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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93화 (193/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93화

수호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을 만나게 해달라는 미친놈들은 많은데 이놈은 좀 강력하도다. 이 몸이 밀어내기 조금 버거운 정도?”

조로가 수호수를 통해 내게 접촉해 왔다.

삭발에 가까울 정도로 짧은 머리카락의 남자.

조로는 몸에 딱 달라붙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근육이 제법이었다.

검을 쓰기에 최적화된 체형과 몸매였다.

조로는 날 만나자마자 하얀색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너, 즉살클럽에 가입해라.”

“즉살클럽?”

그것은 일종의 초대장이었다.

우주에 ‘즉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비밀리에 즉살 클럽을 만들었다나 뭐라나.

‘이런 게 있었어?’

“그래. 네 녀석은 모르겠지만 즉살을 가진 자들은 각성자 사냥꾼들의 타겟이 되기 마련이거든.”

어라,

나 방금 신날 뻔했네.

‘아직 정신을 다 못 차렸구나.’

각성자 사냥꾼들의 이목을 끌 거라고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이걸 남의 입으로 직접 듣게 되자 체감이 또 남달랐다.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뛸 뻔했다.

‘아, 아니지. 또 엘튜브각 잡을 수 있어서 심장이 뛴 거라고 생각하면 지극히 정상이잖아?’

굳이 정신을 못 차렸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혼자서는 상대하기 벅찰 거다. 블랙도 널 노리고 있는 것 같고.”

그러고 보니 조로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예전의 조로는 나와 싸우고 싶어서 안달 난 미친 강아지 같았다면 지금은 지극히 정상인 사람처럼 보였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나는 조로가 왜 이렇게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너 설마, 나를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거냐?”

“…….”

조로가 움찔했다.

맞네, 나를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거.

나는 나도 모르게 말해 버리고 말았다.

“미쳤냐?”

“너는…….”

만약 여기서 ‘너는 약하다. 보호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튀어나오면 당장 라칸을 뽑을 생각이었다.

“스트리머니까.”

“…….”

조로가 등 뒤에 맨 쌍검 쪽으로 손을 옮겼다.

그런데 조로는 검을 뽑은 게 아니었다.

‘등 쪽에 호주머니가 있다고?’

핸드폰을 왜 저기에 넣어놓고 다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핸드폰이 튀어나왔다.

“나 네 구독자다.”

내 영상들 대부분을 시청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좋아요도 다 눌렀다.”

“오, 진짜네?”

“스트리머 보호조약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당연하지.”

“각성자 사냥꾼들 중 일부는 그런 조약을 무시하고 널 노릴 것이다. 즉살은 그만큼 매력적인 능력이거든. 네가 가진 신비들도 그렇고 말이야.”

“…….”

“나는 네 콘텐츠를 오래 보고 싶다. 구독자로서.”

나는 봉투를 열어 내용을 살펴보았다.

즉살클럽에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가입하는데 별다른 절차가 필요한가? 혹은 어떤 의무를 지녀야 한다거나.”

“별다른 절차는 필요 없다. 즉살 클럽은 꽤 폐쇄적인 클럽이고, 철저히 기존 회원의 추천에 의해서만 가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클럽원들끼리도 서로가 누군지 모른다. 추천한 사람끼리만 알 수 있는 구조지. 말하자면 점조직 같은 거다.”

그러니까 내가 즉살클럽에 가입하더라도 나는 다른 클럽원들과 마주칠 일은 거의 없다는 얘기였다.

“다만, 즉살 클럽의 클럽원이 각성자 사냥꾼 등에 의하여 위협을 받을 경우에는 클럽 차원에서 대응한다. 그때에는 소집령이 떨어질 수도 있지.”

꽤 많은 대화를 나눈 끝에 나는 결국 즉살 클럽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여러모로 많은 엘튜브 각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먼 훗날, ‘즉살 클럽, 최초 공개’ 등의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과 별개로 나는 네놈에게 볼일이 있다.”

스릉-

맑은 검명이 울려 퍼졌다.

오랜만에 듣는, 정말 기분 좋은 소리였다.

뛰어난 검객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검의 노랫소리.

이렇게 깔끔한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어느덧 조로의 쌍검이 내 목젖에 닿아 있었다.

“나는 네놈의 검술 실력이 궁금하다.”

“나도.”

나와 조로는 정원으로 향했다.

수호수가 힘을 써서 우리의 힘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결계를 만들었다.

“스트리머의 검을 견식해 보도록 하지.”

조로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빠르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 조로의 쌍검 공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순수 검술로는 상대가 안 되는군.’

내 입장에서는 일방적인 패배였으나 조로는 꽤 놀라운 모양이었다.

“스트리머라고 하지 않았나?”

“스트리머다.”

조로는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 * *

조로는 기겁했다.

‘방금도 내 목에 닿을 뻔했다.’

그리고 조로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 중계결계를 쓸 수 있는데 안 썼어. 지금 김철수는 오로지 검술가의 힘으로만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군.’

그에게는 꽤 충격이었다.

‘카드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레벨이 겨우 180일 텐데?’

레벨 180의 실력이 아니었다.

그는 수많은 강자들과 대련을 해왔고, 검을 맞대고 서 있기만 해도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레벨로 치면 최소 200.’

수호수의 권역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김철수의 실력은 놀라웠다.

“스트리머라고 하지 않았나?”

“스트리머다.”

조로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쌍검을 갈무리했다.

“나는 궁금해지는군.”

“뭐가?”

“스트리머의 직업을 가진 네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

“타 서버에 가서 다시 한번 겨루어보는 건 어떠냐? 타 서버에 가면 네 능력이 극대화되는 걸 알고 있는데.”

“내 방송 진짜 열심히 봤나 보네.”

대련에서 패배했으나 참을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스트리머가 검술가에게 검술로 패배하는 것은 그래도 용납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오히려 지금은 약간 뿌듯하기까지 했다.

얘가 내 방송 정말 열심히 봤구나. 열혈 구독자구나.

“네 말대로 타 서버에서 내 힘이 극대화되는 건 맞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보다 더 강해질 수 있는지는 모르겠네.”

타 서버에서는 ‘먼치킨’ 특성이 적용된다.

그러나 수호수의 버프를 받을 수는 없다.

“단순히 검술 실력만 놓고 보면 여기가 나을 수도 있다.”

“그런가.”

“나는 스트리머니까. 타 서버 넘어가면 스트리머로서의 능력들이 더 증폭돼.”

“이봐, 김철수. 내가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하는데.”

“제안?”

“너랑 조금 더 동등한 조건에서 싸워보고 싶어서 말이야.”

차진혁은 조로의 눈에 깃든 광기를 발견했다.

플레이에 진심으로 미친놈들만이 보여주는 저 특수한 기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궁금해서 중계자의 시야를 사용해 보았다.

[#태워준다 #버스 #내버스 #티타늄버스 #?]

‘날 키우고 싶어 해?’

조로가 말을 이었다.

“현재 내 레벨은 224다.”

“그걸 말해준다고?”

“넌 레벨이 너무 낮아. 이래서야 동등한 게임이 안 되지. 나는 하루빨리 네가 성장했으면 한다.”

“그래서?”

“레벨업에 특화된 던전을 알고 있다. 거기서 수련하면 200레벨은 금방 찍을 거다. 네 카드 속성을 부여하면 220레벨을 만들 수 있지.”

조로가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았다.

“그러면 레벨급도 맞춰서 싸워볼 수 있겠지.”

그의 눈이 광기로 번뜩였다.

“비전투 계열 플레이어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내 두 눈으로 보고 싶다.”

수전증에 걸린 사람처럼 손이 덜덜 떨렸다.

“하루라도 빨리 말이야.”

“음. 그래?”

차진혁은 턱을 매만졌고 조로는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차진혁의 입을 주목했다.

“지금.”

“뭐?”

지금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점.

차진혁과 조로의 그림자가 꽤 길어졌을 시점이었다.

두 그림자가 일렁거리는가 싶더니 검은색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난쟁이 형상을 하고 있는 그 검은 형체들 중 몇은 창을 들고 있었고, 또 몇은 포승줄을 지니고 있었다.

그 형상들이 매켄드라가 다루던 종이병정들과 꽤 닮아 있었다.

이건 그림자 군주로 각성한 서지아, 서지수의 능력이었고, 실제로 매켄드라에게 영감을 얻은 것이기도 했다.

둘은 이것들을 일컬어 ‘그림자 병정’이라 불렀다.

그림자 병정 셋이 그림자 창을 내질렀고 둘이 포승줄을 던졌다.

그와 동시에 차진혁이 라칸을 휘둘렀다.

조로는 황급히 허리를 뒤로 젖히며 차진혁의 라칸을 피해내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림자들을 베어냈다.

창을 든 그림자 병정 셋이 순식간에 연기처럼 비산해서 사라졌다.

그는 왼손에 쥔 검을 휘둘러, 그를 향해 날아들던 포승줄 하나도 없애버렸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하나의 그림자를 피해내지는 못했다.

그림자가 밧줄처럼 조로의 몸을 옭아맸다.

찰나의 틈이 생겼고, 차진혁이 조로의 목에 검을 대었다.

“내가 여기서 행운의 신이랑 즉살이랑 같이 썼으면, 내가 이겼을걸?”

“……검술가로서의 힘만 사용하는 줄 알았더니.”

“나는 스트리머잖아.”

말하자면 이건 셋업이었다.

검술가로서의 힘만 사용하여 싸우는 척하면서 조로를 끌어들이고, 조로의 시선을 분산한다.

그리고 숨어 있던 서둥이들을 활용하여 조로를 결박한 뒤 차진혁이 마무리.

“검술가는 검에만 의지하지만, 스트리머는 그렇지 않거든.”

“……네가 이겼다. 스트리머란 무서운 직업이군.”

처마 밑 그림자에 은신해있던 서둥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화를 듣던 서지수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렇게 셋업하고 방심시킨 다음에 승리를 이끌어 내는 게 스트리머랑 무슨 상관이 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스트리머랑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군주라면 몰라도 말이다.

“서둥이들의 능력이 일취월장했군. 매켄드라의 능력에서 따온 모양이야. 역시 플레이어들은 죽음에 가장 근접한 전투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

차진혁은 조금 더 흡족해졌다.

“서둥이라는 용어도 알아?”

“당연하지. 난 초창기 구독자다.”

* * *

서지아와 서지수는 스스로의 힘에 놀랐다.

“우리가 진짜로 해냈네?”

“그러게.”

만약 그림자 살수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무려 레벨 200이 넘는 검술가를 결박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그 결박 시간이 3초가 채 지나지 않았으나 3초면 승패가 결정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리가 전직한 게 맞기는 맞나 봐.”

“응.”

서지아와 서지수는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는 도태될 거라는 불안감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서지수가 헤헤- 웃으며 차진혁 오른쪽 옆에 앉았다.

“오빠. 나 오빠 사랑해도 돼?”

서지아는 별다른 말 없이 차진혁 왼쪽 옆에 앉았다.

서지아는 동생을 사랑하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인 일이었다.

그녀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경쟁자.”

차진혁이 만족스러운 듯 히죽 웃었다.

“그림자 군주가 그렇게 마음에 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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