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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12화 (212/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12화

화타, 아니, 물욕의 화신은 굉장히 고분고분해졌다.

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 살려만 달라고 했다.

회귀 전에도 이랬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쉽네.

“그래?”

“무, 물론입니다.”

나는 일단 주변의 피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차진솔에게 부탁하여 얘 겉모습을 깨끗하게 돌려놓았다.

옷이 많이 상한 거 같아서 중계상점에서 옷도 사서 입으라고 줬다.

치료도 해줘 새옷도 사줘, 아무리 생각해도 힐링 콘텐츠가 맞다.

“강은우. 아까 그분 다시 들어오라고 해.”

강은우가 여자를 부축해서 들어왔는데, 표정이 한결 편안해져 있었다.

밖에서 강은우와 몇몇 얘기를 나눴다는데 강은우에게 꽤 호감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았다.

‘순식간에 호감을 얻은 걸 보니 강은우 답네.’

그러고 보니 강은우가 요 며칠 사이에 좀 더 잘생겨진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착각인가?

아무튼 화타는 정성을 다해 여자를 치료해 주었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치료술을 발휘했는데 그건 사실인 것 같았다.

“고, 고쳤습니다.”

빠각!

물욕의 화신은 엉엉 울었다.

“시키는 대로 했는데 왜 때리십니까?”

“안 때린다고 안 했잖아.”

빠각!

손맛이 너무 아름답고 황홀해서 중독될 거 같다.

“제, 제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까지 하신단 말입니까…… 흐어어억!”

“된장국은 팥으로 만들지?”

“무, 물론입니다.”

“지구는 네모다.”

“당연합니다.”

“지구가 어떻게 네모냐?”

빠각!

수십 년간 묵었던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다.

“지구는?”

“둥급니다.”

빠각!

“네모라니까.”

“이 개새X야!”

“어라…… 덜 맞았네?”

오죽하면 차진솔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빠…… 이렇게까지 해야 돼? 엄청 악인은 아닌 거 같은데. 뭐, 아름답기는 했지만.”

“그건 네가 몰라서 그래. 아까 무슨 일 있었는지 말해줄게. 맞아도 싸.”

아까 여자를 상대로 무슨 말을 했는지 말해주자 차진솔이 히죽 웃었다.

“더 패자. 나 아직 얘 많이 살릴 수 있어.”

빠각! 빠각! 또 빠각!

몇 차례 이어진 아름다운 힐링에 결국 화타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정신개조는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 같다.

몹시 흡족해진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폭력은 모든 것을 구원하지.”

“교, 교주께서 보내신 겁니까?”

응? 갑자기 교주?

“야, 야, 약속은 꼭 지키려고 했습니다. 곧 레벨 120에 도달합니다.”

이야, 무슨 약속?

* * *

자막은 다 생각해놨다.

[단아한 반려무구가 함께 일군 아름다운 선율에 기적이 벌어졌어요 :)]

종철이 녀석은 눈물을 흘리며 내게 고맙다고 말을 했다.

어차피 초기였고 내가 아니었어도 고칠 수 있었을 거라고 나름 겸양을 떨었다.

영상에는 꽤 아름다운 모습으로 잡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종철이 녀석의 아내도 내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아뇨, 제가 종철이 놈한테 신세를 많이 졌었거든요.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나한테 낯간지러운 말은 거의 못하는 원종철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진짜…… 고맙다.”

얘 눈망울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아내를 무진장 사랑한다더니, 아내를 엄청 걱정했나 보다.

내가 얘랑 손을 맞잡는 날이 오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나 참.’

괜스레 가슴이 간질거리는 것이 영 생소한 기분이었다.

너무 낯설기는 했는데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고맙긴 무슨.”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 진짜로.”

“그래라, 뭐. 나는 100퍼센트 나았다고 확신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병원 가서 한 번 검사는 해봐.”

“그래.”

“만약 완치 아니면 말해주고.”

화타를 힐끗 쳐다봤다.

화타가 치열하게 최선을 다했으면 완치일 거다.

완치가 아니라면 쟤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므로 최선의 오케스트라를 다시 연주해야겠지.

나는 화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너무 많이 때렸나?’

쟤는 약간 넋 놓고 울고 있었다.

우리의 우정에 무척 감격해서 우는 걸로 편집해 달라고 하면 될 거 같다.

따뜻한 음악까지 곁들이면 그럴듯한 영상이 뽑히겠지?

그 사이, 강은우는 대포알 카메라를 들고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아, 나 지금 3인칭으로 촬영하고 있어서 쟤가 자꾸 앵글에 걸리긴 하는데 괜찮을 거 같다.

어차피 편집이 다 알아서 해줄 테니까.

서브 콘텐츠는 충분히 뽑아낸 거 같다.

‘그럼 이제 교주 얘기를 좀 해볼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물욕의 화신이 뒷걸음질 치다가 주저앉았다.

“지구는 동그랗고 네모납니다. 된장국은 팥으로 끓입니다. 저는 뭐든지 순종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사자시여. 부, 부디 자비를……!”

갑자기 무릎 꿇고 엎드려서 싹싹 빌었다.

근데 얘도 나를 사자라고 부르네.

폭력진리교의 교주 놈은 강원도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다니는 거야?

* * *

한마갤의 화력은 그 어느 때보다 막강했다.

[김철수 공식 엔스타 예고 봤음?]

└나 이미 눈물샘 장전함 ㅠㅠ

└솔직히 내가 그 정도 성공했으면 옛 친구 같은 건 신경도 안 쓸 거 같음 ㅠㅠ

└얼굴이면 얼굴, 성품이면 성품, 능력이면 능력, 도대체 못 갖춘 게 뭐임?ㅠㅠ 철수야 날 가져 ㅠㅠ

[근데 영상 언뜻언뜻 보이는 사람은 누구임?]

└이번에 홈마스터로 전직한 사람이래.

└이름: 강은우, 나이: 23세, 특징1: 잘생김, 특징2: 귀여움, 특징3(이게 젤 중요): 김철수랑 얼굴합 미침.

└둘이 같이 다니면 눈부셔서 선글라스끼고 봐야 할 듯.

두 가지가 이슈였다.

하나는 김철수가 옛 친구의 아내를 치료해 주는 데 진심을 쏟는 서사.

또 하나는 김철수와 콤비를 이루어 플레이를 진행하고 있는, 김철수의 앵글에 언뜻언뜻 잡히는 강은우와 김철수의 얼굴합.

[잘생긴 애 옆에 잘생긴 애. 귀여운 애 옆에 귀여운 애. 신이시여 매우 무척 감사합니다.]

└강은우는 진짜 대놓고 귀여움. 김철수가 뭐라고 하면 얼굴 빨개지면서 당황하는 거 개졸귀임 ㅠㅠ

└그 와중에 셔터 진짜 열심히 누름. 당황해도 할 일은 열심히 하는 편.

엔스타 계정 팔로워가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중.

그것은 이내 김철수 채널과 김잘알TV의 구독자수를 높여주는 순기능으로 작동했다.

계정을 관리하는 왕유미도 아주 흡족하게 웃었다.

“은우가 일을 무척 잘하네. A컷만 수십 장을 뽑아내다니. 이 각도는 특히 미쳤어.”

사진 한 장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넘어진 것 같았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 남자에게 다정하게 손을 뻗고 있는 모습.

김철수의 오똑한 콧날과 붉은 입술이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이 사진은, 김철수의 다정한 태도와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얼굴만 보면 되게 차갑고 무서운 사람 같은데…….”

하는 행동은 다정하고 젠틀하지 않은가.

그 갭에서 오는 이 몽환적이고도 신비로운 느낌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다음 사진에서는…….”

어쩐 일인지 몹시 감동한 남자(화타)가 결국 일어서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김철수의 친구를 향한 우정’에 깊이 감동한 의사가 공감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해석되었다.

일련의 서사와 더불어 이 사진들은 왕유미는 물론이고 대중들의 감정선을 세차게 건드렸다.

예고영상과 사진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

“그리고 원종철 씨가 철수 님을 껴안는 장면까지. 갓벽 그 잡채넹. 직캠느낌도 엄청 좋고.”

원종철은 울고 있었다. 약간 벗겨진 머리와 주름진 눈가.

사진으로만 보면 약간 초췌하고 볼품 없어 보이는 남자였으나 표정만큼은 진짜였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감동으로 다가왔다.

“은우가 일을 이렇게 잘하는데, 우리도 질 수 없죠?”

“물론입니다!”

편집자 강철도 편집에 최선을 다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낼 수는 없지!’

분야는 약간 달랐지만 그는 강은우에게 엄청난 경쟁심을 느꼈다.

‘김철수는신이시다’로 활동하면서, 원래부터 김철수를 동경해 왔던 강철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김철수를 보는 강은우의 렌즈에는 동경이 가득했다.

동경 없이는 이런 퀄의 사진과 직캠 영상들을 뽑아낼 수가 없었다.

‘나도…… 나의 능력을 보여준다.’

외모를 제외하면 강은우에게 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여기서 이렇게 잘라서…… 이렇게 하고…….”

그 결과물은 거의 창작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가 생각해도 좀 심한 것 같아서 왕유미에게 컨펌을 받았는데, 왕유미가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최고네요. 이대로 가요. 아, 근데 진솔 양이 아름다워하고 중얼거리는 그거를 요 파트에 잘라서 넣고…….”

“근데 이거 너무 조작이라고 난리치면 어떡하죠?”

왕유미가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까딱 흔들었다.

“해당 영상은, 영상의 퀄리티를 위해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다는 문구 삽입하면 되죵!”

“혹시 화타 쪽에서 반발하면요?”

“그러면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질 거예요. 빠각, 빠각, 또 빠각. 흐흐흐흐.”

동글뱅이 안경 너머로 보이는 왕유미의 눈에는 광기가 깃들어 있었다.

이후 공개된 이번 영상은 차진혁으로서도 꽤 놀라웠다.

* * *

‘와…… 생각보다 조회수가 엄청 빨리 오르네.’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래서 굳이 예고편을 만들고 쇼츠 영상을 따로 뽑고 하는 거구나.”

엔스타를 통해, 그리고 쇼츠 영상을 통해 예고가 된 탓인지 이번 영상은 올리자마자 조회수 1억을 돌파했다.

“서버급 사건이 포함된 것도 아니고, 그냥 소소한 힐링 콘텐츠였는데.”

편집으로 버무려서 진짜 감동적으로 잘 표현해 줬다.

역시 왕유미와 강철의 능력은 알아줘야 한다.

옆 방에서 휴식을 취하던 차진솔이 내 방으로 달려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번 영상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오빠가 화타 팬 다음에 일으키는 그 장면 있잖아. 이 부분.”

“아, 어.”

“치료하다 지쳐 쓰러진 화타를 격려하며 일으키는 것처럼 편집해놨네.”

나도 그렇고 차진솔도 놀랐다.

편집의 힘이 이렇게까지 놀라울 줄이야.

“진심으로 격려하고 힘을 불어넣는 것처럼 보여.”

편집으로 없는 사실도 만들어낸다더니 그게 진짜였다.

게다가 차진솔이 ‘아름…… 다워’ 하고 중얼거리는 그 장면도 꽤 적절하게 삽입되었다.

화타의 혼을 다한 치료에 감격한 것처럼 나왔다.

덕분에 우리가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불가능에 도전한 것처럼 편집되었다.

“화타의 건방진 표정들 몇 개 골라내서 진짜 자연스럽게 이어붙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치료에 되게 시큰둥한 것처럼 나와. 그래서 나중에 정성을 다해 치료하는 그 모습과 대비돼서 감동이 두 배가 되는 것 같아.”

악마의 편집, 아니, 천사의 편집이 이런 건가 싶다.

모든 일이 다 끝나고서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하게 웃는 모습도 적절하게 잘 들어갔다.

사실 빠각! 빠각! 또 빠각! 때문에 만족한 미소였는데 말이다.

‘근데 진짜 놀랍기는 하다. 아무리 편집의 힘이 있었다지만 이렇게 소소한 콘텐츠가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이야.’

역시 이 세상에는 모르는 것들 투성이다.

‘그리고 나 왜 이렇게 잘생기게 나오냐?’

몇몇 직캠 영상들에서는 실제의 나보다 더 잘생기게 나온 거 같다.

아마 홈마의 능력인 것 같았다.

이야기꾼도, 편집자도, 홈마도 다들 애써주고 있는데 나도 더 열심히 치열하고 아름답게 플레이해야할 거 같다.

‘공부해야겠다.’

일종의 공부 차원에서, 나는 댓글 반응들을 쭉 확인해 보았다.

‘이야…….’

재미있는 반응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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