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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77화 (177/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77화

“방송 좀 끌 수 있어?”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한세린이 허튼소리를 많이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뭐, 나쁘지 않지.’

차진혁이 생각하기에는 ‘삼키는 민어’ 콘텐츠가 너무 치열하지 않았으니까.

이빨에 씹힐 뻔했다거나 소화액은 녹을 뻔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치열하다고 우길 수는 없었다.

마지막 연출이라도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들어봐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혹은 한세린이 히든피스 같은 걸 찾아낼 수도 있겠고.’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보면서 차진혁은 방송을 종료했다.

“근데 왜?”

“뭔가가 더 있지 않을까 해서.”

“그래?”

차진혁은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한세린의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고 호흡도 미세하게나마 가빠져 있었다.

‘흥분했다!’

이것은 매우 좋은 징조였다.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를 길잡이는 발견했다는 의미니까!

‘뭐지? 진짜 히든피스면 좋겠다.’

괜히 방해할까 싶어 한 걸음 더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한세린이 말했다.

“내 옆으로 와.”

“그래.”

도대체 뭘 찾아내려고, 뭘 보여주려고 이러는 거지.

차진혁은 점점 더 떨리기 시작했다.

“조명도 꺼.”

“알았어.”

어차피 방송 중도 아니어서 중계용 조명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팟! 하고 조명이 꺼지고 어둠이 깔렸다.

‘삼키는 민어의 꼬불꼬불한 세상’ 속은 무척 어두웠다.

차진혁과 한세린, 둘의 실루엣이 겨우 구별될 수 있을 정도였다.

한세린이 다시 요구했다.

“내 손 잡아봐.”

“손을?”

속셈을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플레이 중 군주나 길잡이의 말을 따르는 건 당연한 거니까.

이내 한세린이 말했다.

“이제 놔도 돼.”

그리고 한세린은 몇 차례나 더 손을 잡아달라 말했고, 차진혁은 이 영문모를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결국 차진혁이 물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데?”

“내 스킬 중에 손잡으면 상대의 스탯을 복사해 오는 스킬이 있어. 랜덤이라서 언제 뜰지는 모르지만.”

네 손을 잡으면 심장이 뛰는지 확인도 해보고 싶고.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오, 그런 능력이 있다고?”

예전에는 그런 거 없었는데.

확실히 한세린도 여러모로 발전하고 있구나.

“어. 상대가 비전투 클래스여야 하고 뭐 이런저런 제약들이 있기는 한데. 아무튼 네 스탯과 레벨을 잠시 공유할 수 있어.”

“좋은 스킬이네.”

차진혁은 좀 더 열성적으로 한세린의 손을 잡았다가 뗐다가를 반복했다.

“랜덤 발동이면 확률이 얼마나 되는 건데?”

“몰라. 내 감으로는 한 1프로?”

“엄청 높네?”

“그렇게 너무 빨리 떼지 말고. 3초 이상 잡아야 돼.”

“알겠어.”

한세린과 차진혁은 손을 잡는 것에 집중했다.

스탯 복사를 시도하던 중 한세린이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너 근데 연애는 생각 없어?”

* * *

시나리오치고 치열하지 않았던(?) 이곳에 무언가가 더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건 물론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차진혁과 단둘이 있어 보고 싶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맨 처음, 차진혁이 손을 잡았을 때 그녀는 설렜었다.

그 설렘이 낯선 플레이로부터 오는 것인지.

아니면 차진혁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손을 잡을 때마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아직까지 스탯복사 효과는 발동을 안 하고 있고.’

잠시 둘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그래서 물었다.

“너 근데 연애는 생각 없어?”

“연애? 그건 왜?”

“네 플레이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니까.”

한세린은 얼굴이 조금 붉어진 채 변명했다.

“플레이에 있어서 플레이어 간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겠지?”

“알지.”

“나는 길잡이로서 너와 친밀한 플레이어들 사이의 관계를 좀 알 필요가 있어.”

차진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심한 생각이야. 역시 두더지맨보다 낫네.”

“일반적인 플레이에서는 별로 문제 되지 않아. 그렇지만 서로를 연애대상으로 보게 되면 여러모로 문제가 될 소지가 크지. 감정에 치우친 판단을 내릴 수 있거든.”

나를 포함해서 말이야.

그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나를 연애대상으로 본다고? 걱정 마. 그런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까.”

차진혁은 확신에 가득 차서 고개를 저었다.

그 주변에 여자라고는 동료들밖에 없었으니까.

“천사소녀 송하영. 어때?”

“어떠냐고?”

차진혁은 흐음, 하고 턱을 매만졌다.

“유능하지. 도적계열로는 따라올 사람이 없고, 정보 파악능력도 아주 뛰어나. 최근에는 검은가시 연합과 연계해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잖아.”

차진혁은 미래의 군주인 한세린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즘 너무 유능해서 긴고주를 외울 일이 없다는 것 정도?”

“송하영은 무척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잖아. 체구도 작고 여리여리해서 뭐랄까, 지켜주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들지는 않아?”

“체구가 작아서 잠입 등에 유리하기는 하지?”

한세린은 아무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송하영은 절대 아니고.’

그럼 다음.

“민하TV, 아니, 봉미나TV의 강미나는?”

강미나는 스트리머로서의 능력도 뛰어난 편이지만, 매혹적인 외모와 육감적인 몸매로도 무척 유명했다.

오죽하면 그녀가 입은 트레이닝복이나 수영복은 모조리 완판되어 완판녀라고도 불릴 정도였다.

“유능해. 배울 점도 많고. 방송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관계성을 잘 살리고 캐릭터성을 엄청 잘 부여하더라. 내가 놓치는 세세한 것들도 잡아내서 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

“너를 유혹하겠다고 선언했다던데?”

“아, 그거.”

차진혁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러고서 소름이 돋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랑 뭐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면 능력이 엄청 좋아지거나 그럴 거야.”

“부적절한 관계? 그게 왜 부적절한 관계인데? 강미나의 능력이 좋아지면 너한테도 좋은 거 아냐?”

“형제끼리 그럴 수는 없지.”

차진혁은 속이 메스꺼웠다.

한세린의 질문이라 성심성의껏 대답하고는 있는데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처럼 그냥 손잡는 거 정도면 몰라도.”

한세린의 미소가 짙어졌다.

‘강미나도 아니고. 그럼 다음.’

“쌍둥이 살수들은?”

“서둥이들? 걔들도 엄청 잘하고 있지. 사실 다른 애들에 비해서는 직업의 등급이 좀 낮기는 하지만 직업 특성을 잘 살려서 협력하고 있잖아? 나는 그 점을 되게 높이 사.”

혼자서 약하다면 힘을 합치면 된다.

그림자살수(右), 그림자살수(左) 둘은 비록 8성에 불과한 직업이었지만 그 직업적 한계를 ‘협력’이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극복해 내고 있었으니까.

“앞선 두 명을 얘기할 때보다는 훨씬 다정하게 말하네?”

“걔들은 마음이 좀 쓰여.”

8성이니까 좀 약하기도 하고.

회귀 전에 함께한 기억이 없다 보니, 앞선 두 명보다는 함께 체감한 치열함의 강도가 훨씬 덜했다.

그래서 형제나 전우 같은 느낌보다는 보듬고 키워줘야 할 후배 같은 느낌이 강했다.

재능은 조금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정진하고 있는, 보기만 해도 갸륵한 후배 같은 느낌.

“마음이…… 왜 쓰이는데?”

“자기만의 방식으로 길을 찾아내는 모습이 기특하잖아.”

어쨌든 쌍둥이 살수들도 연애 대상으로는 안 본다는 얘기였다.

괜스레 마음이 흡족해졌다.

“그럼 신유리 씨는? 너를 엄청 좋아하는 것 같던데.”

“신유리 씨는 그야말로 스승과 제자 같은 느낌이야.”

차진혁은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어떻게 연애대상으로 보냐?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지 얼마나 됐다고.”

“……네가 그런 감정에 공감할 줄도 알아?”

“누굴 바보로 아나.”

한세린은 순간 ‘바보 맞잖아.’라고 말할 뻔했다.

‘바보가 아니라 미친놈인가.’

플레이에 미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미친놈 같기도 하고.

아무튼 한세린은 또 말을 이었다.

“케일린은?”

“케일린? 그게 누군데?”

“검은 나비 말이야.”

“아, 검은 팬티. 걔는 그냥 날 못 죽여서 안달인…….”

케일린보다 검은 팬티라는 이름이 훨씬 익숙했다.

케일린의 본명조차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을 확인한 한세린은 몹시 더욱 흡족해졌다.

“됐어. 설명 안 해도 돼.”

“아. 나를 연애대상으로 보는 사람이 한 명 있기는 해.”

“있다고? 고백했어?”

“어.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몽마가 한 명 있거든.”

“네가 아는 몽마라면…… 최갑수 공방의 그 몽마? 그 엄청 예쁜?”

“몽마는 다 예쁘지.”

한세린은 바짝 긴장했다.

몽마가 차진혁에게 고백을 했다니, 그녀의 머릿속에 땡! 땡! 땡! 하고 경고 알람이 울리는 듯했다.

“하지만 늘 조심해야 해. 몽마는 위험하…….”

“어? 나 방금 뭔가 찌릿한 감각이 있었는데?”

차진혁이 씨익 웃었다.

“내 스탯 복사된 거냐?”

“어, 됐어. 나도 진짜 성공한 건 처음이네.”

“오, 어때? 나중에 이거 내 엘튜브에 올려도 되냐?”

“돼.”

“이제 뭐가 좀 보여?”

“보채지 좀 마.”

한세린은 잠시 눈을 감고 주변을 느껴보았다.

이곳에 느껴지는 끈적한 습도와 미세한 공기의 흐름이 전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뭐야, 이거.’

스탯 차이가 많이 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게 김철수가 느끼는 감각들이라고?’

물론 스트리머와 길잡이로서의 차이는 있을 것이 분명했다.

같은 스탯을 가졌다고 해도 체감하는 건 다를 테니까.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아.’

그녀의 심장이 더욱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한세린이 눈을 번쩍 떴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처들이 굉장히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이 느껴져.’

이것은 ‘삼키는 민어’의 자체 치유력이 아니라 외부에서 외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민어의 피를 타고서 신성력이 이동하고 있어. 우리가 잘라낸 내벽들을 치유하기 위하여.’

한세린은 무언가에 홀린 듯 흉터를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상처가 거의 아문 내벽을 손으로 마구 헤집기 시작했다.

민어가 큰 고통을 느끼는지 지진이 일어났으나 한세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광기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차진혁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시 미쳤구나.’

미친놈들의 눈에는 꼭 저런 광기가 깃든다.

차진혁은 저 광기가 좋았다.

맨손으로 내벽을 헤집다 보니, 그녀의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찾았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한 한세린이 아이템 하나를 들어 올렸다.

“흐흐흐흐.”

그녀는 피가 잔뜩 묻은 손으로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내리고서 크게 웃었다.

“찾아냈다고!”

한세린은 흥분한 상태로 말을 이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혈류가 상처들에 집중됐어.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여기에 낀 것 같아.”

숨겨진 아이템을 찾아낸 한세린이 낄낄대며 가까이 다가왔다.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무언가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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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병정 연구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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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봐도 매켄드라와 관련이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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