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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02화 (202/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02화

차진혁은 아무래도 중요한 기로에 섰다는 것을 직감했다.

‘얼굴도 공개했고…… 우리집이 연희동에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여러모로 많은 것들이 불편해질 것이다.

“그나마 수호수. 네가 있어서 다행이네.”

-“잊지 마라, 주인이여. 최고의 수호는 공격이도다. 흐흐흐.”

어딘지 모르게 수호수의 성향이 회귀 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기는 하지만 꽤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핸드폰 200개를 박살 냈도다. 파.개.는 개꿀이시도다!”

차진혁의 집 반경 100미터 이내에서는 허가받은 자들만이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핸드폰은 물론이고 각종 전자기기 사용이 불가했다.

100미터 이내에 전자기기를 들고 접근하면 수호수의 결계에 의하여 부서지기 때문이었다.

혹자는 지나친 월권행위라며 욕을 하기는 했으나 철수랜드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사생짓을 했으면 우리 착한 철수가 그런 결계를 치겠어?]

[제발 덕질은 덕질로 끝내자.]

[우리 철수, 절대 지켜!]

철수랜드가 움직이면 여론이 순식간에 흔들렸다.

덕분에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도 김철수를 나서서 비판하지 못할 정도였다.

(회귀 전 ‘Moon-army’. 줄여서 마미와 비슷했는데, 더욱 극성이었고 훨씬 우주적 규모였다.)

-“근데 슬슬 엘리인지 얄리인지 하는 불꽃 꼬맹이를 불러야 하는 거 아니신가? 삐질 텐데?”

‘아, 그러고 보니.’

불의 정령 엘리와는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꼭 엘리의 필요성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냥 왠지 그러고 싶은 느낌이었다.

‘근데 명분이 없잖아?’

그냥 불러? 그건 아무래도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만난다’라는 개념이 아직 머릿속에 자리 잡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이유를 찾아냈다.

“엘튜브 각을 뽑아야겠다.”

-“오, 대학살이라면 나도 환영이시지. 나도 참전할 수 있도록 되도록 이 근방에서 해주면 좋으시겠도다!”

차진혁은 수호수의 말에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

전에는 수호수의 말들이 엄청 거슬렸었는데 이것도 이제 꽤 적응이 된 모양이었다.

듣는 사람은 없지만 차진혁은 누군가에게 변명하듯 말했다.

“최근 콘텐츠들이 좀 자극적이고 강렬했단 말이지.”

듣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대답하는 사람도 없었다.

“앞으로 예고되어 있는 콘텐츠도 그래.”

블랙의 수장인 ‘세피아-그란델’과의 전투.

이건 꽤 강렬하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될 것이 분명했다.

“너무 강-강-강으로 이어지는 콘텐츠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높일 수 있단 말이야.”

-“누구한테 말을 하는 것이지?”

“자극적인 콘텐츠와 편안한 일상 콘텐츠가 적절히 좋은 밸런스를 이루어야 훌륭한 스트리머라고 할 수 있지 않겠냐? 물론 잔잔한 콘텐츠를 너무 오래하면 지루하겠지만.”

-“혼자서 나를 왕따시킬 수 도 있는 것이로구나. 외롭도다.”

“너무 휘몰아쳐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편안한 쪽으로 빠져도 안 되고. 그 적절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자존심이 상하는도다. 아무래도 마물 머가리 좀 깨부숴야겠도다!”

차진혁은 여전히 수호수의 오염(?)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변명하기 바빴다.

“엘리를 소환해서 일상 쪽 콘텐츠 찍는 것도 연습을 좀 해야겠다.”

물에 뜬 오리는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여도, 물속에서는 쉴 새 없이 발을 휘젓는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콘텐츠에서 재미를 뽑아내는 것보다, 잔잔하고 일상적인 콘텐츠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게 배는 더 치열한 법이니까.”

많은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려면 더 자주 불러야 할 거 같기도 하고.

* * *

위대한 스트리머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여태껏 숨 가쁘게 성장을 위해 달려왔으니, 이제는 주변을 둘러보며 배우기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제한된 동영상입니다.]

아르비스와 연결이 안 되어서 그런가, 아르비스 쪽 스트리머들 방송에는 접속이 불가능했다.

일상 콘텐츠의 달인.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스트리머인 마시멜로의 방송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이것저것 설정을 매만지고 서버값을 조정해서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건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잘 몰랐다.

‘내가 이렇게 부족하네.’

스트리머라면 응당 서버를 우회하여 접속하는 방법도 알아야 할 거 같은데.

본의 아니게 또 부족함을 깨달았다.

‘왕유미는 알겠지?’

왕유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마침 왕유미로부터 먼저 전화가 왔다.

-진혁 님. 위치 알아냈어요!

“위치? 무슨 위치?”

-블랙 수장이요! 중국 쪽에 있는 거 같아요. 근데 제 생각에는요…….

왕유미는 나와 같은 의견을 냈다.

너무 강강의 콘텐츠가 주욱 이어지다보니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세피아-그란델’과의 전투를 조금 뒤로 미루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와……!’

오랜만에 내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역시 성장을 안 한 게 아니었다! 나도 성장을 했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도 모르게 말이 빨라졌다.

“그래서 말인데 엘리와 일상 힐링 콘텐츠를 조금 찍어볼까 하거든.”

-아, 너무 좋죠! 안 그래도 그거 제안하려고 했는뎅!

왕유미는 역시 왕유미답게 더 디테일한 것을 캐치하여 가르쳐줬다.

-엘리는 좀 응석받이 같은 구석이 있잖아요. 겉모습도 애기 같고. 그런 무해하고 귀여운 대상을 상대로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을 연출하는 건 진혁 님의 매력을 천만 배는 높여줄 거예요. 어차피 다른 사람들한테는 딱히 안 다정하니까! 다정함을 주는 유일한 대상을 만든다면! 그런데 그 대상이 딱히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무해한 어린아이라면! 시청자들의 대리만족과 몰입도를 왕창 높여줄 것이 틀림없어요!

그 말에 나는 또 나도 모르게 히죽 웃고 말았다.

‘어? 그러면 엘리한테 잘해줘도 되겠다.’

그런 이유라면 당연히 잘해줘야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이 편안해졌고 엘리를 빨리 불러내고 싶어졌다.

“근데 공부를 좀 선행해야 할 거 같아서. 아르비스의 마시멜로 영상을 좀 보고 싶은데.”

-아! 그 제일 유명한 스트리머 영상 말하는 거죠?

“방법 알아? 우회하고 어쩌고 하면 된다던데?”

-지금은 모르는데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30분 내로 연락 드릴게용!

그리고 왕유미는 정말로 우회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 * *

마시멜로는 일상 브이로그의 정점에 서 있는 엘튜버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감성 엘튜버라고 하기도 했다.

스트리머 대신 엘튜버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는 그가 실시간 방송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실시간 방송은 마시멜로가 아니라 ‘구운 마시멜로’라는 부캐로 진행한다.

‘마시멜로 영상이나 좀 보자.’

얘 영상들은 제목이 좀 긴 편이었다.

[SUB) 정령과 나들이가 행복한 이유 │ 함께임에 더욱 따사로운 시간들 │ 오롯한 즐거움]

[SUB) 햇살과 숲과 정원이 있는 정령들의 정원에서 1주일 살아보기 │ 정령계의 기록 │ 일기, 일상, 교류]

[SUB) 정령과 함께하는 인형놀이 │ 머리 땋는법 │ 예쁜 옷 입히기 │ 애플파이 │ 초코우유]

정령과 관련된 영상도 꽤 많았다.

조회수는 기본이 백억 단위였다.

막상 저 무지막지한 숫자를 보자 승부욕이 뿜뿜 차올랐다.

‘영상 자체는 특별할 건 없는 거 같은데.’

특별한 영상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마어마하게 치열한 것 같지도 않다.

어떤 감성이 녹아 있다는데 솔직히 나는 그 감성이 뭔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 멀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한 치열함이 영상에 녹아 있겠지.

‘그냥 평범하게 캠핑도 하고 바닷가도 가고 하네.’

대여섯 개의 영상을 살펴봤지만 지금 당장 배울 수 있는 건 없어 보였다.

부족한 내가 배우기에, 마시멜로의 감성 영상들은 너무 고차원적인 건가 보다.

그런데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생방을 거의 하지 않는 마시멜로가 생방을 켰다.

‘억 단위로 시청자들이 몰리네.’

나도 들어가 보려고 했다.

[입장할 수 없습니다.]

[이야기꾼의 중계방으로 자동입장합니다.]

나한테 왕유미가 있듯, 마시멜로에게도 이야기꾼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중계방에는 이미 10억에 가까운 사람들이 접속해 있었다.

‘그냥 밥 먹는 거잖아?’

먹방에 10억이 몰려? 이게 가능해?

솔직히 좀 놀랐다.

게다가 직접 소통방도 아니고 중계방에 10억이라니.

참고로 중계방은 스트리머와의 직접 소통이 불가능하다.

‘와…….’

나는 충격을 받았다.

‘중계방에서 이야기꾼에게 큰돈을 후원해야만 본방에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 거구나.’

심지어 그 돈이 얼만지 모른다.

공지조차 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은 중계방 인원들. 본방 인원은 딱 100명 제한이네.’

처음으로 마시멜로의 방송을 접한 나는 충격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럼 본방에 입장한 애들은…….’

기본적으로 트리니티 클럽의 VIP이겠지.

나를 봐주는 트리니티는 두 명.

그것만으로도 내 후원 단위는 다른 스트리머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런데 마시멜로의 본방에 참여한 100명은 모두가 트리니티일 것 같다.

‘대부분은 중계방에서 중계하게 놔두고, 본격적인 소통은 100명하고만 하는 거네.’

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미리 본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 100명은 마시멜로의 충성 후원자들이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콘텐츠가 아니라 캐릭터로 승부보고 있는 느낌이잖아?’

선택받은 100명의 VIP들이 마시멜로를 무척 아끼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이래서 마시멜로를 덕질하지! 라는 메시지도 보였다.

‘캐릭터로 사랑받는다라…….’

나는 단순히 콘텐츠만 즐거우면 될 줄 알았는데, 마시멜로 방송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저렇게 되면 스트리머 자체가 치열한 콘텐츠가 되는구나. 그냥 밥만 먹어도 10억이 순식간에 몰릴 정도로.’

왕유미가 예전에 그렇게 ‘캐릭터를 잡아야 해요!’라고 주장하던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마시멜로의 방송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마시멜로라는 멘토를 만났고, 언젠가 마시멜로를 뛰어넘고 싶다는 승부욕도 생겼다.

‘누가 3등만 하려고 노력했었던 거 같은데.’

그 김철수는 죽었다.

이제부터 내 목표는 마시멜로다.

‘아, 일단 에건 폴부터 잡아야지.’

좀 더 다채로운 콘텐츠로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할 거 같다.

이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얼굴도 자주 드러내고 말이다.

아무튼 나는 엘리를 소환하여 힐링 일상 콘텐츠를 찍어보기로 했다.

감성 브이로그에 도전 해보려고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해봐야 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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