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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85화 (185/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85화

[히든 피스, ‘도저히 불가능한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보스 몬스터가 생성됩니다.]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따사롭게 내리쬐던 햇살은 먹구름에 모조리 가려졌고, 개울물은 순식간에 불어 넘쳐 무지개다리(지금은 검은색으로 변해버린)를 집어삼킬 듯했다.

서지수가 재빨리 움직여 서지아를 끌어안고 물가로 복귀했다.

“언니, 정신 차려. 뭐해?”

“가위…… 바위…… 보.”

서지아는 이미 반쯤 정신을 잃은 상태.

골룸은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다.

‘저놈, 악마화가 진행되고 있어.’

지금이라도 멈춰야 할 것 같은데 이미 늦었다.

‘최소 중급 이상의 악마다.’

어쩌면 상급 악마에 비견되는 힘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골룸은 이곳에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을 거라는 느낌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

‘이중 던전을 예상했었는데…….’

그런데 이중 던전이 아니라 이레귤러 보스 몬스터라니.

‘어떤 미친놈들이 여기에 저런 보스몹을 심어놨어?’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골룸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저 악마는 이곳의 관리자들이 억지로 끼워넣은 것이다.

온갖 어려운 조건들을 욱여넣어서 말이다.

‘관리자 한둘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냐.’

최소한 시단위로 밀어붙인 것 같다.

‘레벨은 최소한 180. 심하면 220 내외.’

지금의 전력으로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냥 싸우게 된다면 당연히 전멸이었으나, 그는 그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었다.

‘내가 아무리 부캐로 놀러왔다지만…… 그래도 겨우 이 정도에서 내 팀원들을 죽일 수는 없지.’

김철수에게 보여주어야 했다.

위대한 길잡이가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

위대한 길잡이가 이끄는 팀원들은 아무리 위험한 곳에서 생환한다.

위대한 길잡이는 기적을 일으키는 길잡이였다.

“최선의 선택을 위한 고뇌.”

[스킬, ‘최선의 선택을 위한 고뇌’를 사용하였습니다.]

[보스몬스터의 출몰이 7분간 연기 됩니다.]

급류로 인하여 강처럼 불어난 물들이 모두 멈췄다.

던전 속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세상은 잿빛으로 물들었고, 오로지 플레이어들만이 색깔이 남아 있었다.

골룸은 차진혁 앞에 서서 진중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잘 들어. 지금 내 스킬로 일시정지를 걸어놨어. 이제 6분 30초가량 남았어.”

“…….”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야. 저쪽에 출구가 생성되어 있으니까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

“그런 다 아는 얘기하려고 이렇게 거창한 스킬을 쓴 거냐?”

“최소 레벨 180. 어쩌면 200레벨이 넘는 상위급 악마가 나타날 거다. 정면대결로는 승산이 없어.”

“정면대결이 아닌 방법으로는?”

“혹시 이전에 악마를 사냥해 본 적이 있냐?”

차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운 좋게도 튜토리얼 필드에서 악마를 만나 사냥한 적이 있었다.

“네임드는 아니겠지?”

“네임드였다.”

업적창을 열어 확인해 봤다.

──────────

[구마(驅魔)]

악마, Iblis Kecil를 사냥하였다.

항마력이 55%만큼 증가한다.

──────────

“네 실력으로 네임드 악마를 잡았다고?”

“그땐 운이 좋았지.”

튜토리얼에서 네임드 악마가 나올 줄은 차진혁도 몰랐으니까.

당시 차진혁은 ‘구마’ 업적을 달성했다는 것에 딱히 의의를 두지는 않았다.

구마 업적은 그 업적 자체로 중요하다기보다는 ‘대영웅’의 시초로서 의미가 있었을 뿐이니까.

“그럼 잘 됐군. 가능성이 높아지겠어. 구마 업적에는 숨겨진 특성이 존재한다. 자신보다 아득히 격이 높은 악마를 상대로 할 때에 훨씬 큰 힘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주지. 시스템은 그걸 일컬어 항마력 증가라고 얼버무리기는 하지만.”

“항마력 증가라고 써 있기는 하네.”

“네 수준으로 구마에 성공했다면…….”

골룸에게는 수많은 데이터와 경험이 있었다.

“한 20% 정도 되나?”

“55%인데?”

“……뭐?”

골룸의 상식이 무너져 내렸다.

저 레벨에, 그것도 구마에 한 번 성공했을 뿐인데 어떻게 항마력 +55% 판정이 뜬단 말인가.

“대단한 거냐?”

“뭐, 꽤 준수한 편이다.”

골룸은 경악하는 표정을 겨우 숨기고서 말을 이었다.

“특히 방어에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네녀석의 중계결계 활용능력이 제법 괜찮으니 방어에 올인할 수 있겠지.”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내게는 최강의 방어신비가 있다.”

사실 최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나중에 영상 업로드를 염두에 둔 대사였다.

“방어신비?”

“환상검희라는 신비지.”

골룸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환상검희라는 신비를 몇 번 경험해 보기는 했었으나 그건 방어신비가 아니라 물리 구체화 환상계열 공격신비에 가까운데.

이해는 못했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서 빠르게 말을 이었다.

“다행히 악마는 약점이 뚜렷한 놈들이다. 강하긴 하지만 약점만 잘 공략하면 사냥할 수 있어.”

“뿔을 말하는 거냐?”

“그래. 뿔. 저 둘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다.”

그는 길잡이로서의 수많은 분석을 해냈다.

“잘 들어. 일단 놈은 관리자들이 어거지로 끼워넣은 보스몬스터가 틀림없다. 아마 오픈베타 때부터 수많은 준비과정을 거쳤겠지. 이런 경우는 두 가지 중 하나다. 서버급 아이템처럼 귀중한 것이 숨겨져 있거나 최소 시단위 이상의 시나리오와 연결이 되있다는 것. 아무튼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중요한 건 저 악마가 그만큼 까다로운 놈이라는 의미다. 정확히 21번의 치명타를 맞아야 사망할 거다.”

“…….”

“어그로가 튀지 않는 수준은 치명타 공격의 최소 3분의 2 이상 데미지.”

골룸은 멈춰 있는 악마를 유심히 살피며 계속 말했다.

“왼쪽 가슴팍에 뱀을 상징하는 문신이 있으나 그걸 건드리면 좋지 않을 것 같군. 이를테면 용의 역린 같은 것이다. 그 부위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겠어.”

“…….”

이제 남은 시간은 2분.

“놈은 현재 다리 중앙 부근에 앉아 있다. 불어난 급류의 속도는 2m/s. 바람은 동남풍. 지금은 구름에 가려져 있으나 해의 광도는 6000K가량 되었다. 온도는 28도씨. 그리고 이정도 면적을 가진 단순 구조의 던전상수 값은…… 하여…… 이런 조건들을 제1 던전 방정식에 넣어 계산하면…….”

차진혁은 인상을 찡그렸다.

‘왜 저렇게 비효율적인 짓을 하고 있어?’

차진혁에게는 던전상수니 던전방정식이니 하는 것들은 전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악마를 어떻게 상대하느냐다.

“보통 길잡이들은 그런 짓 안 하지 않냐?”

“…….”

“결론만 말하는게 보통이잖아.”

그 말에 골룸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으나 뻔뻔하게 말했다.

“초당 3번 이상의 공격을 연속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예기류로 세 번 공격, 둔기류로 두 번 공격, 다시 예끼류로 네 번 공격, 둔기류로 세 번 공격. 그 이후에는 내가 알려주겠다.”

그사이 서지아도 정신을 차렸다.

서지아와 서지수는 잔뜩 긴장한 채 골룸의 말을 경청했다.

“너희들의 위치는 내가 정해주지. 명심해라. 상급에 준하는 악마다. 한 번의 실수가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거야.”

[보스 몬스터, ‘Dermiane Metodum’이(가) 생성됩니다.]

“크하하하하!”

어느새 폭풍우가 몰아치고 하늘 저편에서는 보랏빛 번개가 내리쳤다.

골룸이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이것은 서지아가 공격하라는 의미였다.

‘응?’

그런데 서지아가 움직이지 않았다.

왼팔을 들어 올렸다.

이것은 서지수가 공격하라는 의미였다.

“뭣들 하고 있어!”

서지아, 서지수는 골룸의 말을 듣지 않았고, 차진혁은 골룸이 지정해 준 자리를 이탈했다.

“이 미친놈아! 내 말을 뭘로 들은 거냐!”

* * *

네덜란드맵, 히트호른의 제1, 2 관리자가 서울맵 서대문구를 방문하여 황급히 키하엘을 찾았다.

키하엘은 속으로 뛸 듯이 기뻤다.

‘잘 됐다, 개새X들.’

키하엘은 동료 혐오증에 걸린 상태였다.

사수이자 일 중독자인 세르찬부터 시작하여 주변 모든 동료들을 싫어하게 됐다.

그로서는 거의 당연한 변화였다.

“왜요? 나한테 서버관리 못한다고 그 난리를 쳤으면서?”

“나, 난 그런 적 없습니다.”

“사내 게시판에 내 이름 검색하면 욕밖에 없던데.”

김철수 같은 괴물이 탄생한 것은 밸런스 조절에 실패한 서대문구 관리자의 탓이었다.

누군가는 욕을 먹어야 했고 그 욕의 대상은 서대문구의 관리자들이 된 지 오래였다.

“왜요? 거기 뭐 서버급 아이템이라도 숨겨져 있나 봐?”

“그건 부서 기밀사항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키하엘 주임. 김철수를 멈춰야 합니다. 밸런스 조절에 실패한 건 한국맵으로 족하지 않겠습니까?”

밸런스 조절에 실패하긴 누가 실패해!

김철수가 미친놈인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키하엘은 소리칠 뻔했지만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똥줄 타봐라.’

키하엘은 짐짓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 번 폭주한 김철수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거기 상급 악마 나온다면서요? 제아무리 김철수라고 해도 상급 악마를 이길 수는 없을 겁니다. 거기에 고이 묻힐 텐데 뭘 그렇게 걱정하세요?”

히트호른 관리자들의 표정이 펴졌다.

‘아. 이 말이 듣고 싶었던 거구나.’

말하자면 키하엘의 확인이 필요했다.

김철수에게 더 숨겨진 패가 있는지 없는지.

“뭐 그래도 김철수는 늘 내 예상과 상상을 뛰어넘더라고요. 이왕이면 관리자로서 최대한의 권한을 사용해서 가장 강력한 놈이 나오도록 조절하는 게 좋다고 봐요. 꼭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김철수는 그걸 극복하더라고요.”

물론 수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겠지만 그건 키하엘이 알 바 아니었다.

히트호른 관리자들과 헤어진 뒤, 키하엘은 곧장 왕유미를 찾아갔다.

“김철수한테 중계자 메시지 보낼 수 있지?”

“네, 물론이죠. 지금은 방송 중이 아니어서 글자수 제한도 있고 횟수 제한도 있지만요.”

“거기 관리자 놈들이 난이도 최고로 올렸다고 메시지 보내.”

“난이도를 올려요? 왜요?”

“난이도를 억지로 높이려면 반대급부의 뭔가를 넣어야 하거든.”

키하엘이 킥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난이도가 높아지면 보상도 커지기 마련이다.

관리자들이 억지로 개입하면 개입할수록, 그 보상은 더더욱 커진다.

“그리고 출구 게이트에 이상한 코드가 걸려 있다고도 전해. 평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거야. 나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이 될 거야.”

* * *

차진혁은 골룸과 대화를 나누면서 왕유미의 쪽지를 확인했다.

글자수 제한 때문에 내용이 많이 축약되었다.

1. [히트호른 GM들→난이도 조정→보상만땅♡]

2. [출구 게이트 이상한 코드→평범X]

쪽지를 확인한 차진혁은 마음을 굳혔다.

골룸이 뭐라고 떠들기는 했는데 사실 제대로 듣지는 않았다.

서지아와 서지수에게도 눈짓을 보내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지 얘기에 얼마나 빠져 있으면 내가 애들한테 신호 보내는 것도 몰라?’

이건 길잡이로서 결격사유였다.

도대체 뭐에 정신이 저렇게 팔려 있길래 말을 저렇게 장황하게 잘난 척하면서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뭣들 하고 있어!”

골룸은 굉장히 급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무려 레벨 200대의 상급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게다가 탱킹에 전념해야 할 차진혁이 위치를 이탈했다.

“이 미친놈아! 내 말을 뭘로 들은 거냐!”

아무래도 모든 것이 망해버린 느낌이었다.

이대로라면 승산은 없었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지.’

골룸은 자신만이라도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아무리 뛰어난 길잡이라고 할지라도, 말을 듣지 않는 팀원까지 살릴 재간은 없었다.

차진혁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던전 상수고 방정식이고 그딴 게 뭐가 중요해? 잡는 게 중요하지.”

그 사이 악마 ‘Dermiane Metodum’가 히죽 웃으면서 물 위를 걸어왔다.

“환영한다, 제군들. 제법 맛있어 보이는 놈들이로군. 간단한 인사를 건네지.”

번쩍!

하늘로부터 보라색 번개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차진혁은 중계결계를 사용해서 번개를 막아냈다.

항마력 덕분인지 그럭저럭 막아낼만 했다.

차진혁도 히죽 웃었다.

21번의 치명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왜 21번의 공격이 필요한 건 줄 아냐? 그건 약한 공격이라서 그래.”

“……뭐?”

“강한 공격이면 한 방에도 끝난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차진혁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도 내가 이겼다, 골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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