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00화
나는 간만에 왕유미와 직접 만나 인터뷰 형식의 콘텐츠를 찍었다.
“세상에 먼치킨이라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데요! 그런 특성이 정말로 존재하나요?”
특수한 스킬을 사용하는 건지 머리 위로 형형 색깔의 [?] [?] [?] 표시가 떴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이내 [>_<] 표시가 떠올랐다.
동글뱅이 안경에 가려져 있으나 눈에는 광기가 가득했다.
옛날부터 느낀 건데 얘는 좀 무섭다.
“그런 특성이 있다면 저도 꼭 가져보고 싶네요.”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역사상 [먼치킨] 특성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 존재했다고 하는데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조사가 있어?
회귀 전에도 먼치킨이라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우주에서 가장 섹시한 마왕이라 알려진 가르비누, 마족으로서 유일하게 아르비스를 통치했었던 절대자! 그분의 특성이 바로 먼치킨이었다고 해요.”
“…….”
완전히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어디서 이상한 정보를 퍼온 모양이었다.
가루비누도 아니고 무슨.
“어쨌든 현재 우리 질서의 치열좌께서는 먼치킨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_<♡]
정신 사나워 죽겠네.
“네.”
이번 방송의 주체는 왕유미였고 왕유미가 콘텐츠를 짜왔다.
간단한 인터뷰 이후 이어진 것은 파주에 위치한 마장호수 던전 공략이었다.
난이도가 굉장히 높다고 알려져 있고, 그동안 클리어한 연합이 몇 군데 없었다나 뭐라나.
‘여기도 많이 왔었는데.’
검술가 시절에도 여러 번 왔던 곳이고 나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마장호수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안개가 좀 많아서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클리어 과정에서 물에 좀 젖기도 했고, 옷 여기저기가 찢어지기는 했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반응 확인 좀 해볼까.’
나름 솔로잉 클리어였는데 어째 반응이 좀 덜했다.
-오이오이, 치열좌에게 솔로잉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이제는 솔로잉이 놀랍지 않은 거 실화냐?
-애드라 아무리 그래도 솔로잉 클리어야, 마장호수 던전 클리어한 연합 한국에 다섯 개도 안 돼.
김잘알TV의 반응을 살펴보니 역시 단순 솔로잉은 한계가 명확했다.
솔로잉이 거의 불가능할 만큼 난이도 높은 던전을 클리어해야 하는데, 사실 그건 나로서도 힘든 일이고.
이렇게 쉬운(?) 던전을 솔로잉으로 공략하는 건 스트리머로서 그다지 영양가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이 영양가 없는 콘텐츠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바로 스트리머의 역량이라 할 수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왕유미는 발군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진짜 치인다. 내 심장 어쩔 ㅠㅠㅠㅠ
-안개에서 헤치고 나올 때 그 몽환적인 페이스 봤음? 나 거기서 치임.
-헑헑, 김철수 목선 좀 보라긔!
-비야 내려라, 제발 옷 마르지 않게 해주라.
-철수 빨래판 삽니다 사요!
-김철수 두 번 보세여, 세 번 보세여, 아니 백 번 보세여.
기만자의 가면을 통해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나더러 잘생겼단다.
옷은 왜 마르지 않게 해달라는 건지.
덕통사고?
‘내가 아는 그 뜻이 맞나?’
찌통?
‘아니 날 보면서 찌통을 왜 느껴?’
한때 하꼬라는 단어도 몰랐던 김철수는 이제 없다.
제법 봐줄 만한 스트리머로 성장한 나는 저런 용어들도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솔직히 왜 나한테 저런 단어를 쓰는 건지까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잠시 쉬는 시간.
왕유미가 내게 설명을 해줬다.
“몇몇 필터와 조명들을 활용했어요. 아무리 얼굴을 숨겨도 본판은 안 가려지기 마련이거든요. 마침 오늘 날씨도 엄청 좋은 데다가 호수라는 장소도 꽤 낭만적이니까, 그림이 엄청 잘 뽑혔어요.”
김잘알 TV의 좋아요 숫자가 눈에 밟혔다.
‘60만 개.’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그에 반해 내 방송의 좋아요 숫자는 20만 개에 불과했다.
‘역시 왕유미야.’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왕유미는 갖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림이 엄청 잘 뽑혔다는 것도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얼굴 공개는 진짜 안 하실 거예요?”
“고민 중이야.”
“지금 무슨 생각하고 계신지 저한테는 다 보여요.”
마침 왕유미와 눈이 마주쳤다.
내 속마음을 다 들키는 것 같아서 좀 무서웠다.
“제 좋아요 숫자, 부럽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
“채팅 화력 부러워하고 있죠?”
잠시 방송을 멈춘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채팅은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치열한 전투를 이어가는 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철수 진짜 얼굴 보여죠. 내 통장 갖다 바칠게 ㅠㅠ♡
-날씨가 너무 추운데 철수 보쌈해가도 되겠니♡
-왕유미 부럽다 나도 직관하게 해주세요.
-아까 조명에 비친 철수 몸선 실루엣에 치여벌임 ㅠㅠ
왕유미가 우쭐대는 표정으로 말했다.
“얼굴 공개하면 날 이길 수 있어요.”
“그건 좀…….”
솔직히 나를 찾으려면 찾을 수 있다.
실력 있는 플레이어들이라면 날 찾아내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겠지.
내 이상한 그림으로 네덜란드의 히트호른을 찾아내는 세상인데 나를 못 찾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지만 대중에게 내 얼굴이 공개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얼굴 다 까발려지면 좋은 것보다 나쁜 게 더 많던데.
“채팅 화력이랑 좋아요 숫자 보이죠?”
왕유미가 동글뱅이 안경을 고쳐 썼다.
[우쭐]
[내가 이김]
어, 근데 마침 기만자의 가면이 부서졌네.
사상 최초, 3인칭으로 방송을 돌렸다.
‘그럼 나도 좋아요 60만 달성할 수 있나?’
가슴이 콩닥거렸다.
* * *
얼굴을 공개한 덕분인가.
-야 ㅅㅂ 이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냐?
-신은 공평하다, 고로 김철수의 내장은 못생겼을 것이다.
-엘리의 반응 이제 존나 이해됨 ㅇㅇ
-개연성 없다고 욕했던 나, 매우 반성합니다.
좋아요(????) 숫자가 엄청나게 올라갔다.
근데 싫어요(????) 숫자도 엄청 올라가는데?
-걍 보라 했어도 대성했을 듯.
보이는 라디오 같은 건 강은우 같은 애들이 해야 대성하지, 나는 대성 못할 텐데.
날 너무 좋게 봐주네.
-나 지금 시속 300 KTX에 치여서 입덕부정도 못함.
-섹시해, 아름다워, 멋있어, 예뻐, 잘생겼어.
-세상에나 마상에나 외모가 제일 치열했잖아 ㅠㅠㅠㅠ
내 외모가 치열함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아요 숫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오?’
이 맛이 아주 달달했다.
좋아요 숫자는 벌써 40만을 돌파했다.
이쯤 되니 내 방송에서도 채팅을 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일었으나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구독자 6억 명을 달성하였습니다.]
‘엥?’
나는 솔직히 깜짝 놀랐다.
사실 3억 명을 넘어가면서부터는 구독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많이 줄어들었었다.
이번 조로와의 결투 콘텐츠를 통해 조금 유입속도가 빨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SSP 차원에서 커다란 노출 이벤트라도 걸어준 건가.
‘도대체 뭐지?’
왕유미의 머리 위로 [♩♬] 표시가 계속해서 떠올랐다가 이내 폭죽이 터졌다.
“치열좌가 드디어 본판을 드러냈네요.”
[구독자 7억 명을 달성하였습니다.]
엥?
별로 치열하게 한 것도 없는데 그새 1억이 더 늘었다.
이게 된다고?
솔직히 나조차도 떨떠름했다.
“구독자 7억 명 달성, 감사합니다.”
얼굴을 공개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구독자 숫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건 아무래도 말이 안 되고.
아마도 이야기꾼인 왕유미가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역시 왕유미는 이해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저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편했다.
[구독자 8억 명을 달성하였습니다.]
아니, 잠깐만.
이거 이러다가 골드 버튼 받는 거 아냐?
“8억 명 달성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8억 명 리액션 가야죠!”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잘은 모르겠지만 왕유미가 하자는 대로 하면 실패는 없을 터.
“검무 한 번만 보여주세요. 그 왜, 이번에 새로 획득한 검은 범의 노래 같은 걸로요! 아 잠깐만요, 먼저 물 좀 뿌리고.”
갑자기 바가지로 호숫물을 떠서 나한테 뿌렸다.
“이제 됐어요.”
물은 왜 뿌린 건지 모루겠다만, 아무튼 나는 조로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검을 몇 차례 휘둘러보았다.
‘안개?’
왕유미가 약간 손을 써서 안개를 생성시켰다.
내 등 뒤로 네 마리의 흑호가 피어오르고, 나는 허공을 향해 검을 몇 차례 휘두른 뒤 갈무리했다.
-너무 빛난다……. 저기 어디야 나 지금 갈래.
-김철수 미쳤.
-캬 진짜 너무너무 치열해, 치열해서 짜릿해
-방송이 이렇게 은혜로워도 되나요?
[구독자 9억 명을 달성하였습니다.]
[구독자 10억 명을 달성하였습니다.]
와, 이게 무슨 일이냐.
* * *
김철수의 얼굴 공개는 전 우주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었다.
각 서버별로, 종족별로, 언어와 표현은 달랐으나 김철수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미친…….”
차진솔은 각종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피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래. 차진혁이 잘생기기는 했지.”
혈육이 인정할 정도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잘생긴 건 맞았다.
어릴 적부터 봐와서 별로 체감은 안 됐지만 잘생겼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근데 이 정도라고?”
이렇게 온 커뮤니티가 들썩거릴 정도였다고?
내가 평소에 체감을 이렇게까지 못했었나?
‘단순히 얼굴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
그간 쌓아왔던 질서, 열정의 치열좌라는 이미지.
숨 가쁘게 달려왔던 영웅다운 행보.
거기에 왕유미의 연출이 더해졌다.
‘마장호수라는 배경과 안개를 적절히 활용했어.’
마침 옷이 다 젖어서 몸 실루엣이 다 보였다는 점.
묘하게 달뜬 표정이었다는 점(왕유미의 좋아요 숫자와 채팅화력이 부러워서 그랬다.).
이후 좋아요 숫자를 확인하며 매혹적인 미소를 보여주었다는 점(왕유미가 매혹적인 부분만 잘 잘라서 보여주었다.).
우주급 규모의 떠오르는 신성인 김철수가 확 늘어난 구독자 숫자에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기뻐했다는 점.(이건 정말로 기뻐했다.)
아무튼 여러 가지 요소들이 더해져서 김철수는 우주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가 되었다.
-덕질 요소 그 잡채!
-내가 원래 이렇게 영업하는 사람 아닌데요, 제발 김철수 보세요, 제발 봐주세요.
각종 SNS에서 김철수 영업글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정작 본인은 별생각 없는 거 같네.”
“뭐가?”
차진혁은 침대에 누워 발가락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그는 연신 새로고침을 하면서 구독자 숫자를 확인 중이었다.
10억을 돌파하여 벌써 13억을 달성.
“이제 밖에 나가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알아보겠다.”
“기만자의 가면 쓰면 되지.”
“……아?”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렇네.
“근데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그니까 뭐가?”
“오빠 지금 프로포즈만 한 3억 개 받았을걸?”
“그래?”
“커뮤 반응 안 봐?”
“아 지금 구독자 숫자 올라가는 거 구경하느라 바빠서.”
차진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제 오빠는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괜히 얄밉기도 하고.
그런데 차진혁이 물었다.
“야, 근데 혹시 내가 잘생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