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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54화 (154/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54화

왕유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탄탄하다: 치열맨 치열한 거 보솤ㅋㅋㅋㅋ

-군밤왕자: 아아 그는 오늘도 치열하닼ㅋㅋㅋ

오늘도 철수버스는 대단히 치열했다.

시청자들의 놀이터인 ‘김잘알TV’의 시청자들은 김철수의 저 치열함에 몹시 이입하며 즐거워했다.

화면 속 김철수가 말했다.

“후우, 잠시 여유가 생겼으니 포션으로 상처를 치유하겠습니다.”

-안졸리냐졸려: 판단 무엇?

-조돼다: 누가 봐도 공격할 타이밍인데?

-군밤왕자: 되게 급박한 척하는 거 개킹받음ㅋㅋㅋ

2페이즈에 돌입한 것처럼 보이는 오수정크리스탈은 빈틈투성이였다.

지금 공격하면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으나 김철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귀성자: 근데 진짜 많이 다치긴 했넼ㅋㅋㅋ

-탄탄하다: 그러넼ㅋㅋㅋ 하도 담담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줄ㅋㅋ

-군밤왕자: 저 정도면 척이 아닌가……?

김철수는 포션으로 상처를 소독했다.

-오빠야해봐: 소독을 왜 함? 저건 누가 봐도 시간 끌려는 것처럼 보이는데?

시청자들은 치열맨의 치열함을 원하기는 했으나 지나치게 작위적인 치열함은 곧잘 짚었다.

왕유미가 비밀 메시지를 통해 ‘가짜 치열함은 자제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_<’라고 보냈고, 차진혁은 곧바로 피드백을 수용하고서 바로 상처를 치유했다.

차진혁은 두 발을 딛고 서서 가슴을 쥐어뜯으며 절규하는 오수정크리스탈을 담담히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은 전사들의 땅, 스칸노르비아.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합니다. 저는 전사답게 행동할 것입니다. 이럴 때 공격하는 건 전사답지 않죠.”

차진혁은 저도 모르게 씨익 웃었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뱉고는 있으나 가슴은 콩닥거렸다.

‘이것도 좋은 엘튜브 각이네. 각 서버의 문화와 양식에 맞춰서 행동하는 거. 좋은 컨셉이야. 게다가 2페이즈라니.’

회귀 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2페이즈에 무척 설렜다.

“변신 중에는 공격하는 건 멋이 없으므로.”

-???: 사실 변신 중에 공격하는 변태가 있다?

김잘알TV의 시청자들은 과연 ‘김잘알’다웠다.

그들은 순식간에 한마갤로 몰려가 김철수의 과거 행적을 샅샅이 조사하여 캡처짤로 올렸다.

-“예전부터 생각했거든요.”

-“변신할 때 공격하는 게 개꿀 아닌가요?”

존프릭을 상대할 때 김철수와 지금의 김철수는 너무 달랐다.

그때의 김철수는 변신할 때 공격하는 게 개꿀이라 했고, 지금의 김철수는 변신 중에 공격하는 건 멋이 없다고 했다.

[뭐냨ㅋㅋㅋ 오락가락 끝판왕이넼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 이랬다가 저랬다가 장난하누? 이래도 김철수가 대단하냐? ㅅㅂ 무슨 기준도 없이 맨날 지 마음대로 ㅋㅋㅋ]

[글 작성자: 과대포장사절]

과대포장사절(죠셉)은 그에 그치지 않고 아까 김철수가 했던 말을 짤로 만들어 업로드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스트리머로서의 한계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트리머는 약하니까요.”

[이건 뭐 ㅂㅅ도 아니고 스트리머는 약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했음ㅋㅋㅋㅋ 지구 최약체 도태남 ㅎㅇ?]

┗는 너.

┗치열맨의 기준에서 약한 것일 뿐, ‘평범한’ 최상위 랭커 기준에선 존나 강하다.

┗치열맨 기준에선 SSS급 레벨999 용사도 약하다.

죠셉의 글은 또다시 많은 유저들을 대동단결 시켰다.

그리고 대다수의 유저들은 김철수의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것에 대해서도 별로 문제 삼지 않았다.

-원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른 법ㅋㅋㅋㅋ

┗ㅇㅈㅇㅈ 나도 어제 다이어트 결심했는데 지금 치킨 뜯고 있음 ㅎ

┗자기 기준 지키면서 사는 놈이 존재하기는 함?

김철수의 오락가락한 기준은 오히려 대다수 유저들에게 호감이었다.

[정말 인간적이지 않나요 ㅎ 하나하나 어쩜 저렇게 매력적일 수가 있죠 사람이? 김철수 님은 저런 모습도 사랑스럽답니다 김철수 짱! 쵝오! ^,~♡♥♡♥]

[글 작성자: 김철수여친486]

┗이 누나 환갑이 틀림없다.

┗환갑도 많이 봐준듯ㅋㅋㅋㅋ누나 아니고 누님이라 불러

┗컨셉 지리누 ㅋㅋㅋ

‘김철수여친486’ 닉네임을 쓰는 릴리아도 이제 굵은 글씨로 표시되기 시작했다.

* * *

2페이즈의 오식욕은 조금 더 강해졌다.

“몸동작이 빨라졌고 완력이 굉장히 세졌습니다.”

그렇지만 실망이었다.

변신(?) 시간이 길기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왜 더 안 세지는 건데?’

체감하기로는 레벨 100 초중반 정도의 평범한 무투가 같은 느낌이었다.

중계자의 시야를 사용해서 오식욕의 특별한 스킬 같은 게 있나 찾아봤지만 개뿔 없었다.

‘이러면 재미 없지.’

슬슬 전투를 끝내야 하나 싶다가도, 한세린이 도착하려면 아직 먼 것 같아서 나는 적당한 서사를 생각해 내야만 했다.

“길들이기를 연습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본래 일정 이상의 지능을 가진 개체에게는 ‘길들이기’가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사람이 사람에게 ‘길들이기’를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도 약간 지탄받을 일이기는 했다.

‘근데 지금 모습을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전체적인 모양새는 곰에 가까웠는데 자세는 고양잇과 동물과 비슷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이빨과 손톱이 무척 길고 날카로운 마물에 가까웠다.

“일단 한 번 진심으로 싸워보겠습니다.”

유저들은 이걸 일컬어 ‘진심 모드’라고 말하곤 하던데.

아무튼 나는 오식욕과 적당히 피치를 올려가며 싸웠고, 결국 오식욕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가슴팍에 검흔이 여러 개 생겼고, 팔다리도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죠.”

저 정도는 그리 무겁지 않은 부상에 속한다.

보이기에만 살벌할 뿐, 움직이는 데 지장도 없고 나를 보는 눈빛도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근데 검날로 베면 죽을 수도 있으니 검면으로 치겠습…….”

근데 이건 검에 대한 모독인 거 같다.

검은 베고 찌르는 무기이지, 때리는 무기는 아니니까.

내가 아무리 이제 검술가가 아니라고는 해도 그래도 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할 거 같은 느낌이다.

“보다 훌륭한 아이템이 있죠.”

무려 룰 브레이커.

“망치입니다.”

이건 망치 형태의 아이템이니까 때리기에 최적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크아아아앙!

오식욕은 거칠게 반항했다.

“역시, 힘이 남아 있네요.”

[스킬, ‘길들이기(물리)’를 사용합니다.]

[‘길들이기(물리)’에 실패하였습니다.]

빠각!

룰 브레이커가 오식욕의 이마를 강타했다.

뭐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기는 했는데 아직 멀쩡했다.

“사실 진짜 크게 다치면 앞이 안 보이거든요. 근데 저를 똑바로 보고 있습니다.”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지만 괜찮았다.

저것도 사소한 부상에 드는 축이었다.

“별의 방패.”

오수정크리스탈의 손톱 공격을 수월하게 막아냈다.

‘길들이기(물리)’를 사용할 때에는 길들일 대상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굴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니까.

보다 완벽하게 제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뒤통수는 약점입니다.”

나는 오식욕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빠각!

꽤 요란한 소리가 났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간 것 같았다.

오식욕은 게거품을 물고 쓰러져서 파르르- 몸을 떨었다.

“이제 적당한 부상을 입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도 치명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써봤다.

[스킬, ‘길들이기(물리)’를 사용합니다.]

[‘길들이기(물리)’에 실패하였습니다.]

더 패야겠군요.

그렇게 말하려다가 스트리머로서의 품위를 지키기로 했다.

“더욱 물리적으로 접근해야겠군요.”

나는 비록 아직 약하지만, 그래도 그 누구보다 ‘죽음’에 민감하다고는 생각한다.

척 보니까 아직 죽을 때가 안 됐다.

죽기 직전까지 패야 ‘길들이기(물리)’가 잘 먹힐 거 같다.

꾸에에에엑!

오식욕은 인간으로서는 내기 힘든 괴성을 내질렀다.

마치 죽기 직전의 단말마 같았고, 이 정도면 거의 한계치까지 몰아붙였다는 확신이 들었다.

[스킬, ‘길들이기(물리)’를 사용합니다.]

[‘길들이기(물리)’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때, 나는 신비로운 현상을 하나 관찰할 수 있었다.

‘오식욕을 길들인 게 아니야?’

오식욕은 누군가에게 지배되어 ‘가짜 광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가짜 광기’를 주입한, 아주 괘씸한 개체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실체를 가지고 모습을 드러냈다.

“웨에에에에엑!”

오식욕이 무언가를 게워냈다.

붉은색의 문양 같이 생겼는데, 피에 물들어서 붉은색으로 보였을 뿐 자세히 보니 녹색이었다.

“신비 같이 생겼네요?”

──────────

[광적인 집착]

──────────

나는 새로이 깨닫게 된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내 뇌와 척수를 타고 전율이 흘러내리는 느낌이었다.

“길들이기를 사용하면 신비를 뱉어내게 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획득한 직후에 정신을 잃게하면 신비가 다시 튀어나오는 경우도 많다.

그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게 다른 사람들한테도 적용이 되나?’

되면 좋겠다.

되면 좋겠다.

되면 좋겠다!

‘어…… 그러고 보니, 그럼 각성자 사냥꾼이랑 비슷해지는 건가?’

각성자 사냥꾼들은 각성자들의 능력을 강탈한다.

이것도 그와 비슷한 개념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게 정말로 되는지는 실험을 좀 해봐야 할 거 같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방송을 이어나갔다.

“저건 신비네요. 아마도 사람의 몸과 마음을 좀먹는 신비 같습니다.”

어느새 오식욕의 몸이 쪼그라들면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오식욕의 몸이 치료포션을 골고루 뿌려주고 입 안에 포션을 콸콸 쏟아넣어준 뒤, 중계자의 상점에서 담요를 하나 사서 오식욕의 몸을 덮어주었다.

딱히 오식욕이 안쓰럽다거나 한 건 아니고 그냥 내 방송을 잘 살려줬고, 내게 새로운 희망을 선물해 준 것에 대한 보상 같은 거였다.

‘미세하게 아직 연결이 되어 있는 거 같고.’

저 ‘광적인 집착’은 나름대로 의지가 있는 신비 같았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오식욕의 몸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것 같은 눈치였다.

“이런 게 느껴진다니. 신기하군요. 길들이기에 잘 성공한 것 같습니다.”

신비를 길들이는 꽤 훌륭한 콘텐츠를 뽑아낸 나는 오늘의 방송에 무척 만족했다.

이제는 방송을 좀 끊고 휴식을 취해도 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내게 엄청난 행운이 찾아왔다.

콰지직!

하늘로부터 번개가 내리쳤다.

‘익숙한데?’

이 기운은 내게 상당히 익숙한 기운이었다.

테르서박이 길들였던 ‘뇌룡’이 사용하는 뇌기.

“자연적인 번개가 아닌 거 같습니다.”

주변에 번개가 들끓었다.

콰직! 콰직!

노란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나무를 불태우거나 숲을 훼손하지는 않았다.

무성하게 자라 있던 나뭇가지들이 무언가에 영향이라도 받은 듯 이리저리 휘는가 싶더니 공간이 뻥- 뚫렸다.

그 공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저기 보세요!”

파란 하늘 중앙에 황금빛 뇌전이 일렁거리는 용 하나가 보였다.

내가 아는 녀석보다 크기는 훨씬 작고 가소로운 느낌이었다.

[LV132/뇌룡/중앙 숲의 아기/왕자/]

테르서박이 스칸노르비아에서 뇌룡을 만나 길들였다고 하더니 그게 진짜인가 보다.

게다가 현재 레벨은 겨우 132밖에 안 되는 아룡이었다.

‘아…….’

나는 뇌룡이 왜 모습을 드러냈는지 알 것 같았다.

뇌룡의 눈이 녹색 빛을 뿜어내고 있는 문양 ‘광적인 집착’을 향하고 있었다.

광적인 집착은 포식자를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바들바들 떨었다.

실제로 떤 건 아니고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어떻게든 오식욕의 몸 안으로 들어가서 숨고 싶은 것 같았다.

나는 광적인 집착을 향해 손을 뻗어 신비를 흡수했다.

[신비, ‘광적인 집착’을 획득하였습니다.]

길들여지지 않았던 상태의 신비를 남의 몸에서도 끄집어 냈었다.

길들여진 상태인 데다가 내 몸이 흡수한 신비는 얼마든지 다시 꺼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내가 ‘광적인 집착’을 획득하자 뇌룡은 분노한 듯했다.

‘어우, 눈 아파.’

중계자의 시야를 사용하고 있는 내 눈이 찌릿찌릿했다.

[스킬, ‘뇌룡포효’가 사용되었습니다.]

주변의 나무들은 마치 생명을 가진 동물들처럼 사삭- 소리를 내며 멀어지기 시작했다.

빼곡한 숲이었던 이곳은 어느덧 작은 광장처럼 변해 있었다.

크오오오-!

어린 뇌룡이 포효했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살벌하고 강력한 기운이 몰려들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히죽, 웃음이 났다.

나는 룰 브레이커를 집어넣고 주무기인 라칸을 꺼내 들었다.

“물리적으로 교류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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