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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92화 (192/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92화

“오빠 뭐해?”

차진솔이 보기에 차진혁은 조금 이상했다.

평소보다 훨씬 긴장하고 있는 듯 했다.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다리를 달달 떨며 앉아 있었다.

“핸드폰을 왜 그렇게 뚫어져라 보는 건데?”

도대체 뭘 하는가 싶어 차진솔은 그 옆에 앉아 차진혁의 액정을 훔쳐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굉장히 불안해 보이던 차진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됐다!”

“악, 깜짝이야! 도대체 뭔데 그래?”

“구독자 4억 명 달성.”

“아…… 난 또 뭐라고.”

차진혁에 비해 차진솔은 감흥이 적었다.

차진혁의 구독자가 머지않아 4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지 않아? 골드 버튼 주는 것도 아니잖아.”

골드 버튼이라는 말에 차진혁은 움찔했다.

SSP는 범우주적 스트리밍 시스템.

지구에 몇 없다 뿐이지 우주 전체로 범위를 확대하면, 구독자 억 단위의 스트리머는 상당히 많았다.

구독자 1억 명을 달성하면 실버 버튼을 주고, 구독자 10억 명을 달성하면 골드 버튼을 수여한다.

딱히 기능이 있는 건 아니었고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이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잖냐?”

“뭐, 오빠가 좋아하면 됐지.”

차진솔은 다시 침대에 걸터앉아 옆을 톡톡 두드렸다.

“앉아봐.”

“왜?”

“오빠 방송 모니터링 좀 같이 하게. 커뮤 반응도 좀 살피고 구독자들 여론도 좀 보고 해야 할 거 아니야?”

“그건 왕유미랑 충분히 하고 있어.”

“유미 언니가 나보고 부탁하던데?”

“너한테? 무슨 이런 거랑 관련된 보조직업이라도 가진 거야?”

설마 그런 걸 가졌다고 하면 크게 혼을 내려고 했으나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유미 언니가 판단하기에 오빠가 그래도 내 말을 좀 잘 들어주나 봐.”

“난 왕유미 말도 잘 듣는데.”

“유미 언니 말보다 내 말을 더 잘 듣는다고 판단했나 보지.”

그럴 리가 없는데.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어쨌든 왕유미의 말이라니 납득은 했다.

[즉살의 확률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70% 이상이다. 진실과 열정과 희생과 정의의 치열좌께서 즉살을 바로 사용하지 않으셨던 것은 더욱 완벽한 스토리 구현 때문이었겠지.]

[-글 작성자: 김철수는신이시다]

한마갤의 글을 본 나는 황당해서 고개를 저었다.

“설마 이런 말을 믿는 놈이 있냐?”

“꽤 긍정적이던데?”

즉살 70%라니.

아르비스 행성의 절대자들도 저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와…… 내 즉살 성공 확률에 대해 말이 많네.”

“유미 언니는 일부러 더 혼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그래야 내 즉살 확률을 확실히 유추할 수 없어서?”

“응.”

상대방들로 하여금 이 즉살 확률을 유추할 수 없게 만드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이 퍼센트에 따라 상대의 대응이 달라질 테니까.

[무슨 개소리냐? 전 우주를 뒤져도 그런 말도 안 되는 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살 같은 사기적인 능력의 성공 확률은 그래봤자 0.1% 미만이다. 김철수 뻥튀기 자제 좀.]

[글 작성자: 과대포장사절]

완전히 상반된 글이었지만 두 글의 추천수는 무려 5만 개에 이르렀다.

“다들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모양이야. 근데 오빠 즉살 확률이 도대체 몇이야? 아, 아니다! 나한테 말하지 마!”

차진솔은 에베베베! 소리를 내며 귀를 틀어막았다.

“괜히 알았다가 입 잘못 놀릴까 봐 두려워.”

차진혁은 한동안 차진솔을 그냥 바라봤다.

그 담담한 시선에 차진솔은 괜스레 민망해졌다.

“왜?”

“내 방은 왜 온 거냐?”

“말했잖아. 유미 언니의 부탁으로…….”

“아닌 거 같은데.”

차진혁은 요즘 이상한 감정들을 하나씩 느끼고 있었다.

그 시작은 서둥이들이었다.

플레이하다가 다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고 죽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서지아와 서지수가 크게 다친 것을 보았던 그 순간, 차진혁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었다.

지금 차진솔을 보면서도 차진혁은 정확히 구체화하기 어려운 요상한 감정들을 느끼고 있었다.

중계자의 시야를 사용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진솔의 감정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이번에 꽤 많은 사람들이 죽었잖아. 흑장미 연합의 사람들도 죽었고, 오빠랑 대화를 많이 나눴다던 루시아도 죽었고. 하마터면 지아 언니랑 지수 언니도 죽을 뻔했고.”

“그랬지.”

“그게 당연한 거라는 거 알아. 위험하지 않으면 플레이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 너무 당연한 거 아는데…….”

차진솔은 차진혁의 눈치를 살폈다.

괜히 이런 말을 했다가 더 혼만 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근데 너무 걱정됐어.”

“…….”

“오빠가 죽는 줄 알았다고.”

처음에는 눈치를 살피다가 말을 했으나 이내 억눌러 왔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혼이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건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위험한 플레이는 좀 적당히 하면 안 돼? 아무리 치열하게 준비했어도 매켄드라와의 전투는 너무 일렀잖아. 거기서 즉살 안 터졌으면? 그럼 죽는 건 매켄드라가 아니라 오빠였어. 그건 알고 있는 거지?”

“그건 네가 늦게 와서 그런 거지.”

“그럴 거면 처음부터 나를 데리고 가든가!”

그랬으면 고뇌하는 다리에서 너 죽었을걸?

차진혁은 그 말은 하지 않았다.

‘딱히 화가 나지는 않네.’

철딱서니 없는 소리 한다고 혼을 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회귀 이후로, 뭔가 새로운 것들을 배워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한테 중계자의 시야 써보고 싶네.’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가슴팍이 간지러운 이게 무슨 감정인지 조금 궁금해졌다.

“다음부터는 조금 조심해 볼게.”

“……응?”

“다음부터는 조심한다고.”

“오, 오빠?”

차진솔이 차진혁의 이마에 손을 댔다.

“머, 머리를 크게 다쳤나?”

* * *

서버급 아이템, ‘피카소의 붓’은 사용하기에 따라 굉장히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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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붓(귀속)]

예술혼을 불태웠던 한 화가의 열정이 담긴 붓.

그의 붓이 닿은 모든 것은 세기의 예술품이 되었다.

아이템 스킬, ‘덧칠’ 사용 가능(0/3)

* 아이템에 적용 시, 일정 확률로 등급/효과 상승.

* 플레이어에 적용 시, 일정 확률로 전직 및 레벨 상승.

(*단, 덧칠 가능한 횟수는 1회이며, 본인에게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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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붓은 소모성 아이템이었다.

그것도 겨우 세 번 사용이 가능한 아이템.

“우리가 어떻게 이걸…….”

“거부합니다.”

서둥이들은 내 제안을 거부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네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올 거냐?”

“비협조적인 게 아니라…….”

작은 서둥이는 큰 서둥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큰 서둥이가 나름의 답을 내렸다.

“염치.”

“그, 그래. 염치가 없잖아. 우리가 어떻게 이런…… 뭐지?”

“기연.”

“그래, 기연! 우리한테 이런 기연을 사용하지 마.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자질을 가진 플레이어들한테 쓰는 게 효과적이잖아.”

“뭘 모르는 소리들을 하고 있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레벨 1에서 10까지 올리는 게 쉽냐, 레벨 100에서 101까지 올리는 게 쉽냐?”

“그, 그야…….”

“전자요.”

“지나치게 완성형 플레이어들한테 이걸 써봐야 효과가 미비해.”

내가 회귀하기 직전까지도 직업의 등급은 9성이 끝이었다.

10성이 있다 어쨌다 하는 얘기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도시괴담 같은 거였고.

어쨌든 실질적으로는 9성이 한계라는 얘기다.

“너희한테 써야 극적인 효과가 나온다고.”

“하지만…….”

“그리고 너희한테는 서사가 충분하잖아.”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으나 결국 가진바 재능이 부족하여 더 높이 올라갈 수 없는 비련의 주인공들.

이미 왕유미와 얘기는 다 되었다.

“완벽한 엘튜브 각이라고.”

결국 서둥이들은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

나는 세 번의 ‘덧칠’ 중, 두 번을 소모하여 이들에게 사용했다.

“근데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행운의 신]이랑 같이 써야 할 거 같거든? 근데 이게 워낙 까탈스러운 놈이라 수호수의 도움도 받아야 하고 내 컨디션이 최고일 때 해야 해. 최대한 조용한 곳에서 아무 방해도 없이 진행하고 싶으니까, 내가 연락하면 지아 먼저 우리 집으로 와.”

“집…… 으로?”

“그래. 집으로.”

“단…… 둘이?”

“당연하지.”

‘행운의 신’은 지금의 내가 다루기에 지나치게 위험한 신비다.

까딱 잘못 운용했다가는 내 정신이 통째로 붕괴되는 수가 있었다.

그만큼 효과는 탁월했지만.

그리고 며칠 뒤, 서지아가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플레이할 때가 아니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화장이 좀 짙었고, 평소에는 잘 입지 않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내 시선이 원피스에 닿자 서지아가 얼굴을 붉혔다.

“나빠요?”

“어. 나빠.”

그 말에 서지아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몸에서 구정물 같은 거 나올 수도 있어.”

“…….”

“그 옷 비싸 보이는데, 괜찮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얼굴이 새빨개진 서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서지아는 덧칠 효과를 받아 ‘그림자 군주’로 각성했다.

그 과정에서 하늘하늘했던 옷은 거의 다 녹아내려 넝마가 되었고, 서지아의 몸 전체에서 구정물이 줄줄 흘러나왔으나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죽을 거 같다.’

나는 1주일을 꼬박 앓아누웠다.

‘이거 진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네.’

약 2주일 뒤 우리 집을 찾은 서지수는 괴상한 옷을 입고 왔다.

온몸을 검은색 고무로 밀봉하고 있었다.

얼굴에도 커다란 잠안경 같은 걸 쓰고 있었는데 숨은 쉴 수 있나 모르겠다.

“해녀복?”

“비슷해.”

“안 덥냐?”

“암살자들은 극한의 환경에도 적응하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하잖아. 암살 대상이 언제 어디서 우리에게 기회를 줄지 모르니까.”

“그건 그렇지.”

결국 나는 서지수에게 같은 작업을 반복해 주었고 서지수 또한 ‘그림자 군주’로 각성했다.

사실 나는 서지수가 뛸 듯이 기뻐할 줄 알았다.

“……죽고 싶어.”

“왜 그래?”

참고로 지금 서지수는 내가 미리 준비해 둔 트레이닝복으로 환복한 상태였다.

해녀복인지 잠수복인지 아무튼 저 옷은, 몸에서 빠져나온 독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내 터져 버렸다.

악취 나는 구정물이 사방에 튀었지만 수호수의 결계 덕택에 집이 오염되는 건 막을 수 있었다.

다만 그 결계 안에 오수가 무릎까지 차오르기는 했지만.

서지아도 그렇고 서지수도 그렇고 생각보다 딱히 기뻐하지는 않았다.

둘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연구를 해야겠다며 며칠간 잠수를 탔고, 나는 그게 굉장히 뿌듯했다.

“학구열이 넘쳐서 보기 좋네.”

* * *

미셸장은 내 방송에 무척이나 흡족해했다.

“손에 땀을 쥐고 봤어요. 우리가 준비한 프로젝트 결과물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어서 다행이군요.”

미셸장이 좋게 봐서 다행이었다.

확인은 안 해봤는데 꽤 큰 금액을 후원해 준 것 같기도 했다.

“네, 덕분에 우주 기준 인기동영상 1위도 차지했고, 구독자도 4억 명 달성했네요.”

“엄청 빠른 속도네요.”

“우주 규모로 치면 10번째 안에 들어가는 추세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1등인가요, 10등인가요?”

“네?”

“이왕이면 내가 후원하는 사람이 1등이면 좋잖아요.”

“10위 안쪽이라는 것까지는 파악이 되는데 더 자세한 정보는 공개가 안 되네요.”

미셸장은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SVIP 관리 차원에서 미셸장과 꽤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던 중, 미셸장이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꺼냈다.

“매켄드라가 블랙의 고위 간부라는 사실은 알고 있죠?”

“네.”

“이쯤 되면 이제 블랙이 직접 움직일 수도 있어요. 곧, 수많은 워프포탈이 활성화될 테니까.”

갓 오픈한 서버에 대한 특혜는 이제 사라진다.

아르비스 같은 초강대 서버와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구보다 강한 수많은 서버들이 지구와 연결될 것이었다.

“네. 각오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히죽 웃었다.

“더 강한 놈들이 줄기차게 나타나겠네요.”

“좋아하는 거 같네요?”

“엘튜브 각이니까요.”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로부터 며칠 뒤, 정말로 많은 워프포탈들이 세계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많은 서버들과 지구가 연결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대격변이 시작되었고 날이 밝기가 무섭게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어쩌면 블랙과 관련된 놈일 수도 있고 혹은 각성자 사냥꾼일 수도 있었다.

‘응?’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놈이 나타나 버렸다.

‘조로?’

조로가 왜 여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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