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95화
[180~200레벨 구간, 우주 신기록을 달성합니다.]
[대업적, ‘누구보다 빠르게’ 가 주어집니다.]
한마갤의 네임드, 백과사전은 요즘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
‘또다! 또!’
김철수의 등장 이후로 백과사전은 네임드 중에서도 초네임드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유저들 가운데 최고의 조회수를 자랑했고 그의 개인 SNS 계정에도 수많은 팔로워들이 생겼다.
특히 최근 ‘김철수 vs 매켄드라’의 전투에서 김철수가 어떻게 매켄드라를 이겼는지, 얼마나 철저한 셋업과정을 통하여 매켄드라에게 즉살을 성공시킬 수 있었는지를 분석한 글은 조회수 3억 이상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때문에 백과사전은 김철수를 분석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김철수가 또 해냈다!’
김철수의 성공은 곧 백과사전의 성공이기도 했다.
[김철수 레벨 200달성함.]
[시스템에서도 난리 났음. 대업적 ‘누구보다 빠르게’ 수여받음. 방금 명예의 전당 등록함.]
┗ㅁㅊ? 우주 신기록임?
┗당연한 소릴.
‘누구보다 빠르게’는 특정 구간에서 가장 빠른 레벨업을 달성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기록이다.
그 기록은 대부분 아르비스 서버 출신의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었고, 기존의 기록들도 워낙에 비상식적인 것이었기에 경신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원래 우주 신기록은 누구였음?]
[백과사전느님 등판해 주세요!]
[백과사전 up]
[백과사전이 알랴줄 거임. 기달.]
한마갤의 네임드, 백과사전을 원하는 수요가 백과사전을 애타게 불렀고 백과사전은 무척 흡족한 마음으로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자, 5분만 더 기다리자.’
유저들이 애타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주 뿌듯했다.
그렇게 15초를 기다렸다.
최소 5분 이상 기다리려고 했는데 도무지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다.
백과사전은 빠르게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180~200레벨 구간에서의 레벨업 신기록이 달성되었다. 48시간이 채 되지 않는 기록으로, 종전 기록은 아르비스의 네임드 플레이어 마크원이 달성했으며 약 55시간이 걸렸다. 장소는 마찬가지로 물소 던전.]
┗역시 백과사전 bbb
┗이분 정체가 뭐임? 왜 모르는 게 없음?
┗헐 근데 김철수가 마크원 기록을 깼다고?
┗마크원이 누구임?
┗마크원을 모름? 아르비스 초초초 네임드 탱커있음. 사실 탱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본인은 탱커라고 주장함.
백과사전은 차진혁의 영상을 여러 차례 다 각도로 살펴보면서 재빠르게 분석글을 남겼다.
[이 우주 신기록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작용하였음.
<1> 딜탱이 전부 가능한 쌍검술가 조로의 존재.
<2> 스트리머라는 직업 특수성.
<3> 2인 파티.
자세한 이야기 작성하여 공유함.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예정.]
2시간 동안 유저들이 애타게 백과사전을 찾았고, 분석을 마친 백과사전이 드디어 글을 남겼다.
그 글은 순식간에 좋아요 수만 개를 받으며 개념글에 등재되었다.
[스트리머는 시청자 숫자와 반응에 따라 레벨업 속도 보정을 받는다. 레벨업 속도만큼은 스트리머가 최강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김철수는 현재 4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실시간 방송 시청자가 무려 8,000만 명에 달한다. (보통의 경우, 구독자의 5~10프로 정도가 실시간 방송에 참여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김철수의 실시간 방송은 일반적인 방송의 2배가 넘는 화력을 보여준 셈이다.) 이는 구독자 수에 비하여 굉장히 높은 비율로서, 충성 구독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스트리머가 과연 물소던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냐는 것인데, 이미 같은 방식으로 레벨업에 도전하던 스트리머들이 다수 존재했었다.
첨부링크 :
eltube.abs/watch_...
eltube.abs/watch_...
링크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던전 내에서 사망하였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1) 방송에 집중할 수 있으면서 2) 어지간한 탱커만큼 단단한 방어력을 가졌고 3) 소수의 물소 정도는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데 4)그 와중에 어그로가 튀지 않도록 은밀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
.
.
하여, 암묵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겨졌고 대다수의 선진 서버에서는 5명 파티를 암묵적인 룰로 규정하고 있다. 관련 영상을 따로 첨부하지는 않았으니 제군들이 찾아보길 바란다.
여기서 위에 언급했던 ‘<1> 조로의 존재와 <3> 2인 파티’ 요소가 적용된다.
(중략)
딜러 겸 탱커는 둘 다 잘한다고 볼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어느 한쪽에 특출나지 못하다는 것이고, 다른 말로 하자면 상대적 저레벨 플레이어 김철수에게 상당한 부담이 전해진다는 의미이다.
김철수는 결국 스트리머로서 그 부담을 온전히 받아낸 전무후무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며…….
(중략)
따라서 김철수의 기록이 우주 신기록이라는 사실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아마 김철수의 기록은 최소 수십 년은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된다.
참고로 종전 마크원의 기록은 14년간 깨지지 않았다.
김철수의 기록이 깨지지 않기를 바라며, 김철수 전문가 ‘백과사전’ 배상.]
┗누가 요약좀.
┗요약: 김철수는 개쩔었다.
┗요약 ㄱㅅㄱㅅ
백과사전은 주먹을 입에 물고서 행복한 비명을 내질렀다.
“원래 이 정도면 장문충 꺼지라며 악플이 달려야 하는데……!”
그로서는 모험이었다.
이렇게까지 긴 글은 최근 커뮤 트렌드에 맞지 않았다.
최대한 간결하고 짧게, 결론만 쓰지 않으면 장문충이라고 조롱받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달랐다.
┗분석 개오지누.
┗이런 분석은 돈 주고 사서봐야 하는거 아님? ㄹㅇ 지려따리
“악플이 없다!”
오히려 더 분석해달라며 아우성치는 유저들이 생겨날 정도였다.
논평 및 분석 생활을 200년이나 해왔는데 이런 경우는 거의 처음이었다.
“김철수에게…… 영광을……!”
백과사전의 눈에 녹색 안광이 깃들었다.
진정한 광기였다.
‘오랜만의 우주 신기록. 대업적 효과는 무엇이 주어질 것이냐!!!’
김철수가 아직 그걸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백과사전의 머릿속에는 이미 수만 가지 가능성이 떠오른 상태였다.
‘제일 유력한 것은 그건데…….’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슬슬 조로가 본색을 드러낼 때가 된 거 아닌가?’
조로는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백과사전은 조로가 왜 김철수를 돕는지 알 것 같았다.
그의 손가락이 신들린 듯 춤추기 시작했다.
[내 예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곧, 김철수에 대한 조로의 습격이 시작될 것 같다. 이는 조로의……]
[글 작성자 : 백과사전]
* * *
최갑수가 말했다.
“요새 안색이 안 좋군.”
“아닙니다.”
“휴가라도 좀 줘?”
“…….”
릴리아가 침묵하자 최갑수가 허허- 웃었다.
“보통의 자네라면 아닙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말 텐데 말이야. 그래. 휴가 주지. 일주일이면 되겠나?”
“……감사합니다.”
“아니, 2주 주겠네. 잘 다녀오도록 해.”
릴리아는 휴가를 받아 체르빌 서버로 향했다.
‘체르빌 서버, 오랜만이네.’
몽마들에게는 주력 서버라는 개념이 별로 없었다.
수많은 서버에 뿔뿔이 흩어져 유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체르빌 서버는 비교적 꽤 많은 수의 몽마들이 자리를 잡은 서버였다.
릴리아와 루시아의 고향이기도 한 곳이었다.
그녀는 그곳에 위치한 한 보육원을 찾았다.
“누구십니까?”
보육원장은 여성체의 몽마였다.
주황색 머리카락에 동그란 안경을 낀 그녀는 릴리아를 경계했다.
“루시아 언니의 친동생이요.”
그 말에 보육원 원장이 크게 반색했다.
“아, 루시아 님의 동생분이시군요!”
루시아는 이 보육원의 최대 후원자 중 한 명이었다.
그녀가 릴리아를 안내한 뒤 함께 차를 마셨다.
“예, 뭐, 아시다시피 사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죠. 여전히 애들 납치는 비일비재하고요. 몽마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그리 좋지 않으니까요.”
몽마는 상대를 유혹하는 종족이다.
그들의 유혹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고, 어떤 몽마들은 행복한 가정을 파탄 내기도 했다.
사실 그것은 몇몇 극단적이거나 어리석은 몽마들의 일탈이었지만, 그러나 그러한 사실과는 별개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몽마’라는 일족 자체를 혐오했다.
[불결하고 더러운 종족.]
[평화로운 가정을 파탄내는 더러운 일족.]
그것이 몽마에 대한 프레임이었다.
유구한 역사 속에 몽마들은 오랜 탄압을 받아왔다.
그도 아니면 강자들의 노리개로서 사용되거나.
겉으로나마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아르비스 서버가 초강대 서버로 군림하기 시작하면서 대부분 서버에서 몽마 노리개 제도는 사라지게 되었으나, 최근 200년 전까지만 해도 몽마들의 삶은 비참했다.
“루시아 님의 후원 덕택에 이곳에서 30명이 넘는 어린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답니다.”
몽마 노리개 제도가 사라진 지 200년이 지났어도, 몽마들은 비참한 삶을 사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몽마들은 또 다른 몽마들을 후원하곤 했다.
몽마를 돕는 자들은 몽마밖에 없었으니까.
몽마들이 각종 서버에 자리를 두고 술집과 여관을 운영하는 것도 대부분 그 때문이었다.
릴리아가 말했다.
“이제 그 후원을 제가 이어가려 합니다.”
“혹시...”
원장은 기뻐하기보다는 조심스레 릴리아의 눈치를 살폈다.
갑자기 후원이 끊기는 경우는 거의 대동소이했다.
“네. 며칠 전에 살해당했어요.”
“……그렇군요.”
몽마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일상이었다.
원장은 루시아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했고, 둘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원장은 보육원의 아이들에게 릴리아를 소개해 주었다.
“얘들아. 릴리아 언니란다.”
“루시아 언니랑 닮았다!”
“루시아 누나랑 닮았어, 엄청 예뻐!”
아이들은 꽤 순수했다.
루시아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릴리아를 무척이나 반겼다.
몇몇 아이들이 본능을 통제하지 못하고 릴리아에게 매혹을 사용하였으나 귀여운 수준이었다.
릴리아는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눈 맞춤을 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이 아이들이, 언니가 남긴 새싹들이지?’
아이들은 행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 같은 환경에서 크지 않으면 좋겠다고 늘 말해왔다.
그러기 위해서 돈을 벌고, 그게 행복하다고 했다.
‘언니 몫은 이제 내가 감당할게.’
릴리아는 후원계약을 체결한 뒤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루시아와 아이들이 찍은 단체 사진 바로 오른쪽에, 릴리아와 아이들이 찍은 단체 사진이 걸렸다.
왼쪽 사진 속 아이들보다 오른쪽 사진 속 아이들이 더 컸다.
‘이렇게 건강히 잘 크고 있어.’
그녀는 휴가기간 동안 전심을 다 하여 아이들을 돌보았다.
그간 보육원 원장과 짧게 계약연애도 해봤다.
나이 차이가 70살 정도 났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계약연애의 마지막 날, 보육원장은 릴리아에게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 보네요.”
“티 났어요?”
“엄청. 몽마가 사랑에 빠지다니. 상대는 그걸 알아요?”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해요.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릴리아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에요. 상대는 그 매력을 모르나봐.”
“좀 알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혹시 차이면 나한테 와요. 나는 릴리아가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
“생각해 볼게요.”
둘은 가볍게 키스한 뒤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이제 저는 제 삶의 자리로 돌아가려 해요.”
“그래요. 나는 이곳에서 릴리아를 응원할게.”
릴리아는 청담동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