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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13화 (213/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13화

좀 더 면밀한 분석과 구독자 취향 파악을 위해 성별과 나이 등으로 세분화하여 통계를 살펴볼 수 있었다.

내 채널 구독자는 원래 8할이 남자들이었고 그중에서도 10~30대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변화가 많이 생겼다.

‘성비는 거의 5:5 수준까지 올라왔네.’

그렇다고 남자 구독자가 빠진 건 아니었다.

여자 구독자 유입이 급속도로 많아지면서 생긴 결과였다.

다만, 화력만 놓고 보면 10~30대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막강했다.

‘40대 이상한테는 좀 약하네.’

에건 폴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에건 폴은 모든 성별, 세대를 불문하고 두루두루 사랑받고 있다.

‘그거 생각하면 난 아직도 멀었구나.’

끽해와 10~30세대 남녀에게 사랑받는 스트리머 수준으로는 마시멜로는커녕 에건 폴한테도 못 비빈다.

최소한 내 본진인 지구에서만이라도 성별, 나이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수준은 되어야 우주급 스트리머가 될 수 있을 거다.

‘뭐, 깨달음을 얻은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너무 조급해하지는 말아야겠다.

나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댓글들을 쭉 살펴봤다.

-친구의 병약한 아내를 위해서 뇌룡 안 탔다고 하네요. 따뜻한 마음씨 어쩔 ㅠㅠ

└제발 오버 좀 그만 떨어라 지겹다 ㅡㅡ

└김철수 시급이 얼만지는 알고 있냐? 김철수 입장에서 저러면 맨땅에 수십억 원 땅에 뿌리는 거랑 똑같은데 뭐가 오버라는지? 알려주실 분?

└김철수가 연약한 때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아픈 사람 배려하는 것만 봐도 인성 나오죠.

└저 따수운 맘씨에 할미 펑펑 울어 ㅠㅠ

‘와…….’

나는 나도 모르게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물론 나를 욕하는 댓글들도 상당히 많기는 했는데, 그런 댓글들은 나를 옹호하는 댓글 화력에 미치지 못했다.

나는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이런 거구나!’

팬이 많다는 거.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건 이런 거구나.

평소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은 유독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내가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은 직후라서 더 그런 거 같다.

-철수가 메인 콘텐츠 진행하면서 억지로 시간 짜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죠?(찡긋)

└ㅇㄱㄹㅇ 사실 지금 세피아-그란델 상대하기도 엄청 벅찬 상태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

└그 와중에 친구 돕겠다고 나선 거 실화?

└철수는 나 빼고 다 가졌어. 이제 나만 가지면 갓벽♡

‘사실 그렇게까지 시간 짜낸 건 아니었는데…….’

세피아-그란델이 교주가 맞는지도 100퍼센트 확실한 건 아니고.

근데 아무튼 기분이 영 요상했다.

‘회귀 전에도 팬들이 많기는 했는데…….’

팬도 많고 안티도 많았다. 그렇지만 원래 100명의 팬보다, 1명의 안티가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다.

근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팬들의 존재감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

그건 아무래도 내가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스트리머로 전직했기 때문이겠지.

차진솔이 말했다.

“강은우 씨에 대한 얘기도 되게 많아.”

“그러게.”

“캠빨 진짜 잘 받더라. 원래도 잘생기기는 했지만 원래보다 더 잘생기게 나오는 거 같아.”

“그런 거 같기도?”

“오빠도 그렇고.”

“나?”

“어. 오빠도 캠빨 엄청 잘 받던데? 강은우 씨가 오빠 진짜 광팬인가 봐. 사진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해. 커뮤에서 지금 다 난리야.”

차진솔이 몇몇 댓글 반응을 캡처해서 보여주었다.

-얼굴합 진짜 미친 ㅠㅠㅠ 살아생전에 이런 투샷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차갑지만 사실은 다정한 북부대공과 겁은 많아도 씩씩한 아기사슴 아니냐고요 ㅠㅠ

-치열좌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 쑥쑥 크는 아기사슴좌 ㅠㅠ

-아기사슴좌 절대 지켜!

솔직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다.

차갑지만 다정하다는 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건가.

북부대공은 또 뭐지?

북부대공은 날 뜻하는 거 같고, 씩씩한 아기사슴은 강은우를 뜻하는 거 같기는 한데 아무래도 공부가 좀 더 필요할 거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아무튼…….’

강은우가 얼핏얼핏 나오면서 꽤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역시 강은우를 좀 더 키워야겠다.

나한테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되어주겠지.

팬들의 화력이 이렇게까지 어마어마할 줄은 몰랐다.

천군만마를 등에 업은 이 기분이 신기했다.

그리고 얼마 후, 숙소에 한세린이 찾아왔다.

“야, 너 노선 많이 바꿨더라.”

“왜 이제야 왔어?”

“나도 바빠! 할 일 끝내고 바로 온 거거든.”

아직 화타와의 얘기가 안 끝났다.

참고로 화타는 여기까지 방긋방긋 웃으면서 제 발로 걸어왔다.

중간중간 우릴 알아본 시민들이 사진을 찍기도 했고, 목격샷이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웃어. 안 웃으면 아름다운 선율을 창조하는 멋진 지휘자가 될 거야.”

물론 그 지휘자는 지휘봉이 아니라 망치를 들고 있겠지만.

그랬더니 얘는 필사적으로 웃었고, 그 사진과 영상이 감동짤로 돌아다니는 중이다.

참고로 지금은 결박돼서 저기 박혀 있다.

“내가 고문, 아니, 심문하는 거보다 네가 하는 게 훨씬 좋을 거 같아서.”

한세린도 왔으니 폭력진리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차례였다.

* * *

한세린은 최근 김철수의 변화를 유심히 지켜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김철수는……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어.’

익숙한 검을 벗어던지고 콘텐츠의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잘 나가고 있는데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렸다.

사실 리스크가 아주 큰 행동이었다.

실제로 새로운 타입의 구독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그에 반발하는 몇몇 구독자들은 이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철수는 보란 듯이 성공시켰지.’

그는 최근 구독자 10억 명을 달성하여 골드 버튼을 받았고 벌써 구독자 13억 명을 돌파했다.

이탈했던 구독자들도 ‘그래도 김철수 방송만큼 재밌는 게 없네’라면서, 연어처럼 다시 회귀 중이었고.

‘김철수가 먼저 보여줬잖아. 나도 할 수 있어.’

그녀는 자신의 재능이 길을 찾고 던전을 개척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길을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길잡이로서의 재능도 나쁘진 않아.’

그렇지만 과연 이게 최선일까?

내게 있어 길잡이는, 김철수에게 있어 검이 아니었을까?

정말로 내가 잘하는 걸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김철수는 나를 약간 군주처럼 대하곤 했었지. 어쩌면 김철수는 나보다 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그녀는 깊은 명상을 시작했고 그 명상은 3일 동안 지속되었다.

명상 속, 그녀의 내우주는 어둡고 캄캄했으나 저 멀리 아주 작은 빛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빛이 김철수처럼 느껴졌다.

김철수가 보여준 길. 김철수가 해냈던 결단. 김철수가 했던 선택.

그 모든 것들이 한세린에게는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별들이 빛나기 시작해.’

빛을 잃었던 우주 속 별들이 점차 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어떤 별은 푸른색으로, 어떤 별은 붉은색으로, 어떤 별은 찬란하게, 또 어떤 별은 희미하게, 각자의 색깔과 밝기로 그녀의 소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거야.’

이내 아주 밝게 빛나던 별이 폭발했다.

그것은 하나의 빅뱅이었고, 폭발의 여파가 그녀의 정신을 감싸고 있던 소우주를 깨뜨렸다.

‘새로운 우주로 나아가야 해.’

누군가가 껍질을 깨주면 그건 달걀 후라이지만, 내 스스로가 껍질을 깨면 새 생명의 탄생이었다.

결국 그녀는 ‘절대군주’로 전직했다.

그리고 오늘은 군주로서 첫발을 내딛는 날이었다.

‘폭력진리교. 그리고 그 교주에 대해서 알아내면 된다라.’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나한테 맡겨. 얘랑 단둘이 얘기 좀 할게.”

한세린은 화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긋 웃으며 몽둥이를 꺼내 들었다.

“자, 이제 대화를 시작해 보자.”

화타는 그나마 약간의 희망을 봤다.

겉으로 보기에 한세린은 꽤 유순해 보였으니까.

왠지 대화가 통할 것만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는 울먹이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나, 나는 아무런 죄가 없어요. 그냥 죄없이 끌려온 거 뿐이라고요!”

“누구 물어본 사람?”

이번 명상을 통해 전직하게 되면서, 회귀 전의 한세린에게는 없던 특성이 하나 생겨났다.

──────────

[절대적인 폭력]

──────────

“너는 말하고 싶지 않아도 모든 것을 말하게 될 거야.”

한세린의 눈에 광기가 깃들었다.

“다, 다 말하겠습니다!”

“말해도 안 때리진 않을 거야.”

“제, 제발 살려줘.”

“죽이진 않을 거야. 대신 죽고 싶을 만큼 아프겠지. 히히히.”

“이 미친놈들아!”

그녀는 군주로서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 * *

‘안에 들어가 보고 싶네.’

꽤 아름다운 격타음이 들렸다.

소리로 보아하니 몽둥이 계열의 뭔가를 사용하는 것 같았는데 아마 대단히 특별한 스킬이나 특성을 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몽둥이와 굉장히 깊이있게 교류하고 공명하고 있는 것 같아서 꽤 뿌듯했다.

성장했구나, 한세린.

‘근데 플레이 스타일이 좀 과격해진 거 같네? 원래 저런 식으로 상대측을 대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왜 저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절대군주로 각성했다니 마음이 좀 놓인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한세린은 아마 잘 해낼 거다.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으니 나는 내 나름대로 할 일을 해야 했다.

천사소녀 송하영은 인상을 살짝 찡그린 채 말했다.

“도대체 왜?”

“말했잖아. 화타는 그냥 버리기 아까운 패라고.”

현대 인류가 고치지 못하는 수많은 질병들을, 쟤는 고칠 수 있다.

화타가 정복하지 못한 병은 탈모가 유일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긴고아를 씌워놓으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 같아서.”

“…….”

송하영의 반응은 무척이나 의외였다.

긴고아를 벗겨준다고 말하면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약간 싫어하는 것 같았다.

송하영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아직 긴고아를 벗겨내는 법은 찾아내지 못했다니까.”

“내가 찾은 거 같아.”

“뭐?”

“이거 말이야.”

나는 룰 브레이커를 꺼내 들었다.

진화한 룰 브레이커는 영롱한 자태를 뽐내며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이건 사실 무기보다는 룰을 부수는 아티팩트에 가까운 거니까. 이걸 사용하면 너한테 귀속된 긴고아를 빼내서 화타한테 씌울 수 있을 거 같다, 이 말이지. 좀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

얘 반응이 영 이상하네.

“안 기쁘냐?”

“……기뻐.”

“긴고아 빼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잖아.”

“물론이지.”

“근데 왜 싫어하는 거 같지?”

“안 싫거든!”

어우, 귀 아파라.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인지 모르겠네.

“아무리 봐도 싫어하는데?”

“아니거든. 좋아 죽겠거든? 진짜거든? 이딴 거 빨리 빼버려!”

‘왜 이러는 거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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