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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08화 (208/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08화

무지개 색깔의 저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강은우는 나름대로 감동을 받은 건지 감격한 모양새로 말했다.

“오,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노, 노력할게요.”

“그래.”

너는 제대로 된 길로 가기만 하면 우주 대스타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고.

그걸 썩히면 아깝지.

얘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정말로…… 나중에 철수 님 방송에도 함께할 수 있나요?”

“어. 네가 잘만 하면.”

내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하지.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겨우 참았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나는 왕유미한테 얘를 소개시켜 주었고 왕유미는 꽤 기뻐했다.

“철수 님만큼 매력적인 건 아니지만 기본 본판이 엄청 트렌디하네요? 근데 뭐 홈마가 굳이 잘생길 필요는 없으니까요. 제가 한번 잘 키워볼게용.”

왕유미는 ‘홈페이지 마스터’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시 며칠이 흘렀을 때, 강은우는 대포알만큼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나를 찾아왔다.

내 사진과 영상을 찍어야 레벨이 급속도로 오른다나 뭐라나.

내가 알던, 화려한 강은우의 모습이 아니라 수수한 차림에 모자까지 눌러쓴 상태였다.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 너무 달랐다.

‘쟤가 이런 걸 하고 있는 게 맞아?’

홈페이지 마스터가 아니라 만인의 아이돌을 해야 할 놈인데.

늘 옳은 선택을 하는 왕유미가 좋아했으니 잠깐은 믿고 기다려봐야 하나 생각했는데, 내게 이상한 알림이 들려왔다.

[홈페이지 마스터의 피사체가 되었습니다.]

[홈페이지 마스터의 특성, ‘그대는 사랑받을 상인가’가 활성화되었습니다.]

그대는 사랑받을 상인가.

이게 뭐야.

[‘그대는 사랑받을 상인가’ 와 ‘먼치킨’이 격렬하게 반응합니다.]

[특성, ‘만인의 (사랑받는) 아이돌’이 생성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칠 수 있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제왕의 격’ 과 ‘만인의 (사랑받는) 아이돌’이 거세게 충돌합니다.]

원래 이렇게까지 친절한 설명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꾸준한 명상과 내 안의 소우주를 관조하는 훈련을 해온 덕택에, 나는 비교적 내 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잘못하면 X 되겠다.’

오랜만에 이렇게 큰 위협을 느껴본다.

나는 그 즉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특성과 특성이 충돌하는 건 흔한 경우인데.’

이건 충돌이 아니라 폭발 같았다.

내 정신세계에 핵탄두가 떨어지는 느낌.

가만히 내버려 두면 정신 세계가 갈가리 찢겨져 나가서 백치가 되거나 식물인간이 될 확률이 높았다.

‘이 정도면 여벌목숨도 소용없겠다.’

여벌목숨이 허용해 주는 부활값을 아득히 초월한 수준의 폭발이 일어날 거다.

내 소우주 안에서 두 개의 별이 화르륵 불길을 내뿜으며 충돌하기 직전.

나는 결국 두 개의 별 중 무언가의 편을 들어야만 했다.

지금 시점에서 둘을 모두 취할 수는 없었다.

‘지금 내가 다루기 편한 건 [제왕의 격]이야.’

오랫동안 함께해 왔고, 내 우주에 아주 잘 정착해 있는 상태.

굴러온 별이 박힌 별을 뽑아내게 만들 수는 없었다.

나는 제왕의 격을 도와 굴러온 별을 내 우주 밖으로 튕겨내려 노력했다.

‘미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밀고 들어왔다.

밀어내려 노력했는데 손바닥은 물론이고 온몸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좋았다.

‘짜릿하네!’

힐링 브이로그를 찍으면서 느슨해졌던 정신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을 거 같다.

간만에 느끼는 진짜 쫄깃함이었다.

‘야, 뭐하냐?’

내 우주 안의 또다른 별, 아주 거대한 별인 ‘행운 그 자체’를 불러 들였다.

행운 그 자체가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지금 내가 도우면 우주가 박살 날 텐데? 주인 죽어.

네가 박살 내는 건 괜찮아.

그건 ‘여벌목숨’이 어찌어찌 막아줄 수 있을 것이었다.

저 둘의 충돌이 빚어낸 폭발은 여벌목숨이 막아낼 수 없겠지만, 행운 그 자체가 만들어낼 균열은 여벌목숨이 책임져주겠지.

[신비, ‘행운 그 자체’를 사용합니다.]

번쩍!

눈앞이 번뜩였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아마 죽은 거 같기도 했다.

* * *

나는 3일이 지난 후에야 눈을 뜰 수 있었다.

‘여벌목숨 덕분에 살았네.’

눈을 떠보니 벽면에 밧줄로 꽁꽁 묶인 강은우가 보였다.

그 옆에는 차진솔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마치 강은우를 감시하며 불침번을 선 것 같은 모양새였다.

“……뭐하냐?”

“오빠, 일어났어?”

차진솔은 내게 달려와 내 어깨를 마구 흔들었다.

“살았네?”

“그럼 죽었겠냐?”

“살았네!”

얘는 자기 볼을 세차게 잡아당겼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등짝을 세차게 때렸다.

“이 미친놈아! 무슨 짓을 한 거야!”

피할 수 있었는데 굳이 피하지는 않았다.

왠지 모르게 이건 맞아줘야 덜 피곤해질 거 같은 느낌이다.

“숨 안 쉬어서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그러고 보니 얘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어렴풋이, 그간 있었던 일이 간헐적으로 떠올랐다.

-제발! 제발 죽지 마, 죽으면 너 진짜 죽여 버릴 거야!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방에서 휴식을 취하던 엄마도 헐레벌떡 달려왔다.

의외였던 건 아빠도 함께 뛰어왔다는 건데 아빠의 눈시울이 무척 붉어져 있었다.

아빠는 매우 화가 난 목소리로 퉁명스레 말한 뒤 몸을 돌렸다.

“안 죽었으면 됐다.”

진짜로 화가 난 건가 싶어 중계자의 시야로 살펴봤더니.

[#사나이는 울지 않는다 #아들 앞에서는 더더욱]

그런 거 치고는 어깨가 너무 들썩거리는데요 아부지.

엄마는 나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나는 괜히 머쓱해져서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아니, 안 죽었는데 다들 왜 이러실까?”

차진솔이 또 발작했다.

“너 숨 안 쉬었다고, 미친놈아!”

요즘 내 주변 애들 성격이 영 이상해지는 거 같다.

미친놈 질량보존의 법칙 같은 건가.

내가 정신을 차리니까 주변이 미쳐가는 거 같기도 하고.

“아, 한 번은 죽었겠네. 여벌목숨 쿨타임 돌고 있는 거 보니까.”

“……되게 태평하게 말한다?”

“태평하지 않을 이유라도?”

“미친놈.”

나는 억울했다.

여벌목숨이 있었으니까 과감하게 ‘행운 그 자체’를 사용했던 거다.

이 신비가 폭주해서 나를 파괴해도 한 번은 살아날 수 있으니까.

어떤 미친놈이 이런 계산을 해가면서 플레이를 한단 말인가.

‘근데 왜 나 혼나고 있냐?’

나는 분명 최선의 선택을 했고, 행운 그 자체를 끌어오면서 결국 살아나는 데 성공했는데, 왜 혼나야 하는지 모르겠다.

‘근데 왜 기분이 안 나쁘지?’

아무튼 요즘 이상한 기분을 많이 느낀다.

엄마는 내게 삼계탕을 끓여주겠다며 부엌으로 나갔고, 그러자 천장 위에 숨어 있던 서둥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장으로부터 기다란 그림자가 주욱 늘어나서 비처럼 내리더니 강은우의 몸을 속박했다.

그것은 마치 긴고아처럼 강은우의 온몸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강은우는 괴로운 듯 끄극 소리를 냈다.

으득!

‘방금…… 갈비뼈 부러진 거 같은데?’

“뭐해?”

훈련하는 건가?

근데 훈련하는 거 치고 강은우는 너무 약한데.

저런 애로 무슨 훈련이 되나?

서지수가 살기 등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새끼가 오빠 죽이려고 한 거 아냐?”

감정표현을 좀처럼 하지 않는 서지아의 표정도 살벌했다.

“저 새끼. 내가 죽여.”

와 얘네 진짜 뛰어난 직업을 얻었다고 그새 또 풀어졌네.

나는 서둥이들의 머리를 한 대씩 쥐어박았다.

“쟤 능력으로 날 죽이는 게 가당키나 하겠냐? 그렇게 보는 눈이 없어?”

“아파!”

“…….”

얘네도 진짜 이상하다.

분명 맞았는데 왜 별로 기분 안 나빠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림자 군주라는 것들이, 반격도 안 하고.’

쯔쯧, 나는 혀를 가볍체 차고서 강은우 쪽을 봤다.

강은우는 억울하다는 듯 읍! 읍! 거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입에 재갈이 물려 있다.

내가 정신을 잃은 3일 동안 결박되어 있었다나 뭐라나.

“아…….”

얘를 보니까 몇몇 기억이 밀려들었다.

나는 결국 행운 그 자체의 도움을 얻어 내 소우주 안으로 파고든 ‘만사아’(만인의 사랑받는 아이돌)를 튕겨내는 데 성공했다.

갈 곳 잃은 만사아는 강은우에게 흡수되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나는 큰 아쉬움을 느꼈다.

‘저게 있으면 나도 우주 랭커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 오히려 잘 됐어!’

나는 상대의 능력을 모방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강은우를 통해 한 단계 걸러 들어오는 게 나와 상성이 훨씬 좋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강은우는 강은우대로 성장할 수 있을 거고.’

얘기를 들어보니 강은우는 전직에 이어 듀얼 클래스를 획득했단다.

무지개빛 홈마스터에 이어 무지개빛 만인의 (사랑받는) 아이돌까지.

‘진짜 될놈될이구나.’

나한테는 특성으로 적용되었던 것이, 얘한테는 아예 직업으로 적용됐다.

그 말은 얘랑 만사아의 궁합이 엄청나게 뛰어났다는 의미였다.

‘저런 식으로 기연을 얻는다고? 와, 진짜 저게 되네.’

역시 우주급 랭커의 자질을 가진 애는 뭐가 달라도 다른 모양이다.

이래저래 돌아오기는 했지만 강은우는 결국 만사아를 얻었다.

근데 회귀 전에는 그냥 만인의 아이돌이었던 거 같은데?

* * *

서울 청담동, 최갑수 공방.

간만에 최갑수 공방을 찾은 미셸장(돈쭐)은 최갑수와 함께 수다꽃을 피웠다.

“근데 룰 브레이커는 주인의 적성을 스스로 찾아내는 무구잖아요.”

“그렇지. 아르비스에서는 재능 판독기로도 쓰더군.”

“근데 왜 김철수의 룰 브레이커는 망치가 되었을까요? 마이크라든가, 카메라라든가. 스트리머에 더 어울리는 뭔가로 변하지 않고?”

최갑수(돈벼락)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겨우 그것도 모르는가?”

“영감님은 아세요?”

“간단해. 김철수의 재능이 망치를 휘두르는 것에 가장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겠지. 서울 수호수를 보면 모르겠는가?”

“수호수요?”

“그래. 전 우주의 황금 수호수들 중 마물의 뒤통수를 깨는 수호수는 서울 수호수가 유일하네.”

“…….”

“수호수는 원래 주인을 닮아가는 법이지.”

“김철수의 최고 재능은 방송 아니었어요?”

“방송에 어마어마한 재능이 있따는 게 맞기는 하지. 나도 요즘 김철수 방송이 제일 재밌으니까. 그런데 그 천부적인 재능조차도, 무한한 혼돈의 망치파괴술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것 아니겠는가?”

“무한한 혼돈의 망치파괴술?”

“내가 지은 이름이네. 김철수 감성에 딱 맞지?”

미셸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요즘 김철수 감성, 모르죠?”

“내가 뭘 모른단 말인가?”

“예전의 김철수라면, 무한한 혼돈의 망치파괴술 같은 이름을 선호했겠죠. 하지만 이제는 아니죠. 그는 보다 진화했고, 점점 더 완성형 플레이어가 되어가고 있어요.”

미셸장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나는 김철수의 재능을 일컬어 단아하고 오롯한 망치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그게 무슨 뜻인가? 거기 오롯한이 왜 들어가?”

“나도 몰라요. 아무튼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무슨 소리인가! 무한한 혼돈의 망치파괴술만큼 멋들어진 이름이 어디있다고!”

“옛 감성에서 좀 빠져나오세요, 이 영감님아.”

“내기 하겠는가?”

“뭘 걸래요?”

“100억 다이아 걸지. 그중 50억은 김철수한테 후원하는 걸로 하고.”

“좋아요. 나는 더블로 200억 다이아 걸죠!”

아무래도 김철수에게 직접 물어봐야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릴리아의 안내를 받아 최갑수를 찾아왔다.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고 있는, 대략 10대 후반 정도 되어보이는 소녀였다.

왼쪽 옆구리에는 노트북 하나를 끼고 있었고, 왼쪽 가슴팍에 노란색 명찰을 달고 있었는데 이름 대신 숫자 ‘1’이 적혀 있었다.

그녀를 보자 돈벼락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누추한 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돈쭐은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저 소녀가 누구길래 돈벼락이 저렇게 공손한 태도를 취한단 말인가.

“누구길래 영감님이 저래요?”

“어서 일어나 인사하게.”

최갑수는 소녀를 안내해서 소파에 앉혔다.

“실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나를 알아보겠어?”

“물론이죠. 편애광신을 못알아보는 머저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머저리’라고 말하며 은근슬쩍 미셸장을 쳐다봤다.

미셸장도 깜짝 놀랐다.

‘편애광신?’

그녀도 아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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