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44화
[개척자의 특권이 적용됩니다.]
[타 서버 이동 시, 1개의 특성이 상향조정됩니다.]
곧바로 특성을 선택하라는 알림이 이어졌다.
'여기서?'
지금 생방 중인데?
어차피 차진혁이 상향조정할 특성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한 번의 적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거두려면, 역시 모든 특성을 아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올라운더'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었다.
'지금 여기서 하면 나를 너무 다 드러내는데?'
그는 여러 차례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물론! 나는 레벨 150에 은퇴할 거다.
물론! 그렇지만 그래도 사람이 혹시라는 게 있지 않은가.
물론! 은퇴한다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정말이다.
물론! 3등 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이것도 정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나름대로 최후의 패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해. 이건 진짜 어쩔 수 없는 거지.'
차진혁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는 이제 진심 스트리머로 거듭났지만 그래도 사람 일이라는 게 어쩔 수 없을 때도 있기 마련이었다.
연기력도 물이 올랐다고 자부하는 그는 자연스레 말했다.
"이게 왜 이러지? 신호가 잘 안 잡히는데?"
차진혁은 일부러 급하게 방송을 껐다.
방송 송출 환경이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종료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의 연기는 그의 생각만큼 자연스럽지는 못했다.
사실 그는 연기에는 별로 소질이 없었다.
-치열맨, 아 ㅏㅏㅏ 임은 오늘도 치열했습니다.
┗근데 자기가 연기 잘하는 줄 아는 건 개킹받음ㅋㅋㅋㅋㅋ
┗컨셉이겠짘ㅋㅋㅋㅋ
┗ㄴㄴ 진짜로 연기 잘하는 줄 아는 게 틀림없음.
┗저 정도면 자기 방송 모니터 안하는 거 아님?ㅋㅋㅋㅋ
┗어휴 ㅂㅅ들ㅋㅋㅋ 무적권 컨셉이지 이걸 낚이눜ㅋㅋㅋ
김잘알TV의 시청자들은 차진혁의 연기가 진심이냐 컨셉이냐를 두고 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1. 김철수가 일부러 방송을 끊었다.
2. 아니다, 김철수처럼 스트리밍에 진심인 스트리머가 일부러 끊을 리가 없다.
두 가지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다가 시청자들은 의문을 표하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김철수는 왜 방송 일부러 끊음? 처음 있는 일인데.
네르버에 편입된 한마갤에서도 김철수가 어째서 이런 짓을 벌였는지에 대한 토론이 한창 이어졌다.
-방송하기 너무 좋은 타이밍인데? 신서버가 정식 오픈되는 이 타이밍에 굳이 방송을 끊는다고?
-이 정도면 사고로 봐야 한다는 킹리적 갓심이 든다.
이 좋은 타이밍에 갑자기 방송을 끊었다는 사실이 사람들로 하여금 수많은 의문점들을 자아냈다.
그런데 그 의문에 마침표를 찍어줄, 동아줄 같은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마갤의 네임드 '백과사전'이었다.
[아마도 이것은 시스템 오류로 인한 일시적인 방송송출 끊김이 틀림없다. 김철수처럼 철두철미하게 모든 것을 계산하여 플레이하는 스트리머가 이런 황금 타이밍에 방송송출을 일부러 끊어낼 리는 없다. 김철수는 일부러 어색하고 모자란 연기를 통해 방송이 끊어진 이 상황조차 하나의 콘텐츠로 승화시켰다. 실제로 김철수의 방송이 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별다른 불만 없이 김철수의 세계에 깊이 공감하고 토론하고 있지 않은가. 시스템 오류에 대처하는 김철수의 모습은 스트리머 그 자체였다.]
[-글 작성자: 백과사전]
┗크으, 갓과사전 분석 오져 버렸다bbb
┗누가 요약 좀
┗222
┗333
┗???: 시스템 오류로 방송 끊어졌는데 김철수의 SSS급 임기응변이 빛을 발하다.
┗요약 퀄 무엇?
┗요약 ㄱㅅㄱㅅ 장문충 극혐.
백과사전의 등판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 시스템 오류로 방송 끊어졌는데 김철수의 SSS급 임기응변이 빛을 발하다.]
물론 틀린 결론이었다.
오류 따윈 없었고, 김철수의 치열함은 컨셉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방송도 끊었으니까 일단 상향조정할 특성을 선택하자.'
곧바로 올라운더를 선택했다.
만능잡캐 다음에는 올라운더. 올라운더 다음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심장이 쿵쾅거렸다.
[개척자의 특권을 특성, '올라운더'에 적용합니다.]
[특성, '올라운더'가 특성, '???'으로 상향조정됩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냐? 물음표라니?'
──────────
[???]
특별한 제약이 걸려 있어 확인할 수 없습니다.
*억지로 제약을 파괴할 시, 특성이 소멸될 수 있습니다.
──────────
[제약이 해제될 때까지, 특성 '올라운더'가 유지됩니다.]
차진혁은 한 가지 가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시스템. 혹은 GM들은 내가 이 특성을 획득하는 것을 원치 않는 거야.'
금제가 이렇게 직접 작용한 것을 보면 아마도 시스템의 의지일 가능성도 있었다.
약간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키하엘에게 물어보면 가닥이 잡힐 거 같은데.'
오늘따라 키하엘이 보고 싶었다.
이후 알림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구 서버의 정식 오픈에 관한 여러 가지 알림이었다.
[서버 도킹 완료까지 4시간 남았습니다.]
'어, 잘 됐다.'
차진혁은 방송 게시판에 하나의 글을 남겼다.
신서버 연결로 인한 과부하 때문인지 방송환경이 원활하지 않아서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이참에 휴식을 좀 하고 돌아오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제야 좀 쉴 수 있겠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서인지 피곤이 밀려들었다.
'좀만 자고 다시 시작해야지.'
* * *
'흑장미 연합'은 어느새 한국 최대의 정보 연합이자 도적연합으로 우뚝 섰다.
이것은 차진혁의 회귀 전과 크게 달라진 양상이었다.
차진혁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회귀 전 이 시점에는 그야말로 정보/도적 연합의 춘추전국시대였다.
한국 최강의 정보/도적 연합 자리를 두고서 수많은 연합들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였었다.
그런데 지금의 '흑장미 연합'은 그 과정을 생략했다.
흑장미 연합의 연합장 천사소녀를 중심으로 수많은 도적계열 플레이어들이 똘똘 뭉쳤다.
'사실 내가 아니라 김철수를 보고 뭉친 거지.'
이른바 김철수 효과였다.
송하영은 그 사실을 잘 알았기에 스스로를 더 혹독하게 몰아붙이고 단련했다.
'내가 강해져야 해. 그래야 이 연합이 무너지지 않아.'
더 나은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기본을 잃지 않는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기준을 제시해 준 김철수의 발자취를 열심히 따라 걸었다.
그렇게 몸부림을 치다 보니 어느새 그녀는 흑장미 연합의 진정한 연합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천사소녀 송하영이 말했다.
"우리가 쌍둥이 연합으로 불리게 된 건 나쁘지 않다고 봐. 우리 각자의 영역에만 더 집중하면서 서로를 서포트할 수 있을 테니까."
흑장미 연합과 검은가시 연합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기로 약속했다.
그 중심에는 '김철수'라는 구심점이 있었다.
"나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거 하난 확실히 해. 우리가 누나인 걸로."
검은가시 연합장.
살모사라 불리는 곽도형은 송하영의 말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우리가 오빠로 하지."
"우리가 누나지."
"어째서?"
곽도형은 검은가시가 더 우위라고 주장할 만한 이유를 수십 가지 준비해 왔다.
"내가 김철수랑 먼저 만났는데."
"젠장."
"아무튼 잘 부탁해. 동생."
"……이쪽도 잘 부탁한다."
"한다?"
"……합니다."
이 또한 차진혁의 회귀 전과는 달라진 사실이었다.
차진혁의 회귀 전, 흑장미 연합과 검은가시 연합은 서로 앙숙이자 라이벌이었으니까.
"그래서, 왜 보자고 했지? 요?"
"자유의 성녀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어."
"드디어?"
송하영은 자유의 성녀 차진솔이 언젠가는 움직일 거라고 내다봤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는 '힐러 연합'이 생겨나고 특권층이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한국에도 힐러 연합들이 몇몇 존재하기는 했으나 해외만큼 유력한 단체는 아직 없었다.
왜냐하면 한국 최강의 힐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자유의 성녀'가 아직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존 세력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거야. 김철수와 떨어져서 행동하는 자유의 성녀는 세력이 없으니까. 플레이어들의 견제도 있을 테고, 정부도 정부 나름대로 압력을 가할 것이 분명해."
"정부가?"
"정부 차원에서 플레이어들을 육성하고 있거든. 자유의 성녀를 중심으로 한 거대 힐러 세력이 탄생하는 건 바라지 않고 있어."
전 세계적인 변화였다.
비플레이어를 동원하여 플레이에 공권력을 개입시키면 곤란하지만, 플레이어를 동원하면 다른 얘기가 된다.
정부는 통제력과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공무원 플레이어들을 육성했다.
"그렇군."
곽도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뻔하지 뭐."
자유의 성녀 차진솔의 도약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의 제거.
차진솔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것.
그것이 흑장미&검은가시 연합. 이른바 '흑흑연합' 의 새로운 목표였다.
* * *
서울 시내 한 커피숍.
킹갓제네럴유미 왕유미와 자유의 성녀 차진솔이 만났다.
차진솔이 물었다.
"꼭 해야 할 말이 뭔가요?"
"영국 기자 찰스를 치료해 주세요."
"뭐라고요?"
차진솔은 인상을 찡그렸다.
차진솔은 차진혁 본인보다 찰스를 더욱 싫어했다.
그녀는 진작부터 HARD 운동에 대해 알고 있었고, HARD 운동의 주적이 오빠인 차진혁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딴 인간을 왜요?"
"이게 다 차진혁 씨를 돕는 일이니까요."
차진솔은 꽤 오랜 시간 왕유미와 대화를 나눴다.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시킨 대로 해볼게요."
"서두르는 게 좋아요. 제 예상이 맞다면 검은가시 연합에서 찰스를 노리고 있을 것 같아요."
"검은가시 연합에서요? 설마 오빠가?"
"놉! 폐하께서 그런 똥물을 뒤집어쓸 이유는 없죵. 후후. 아무튼 제 예상이 그러하답니다. 지금 시점에서 찰스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자유의 성녀 아기상어밖에 없어욧. 뚜루뚜뚜~."
찰스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찰스를 쫓는 스트리머들이 꽤 되었기에 찰스의 위치를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광화문 근처의 한 호텔로 향하고 있었다.
주먹 원숭이에게 죽을 뻔했던 그는 호텔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졌다.
"어? 자유의 성녀다!"
"진짜?"
차진혁과 달리 차진솔의 얼굴은 꽤 유명해진 상태.
차진솔은 쓰러진 찰스에게 다가가 신성력을 내뿜어 찰스를 회복시켜주었다.
'생각보다 많은 힐이 필요하네.'
육체의 상처는 물론이거니와 정신적 타격이 너무 컸던 모양이었다.
9성급 힐러 혈사제는 찰스의 정신도 함께 치료해 주었다.
그 과정을 왕유미가 모두 생중계했고, 검은가시 소속의 암살자들은 찰스 암살을 포기했다.
자유의 성녀가 기껏 살려놓은 찰스를 다시 죽일 수는 없었으니까.
차진혁의 동생인 차진솔이 찰스를 도와준 사건은 큰 이슈가 되었다.
"이게 이렇게까지 실시간으로 유명해질 줄은 몰랐는데요."
"채팅방 뜨거운 거 보이죠?"
-무려 혈사제를 보내서 치료해 주넼ㅋㅋㅋㅋㅋㅋㅋ
-내 엉덩이 패놓고서 마데카솔 발라주던 엄마가 생각나누. 흐규흐규.
-이건 거의 부모님급 케어 아니냐?ㅋㅋㅋ
왕유미가 찡긋 윙크했다.
잠시 음소거 모드를 설정한 뒤, 말을 이었다.
"이건 진혁 님에게 대의명분을 줄 거예요. 찰스를 거칠게 대했던 것은 결국 인류에게 뜨거운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였다- 라는 훌륭한 명분을. 어리석은 중생을 거칠게 다룰 수밖에 없었던 왕의 처지를 이해시켜줄 수 있는 영상이 되겠죠. 찰쪽이에게 부디 큰 가르침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실제로 차진솔의 행동은 실시간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HARD 운동'을 약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김철수를 향한 대중적 인기는 점점 더 뜨거워졌고, 전 세계 플랫폼의 핫 키워드가 '김철수'와 '자유의 성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서버 도킹이 완료되었습니다.]
[서버, '스칸노르비아'와 연결되었습니다.]
[서버 곳곳에 워프포탈이 생성됩니다.]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차진혁에게 알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국 서버, 모험가 '캡틴'이 워프포탈 이용허가를 요청합니다.]
[중국 서버, 길잡이 '쯔위안'이 워프포탈 이용허가를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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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서버, 모험가 '레이라'가 워프포탈을 이용허가를 요청합니다.]
알림이 너무 많이 들려와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차진혁은 알림을 꺼둔 채 한숨을 돌렸다.
'후, 예상치 못했던 공격이었다.'
이 정도면 시스템의 미움을 받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하도 많은 정보가 전 세계에서 마구 쏟아지는 바람에 정신을 놓을 뻔했다.
'제왕의 격이 없었으면 돌아버릴 뻔했네. 이게 무슨 디도스 공격도 아니고.'
한 치의 긴장도 늦출 수 없는 세상이 되어서 참 기ㅃ…… 아니, 피곤했다.
차진혁은 왜 자신에게 이런 알림이 들려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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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세계의 개척자로서, '서버 간 이동'에 대한 권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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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허락 없이는 타 서버로 이동이 불가하다는 거네?'
침을 꼴깍 삼켰다.
앞으로는 서버 간 이동이 활발해질 거고, 전 세계의 모든 플레이어가 서버 워프포탈을 이용하게 될 거다.
그런데 그 권한이 오직 한 명에게 주어졌다.
'예전에는 이용료만 지불하면 다들 자유롭게 썼었는데.'
한낱 플레이어에게 이렇게 큰 권한을 줬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일단 [일괄 승인] 버튼을 눌러 놓을까?'
그런데 약간 문제가 생겼다.
[워프포탈 이용요금의 10%가 개척자의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전송됩니다.]
"와, 너무 기뻐."
차진혁은 본능적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아, 이거 쓸데없이 너무 부자 되는 거 아냐?
시스템이 자신의 은퇴를 앞당기려는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