 나는 얘한테 한 가지를 부탁(명령)했다.
‘피카소의 붓’을 나 자신에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마리라도 좀 알아내달라고.
회귀 전, 매켄드라는 피카소의 붓을 자신에게 사용하여 우주 단위의 랭커가 되었다.
매켄드라가 할 수 있었다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다.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키하엘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몸을 약간 낮춘 채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뭔가 굉장히 중요하고도 비밀스러운 말을 하려는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나도 모른다.”
그리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보여주었다.
나한테 한 방 먹인 것이 꽤 자랑스러운 모양새였다.
빠각!
내가 때린 건 아니었는데 키하엘은 뒤통수를 부여잡고 크헉! 비명을 내질렀다.
“이 미친놈이 관리자를 폭행해!”
“내가 한 거 아닌데.”
“여기 네놈 말고 누가 있어?”
“내가 했으면 네가 멀쩡했겠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한국맵에서 유일하게 GM을 살해했다가 판결의 방에 들어갔다 온 사람이 누군지 잊었나 봐?”
내가 진짜로 쳤으면 쟤 머리는 이미 깨지고도 남았다.
“왜? 내가 때려줘?”
“아, 아니, 누가 그렇대?”
키하엘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약간 귀여운 것 같기도.
아무튼 진짜로 내가 때린 건 아니었다.
범인은 요즘 뒤통수 깨기에 제대로 맛 들인 황금 수호수 녀석이었다.
-GM의 머가리는 생각보다 단단하시도다.
키하엘과의 만남에서는 그다지 수확이 없었다.
해운대 던전의 난이도가 입장 인원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말이다.
어차피 솔로잉으로 하려고 했으니까 사실 의미 없는 정보였다.
빠각!
“왜 때리냐, 이 누르뎅뎅하게 미친 나무야!”
-단단하다면 깨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그것이 위대한 황금 수호수의 본성이느니라.
“……라는데?”
그 말을 전해주자,
“그딴 게 황금 수호수의 본성이라고?”
키하엘은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솔직히 나도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냥 쟤가 별종인 것 같다.
나는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데 왜 내 수호수는 약간 미쳐가는 건지 모르겠네.
뒤통수에 혹이 크게 난 키하엘이 이를 바드득 갈며 말했다.
“수호수는 파종꾼과 강력한 영혼의 결속력을 지니고 있고, 파종꾼의 영혼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내게 영혼을 받으면 보다 상식적인 나무로 자라나야 할 거 같은데.
아무래도 얘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별로 쓸모없는 정보만 던져준 키하엘은 사라졌고, 수호수는 자꾸만 나를 보챘다.
-그냥 룰 브레이커로 때려보자! 아니, 때려보십시다!
한층 진보된 룰 브레이커.
이거라면 피카소의 붓에 내재된 설정을 깨뜨릴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쟤는 그냥 부숴보고 싶은 거 같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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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덧칠 가능한 횟수는 1회이며, 본인에게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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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수는 지금 ‘본인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라는 설정을 부수자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실패하면?”
룰 브레이커의 성능이 워낙 좋아져서 약간 걱정이 된다.
괜히 무턱대고 룰 브레이커를 휘둘러대다가는 서버급 아이템인 ‘피카소의 붓’이 아예 망가져 버릴 수도 있는 거니까.
‘어?’
수호수가 엄청난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내게 전달되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수호수는 진리를 관통하는 말을 해주었다.
-강화에 실패하면 박살 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너무 당연한 말이니까.
-그 정도 무게도 감당할 수 없다면 어떻게 치열좌라 불릴 수 있지?
“네 말이 맞다.”
서버급 아이템이고 뭐고, 원래 강화하다 실패하면 부서지는 게 당연한 거였다.
플레이하다 죽을 수 있는 게 너무 당연한 것처럼, 이것도 너무너무 당연한 이치였다.
나는 큰 깨달음을 얻고서 곧바로 녹화를 시작했다.
[강화]
나는 기본과 진리를 잊은, 아주 한심한 녀석이 되어 있었다.
나는 이제 한심하지 않기로 했다.
“강화 콘텐츠, 시작합니다.”
해운대 던전 클리어에 앞서, 이것부터 먼저 정말 치열하게 해보기로 했다.
수호수가 깔깔대며 웃었다.
-진심의 치열좌가 복귀하셨도다! 경배하라! 찬양하라! 깔깔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