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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20화 (220/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20화

산의 광인은 꽤 강력한 개체였다.

레벨은 217.

그러나 놈들은 군대를 이루고 있고 그란델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만약 내가 정말 미친놈이었다면, 진짜 살 떨리는 콘텐츠를 진행하고 싶었다면 ‘문제가 없는’ 산의 광인을 소환하도록 내버려 두었을 것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그러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쳐.’

멀쩡한 산의 광인 군대라면 리스크가 너무 컸다.

나야 뇌룡 타고 도망치면 그만이라지만 까딱 잘못했다가는 강원도 일대는 물론이거니와 한국 전체가 난장판이 되었을 것이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이게 적정선이라는 거겠지.’

많이 발전했음을 느낀다.

나도 이제 보통의 사람들처럼 사고할 줄 알고 사회적 적정선이 무엇인지 깨달아가고 있다.

나는 룰 브레이커로 또 다른 산의 광인을 가리켰다.

“너도 이미 죽어 있다.”

울컥!

산의 광인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중계자의 시야로 이미 어떤 녀석이 가장 상태가 심각한 녀석인지는 다 파악해뒀다.

‘타이밍만 잘 맞추자.’

그리고 방송 제목을 바꿨다.

[힘순찐]

산의 광인들이 픽! 픽! 쓰러져 나가자 그란델이 버럭 소리 질렀다.

“무슨 개수작을 부린 거냐!”

“산의 광인에게는 고질적인 심장병이 있다며.”

“설마……!”

그래도 제법 똑똑한 놈이어서 이렇게만 말해도 금방 알아차렸다.

“일부러 긴장감을 연출하며 시간을 끌었던 건……!”

“그래. 네놈이 미완성의 산의 광인 군대를 소환하기를 기다렸다.”

나는 방송을 잘했고, 놈은 방심했고, 천사소녀는 제 몫을 아주 잘해줬다.

“이게 팀플이지.”

솔로잉은 솔로잉 나름대로의 맛이 있지만 팀플에도 팀플의 맛이 있다.

팀원끼리 손발이 척척 맞았을 때의 이 희열감은 진짜 돈 주고도 못 산다.

“피를 뿜고 꿇어라.”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

어디선가 들었던, 이 낭만으로 가득 찬 대사를 오마주하고 싶었으나, 이미 쓰러져서 타이밍을 못 맞췄다.

또 다른 산의 광인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내가 생각해도 타이밍이 절묘한 것 같다.

몇몇 산의 광인은 나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이미 놈들은 꽤 많이 약해진 상태여서 내 중계결계를 효과적으로 뚫지 못했다.

‘그래도 역시 물량 앞에 장사 없기는 하네.’

워낙 숫자가 많다 보니 사각에서 들어오는 공격들도 있었다.

온전히 막아내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 어깨 부근이 좀 찢어졌다.

허벅지 근육이 파열된 것 같기도 하고, 발목이 너덜거리는 것이 부러진 것 같기도 했다.

이정도면 아주 멀쩡한 편인 거 같다.

나는 산의 광인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내며 그란델에게 접근했다.

경악하는 그란델의 표정이 잡혔다.

이게 바로 힘순찐 컨셉의 묘미지.

‘음. 근데 타이밍 좋게 나를 공격해 오네.’

한 대 정도는 맞아도 정통으로 맞아도 될 듯?

‘그냥 맞아야겠다.’

곧 있으면 차진솔도 도착할 테니까 그냥 맞기로 했다. 이런 사소한 거 다 피하면 또 접근하기 빡세다.

역시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검은 범의 노래.”

조로로부터 습득한 이 기술은, 사실 검이 아니라 망치를 위한 기술인 것 같다.

검을 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기운을 내뿜을 수 있었다.

검은 범의 노래는 연출적으로도 굉장히 훌륭했다.

무려 일곱 마리의 검은 범이 모습을 드러내 그란델을 향해 달려들었다.

“즉살.”

그란델의 머리통을 향해 룰 브레이커를 휘둘렀다.

빠각!!!

아름다운 선율이 연주되었다.

‘오?’

그란델의 몸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마치 아까 정교하게 만들어진 종이병정이 사라진 것처럼.

“대역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네요. 본체는 어딘가 다른 곳에 숨어 있는 듯합니다.”

히죽 웃었다.

“2막은 봉미나TV에서 확인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 * *

봉킹과 강미나는 힘을 합쳐 봉미나TV를 운영 중이다.

한국맵 공식랭킹 1위, 2위를 다투던 둘이 힘을 합치니 한국맵에서는 압도적인 랭킹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둘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렸다.

“헥…… 헥…….”

“헉…… 헉…….”

산속 깊은 곳.

허름한 오두막이 하나 있었다.

“어쨌든 따라왔다.”

“그러게.”

둘이 젖먹던 힘을 다해 쫓았던 사람은 서지아, 서지수 자매였다.

스트리머의 몸으로 그림자 군주들의 움직임을 쫓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나마 서지아 자매가 배려를 해줬기에 이렇게라도 쫓아올 수 있었다.

서지아 자매가 동시에 말했다.

“결박하라, 그림자여.”

“결박하라, 그림자여.”

오두막 주위로 수십개의 검은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수십 가닥의 흑색 마력줄기가 뻗어나와 오두막을 덮었다.

일종의 결계같았다.

그리고 서지아가 오두막의 문을 열었다.

“찾았다.”

그곳에는 그란델이 숨어 있었다.

그란델이 눈을 크게 떴다.

“여, 여길 어떻게……!”

서지수가 히죽 웃었다.

“영리한 토끼는 굴을 여러 개 판다더라.”

그란델은 자신의 전력을 너무 많이 노출했다.

제단에서는 이 그림자의 힘을 ‘삼키는 권능’과 함께 융합하여 사용하기도 했고,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종이병정을 대역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치열좌가 너보다 더 영리했을 뿐.”

서지수는 당장에라도 달려들어 그란델의 목을 찌르려고 했으나 서지아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서지수를 막아섰다.

그리고 힐끗 봉킹과 강미나 쪽을 쳐다보았다.

“그림자의 힘을 다루면 흔적이 남아.”

봉미나는 감을 잡았다.

서지아가 내뱉는 저 대사들은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였다.

“그림자 군주는 그 힘을 탐지할 수 있지.”

그사이,

그란델은 어떻게든 마력을 일으켜 도망쳐보려고 했다.

“그림자 군주는 모든 그림자를 지배해. 도망치려 해도 소용없어.”

“이, 이 미친놈들이……!”

서지아가 단도를 빼어 들었다.

“김철수가 우리를 이곳에 보냈다.”

“언니, 이제 죽여도 돼?”

서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철수의 얼굴로 천하를 꿈꾸었던 그란델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초라한 최후였다.

* * *

한마갤에 새로운 사람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힘순찐이 뭔가요?]

└힘을 숨긴 찐따 ㅇㅇ

└그럼 김철수가 힘을 숨긴 건가요?

└그런듯. 괜히 가슴 졸이면서 봤음ㅋㅋㅋ

초반의 긴장감 연출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김철수의 영상에 매료되어 집중했었으니까.

[처음부터 그냥 패지 왜 굳이 힘을 숨김?]

└아마 미래를 내다보고 그렇게 한듯.

└미래는 뭔 미래?

└그란델 눈에 탐욕 드글거리는 거 못 봄? 어차피 언젠가는 산의 광인 군대를 소환했을 듯. 그럴 바에야 지금 소환시켜서 뿌리를 뽑아버리는 게 낫지.

└애초에 그란델 죽였으면 편했을 텐데?

└ㅁㅊ아 김철수가 자선사업가냐? 엘튜브 각은 뽑아야지 ㅉㅉㅉ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더닠ㅋㅋㅋㅋ 어느새 김철수가 그란델 막는 게 당연해져 버렸네ㅋㅋㅋ

└막말로 김철수는 걍 가족들 데리고 타 서버 이동하면 그만. 김철수 정도면 아르비스에서도 받아줄 듯.

김철수가 블랙을 무너뜨린 것은 우주적으로도 상당히 큰 이슈가 되었다.

왕유미가 철수랜드를 위해 만든, 전 세계 철수랜드를 위한 앱인 철수버스도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이었다.

단톡방 형식의 앱이었고, 이 단톡방에는 이미 수백만 명의 팬들이 접속한 상태.

다만 직접 채팅은 공식 팬 번호를 받은 1기 철수랜드들만 가능했다.

-철수랜드1: 진짜 철수는 개멋있는 거 같아. 근데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레벨 204로 그렇게 할 수가 있어?

사람들이 보기에는 전투의 결과가 좀 충격적이기는 했다.

말하자면, ‘룰 브레이커로 가리키니 산의 광인이 퍽퍽 터져나갔더라’ 정도였다.

많은 과정이 있었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느낌이었다.

-철수랜드2: 레벨 204 아니야. 205야. 최근에 레벨업 했어 ^^

철수랜드 1호.

해킹으로 1호의 자리를 꿰찬 편애광신.

한국 이름으로 김민지를 쓰고 있는 그녀는 다리를 달달 떨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녀의 눈에 광기가 깃들었다.

“아오. 이게 진짜. 네가 그렇게 김철수를 잘 알아?”

철수랜드 1호인 김민지.

그리고 철수랜드 2호인 강은우.

둘은 아주 화기애애 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철수랜드1: 와 진짜? 몰랐어. 레벨 205라니. 레벨업 진짜 엄청 빠르다. 역시 김철수네.

-철수랜드2: :)

-철수랜드1: 그럼 신화급카드 적용해서 레벨 225로 산의 광인들을 그렇게 압도한 거네?

-철수랜드2: 단순 무력은 아니었고 천사소녀를 몰래 투입해서 핵심재료인 심장을 빼돌렸대. 힘순찐은 그걸 위한 연막이었고! 엄청 멋있지?

김민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얘 뭐야?’

지금 철수랜드 2호가 얘기하고 있는 건 아직 방송에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왕유미가 ‘성동격서’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해주기는 했지만 핵심재료로 심장을 빼돌렸다라는 구체적인 얘기까지는 해주지 않았다.

-철수랜드1: 당연하지. 철수는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 근데 콕 집어서 심장을 빼돌렸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철수랜드2: 그건 비밀이야 :)

수십명의 철수랜드들이 강은우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김철수의 비밀(?) 하나를 더 알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다만, 김민지는 얘기가 좀 달랐다.

‘언 년이야, 이거?’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

저런 정보를 어떻게 미리 알 수 있단 말인가.

왜 이렇게 김철수와 친한 척을 한단 말인가.

‘확 해킹해서 신상 까볼까?’

김철수를 스토킹하고 있는 거 아냐?

악질 아니냐고!

‘아냐. 그래도 그럴 수는 없지.’

명색이 철수랜드 2호.

같은 사람을 좋아하고 덕질하는 팬으로서, 그래도 지켜야 할 상도덕이라는 게 있는 법이었다.

“아무튼 레벨 225로 산의 광인 군단을 저렇게 쓸어버렸다는 거지?”

그녀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보여준 게 너무 많아. 너무 멋있어. 그냥 보기만 해도 즐겁고 설레고 사랑스러워. 근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눈에만 그렇지는 않겠지?”

생각만 해도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런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원래 보물은 스스로 빛나는 법. 자신 말고도 다른 이들이 김철수의 반짝임을 읽어냈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김철수와 그 능력을 노리는 사냥꾼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 분명했다.

가만히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아름다웠으니까.

“우리 철수, 절대 지켜.”

* * *

블랙은 와해되었다.

흑흑연합(흑장미&검은가시 연합)이 블랙의 세력을 흡수했고, 범우주 연합으로 발돋움을 시작했다.

지구 서버는, 전체적으로 차진혁의 회귀 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MK재단에 화타가 영입되었다.

-“철수 님의 정의와 신념에 감동받았습니다. 저는 앞으로 MK재단에서 인술을 베풀며 살아가겠습니다.”

닥터 플레이어가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수많은 이들이 MK재단의 의료센터를 방문했고, 화타는 밤낮없이 환자들을 치료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화타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이거…… 나쁘지 않은데?’

돈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마냥 그런 건 아닌 것 같기도 했다가 이내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니. 돈이 최고야.’

빌어먹을 긴고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김철수에게 협조하고 있는것 뿐이었다.

진짜로 그런 것뿐이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닥터 플레이어의 명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김철수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와…… 범우주 연합에 닥터 플레이어까지.

-김철수의 입김이 안 닿는 곳이 없네.

-당연하지. 아름다움과 열정과 질서와 정의와 수호와 조화의 치열좌인데.

바야흐로 한국맵은 그어느 맵보다 더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기록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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