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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49화 (149/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49화

-역시 세계 최강국은 미국이다.

┗여윽시 천조국 형님들 bbbb

┗신문명이니 뭐니 해도 미국이 최강임을 또다시 증명함ㅋㅋ

┗태평양 7함대라니 ㄷㄷ해

수많은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각종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주목했다.

차진혁의 어느 평범한 저녁시간.

오늘은 마침 시간이 되어 가족이 전부 모여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TV 뉴스에서는 이번에 미국이 스칸노르비아의 전사들을 궤멸시킨 사건에 대해 계속해서 보도하고 있었다.

마침 스칸노르비아의 전사들이 탄 전함이 화염에 휩싸인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말 다행이지 않니?”

“예, 뭐, 그렇죠.”

어머니의 물음에 차진혁은 대충 대답했다.

“미국이 강한 나라인 줄은 알았지만 저런 것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네. 우리 진혁이랑 진솔이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 가야 하는 거 아냐?”

젓가락을 놀리던 진혁의 아버지가 움찔했다.

“왜 나는 뺀 거 같지?”

“기분 탓이야 기분 탓. 당신 회사는 요즘 괜찮아?”

아무리 봐도 기분 탓 같지는 않았으나 진혁의 아버지는 크흠, 헛기침을 하고서 말을 이었다.

“그냥 평소랑 비슷하지 뭐. 신문명이다 뭐다 시끄럽기는 한데. 너희들은 회사 괜찮고?”

조용히 밥을 먹고 있던 차진솔의 몸이 움찔했다.

“응. 괜찮아. 복지도 좋고 여러모로 재밌어.”

“그래. 괜히 허파에 바람들지 말고 회사 착실히 다녀.”

“……응.”

차진솔은 이미 ‘자유의 성녀’로 꽤 유명한 플레이어였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매우 유명해서, 그녀가 등장하는 엘튜브 영상은 영상당 100만 조회수를 가뿐히 기록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의 유명세가 아직 5060세대에는 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나도 플레이를 한 번씩 해보고 싶기는 한데.”

“얘가, 얘가? 아빠 말 못 들었어? 회사 열심히 다니고, 저축 차곡차곡해서 좋은 남자 만나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해야지. 플레이는 무슨 플레이야? 저런 건 정신 나간 애들이나 하는 거지.”

어머니 세대는 신문명인 ‘플레이’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차진솔은 밥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알게 될 텐데……’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인터넷이든 엘튜브든 ‘자유의 성녀’를 검색하면 얼굴과 활약상이 금방 나오니까.

‘에이 모르겠다.’

이미 제대로 말할 타이밍은 놓쳤다.

원래 허락을 구하는 것보다 용서받는 게 더 쉽다고 했다.

‘근데 오빠는 왜 저렇게 심각하지?’

밥 먹는 내내 몇 마디 안 했다.

‘엄마랑 아빠한테는 더 다정하게 대하더니. 오늘은 영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

식사가 끝난 뒤, 차진솔은 조심스레 노크하고서 차진혁의 방에 들어왔다.

차진혁은 그런 차진솔이 낯설었다.

“웬일로 다소곳하게 노크하냐?”

“오빠, 기분 안 좋은 일 있어?”

차진혁은 핸드폰으로 뉴스를 검색해서 살펴보고 있었다.

미국 7함대가 스칸노르비아의 전사들을 궤멸시켰다는 뉴스였다.

“그…… 지구서버 전체로 보면 좋은 일 아니야?”

“좋은 일이기는 하지.”

그런 위협은 빨리 없애는 게 최선이다.

서울에서 맞붙었으면, 어떤 피해가 발생했을지 모를 일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아주 잘 된 일이기는 했는데, 차진혁은 영 찜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뭐가 이상한데?”

“과학 문물이 플레이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이상해.”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밸런스 붕괴다.

“아, 그거. 방금 나도 속보로 뜬 거 봤는데 ‘권능의 군주’가 등장해서 그렇대.”

“권능의 군주?”

“어, 이름이 뭐라더라? 험프리 밀런? 뭐 그런 이름이었는데, 잠깐만. 어, 이름 맞다. 험프리 밀런.”

차진솔이 권능의 군주 험프리 밀런에 대해 검색해서 알려주었다.

“과학문물에 권능을 부여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나 봐. 기도를 올려서 과학문물을 일시적으로 플레이의 영역에 끌어들이는…… 오빠, 듣고 있어?”

* * *

에건 폴은 수많은 커뮤니티들 중 ‘한마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사실상 한마갤이 아니라 김철수 갤러리라 불러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있기는 했으나 에건 폴은 이제 자신이 주인공이 되었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에건 폴 영상 봄? 열 번 보셈. 백 번 보셈. 천 번 보셈.

-에건 폴과 7함대의 연출에 지려버려따.

┗222

┗333

-이것이 세계경찰 미국, 그 위대한 힘이다.

-전 우주가 경악하고 스칸노르비아가 두려워하며 지구인들이 환호한 천조국의 SSS급 비밀 무기!

에건 폴이 공개한 이번 작전, ‘태평양의 구원자’는 엘튜브의 실시간 인기 동영상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죠셉에게 전화를 걸었다.

-죠셉. 봤지? 이제 뻘짓 그만하고 내 옆으로 돌아와.

에건 폴에게는 죠셉이 필요했다.

-김철수랑 무슨 공식적인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잖아. 너는 할 만큼 했어. 그 정도 했으면 됐어. 네 꿈을 펼치려면 나와 함께해야 한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냐?

그러나 죠셉은 요지부동이었다.

진정한 별이 될 사람은 김철수라며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바람에 에건 폴은 버럭 화를 냈다.

-미친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언제부터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병X이 된 거야? 이번 사태를 보고서도, 아직도 김철수 타령이냐? 됐다. 이제 나도 너 필요 없다. 김철수랑 평생 붙어 먹어!

통화를 끝낸 에건 폴은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그의 눈에는 누군가를 향한 증오와 분노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죠셉. 네가 틀렸다는 걸 증명해 줄게. 김철수는 절대 내 상대가 못 돼.”

그는 그 스스로도 뛰어난 콘텐츠를 제작함과 동시에 꽤 많은 숫자의 댓글부대를 동원하는 중이었다.

에건 폴에 유리하도록 여론을 조작하고 에건 폴의 영상을 교묘하게 찬양하는 역할을 맡겼다. 재미없어 보여도 수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다 말하면 한 번은 더 보게 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니까.

“그래. 이자. 한마갤 네임드인 ‘김철수는신이시다’를 섭외해 봐. 김철수를 깎아내리는 데 최적화되어 있더군. 어떻게든 데려와.”

에건 폴은 입술을 깨물었다.

김철수가 자신의 아래임을 반드시 증명하기로 마음먹었다.

* * *

험프리 밀런.

나는 그 이름을 듣고 광명을 찾았다.

‘외과의사 존프릭의 둘도 없는 파트너?’

외과의사 존프릭은 사기꾼이었다.

“사기꾼의 친구는 당연히 사기꾼이지.”

아닐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헝그리는 무조건 그럴 거다.

“응? 뭔 소리야?”

“그런 게 있어.”

차진솔과 대화를 마친 나는 왕유미와 한세린. 그리고 송하영을 긴급소집한 뒤 곧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나는 주작이라고 본다.”

“롸?”

“뭐?”

“예?”

애들도 주작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세린이 조심스레 되물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합리적으로 생각해 봐. 시스템이 저 정도 밸런스 붕괴를 인정해 줄 거라고 생각해?”

“그럼 넌?”

“내가? 뭐?”

“너도 지나치게 강하잖아.”

“난 아직 약하지.”

“…….”

이번에는 송하영이 말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봐. 에건 폴한테 진 것 같아서 괜히 억까하는 거 아니…… 으아아아악!”

송하영이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역시 한 번씩 기강을 바로잡아줘야 함부로 기어오르지 않는다.

“내가 겨우 그런 걸로 화내는 것 같냐?”

아니, 왜 다 고개 끄덕이는 거 같지.

내 기분 탓인가.

그나마 오늘은 왕유미가 내 마음을 잘 읽어주었다.

“좋아요. 그럼 에건 폴과 미국이 조작 방송을 했다고 일단 가정하고 얘기를 나눠보죵.”

일단 그렇게 가정을 해놓으니 한세린이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사실 칸은 한국에 오고 싶지 않았어. 전사들이 워낙에 분노했으니 어쩔 수 없이 뱃머리를 향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칸의 심정은 기정사실이었다.

사실 워프포탈을 이용해서 한국으로 오는 것이 훨씬 빠른데 굳이 구태여 익숙하지도 않은 전함을 차출하여 그 먼 바닷길을 이용했다.

완전수 21이니 뭐니 시간을 끌어가면서.

그것만 봐도 칸의 심리가 어떠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은 패권국가로서의 역할과 힘을 과시하고 싶어 했지.”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면서부터 국가의 힘은 상당 부분 약화되었다.

그나마 국가에서 플레이어들을 고용하고, 공무원 플레이어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다시 예전의 위상을 되찾아가고 있으나 과거에 비해서는 국가의 힘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국은 명실공히 세계 최강의 패권국가임을 만천하에 드러냈어.”

한세린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만약 미국과 칸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있었다면? 이를테면 칸은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식량과 의료물자 등을 지원받는다고 한다면?”

대신 미국의 연출에 협조해 주는 것으로 약조가 되었더라면?

“칸은 스칸노르비아 서버를 통일하고, 스칸노르비아의 사람들이 굶주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 인물이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가 되네.”

얼마 후, 칸이 심복들 몇만 데리고 스칸노르비아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 알려졌다.

송하영이 말했다.

“칸은 철저하게 정보를 차단하고 통제하고 있어. 지구인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너무 거셌고, 많은 전사들을 잃게 되었대. 그렇지만 지구를 굴복시켰고, 그에 따라 지구로부터 많은 조공을 받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스칸노르비아 서버 사람들은 그렇게 믿는 모양이고.”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쌀과 밀등이 지구에서 스칸노르비아 서버로 이전되었다.

이건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었다.

송하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와, 이거 설마 나 백악관 털어야 하는 거야? 백악관은 좀 빡센데?”

그렇지만 꽤 설레하는 것 같아 보였다.

상식적인 나는 비상식적인 송하영을 말려줄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는 에건 폴 쪽을 좀 털어봐.”

“에건 폴?”

“아무래도 정치인들보다는 에건 폴 쪽이랑 험프리 쪽이 수상하거든.”

송하영, 한세린, 왕유미는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이 침묵이 무슨 의미인가 궁금해 중계자의 시야를 써봤다.

[……#폴한테 빡친 거네 #스트리머로서의 패배가 뼈아픈가보다 ㅎㅎ #주작은_그저 명분일 뿐]

[……#답정너 #그냥 #에건 폴 조지고 싶은듯]

[……#모든 것은 진혁님 뜻대로 #나는 그저 도울게요 #에건 폴_패드림미다]

얘들이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에건 폴한테 화력으로 밀려서 화가 난 게 아니다.

나는 원래 3등이 목표인 사람인데, 2등으로 밀려난 것 같은 패배감 같은 아주 쓸모없고 쓸데없는 감정 같은 걸 느낄 리가 없지 않은가.

애들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 같다.

“주작은 신성한 방송을 모독하는 행위야.”

절대 에건 폴한테 1위를 뺏겨서 그런 게 아니다.

“그걸 가만히 두고 본다면 스트리머라고 할 수 없지. 올바른 스트리밍 문화와 건강한 방송 생태계를 위해서 스트리머들이 다 같이 애쓰고 힘써야 하는 것 아니겠어?”

“맞아요, 진혁 님은 늘 곧고 올바르신 분이니까요!”

“김철수가 그렇게 정의로운 사람이었다고?”

한세린은 내 순수한 진정성을 자꾸 의심했고, 그나마 왕유미가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줬다.

나는 공지를 하나 띄웠다.

[지구의 역습 보여주겠습니다. 내일 오후 12시. 한국 최고의 길잡이 패스파인더와 함께 스칸노르비아로 넘어갑니다.]

오늘따라 어쩐지 잠이 오질 않았다.

아까까지는 굉장히 떠들썩했는데 갑자기 너무 조용해진 기분이었다.

이 조용한 침묵의 밤이 내게 많은 상념을 불러일으켰다.

‘인간적으로 상도덕은 지켜야지.’

아무리 나를 이기고 싶어도 주작방송을 해?

사기꾼 헝그리 새끼랑 짜고?

‘그냥 넘어갔다가는 피볼 거야.’

내가 검왕시절보다 여러방면에서 더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내 레벨에 한해서다.

불 저항력을 제외하면, 여전히 전성기의 나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하다.

‘너무 성급하게 공지 올렸나?’

싶다가도, 저 상도덕없는 에건 폴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언제부터 이리저리 재고 따지고 플레이했어?’

생각해보니 사람이 생각이 너무 많아진 거 같다.

나답게 행동해야지.

──────────

[???]

특별한 제약이 걸려있어 확인할 수 없습니다.

*억지로 제약을 파괴할 시, 특성이 소멸될 수 있습니다.

──────────

나는 왠지 모를 자신감에 차올랐다.

‘해금할 수 있다, 나는.’

침묵이 깃든 오늘 밤.

나는 왠지 이걸 제대로 해금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오늘은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은 강렬한 확신이 들었다.

‘에건 폴 이 새끼.’

감히 내 1등 자리를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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