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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70화 (170/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70화

오수정크리스탈.

어느덧 신비 사냥꾼으로서 활약하게 된 오수정은, 봉킹과 강미나와 다음 계획을 논의하게 되었다.

봉킹과 강미나는 만나면 늘 네가 2위네, 내가 1위네, 하는 걸로 싸워댔는데 오수정 눈에는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오수정이 물었다.

“사실 두 분 사이가 좋은 거죠?”

그 말에 봉킹과 강미나는 동시에 소리 질렀다.

“실례입니다!”

“실례에요!”

그러나 봉킹과 강미나는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둘은 꽤 잘 맞았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는 잘 모르겠으나, 스트리머 대 스트리머로서는 훌륭한 시너지가 났다.

봉킹은 시청자와의 소통과 교류에 강점이 있었고 강미나는 스토리 서사와 연출에 강점이 있었으니까.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었던 오수정은 봉킹과 강미나의 고정관념을 깨주었다.

“예능도 보면 여러 사람 같이 나와서 진행하잖아요. 꼭 굳이 1인 방송을 고집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

“…….”

봉킹과 강미나는 아직 자존심을 버리지 못했다.

“아무리 좋아도 얘랑은 안 합칩니다. 무엇보다 저는 현 랭킹 1위죠. 1위가 뭐가 아쉬워서 2위랑 합칩니까?”

“야, 그거 이번 신비 찾는 콘텐츠 너한테 몰아줘서 그런 거잖아. 그저께까지는 내가 1위였거든?”

“응, 지금은 내가 1위.”

“이게 도와줬더니 고마운 줄 모르고.”

“어쩔티비. 얼레벌레. 응, 안 들림”

오수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철수 님은 이번에 또 반성하셨던데.”

김철수는 화가 난 나머지, 참사과 콘텐츠를 뽑지도 않은 채 올리베른을 죽일 뻔했다는 것에 대해 크게 반성했다.

“치열한 질서좌께서도 얼마나 자책하시고 반성하셨는데.”

신문명,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정립하고 있다 하여 질서좌라고도 불린다.

“…….”

“…….”

“그분도 그렇게 반성하시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시는데, 두 분은요?”

“…….”

“…….”

“뻔히 정답이 보이는데 그걸 자존심 때문에 못하겠다고요?”

강미나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겨우 말했다.

“팩트로 두들겨 패지 마세요. 아프니까.”

“그러게. 치사하게 팩트로 패시네.”

* * *

며칠 뒤, 재미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서버의 랭킹 1위와 2위 스트리머가 손을 잡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차진혁도 그 소식을 접했다.

‘오? 이게 이렇게 된다고?’

회귀 전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둘이 힘을 합치면 꽤 큰 시너지가 일어날 것이라는 건 확실한 일이었다.

‘전에는 절대 힘을 안 합친다고 선언까지 했었는데.’

그런데 그 둘이 이제는 힘을 합친단다.

과거에는 물과 기름처럼 반목하던 이들이 왜 이렇게 손을 잡게 생각해 보자 답은 하나였다.

‘설마 나를 뛰어넘으려고?’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자격을 갖춘 도전자들이 패기 있게 도전하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즐거운 일이니까.

‘얘네 뭐 하고 있나 한 번 볼까.’

봉킹과 강미나가 연합한 새로운 채널, ‘봉미나TV’를 살펴보았다.

‘어?’

꽤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 * *

나는 봉미나TV를 한참이나 살펴봤다.

역시 랭킹 1, 2위가 힘을 합쳐서 그런지 배울 점들이 꽤 있었다.

‘스칸노르비아에 원정을 갔어?’

내가 회귀하기 전, 이즈음의 지구는 얻어맞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처음 정식으로 연결된 서버는 스칸노르비아보다는 훨씬 까다로웠던 페이플라 서버였고, 페이플라에서 원정 온 플레이어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었으니까.

‘그랬던 우리 지구인들이 이제는 오히려 타 서버로 원정을 갔네?’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이건 정말 괄목할 만한 성장이자 발전이어서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무식하게 그냥 쳐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MK재단에서 육성하고 있는 플레이어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명분도 챙겼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름이 뭐더라?

푸팟퐁커리? 아무튼 대충 그런 이름의 극단세력의 전사가 MK재단 농부계열 플레이어들을 학살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심지어 현지인들의 지도자인 칸의 협력까지도 받고 있어.’

한 서버를 무턱대고 침공하고 비인륜적인 짓을 저지르는 건 그다지 권장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타 서버 침략에도 최소한의 명분은 있어야 했고, 전 서버의 시선을 염두에 두기는 해야 했다.

명분도 없이 미친놈처럼 침략만 일삼다가는 모든 서버를 적으로 돌리는 최악의 경우를 맞이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원정을 떠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인들의 도움과 지지를 받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 누구도 해당 원정을 손가락질할 수 없게 된다.

‘MK재단 애들 실력도 준수하고.’

항문검 이현성을 필두로 네미시스 함포의 신유리의 활약이 꽤 두드러졌다.

물론, 나보다는 약하지만 말이다.

‘모든 요소들이 골고루 잘 맞아서 돌아가고 있네.’

내가 회귀한 이후 꽤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서로 대립하던 흑장미 연합과 검은가시 연합이 힘을 합쳐 흑&흑연합으로 불린다.

서로를 철천지원수처럼 대하던 천사소녀 송하영과 패스파인더 한세린이 친해진 데다가 이제는 봉킹과 강미나마저 손을 잡았다.

이즈음 두들겨 맞기만 하던 우리 지구인들은 이제 타 서버 원정을 떠나서 활약하고 있다.

‘뭐,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이런 변화들은 무척 고무적이었다.

‘음. 근데 나도 후원 좀 해야겠다.’

스트리머가 되어보니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 거 같다.

봉미나TV가 내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는 만큼, 나도 쟤들한테 소정의 보상을 주고 싶어졌다.

[‘나는약해서은퇴못함’이 1,000,000 다이아를 후원하였습니다.]

[“항문검이 생각보다 약하네여 ㅎ”]

100만 다이아를 후원했더니 봉킹이 갑자기 소리를 질러댔다.

“우아아아악! 나약형님! 아이고, 후원 감사합니다, 처음 뵙는 분인데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봉킹의 리액션은 진짜였다.

1초, 1초를 허투루 쓰지 않았다.

딱히 리액션을 바라고 후원한 게 아니었는데 괜스레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리액션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근데 나는 못 할 거 같은데, 그럼 난 치열하지 않은 건가?

‘음…….’

수많은 시청자들이 엄청난 화력으로 채팅을 뿜어내고 있었다.

-와, 첫 후원 100만 다이아 실화냐?

-나약형님 개부자이신 듯 ㄷㄷㄷ

-100만 후원 오져따리 오져따

-개쩔었닼ㅋㅋㅋㅋㅋ

-나약UP! 나약UP! 나약UP!

순식간에 쏟아지는 채팅을 보며 나는 콧잔등을 매만졌다.

‘뭐야?’

이런 건 진짜 생각도 안 해봤는데.

‘기분이…… 좋네?’

이건 마치 마약 같았다.

왠지 모르게 후원을 자꾸 하고 싶어졌다.

‘어디 보자, 내가 후원받은 다이아가 얼마지?’

요즘은 다이아 확인을 잘 안 했다.

돈이 너무 많아지면 은퇴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확인을 잘 안 했었는데, 이제 상관이 없어졌다.

또 다른 나인 김평범이 은퇴했으니까 이제 돈이랑은 상관없어진 거 아니겠는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 같긴 하지만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얼마냐 이게.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십억, 백억.’

우주 스케일로 놀다 보니 여지껏 쌓인 다이아가 대략 700억 정도 되었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김평범이 은퇴했으니까 괜찮아’라고 퉁치기에는 너무 큰 액수인 거 같다.

‘어, 잠깐만.’

나는 문득, 봉킹과 강미나가 얼마나 처절하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둘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애들인데 나를 이겨보겠다고 서로 힘을 합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쟤들이 나를 넘어서려면 재력이 있어야겠네?’

은퇴 안 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다.

채팅뽕을 맞아서 그런 것도 아니다.

나는 내 후배(?)들을 키워주기 위해 선배(?)로서 본을 보이는 것뿐이다.

[‘나는약해서은퇴못함’이 10,000,000 다이아를 후원하였습니다.]

[“항문검은 약하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채팅이 쏟아졌다.

-항문검따리얔ㅋㅋㅋ 나약형님이 분발하라 하신닼ㅋㅋㅋㅋ

-항문검은 약하지, 암, 존나 약하고 말고.

-나약형님이 약하다면 약한 거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 번째가 백만, 두 번째가 천만, 세 번째는???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천만 원이 그렇게 큰 후원인가 싶기는 한데, 내가 다른 방송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나는약해서은퇴못함’이 100,000,000 다이아를 후원하였습니다.]

[“나약한 항문검.”]

항문검의 이명이 나약한 항문검이 되었다.

무척 흡족한 결말이었다.

* * *

우리 집을 찾아온 키하엘이 물었다.

“뭐가 그렇게 신이 난 거냐?”

“너는 뭐가 그렇게 뿔이 나 있냐?”

“너는 우리 같은 직장인들의 비애를 몰라.”

“너는 나 같은 스트리머의 비애를 아냐?”

나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전에는 몰래 찾아오는 척이라도 하더니?”

벌건 대낮에 모자도 안 쓰고 나를 찾아왔다.

서대문구 일대에서 키하엘의 얼굴은 꽤 알려져 있는 편이었고, 아마 우리 집으로 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키하엘을 목격했을 것이었다.

“치사하고 더러워서 관리자 못 해먹겠다.”

얘기를 들어보니 키하엘 입장에서는 좀 열받을 만도 했다.

지구 서버에서 한국맵과 타 맵 사이의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수능도 난이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욕먹는다.

그와 비슷한 이치로, 한국맵과 타 맵의 수준 및 난이도를 제대로 설계하지 못했다 하여 한국맵의 관리자들은 매일같이 깨지고 있다나 뭐라나.

“MK재단에 확실히 취직시켜주는 거지?”

얘가 뭘 잘못 생각하고 있네.

“내가 내걸었던 조건은, 네가 잘렸을 때 MK에 취직시켜준다고 했던 건데.”

“그래서 잘리려고.”

시스템상 기밀정보를 누출하는 행위를 대놓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배상 같은 것도 MK에서 확실히 책임져준다고 했지?”

“키하엘. 너는 왜 간절함이 없는 거냐?”

“……뭐?”

“간절하고 치열하게, 네가 최선을 다해서 모든 것을 하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잘리면 당연히 MK에서 널 아주 좋은 조건에 스카웃을 하겠지.”

“…….”

“근데 지금처럼 조금 깨졌다고 이렇게 대충하면서 일부러 잘리겠다고?”

MK재단에 간절하지 않은 자는 필요 없다.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남고 있는 줄 네가 알고 있는 거냐……!”

“그래서? 죽을 뻔했냐?”

“…….”

“아니면 피가 역류하다 못해 내장이 튀어나왔다든가.”

“…….”

“그도 아니면 과로를 이기지 못하고 3일 밤낮 정도는 쓰러져 있었다거나.”

“…….”

“아 진짜, 그것도 아니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느라 영양실조에 걸렸다거나?”

“……그딴 게 치열함의 기준인 거냐?”

“밥 먹을 시간이 있으면 치열하지 않은 거지.”

“…….”

키하엘은 내 말을 들으며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 틀림없었다.

꽤 불타오르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상당한 결의와 의지가 느껴졌다.

“……아무튼 이번에는 꽤 까다로운 놈이 나타나게 될 거다. 한강에.”

“한강?”

나는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렸다.

‘[삼키는 민어]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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