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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01화 (20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01화

“어?”

차진솔은 황당해졌다.

거울로 지 얼굴 매일 볼 텐데 잘생긴 줄 모른다고?

저게 진심이야 기만이야?

약간 떨떠름한 채로 대답했다.

“잘생긴 편이긴 하지.”

“그렇지?”

“응?”

역시 기만이었나…… 싶었는데.

“잘생긴 편인 건 맞는 거 같은데, 이 정도 반응이 일어날 정도는 아닌데.”

나는 그냥 ‘잘생긴 편’이지 진짜 잘생긴 건 아닌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더 황당해졌다.

아, 잘생긴 편이라는 게 저런 의미였구나.

“…….”

“사람들은 내가 어지간히 못생겼다고 생각했나 봐.”

물론, 몇몇 커뮤에서도 이런 내용들이 등장하기는 했다.

[김철수에 대한 기대값이 워낙 낮았다 보니 갑자기 이렇게 불타오르는 것이 확실함.]

[진짜 과대포장 개오짐. 거품 그 잡채.]

재미있는 건 차진혁도 그 내용에 진심으로 동의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강은우가 제대로 활동을 안 해서 그렇겠지 뭐.’

그러나 차진솔은 할 말을 잃었다.

‘쟤 진심이네?’

딱히 설명해 줘봐야 의미도 없을 듯해서 설명하기를 포기했다.

“아무튼 지한테 적용하는 기준은 이상하다 못해 괴랄하다니까.”

며칠 사이 김철수의 팬클럽 혹은 사생팬 혹은 덕질러를 자처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타나 모여들었다.

그들은 왕유미가 만든 엔스타그램 계정에 몰려들어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계정을 만든 지 하루 만에 팔로워가 3억 명을 돌파했다.

왕유미는 단순히 김철수 계정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식 팬클럽을 만들기도 했다.

[철수랜드, 1기 모집합니다.]

1기 모집에 서버는 폭주하였고 불과 1초 만에 1기 멤버 자리는 모조리 매진(?)되었다.

바야흐로 철수랜드의 시작이었다.

김철수도 모르는 사이, 김철수의 군대가 모여들었다.

* * *

한마갤에 수많은 유저들이 유입되었다.

[여기가 김철수 본진인가요?]

[홈마님 아이디 아시는 분?]

[홈마가 뭔가요?]

[홈페이지 마스터요. 근데 얼굴 공개가 이번이 처음이라 사진이 따로 없어요ㅠㅠ]

[엔스타 계정 팔로우 ㄱㄱ 그나마 여기에 치열좌 사진 좀 있음.]

[김철수 과사 삽니다.]

한마갤의 리젠율은 다른 커뮤니티를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한마갤의 네임드, ‘김철수는신이시다’는 환희에 가득 찬 타이핑을 쏟아냈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치열좌께서는 모든 완벽함을 갖추셨다.

철수랜드 1기, 1초 마감 컷.

우매한 자들아 치열좌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을 회개하라!]

[글 작성자: 김철수는신이시다]

그런데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낸 사람은 ‘김철수는신이시다’가 아니라 ‘과대포장사절’이었다.

그가 글을 작성할 때마다 기본 조회수가 백만씩 찍혔다.

참고로 싫어요(????) 숫자는 200만이 기본이었고, 현재 개념글 1위는 [조회수 올려주지 않고 비공찍는 팁] 이었다.

한마갤의 네임드, ‘과대포장사절’은 분노의 타이핑을 쏟아냈다.

[과대포장 개미쳤누? ㅅㅂ 이게 나라냐? 김철수가 잘생겼다고? 그럼 난 개씹잘생김.]

┗라고 방구석 뚱땡이가 말했다.

┗응, 김철수의 발톱이 너보다 잘생김.

┗발가락도 아니고 발톱은 좀 심하네 ㅋㅋㅋ

┗김철수 발톱: 자존심 상한다구 ㅠㅠ

‘과대포장사절’은 김철수가 어떻게 조로를 이길 수 있었는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조로는 즉살에 의지하는 패턴형 플레이어라서 공략법만 찾으면 쉽게 공략이 가능함. 그래서 랭커들 중에서도 최약체로 평가받음. 성장 한계가 뚜렷한 플레이어 TOP10에 꼽히기도 했음. 눈이 좋은 김철수랑 상성이 너무 안 좋았음. 게다가 김철수는 타 서버 버프도 받고 있음. 솔직히 그 버프 아니었으면 조로한테 비빌 수 있었을 거 같음?]

┗레벨업한 신체에 적응할 틈도 없이 조로랑 싸운 건 기억 안 나냐?

┗김철수의 직업이 스트리머라는 건 잊은 듯 에휴 ㅂㅅ 새기 애쓴다 애써 ㅋㅋ

┗똑똑한 척 하는 열등맨 잘 봤고요.

[김철수가 왜 얼굴을 공개했겠음? 지도 지 실력으로 조로 이긴 게 아니란 걸 아니까! 결국 뽀록 날 테니까! 그래서 얼굴 공개해서 어그로 존나 끌었음.]

┗얼굴로 어그로 존나 끌렸다는 건 ㅇㅈ?

┗얼굴 개잘생겼다는 건 ㅇㅈ해줬네 ㅂㅅ잌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얼굴이 제일 치열한데 그거 인정해 줬으면 끝난 거 아니누?

┗멍청한 새기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티도 똑똑해야하짘ㅋㅋㅋㅋ

수많은 글을 쏟아낸 죠셉(과대포장사절)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왕유미가 동글뱅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근데 이제 슬슬 조심 좀 할 때 됐어요.”

“조심?”

“철수랜드가 과대포장사절 신상 캐기 시작했거든요.”

“SSP는 완전한 보안을 자랑하는 시스템이잖아.”

“공식적으로는 그렇죠.”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

“철수랜드에 엄청 실력 있는 해커도 있어요.”

“해커가…… 있다고? 벌써 신상명세까지 파악했어?”

“아뇨. SSP 이용해서 철수랜드 1기 모집한 건 알죠?”

“당연히 알지.”

“모집을 00시 딱 맞춰서 했거든요?”

죠셉은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근데 11시 55분에 이미 가입한 사람이 있어요. 시스템 뚫고 들어와서 자기 이름 강제 입력했어요. 이런 애한테 걸리면 신상 금방 털려요.”

“…….”

“그리고 이제 죠셉의 전략은 그만해도 될 것 같아요. 워낙에 인기가 급격하게 치솟으면서, 죠셉의 역할을 대신 해줄 악플러들이 엄청 많아질 테니까.”

“그럼 이제 뭘 하면 되지?”

죠셉 또한 스타메이커로서 자신의 능력과 역량에 자신이 있었으나, 그 또한 인정했다.

왕유미의 능력은 발군이라고.

차진혁이 각성자 사냥꾼을 본격적으로 상대해야 할 시점에 맞추어 차진혁이 얼굴을 공개하도록 만들었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수많은 팬들을 끌어모으고 공식적인 철수랜드라는 세력을 형성하여 김철수를 비호하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각성자 사냥꾼이라도 김철수를 함부로 노리기에는 불편해졌다는 뜻이었다.

모든 것들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타이밍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죠셉이 왜 이렇게 적극적 안티로 활동했는지 해명문 낼 거예요. 지금이 적기에요. 진혁 씨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끓어올랐을 때. 초반 영업을 위해서라면 뭘 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시기니까요. 사실 김철수를 위해서 전략적으로 총알받이가 되었다고 설명할게용.”

“……그렇게까지?”

“안 그러면 죠셉 돌 맞아 죽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할래용?”

“오늘 바로 해명문을 내도록 하지.”

“그리고 철수랜드 1기의 모험대장이 되어주시면 된답니다!”

“모험대장?”

“말하자면 팬클럽장이죠.”

“나보고 남자 플레이어 팬클럽장을 맡으라고? 그것도 모험대장 같은 직함을 달고서?”

죠셉의 승모근이 움찔거렸다.

웅장한 대흉근도 함께 꿈틀거렸다.

“하아.”

세상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왔다.

“존나 좋군.”

* * *

“너와 싸워보고 싶다.”

별호 항문검.

최근 차진혁 때문에 ‘나약한 항문검’이 되어버린 이현성이 차진혁을 찾아왔다.

“조로의 검술, 검은 범의 노래를 경험해 보고 싶어.”

“흐음.”

차진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이현성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바라보던 그는 팔짱을 끼고서 물었다.

“이번에 지면 패배를 인정할 거냐?”

그 모습은 마치 ‘여태까지는 패배 인정 더럽게 안 했잖아!’라고 따지는 듯한 모양새였다.

이현성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그렇다고 대답했다.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할 거냐?”

“그러지.”

“네가 지면 제가 졌습니다! 세 번 외치는 거다?”

“…….”

얘가 도대체 왜 이러나 싶어 의아한 눈으로 차진혁을 바라보았다.

그에 질세라 차진혁이 갑자기 발작했다.

“왜? 싫어?”

“싫다고는…… 안 했다.”

“지면 뭘 한다고?”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인정. 졌다고 세 번 외치기?”

“그래.”

그래서 둘은 결투를 치르게 되었다.

수호수의 권역에서 벗어나서 싸우는 것이 좋겠다 싶어 함께 고양시 쪽으로 이동했다.

고양시 쪽 버려진 허허벌판에서 차진혁과 이현성은 검을 나누었다.

‘검로가 다 보인다.’

차진혁의 현재 레벨은 204.

이현성의 현재 레벨은 179.

일단 레벨급부터 맞지 않았다.

‘이현성의 검이 이렇게 쉽게 읽힐 줄은 나도 몰랐는데.’

가슴이 콩닥거렸다.

회귀 전, 차진혁과 이현성은 늘 라이벌이었다.

차진혁은 본인이 늘 훨씬 강하다고 주장했고, 이현성은 본인이 더 강하다고 주장했지만 둘의 실력과 성장 속도는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다 보인다.”

차진혁이 이현성의 검을 쳐낸 뒤 힘껏 발로 찼다.

퍽!

소리와 함께 이현성의 몸이 뒤로 몇 발자국이나 밀렸다.

그렇게 틈을 만든 뒤, 차진혁은 조로의 검을 모방한 검술 ‘검은 범의 노래’를 사용했다.

‘단순히 즉살의 확률을 높여주는 건지.’

지금은 즉살 업적을 비활성화로 돌려놓은 상태.

그래서 즉살이 터질 확률은 없었다.

‘조로는 이걸 즉살을 위해서만 사용했지만.’

차진혁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사나이는 멋이지.’

멋을 위해 이 검은 범을 구현했다.

이제 그는 검술가가 아니라 스트리머니까.

스트리머의 플레이는 멋이 있어야 하니까.

세 마리의 범이 크게 포효하며 이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검에는 간지가 있다!’

이현성은 눈을 부릅뜬 채 세 마리의 호랑이들을 차근차근 베어냈다.

세 마리의 호랑이 사이로 갑자기 차진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언제!’

차진혁의 움직임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수호수의 버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20레벨 효과도 적용하지 않았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현성은 차진혁의 움직임을 읽어낼 수 없었다.

어느새 차진혁의 검이 이현성의 목에 닿아 있었다.

“……졌다.”

차진혁은 저도 모르게 히죽 웃었다.

“뭐라고?”

“졌다.”

“존댓말로 해야지.”

“졌습니다.”

이현성은 방송을 통해 ‘제가 졌습니다! 저는 나약한 항문검입니다!’를 무려 세 번이나 크게 외쳐야만 했다.

* * *

김잘알TV 시청자들은 김철수와 이현성의 결투 결과에 무척 놀랐다.

-그래도 나름 한국맵 검술가 계열 랭킹 1위 아님?

-한국맵 플레이어들은 다른맵 플레이어들보다 월등히 강하다던데?

-한국맵 너무 고평가되어 있는 건가?

순식간에 채팅이 쏟아졌다.

-저걸 보면, 그 강한 한국맵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김철수가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적인 사고방식 아니냐?

-여기 폴란드 검술 계열 랭킹 1위랑 이현성이랑 맞다이 뜨는 영상 있음. 보셈. 이현성이 진짜 나약한 항문검인지. 링크: eltube.....

-중국 검술 계열 랭킹 1위랑 싸우는 영상도 추가요. eltube....

이현성은 약하지 않았다.

다만 상대하는 김철수가 지나치게 강할 뿐.

왕유미가 히죽 웃었다.

‘내가 자료 안 찾아도 되네.’

팬들의 화력이 워낙 막강해서 알아서 자료를 잘 찾아온다.

그런데 채팅 화력이 지나칠 정도로 강해서 읽을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채널을 나눠야겠다.’

김잘알TV의 시즌 2를 진행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채널을 나누고 어느 정도 시청자들간 등급을 만들어 차별화가 필요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김철수팬들을 위한 채널을 따로 파달라고, 돈은 알아서 가져다 바치겠다고 외치는 시청자들이 아주 많았다.

‘어?’

그녀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해킹 시도 있었어요, 왕유미 님.]

시스템 메시지?

시스템이 보낸 게 맞는 건가.

[저는 철수랜드 1기, 1호 멤버 레이나에요.]

“유저가 시스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요?”

레이나는 정확히 대답해 주지는 않았다.

[아무튼 김잘알TV에 해킹 시도가 있었어요. 위치는 중국맵. 역추적을 해보니 ‘세피아-그란델’인 것 같아요. 뭔가 개수작을 부리려는 것 같아서 일단 차단해놨어요.]

다음 메시지는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세피아-그란델, 죽여야죠.]

세피아-그란델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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