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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53화 (153/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53화

기다리는 사이 텐션이 좀 떨어지는 거 같기도 하고, 방송이 약간 지루해진 것도 같아서 방송을 종료할까 잠시 고민했다.

‘생각해 봐라. 이게 과연 최선인지.’

지루해진 구간을 스킵하는 것은 나름대로 꽤 괜찮은 연출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좋은 게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벤트가 발생해 주면 좋겠는데.’

이를테면 갑자기 강력한 괴조가 공격한다거나.

아니면 정체 모를 게이트 같은 것이 나타나 준다거나.

아니면 길 잃은 NPC가 도움을 요청한다거나.

여러가지 상황을 가정해 본 나는 순간 정신을 퍼뜩 차렸다.

‘외부 요소에 기대면 안 되지!’

나는 스트리머이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이다.

기획한 콘텐츠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벤트가 발발해 주면 고마운 거지만, 외부의 이벤트를 기대하며 방송을 진행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강미나가 내 속마음을 읽었다면 크게 꾸짖었을 게 틀림없다.

역시 나는 아직도 멀었다.

‘그럼…….’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탈것을 타기 위해서는 테이밍과 관련된 스킬이 있어야겠는데요.”

레벨 150쯤 되면, 소형 와이번 정도는 특별한 시스템 스킬 없이도 굴복시킬 수 있게 된다.

사람이 말을 길들여 타는 것 혹은 강아지와 교류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겠지.’

“해금술을 사용하여 제 안에 내재되어 있는 스킬 중 하나를 일깨워보겠습니다.”

훗날 밝혀지게 될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길들이기’와 관련된 스킬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전문 테이머만큼은 아니겠지만 최소한의 재능은 타고난다.

이건 지구서버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했다.

‘나한테도 있겠지?’

나도 많은 탈것을 경험했었다.

처음 시작은 소형 와이번이었고 그다음은 중형, 그다음은 대형이었다.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좀 더 안락해지는 경향이 있다.

‘분명 있을 거야.’

그래서 나는 눈을 감고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명상을 하다가 갑자기 돌발변수가 나타나주면 나름 위험하긴 하겠지만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좋은 콘텐츠가 될 테니 좋은 일이고.

‘찾아보자, 나의 재능을.’

내 안의 소우주를 탐색하다가 빛나는 별 하나를 발견했다.

이렇게 쉽게 발견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아마도 먼치킨 특성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집중을 최대한 유지한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해금술을 사용해 보겠습니다.”

어, 됐다.

명상을 하면서 말을 하는 것에 성공했다.

소우주에 약간의 타격이 있기는 했지만, 이건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또 발전한 거야.’

과거의 나는 명상을 할 때에는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내가 이제는 방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과거의 나를 다시금 극복해 낸 것이다.

[신비, ‘해금술’을 사용합니다.]

나는 결국 해냈다.

[잠재스킬, ‘길들이기(물리)’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스킬, ‘길들이기(물리)’를 획득하였습니다.]

* * *

김철수의 플레이는 말 그대로 기행이었다.

잠깐이지만, 에건 폴에게 한마갤 핫한 주제의 자리를 내줬던 김철수는 다시금 그 자리를 찬탈했다.

이번에 뜨겁게 달아오른 주제는 ‘명상 도중에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가’였다.

-근데 명상 도중에 말을 하는 게 가능함?

┗나는 여태까지 본 적 없음.

┗222

┗333

아직 명상에 대한 개념이 정확히 자리잡지 못한 지구의 플레이어들은 의문을 표했다.

-형님들 저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우주 최강 아르비스 서버에서도 저거 성공한 스트리머 없음.

┗저건 진짜 말도 안 되는 건데.

┗전 우주에서 김철수만 성공한 거 같은데?

-명상에 집중한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명상 깨지면 사망확률 72%라고 함.

┗72%?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눜ㅋㅋㅋ 뇌피셜 자제 좀.

┗ ? 출처: eltube.com/...

고레벨 플레이어일수록 명상 도중에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한다.

레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명상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정신세계 속 내우주가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었다.

단단해진 우주일수록 깨졌을때, 더 큰 충격을 주고 그에따라 사망할 확률이 무려 72퍼센트에 이르렀다.

-폐인이 될 확률도 20%가 넘음.

┗김철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데?

┗김철수는…….

수많은 의견이 오가며 하나의 주제에도 수십가지의 찬반토론이 벌어지는 한마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다.

-김철수는 미친놈이다.

┗방송을 위해서라면 자살도 마다하지 않는 참 스트리멐ㅋㅋㅋ

┗치열맨의 치열함이 이 정도지 ㅋㅋㅋ

┗근데 미친놈이라고하면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킬포임ㅋㅋㅋ

┗치열느님은 치열하실 뿐, 미치지 않으셨다.

몇몇 유저들은 김철수가 정신을 잃었는데도 방송이 끊어지지 않았던 것을 짚어내기도 하고 자료화면을 캡처해 오기도 했다.

-억ㅋㅋㅋㅋㅋ 길들이기(물리) 저건 뭐냐?ㅋㅋㅋㅋ

┗저거 엄청 희귀한 스킬인데 저게나오눜ㅋㅋㅋㅋㅋㅋ

┗효과 개쓰레기인데 아쉽게 됐눜ㅋㅋㅋ

┗치열맨도 테이밍에는 재능이 없었다★

많은 유저들이 ‘길들이기(물리)’ 스킬이 개방된 것에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방송에 심취해 있던 최갑수도 마찬가지였다.

“저런 걸 발견해서 해금할 줄이야. 푸하하하.”

“대표님. 저게 저렇게 우스운 일인가요?”

릴리아는 괜스레 마음이 초조해졌다.

차진혁에게 늘 좋은 것만 주어지면 좋겠는데, 최갑수의 반응을 보아하니 영 좋지 못한 능력인 것 같았다.

“잘 쓰면 안 좋은 능력이 어디 있겠나, 다 좋지.”

“그럼요?”

“저걸 잘 쓴 놈이 거의 없어.”

‘길들이기(물리)’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고 했다.

“아주 심각하게 패서 말을 듣게 만드는 강제 훈육 스킬이거든. 근데 너무 과도하게 스킬을 발현하면 마물이 죽지. 그렇다고 너무 약하게 스킬을 발현하면 마물의 반발심이 너무 세져. 딱 죽기 직전의 그 오묘한 선을 잘 타야하는데, 그게 가능한 사람이 몇이나 있으리라 보나? 난폭한 마물들을 상대로 말이야.”

릴리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마음 속으로 차진혁을 응원했다.

‘당신은 잘할 수 있어요!’

그녀 또한 한마갤에 접속하여 김철수를 비웃고 있는 유저들에게 일침을 날리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뭘 아세요? 김철수 님은 늘 치열했고 치열하게 답을 찾아왔어. 그렇게 ㅋㅋㅋ를 남발해 봐야 너네 손가락만 아플걸? 훌륭한 스킬을 얻은 분을 응원하고 격려하지는 못할 망정 왜 그렇게 비웃어? 다들 길 가다가 똥 밟고 넘어져라.]

[글 작성자: 김철수여친486]

커뮤니티의 말투와 묘하게 융화되지 못한 특이한 문체 때문에 그녀 또한 꽤 많은 관심을 받으며, 한마갤의 네임드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 * *

나는 테이밍 계열의 능력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고 ‘길들이기(물리)’ 능력이 얼마나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직접 써봐야 알 것 같다.

‘한세린은 아직인가.’

한세린도 이곳이 초행이다 보니 아무래도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이었다.

‘근데…….’

뭔가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살기?

살기라고 보기에는 조금 애매했다.

묘하게 익숙한 기운이었는데,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광기?’

무언가 미친 것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대단히 상식적인 사람이 된 내가 저런 느낌에 익숙한 것은 여전히 회귀 전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이겠지.

‘근데…… 진짜 익숙한데?’

어디선가 한 번 경험했었던 기운 같았다.

나는 저만치 멀리, 수풀 사이로 느껴지는 기운 쪽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우거진 수풀이 흔들리며 검은 그림자 같은 것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네발 마물 같은데요.”

아직 거리가 멀어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기척은 확실했다.

“다만 마물들 특유의 기운은 별로 느껴지지 않…….”

이내 내 시야에 네발 짐승 형상의 무언가가 잡혔다.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아……!’

나는 저 모습을 보자 오수정크리스탈이 누구였는지 떠올랐다.

‘나를 먹고 싶다고 덤벼들던 빌런?’

검술가 시절의 내게 덤벼들었다가 죽은 빌런은 한둘이 아니었기에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저 검은 기운에 휩싸여서, 네발로 뛰는 형상을 보니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냥 또 빌런인가 보다 하고 죽였었는데.’

내 심장을 향해 시뻘건 손톱을 휘두르던 게 생각이 난다.

기세 자체는 무척 매서웠었는데, 당시 나를 공략하려던 빌런들보다 너무 약했던 게 기억이 난다.

“먹고…… 싶어.”

크르르,

자기가 무슨 늑대라도 된 것처럼 으르렁대며 네 발로 기어왔다.

혈류가 많이 흘러서 몸이 약간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음. 아까 만났던 플레이어, 오수정크리스탈입니다. 이상한 것에 감염된 것처럼 보이는데요. 중계자의 시선으로 정확히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아, 오수정크리스탈은 너무 기니까 오식욕으로 부르겠습니다.”

검술가 시절의 나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 같아서 기분이 무척 좋다.

검술가 시절의 나였다면 앞 뒤 안 가리고 일단 목을 베었을 텐데.

이제는 앞뒤 사정도 잘 가리고, 어떻게 하면 좋은 엘튜브 각을 뽑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기생충 같은 것은 보이지 않네요.”

휘익-!

오식욕의 손톱이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손톱이 살짝 닿았는지 피부가 따끔거렸다.

“공격이 꽤 살벌한데요?”

방금 건 일부러 맞아줬다.

얼굴을 향해 저렇게 붉은 손톱이 날아드는 건 꽤 잔혹해 보였으니까.

좋은 엘튜브 각이다.

“동작이 상당히 큽니다. 아무래도 본 직업이 스트리머다 보니 제대로 된 전투기술 없이 본능에만 의지하는 느낌인데요. 근데 묘한 기분입니다.”

중계자의 시야로 계속해서 살펴보니 뭔가 이상한 점이 하나 잡혔다.

‘저거 찐 광기가 아냐.’

한세린이나 강미나 같은 광기와는 느낌이 달랐다.

마치 누군가가 강제로 주입한 광기같았다.

“기생충도 아니고, 마법도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는 오식욕 내부에 있는 것 같은데요. 이크.”

나는 허리를 숙여 오식욕의 손톱 공격을 피해냈다.

그사이 학습을 했는지, 오식욕은 허리를 틀면서 또다시 손톱을 휘둘렀다.

아까까지는 단발 공격이 다였는데, 이제는 두 번, 세 번, 연속해서 손톱을 휘둘러줘서 아주 고마웠다.

“공격능력을 학습하고 있습니다.”

움직임이 조금 더 간결해지고 있었는데 아마도 내 영향인 것 같았다.

“저를 보며 움직임을 배우고 있는 것 같은데요.”

나와 싸우면서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 빌런이라니.

이왕이면 정말 많이 성장해 줘서 강해지면 좋겠는데.

“하지만 근본적으로 스트리머로서의 한계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트리머는 약하니까요.”

공격은 점점 더 매서워졌고 나는 중간중간 중계결계를 사용해서 손톱 공격을 막아냈다.

틈틈이 반격도 했는데 오식욕 또한 중계결계를 사용해서 내 라칸을 방어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확실히 학습이 빨랐다.

“제법 전투 무투가다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방송에 잠깐 정신을 빼앗긴 사이, 오식욕이 내게 달려들었다.

또 손톱공격을 할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내가 피할 방향을 예측한 건지 내 팔뚝을 물었다.

“이빨 공격?”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심각하게 고민했다.

별의 방패를 쓸까 말까.

별의 방패 써서 막으면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데.

‘근데 살점 정도는 좀 뜯겨나가도 괜찮잖아? 그림도 예쁘고.’

나는 별의 방패를 사용하는 대신 ‘시간배율 촬영’을 사용했다.

0.8배속을 적용하여 최대한 자세히 오식욕을 모습을 담았다.

“순간적으로 이빨이 갈고리처럼 길어지는군요. 이렇게 팔을 흔들면서 떼어내려고 해도 잘 안 빠집니다. 낚싯바늘에 걸린 것 같습니다.”

나는 오식욕의 몸통을 발로 세게 찼다.

퍽!

소리와 함께 오식욕의 몸이 반쯤 날아 바위에 부딪쳤다.

내 살점도 꽤 많이 뜯겨나갔다.

“제 팔이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상당히 고통스럽군요.”

씨익. 웃음이 나왔다.

한세린이 오지 않는 통에 텐션 떨어질까 걱정했는데 이거 참 잘 됐다.

근데 또 너무 길게 끌면 루즈해질 텐데.

어떻게 연출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제일 깔끔할지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맛있어……. 네 피.”

오식욕의 혀가 길어졌다.

자기 얼굴에 튄 내 피를 샅샅이 핥아 먹었다.

정말 기괴한 모습이었는데 자극적이어서 아주 좋았다.

“더…… 줘. 먹고 싶어.”

붉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자꾸 가짜 광기가 일렁거렸다.

“아, 이제 보입니다. 신비가 강제적으로 발동된 상태이네요.”

근데 이해하고 보니 이제 기분이 나빠졌다.

진짜 광기도 아니면서 왜 진짜 광기인 것처럼 굴지?

오식욕이 가슴팍의 옷을 찢어내며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아아!!!”

가슴에서는 야수의 털이 자라고 덩치가 더 커져서 곰과 같은 형상이 되었다.

붉고 기다란 손톱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 2페이즈도 있군요!”

잠깐.

나 위태로운 목소리로 잘 연기했겠지?

많이 성장했으니까 아마 그랬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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